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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펀드,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까 

 

조지프 파스가 운영하는 대형 성장 펀드는 인덱스 포트폴리오를 이길 수 있을까? 리비안 같은 고위험 성장주에 베팅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주행할 때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도로 위 번쩍 거리는 반사광을 피하기 위해 푸른색 시카고컵스 풀오버 스웨터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자산관리 전문가 조지프 파스(Joseph Fath, 50)가 레드와 화이트가 섞인 1957년산 자동차 콜벳을 몰고 코너를 빙글 돌았다. 파스는 “고속도로로 몰고 나가면 진가를 느낄 수 있죠”라고 말했다. 컨버터블 자동차의 엔진이 으르렁거리자 지나가던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호응했다.

카스는 1950~60년대 빈티지 자동차를 수집해서 복원하는 일을 즐긴다. 그러나 그의 차고에 있는 차 중 가장 애지중지하는 모델은 나이가 가장 적은 신차, 전기자동차 리비안의 R1T 픽업트럭이다. 리비안은 파스가 운용하는 티로우프라이스 성장주 펀드(T. Rowe Price Growth Stock Fund)에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준 종목이다. 펀드가 보유 중인 9억2800만 달러어치의 리비안 주식은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5배로 급등해 2021년 말에 48억 달러를 기록했다.

파스는 8년간 620억 달러 규모의 성장 펀드를 운용해왔다. 많은 능력이 요구되는 임무다. 잘못된 베팅을 몇 번 했다가는 볼티모어에 본사를 둔 티로우프라이스가 이 펀드를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수수료 3억5000만 달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 펀드에 있는 성장주는 티로우프라이스가 보유한 성장주 자산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성장주 투자의 선구자였던 토마스 로우 프라이스 주니어는 1950년에 성장주 투자 뮤추얼펀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펀드 사업이 아직 태동기에 있을 때다. 미래 성장 기업을 매수한다는 프라이스의 비전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성장주 펀드는 월스트리트에서 귀가 닳도록 말해왔던 투자 테마 ‘파괴적 변화’를 겪고 있는 성장기업에 투자한다.

펀드를 창시한 프라이스 주니어의 시대에 미래 성장기업은 IBM이나 내셔널 캐시 레지스터였겠지만, 파스가 생각하는 미래 성장기업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기업 알파벳, 리비안이다. 그는 “변화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을 판별해서 성장 초반부에 잡아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변화로 피해를 보는 산업도 있다. 기존 유통점이나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파스가 속한 자산관리 산업도 파괴적 변화가 몰고 올 후폭풍에서 무사할 수 없다. 특히 전문가들이 투자 종목을 골라서 수익률을 관리하는 액티브펀드는 특정 카테고리에서 투자 가능한 모든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패시브 펀드에 자리를 빼앗기는 중이다.

액티브 운용의 전통적 강자 티로우프라이스는 인덱스 펀드 자산관리사에 고객을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던 사업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모닝스타 보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티로우프라이스의 자산 유출은 유입액보다 많았다고 한다. 파스가 운용하는 펀드도 2020년 58억 달러의 환매가 이루어지는 등 불길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유출 속도가 37억 달러로 더욱 빨라졌다. (티로우프 라이스 대변인은 일부 기관이 기금을 티로우 신탁과 함께 파스의 성장전략을 활용한 다른 투자상품으로 옮겼기 때문에 해당 금액이 포함된 유출액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제 790억 달러 규모의 뱅가드 성장 인덱스펀드를 살펴보자. 인덱스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면서 자산은 성장 추세다. 투자 종목은 티로우프라이스 성장펀드와 비슷하다. 상위 보유 종목 5개 중 3개가 일치할 정도다. 지난 5년간 성적을 보면 뱅가드 펀드가 수익률이 좀 더 높지만, 파스의 펀드는 피델리티의 컨트라펀드(Contrafund)나 아메리칸 펀드의 미 성장 펀드(Growth Fund of America)처럼 매니저가 종목을 선택하는 여타 액티브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다. 펀드 운용을 맡은 이후 그가 올린 연평균 수익률 16.9%도 같은 기간 S&P 500 지수보다 2%p 높다.

성장 가능성에 베팅

수수료는 뱅가드가 더 낮다. 뱅가드 ETF 상품의 연간 수수료는 자산의 0.04%다. 그런데 티로우 펀드의 수수료는 주식가치의 0.64%다. 따라서 파스에게는 비슷한 성장주 컬렉션을 보유하는 데 뱅가드보다 16배나 높은 수수료를 내도록 주주들을 설득하라는 엄청난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주주에게 대신 무엇을 제공해야 그들을 붙잡아둘 수 있을까?

