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2022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관중 파워’로 1위 탈환한 삼성 

김영문 기자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병하자 한국 프로야구계는 사상 유례없는 직격탄을 맞았다. 팬데믹 방역 조치에 관중 800만 명은 공중분해 됐고, 관중의 함성이 가득했던 경기장에서는 육성 응원이 금지됐다. 포브스코리아도 지난해 프로야구단 가치평가를 중단했다. 그리고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정상화를 앞두고 한국 프로야구단을 점검해봤다.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난 2020년 8월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야구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좌석 간 간격 유지를 지키며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2022 KBO리그 시범경기가 막을 올렸다. 4월 2일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팀당 16경기씩 3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시범경기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사실 코로나19로 한국 프로야구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가히 ‘잃어버린 시간’이었다고 할 만했다.

2020년 당시를 잠시 돌이켜보자.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시작한 건 같은 해 2월. 미국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이 스프링캠프를 떠나 전지훈련에 한창일 때와 맞물렸다. 당장 선수단 귀국에 문제가 생겼다. 일부 외국인 선수는 도중에 모국으로 돌아가버리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팬데믹으로 이어졌고, 그해 7월 예정돼 있던 2020 도쿄올림픽마저 1년 연기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한국 프로야구는 말할 것도 없었다. 3월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정규시즌은 계속해서 미뤄지다 5월 5일에야 막을 올렸다. 물론 경기를 아예 치르지 못한 건 아니었다. 모두가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144경기를 무사히 마쳤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조차 못 하고 있었기에 KBO리그는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관중 없는 프로야구는 위태로웠다. 코로나19 탓에 관중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무관중으로 시작해 7월 26일 잠실 경기장 수용인원의 10%, 8월 11일부터 30%로 늘었다가 8월 16일부터 다시금 무관중 경기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에 잠시나마 50%로 늘기도 했지만 10월 이후에는 거의 30% 수준밖에 받지 못했고, 한국시리즈 6~7차전에는 관중이 10% 수준으로 줄었다.

대체 2019년보다 관중수가 얼마나 줄어든 것일까. KBO에 따르면 2019년 프로야구 관중은 728만6000명이었으나 이듬해인 2020년은 32만8317명에 불과했으니, 무려 22배나 감소했다. 전체 입장 수입 역시 858억원에서 40억원 안팎으로 20배 이상 쪼그라들었다. 포브스코리아는 2020년 한국 프로야구단 가치평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728만 관중, 이듬해 32만으로 줄어


그나마 2021년 초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해 1월 26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SK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포브스코리아가 1546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곳이었다. 시장가치와 경기장 가치, 연봉·중계·성적을 반영한 스포츠 가치를 합산했다. 신세계그룹은 포브스코리아 평가금액보다 약 200억원 싸게 산 건데,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을 고려하지 않고 제값을 쳐준 통 큰(?) 투자였던 셈이다.

프로야구 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곧 종식될 거란 기대감과 함께 이 소식을 반겼다. SK는 SSG랜더스로 새로 출발했고, 이마트는 유통 기업답게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야구팬 유입을 이끌었다. 특히 정용진 구단주는 16년간 메이저리그(MLB)에서 선수로 뛴 추신수까지 영입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야구팬들과 소통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144경기를 무사히 마친 2021년 프로야구도 무관중 또는 입장 관중 제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2020년(32만여 명) 총관중보다 몇 배 늘어 122만8489명을 기록하기는 했어도 평소 700만~800만 명대를 넘나들던 때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그래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법. SSG 출범부터 KT위즈 우승까지, 지난해 프로야구를 달군 이슈가 꽤 많았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졌고 대기록이 쏟아졌다. 재정 상황이 어렵다던 구단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듯 돈 보따리를 들고 FA(자유계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요 이슈를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역대급’ 순위 경쟁이다. 우승팀은 물론 포스트시즌 전체 대진이 정규리그 마지막 날 정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고, KT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베어스를 4승 무패로 압도하며 사상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대기록도 화제였다. 이정후(키움히어로즈)는 정규시즌 타율 0.360을 기록하며 데뷔 처음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1994년 이 타이틀을 차지한 아버지 이종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강백호(KT)는 타격 5개(타율·타점·출루율·장타율·안타) 부문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했다. 더불어 고(故) 최동원이 갖고 있던 종전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도 두산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정규시즌 225탈삼진을 기록하며 37년 만에 깨버렸다. 오승환(삼성라이온즈)은 역대 최초 300세이브를 돌파했고, ‘거포’ 최정(SSG)은 우타자 최초로 개인 통산 400홈런을 넘어섰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FA 시장에 1000억 푼 구단들