비교우위가 하나 있다. 방법을 찾다가 리비안에 투자하게 된 것이다. 리비안은 지난 11월 기업가치를 900억 달러로 인정받고 상장했다. 상장을 진행하기 전 파스의 펀드는 리비안의 후반기 자금 모집 라운드를 여러 번 주관하면서 이사회에 옵서버로 이름을 올렸다. 파스의 펀드는 도어대시와 스노플레이크, 에어비앤비가 상장하기도 전에 이들 기업에 자금을 넣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파스는 R1T에 관해 열띤 자랑을 늘어놓았다. “픽업 트럭계의 페라리를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800마력인 데다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초 만에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가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리비안의 이중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을 사상 최초로 개발한 업체이며, 지금은 SUV와 상용차로 생산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2025년까지 아마존에 전기밴 10만 대를 공급하는 주문 계약도 체결했다.

파스는 비상장 기업 레드우드 머트리얼즈(Redwood Materials)에도 투자했다. 테슬라 공동창업자 스트로벨(Straubel)이 설립한 배터리 재활용 업체다. 그는 “전체(자동차) 생태계가 변화를 겪고 있다. 자동차 판매업체 뿐 아니라 이를 공급하는 모두가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티로우프라이스 성장 펀드는 자산의 최대 15%를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반면, 뱅가드의 인덱스펀드는 비상장주식을 조금도 소유할 수 없다.

파스는 “우리 업계에서 가장 원치 않는 행동이 바로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또 더 많은 기업이 비상장 기업으로 운영되는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상장을 하기 전 시장가치를 최대한 높게 달성하려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성장곡선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비상장 기업일 때 초기 자금 모집 라운드에 투자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사업을 막 시작하거나 성장에 시동을 거는 기업들 옆에 있으면 신이 나죠. 가치주 기업들은 이 정도로 제 마음에 불을 지피지 못합니다.”

파스의 펀드와 같은 액티브펀드가 수익을 내는 또 다른 방법은 이른바 ‘몰빵’을 하는 것이다. 뱅가드 펀드의 보유 종목은 179개지만, 티로우프라이스의 성장 펀드는 93개 종목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파스는 주주 승인을 받고 펀드의 법적 카테고리 정의를 ‘다각투자’에서 ‘비다각투자’로 변경했다. 이로써 단일 종목에 전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해졌다.

파스는 시카고 교외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자였고, 어머니는 사무지원직이었다. 두 사람 다 대학 교육은 받지 못했다. 파스는 “혼자 힘으로 제길을 찾아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자동차에 대한 사랑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를 수리하고 개조하면서 부자 관계를 돈독히 하는 시간을 가졌다.

1993년 어바나-샴페인에 자리한 일리노이대학을 졸업한 파스는 회계기업과 게이밍 기업에서 잠깐 경력을 쌓았다. 1999년 펜실베이니아 와튼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첫 학기가 끝나갈 때쯤, 그는 회계법인에서 만났던 친구가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업 투자 발표를 들은 그는 학교를 휴학하고 스타트업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 이 스타트업은 초중 등 과정에 있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온라인으로 만나서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 브로드폼(Broadform)으로 성장했다.

시작은 아주 좋았지만, 닷컴버블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자금이 말라갔다. 파스는 2001년 초 다시 경영대학원으로 돌아왔고, 브로드폼은 1년 뒤 오라클이 지배지분을 가진 비영리 교육기관 싱크닷컴(Think.com)에 인수됐다.

파스는 “투자업계에서 했던 일을 접목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너무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로 티로우프라이스에 합류했고 2008년 포트폴리오 부매니저로 승진했다가 2014년부터 성장주 펀드를 맡게 됐다.

파스 밑에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변화 수혜주를 찾을 때 살펴보는 기준은 두 가지다. 수익과 현금흐름의 증가 속도, 성장의 지속성이다.

성장 펀드에서 투자한 기업 절반 이상은 통상적 성장 기업이거나 파괴적 혁신기업이다. 그 외 15~25%는 금융이나 산업주처럼 경기순환 성장주라서 경기주기만 맞으면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한 종목이지만, 급성장 주기는 잠깐 지속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파스는 말했다.

남은 15~25%는 파스가 “특별한 상황”에 있다고 부르는 종목이다. 이들 기업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겨가는 시점에 있는 기업들, 지속적인 산업 변화의 수혜를 받았거나 기업 통합을 통해 성장률을 제고한 기업들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2000년 대 초반만 해도 MS는 “데스크톱에서 일어나는 변화에서 소외되어 있었다”고 파스는 말했다. 그러나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면서 MS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방향을 전환해 결국 두 자릿수의 수익 성장률을 회복했다. 파스는 MS 주식을 2015년부터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MS가 펀드 비중에서 10%를 차지하는 최대 보유주가 됐다.