특히 이슈였던 건 올해 시즌을 앞두고 펼쳐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기간)였다. 2년 연속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구단들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씀씀이가 컸다. FA 시장이 열리자 풀린 돈만 989억원으로, 종전 최다였던 2016년 766억2000만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NC다이노스 박건우(6년 100억원), 두산 김재환(4년 115억원), LG트윈스 김현수(4+2년 115억원), KIA타이거즈 나성범(6년 150억원), KIA 양현종(4년 103억원) 등 5명은 100억대 계약을 맺었다. FA 영입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던 SSG가 비FA 시장에서 ‘머니게임’을 주도했다. SSG는 지난 1월 박종훈과 5년 65억원, 문승원과 5년 55억원, 한유섬과 5년 60억원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후 지난 3월 8일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김광현과 KBO리그 역대 최고인 4년 151억원에 계약했다. 이로써 SSG는 4명과 비FA 계약을 체결하는 데 331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술자리 파문과 도쿄올림픽에서 부진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감한 투자는 팬데믹 ‘생존’ 앞에 구단이 꺼낸 최후의 보루였다. 쪼그라든 구단별 경제적 가치를 보면 그들이 느낀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의 총가치를 비교해보면 한눈에 들어온다. 2019년 포브스코리아가 따져본 국내 10개 구단의 총가치는 1조3898억원이었지만, 2021년 구단 가치는 8015억원으로 42%(5883억원)나 줄어들었다. 특히 경기장 가치를 지탱하는 관중수가 크게 줄면서 2019년 7367억원이었던 10개 구단의 경기장 가치도 1216억원으로 줄면서 83%(6151억원) 감소했다. 2020년에는 관중수가 거의 95% 줄면서 경기 성적과 관계없이 모든 구단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당시 KBO도 18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보았을 거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단순히 티켓 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관중이 쓰는 ‘숨겨진 비용’까지 사라지면서 손실 폭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방문하는 관중은 야구만 보지 않고 음식을 사 먹거나 기념품을 구입한다. 관중이 많으니 기업도 야구장을 광고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한다. 관중이 없으면 모든 수익(방송 중계권료, 스폰서, 광고 등)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관중’은 구단 가치평가 순위도 갈랐다. 2019년 정규시즌 1위이자 구단 가치 순위 1위였던 두산은 삼성에 선두를 내줬다. 지난해 관중 1위 삼성이 홈 대구에서 27만8222명을 모았지만, 수도권 구단 중 하나인 두산은 무관중 또는 입장 관중 제한선이 높아 타격이 훨씬 더 컸던 탓이다. 삼성도 구단 가치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2019년(1375억원)보다 가치 총액이 375억원이나 빠졌다. 경기 결과로 보면 삼성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1위 KT와 승률도 같았고 KBO가 새로 도입한 1위 결정전 무대에도 섰으나 대구 홈구장에서 KT에 1대0으로 졌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했지만, 6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해 그간의 부진을 털어냈다.

두산은 한 단계 내려와 2위를 차지했다. 확실히 수도권 관중의 소비력이 큰 탓인지 구단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2019년 1907억원에서 지난해에는 918억원을 기록했으니 무려 1000억원 가까이 빠진 셈이다. ‘숨겨진 비용’이 뼈아프게 다가올 정도로 경기장 가치가 쪼그라들었다. 경기력 면에서는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할 정도로 선방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키움, LG, 삼성을 순서대로 격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하지만 뒷심 부족으로 KT에 4패로 밀렸다. 사실 두산 입장에서는 꽤 침체된 분위기다. 2019년까지 2년 연속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데 이어 구단 가치평가에선 5년째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020년 NC에 1위를 내주더니 지난해에는 KT에 밀렸다.

수도권 수난 시대다. LG도 2019년 순위에서 한 단계씩 밀려나 3위에 머물렀다. 2019년 1883억원이었던 구단 가치는 지난해 891억원까지 빠졌다. 두산과 마찬가지로 1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10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한 구단이었지만, 팬데믹으로 통제가 극심해지자 관중은 턱없이 줄어들었다. 2020년 관중은 4만1317명, 조금 상황이 나아진 지난해에는 11만6691명을 기록했다. 전력·재정·팬층이 빵빵한 LG가 그나마 서울 연고지 구단으로서 지켜냈던 자존심은 구겨졌고, 총 10년 연속 100만 관중 기록도 깨졌다. 리그 최고 인기팀도 코로나19를 비껴가지 못한 셈이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나름 선방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에 그친 두산에 1승 2패로 패해 최종 4위를 기록했다. LG는 올해 경기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해 잠실야구장 관중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134 경기에 출전, 타율 0.254(464타수 118안타) 8홈런 57타점을 기록한 간판선수 오지환을 필두로 메이저리그 출신 김현수 선수(FA)까지 붙잡고, 선수단을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4위를 차지한 SSG의 등장도 단연 화제였다. 지난해 1월 신세계 그룹이 SK를 인수하며 유통 기업 최초로 야구계에 진출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1352억8000만원. 인수한 지 1년이 지나도 방역 통제로 관중몰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싸게 샀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지난해 추산된 구단 가치는 882억원이었다. 하지만 SSG는 정용진 구단주가 국내 스포츠계에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며 코로나19 침체에 빠져 있던 야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실제 장사도 잘했다. SSG를 운영하는 신세계야구단은 작년 매출액 392억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관중 수입이 줄긴 했지만, 신세계 계열사로부터 거둔 광고 수익이 한몫했다.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구단’으로 꼽힐 정도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연봉가치를 따져보니 136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1위다. 올해 들어 KBO리그 역대 최고인 4년 151억원을 투자해 김광현 선수까지 영입했다. 이대로라면 2019년 ‘인천 문학구장 100만 관중 신화’를 다시금 써볼 수 있겠다.