MS와 애플, 메타 플랫폼(페이스북), 아마존은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혁신을 통해 신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승리를 지속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파스는 내다봤다. 아마존이 웹서비스와 광고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메타 또한 전자상거래, 궁국적으로는 메타버스 프로젝트로 확장하면서 그곳에서 수익을 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파스는 예상했다.

믿고 버텨라

티로우프라이스의 성장주 펀드는 운용 원칙에 따라 해외 성장주에도 투자할 수 있다. 파스는 틱톡의 중국 모 기업 바이트댄스,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인터넷 및 모바일 플랫폼 기업 시(Sea)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아끼는 종목은 시다. 시는 (‘가레나 프리 파이어’ 비디오 게임으로 유명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와 전자상거래, 디지털 결제 시스템 등 3개 사업부로 이루어진 회사다. 파스는 시가 온라인쇼핑 사업으로 확장하고 남아메리카 등 신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성장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잘나가는 성장주와 기술주는 지난 2개월간 매도 압력를 받았다. 리비안은 최고가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 중이다. 펀드에서 16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메라 및 SNS 기업 스냅(스냅챗으로 알려짐)도 마찬가지다. 장기 상승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동성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고 파스는 말했다. 그는 장기적 시각으로 임하고 있다. 펀드의 종목 교체매매비율은 33% 정도인데, 이는 액티브 성장주 포트폴리오 중에서 교체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파스가 주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버텨야 한다”다. “세상을 바꾸는 중이거나 자기 산업에 나타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에 계속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들 성장기업의 성장 지속성을 믿기만 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1950~60년대 미 제조업 ‘황금기’를 귀하게 여기는 파스가 그 시기에 조성된 빈티지 펀드를 운용하다니, 무언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 파스는 “(빈티지) 차량의 부품을 찾는 일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진이 빵빵한 성장주를 찾아내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게 바로 보물찾기 아닐까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 속도광 티로우프라이스의 펀드매니저 조지프 파스는 빠른 기업, 빠른 차를 좋아한다. 그가 수집한 1957년 모델 콜벳 컨버터블은 283마력의 V8 엔진을 가지고 있다.

[박스기사] 볼티모어의 호시절

주요 항구가 있고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 중심지이기도 한 볼티모어는 18세기와 19세기를 지나 20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 중심지 중 하나였다. ‘매력의 도시(Charm City)’라고 불렸던 볼티모어는 1970년대부터 빈곤과 폭력이라는 잔인한 악순환에 갇혀 시련을 겪었지만, 도시의 역사가 항상 어둡기만 했던 건 아니다. 볼티모어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알아보자.

1812년 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볼티모어 조선소에서는 항해 속도가 빨라서 영국 해선의 천적이 된 볼티모어 클리퍼 범선 126석을 건조했다. 현재 화폐 가치로 7만5000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저렴한 범선들은 약 500척에 달하는 적의 배를 침몰시키거나 장악했다.

1910년 볼티모어 항구에서는 커피와 철, 당밀 등 3100만 달러어치의 화물(현재 가치로 9억 달러)이 들어와서 볼티모어-오하이오 열차를 따라 내륙으로 운송됐다. 1827년 설립된 볼티모어-오하이오 철도는 1910년까지 8300만 달러(현재 가치 24억 달러) 매출을 창출하면서 약 1억8700만 달러(현재 가치 55억 달러)에 달했던 볼티모어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볼티모어-오하이오 철도 중 그나마 남아 있던 노선도 1987년에 폐쇄됐으며, 지금은 보드게임 ‘모노폴리’에서 영원히 200달러에 거래되는 철도로만 남아 추억의 이름이 됐다.

1951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볼티모어에 본사를 둔 글렌 엘 마틴(Glenn L. Martin)은 전투기 1만1000대를 생산했고, 베들레헴-페어필드 조선소에서는 매일 새로운 선박이 완공되어 첫 항해에 나섰다. 6년 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병참기지로 활용되던 자원이 재배치되어 볼티모어 전후 경제의 활력을 이끌었다. 당시 볼티모어 주민 10명 중 1명이 제조업에서 일했는데, 이 중 다수는 당시 전 세계 최대 규모를 가지고 직원 3만 명을 고용했던 베들레헴 스틸의 스패로우 포인트 제철공장에서 일했다.

※ How To Play It

인덱스펀드 신봉자들은 액티브 펀드를 외면할지 몰라도, 이들과 결이 비슷한 가치투자자들의 입맛에는 티로우프라이스 그룹(T. Rowe Price Group)이 맞을 수도 있다. 티로우프라이스는 투자수익률 이상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선, 다각화 된 자산관리와 함께 은퇴계획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티로우프라이스는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펀드매니저들만 모아놓은 헤지펀드라기보다 대출과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과 더 비슷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펀드 사업의 기업가치 330억 달러는 운용자산의 2% 정도이며, 주가는 2022년 예상 수익의 12배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SERGEI KLEBNIKOV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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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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