KBO리그 역대 최고가인 ‘4년 151억’ 지른 SSG랜더스


롯데자이언츠는 구단 가치 874억원을 기록해 5위에 자리했다. 정규시즌 8위인 롯데가 가치평가에서는 중간에 섰다. 부산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으니 경기장 가치, 연봉 가치, 성적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밀렸다. 하지만 경기(1357만 명), 서울(951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부산(335만 명)을 독식한 덕에 시장가치가 앞섰다. 서울이 연고지인 두산, LG, 키움은 시장가치를 3개로 쪼개야 하기에 뭔가 억울하다. ‘65승, 8무, 68패’, 경기력 지표를 봐도 ‘야구를 못하는 구단’이라는 낙인은 어째 그대로인 듯싶다. 2019년 연봉가치(131억원)가 1위여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떨어지는 구단으로 꼽혔는데, 그나마 지난해(92억원) 30억원 넘게 줄였다.

구단 가치 826억원으로 6위에 오른 키움은 ‘서울’이 연고지임에도 관중몰이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지난해 잠실야구장에 11만6691명에 다녀갔지만 키움이 쓰는 고척 스카이돔에는 6만7407명만 다녀갔다. 실제 시장가치와 경기장 가치 간에 간극이 큰 구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때 아닌 구설에 시달리며 비난 여론까지 들끓고 있다. 음주 운전 파문으로 현역 생활이 사실상 끝나는 듯했던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KBO리그로 돌아오는 길을 내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7일 키움은 “강정호와 2022 시즌 최저 연봉(3000만원)으로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18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 해지(임의 탈퇴) 복귀 승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시즌 키움의 새 외국인 선수인 야시엘 푸이그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 음주 운전, 가정폭력, 성폭력 등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고,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지난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외부 여성들과 술자리를 가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론은 매우 차갑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스폰서 유치로 시즌을 운영하는 키움 입장에서 골치 아픈 과제다.

키움 뒤에는 KIA(7위, 751억원)가 섰다. 열성 야구팬이 많은 광주 연고지 파워가 있어도 경기력은 별개인 것 같다. KIA는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4시즌 동안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직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성적도 출루율 9위(0.337), 도루 9위(73개), 홈런 최하위(66개), 최종성적은 9위로 팀 창단 이후 최악이었다. 이 때문에 성적 가치가 1위라는 게 의아하게 보일 수 있으나, 1982년 이후 역대 우승 횟수 최다(11번)인 덕분이다. 김종국 KIA 감독도 ‘과거의 영광’을 위해 경기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외야수 나성범을 FA로 받아들였고, 외국인 선수들과 투수 2명, 타자 1명 등 3명을 모두 교체했다. 특히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양현종 선수까지 합류했다는 소식에 광주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NC 선수들, 방역수칙 위반으로 ‘사상 초유’ 리그 중단


8위로 내려앉은 NC(658억원)는 지난 시즌에 큰 사고를 쳤다. 지난해 7월 NC 소속 선수 4명이 원정지 숙소에서 일반인들과 술판을 벌이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키움히어로즈 소속 선수 2명도 숙소를 이탈해 NC 선수들이 만났던 일반인들과 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 진술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태가 커지자 프로야구 사상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5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2020년 시즌 우승팀으로서의 면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시즌이 끝나고 NC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나성범 선수가 자신의 고향팀 KIA로 이적했고 강진성·임창민 선수가 두산베어스, 김진성 선수가 LG트윈스, 김태군 선수가 각각 삼성라이온즈로 갔다. 이호준, 모창민 코치를 비롯해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까지 무려 30명 가까이 팀을 떠났다. 대신 FA에서 박건우(두산), 손아섭(롯데) 두 선수를 받았고, 새 외국인 타자 닉 마티니를 영입했다.

한화이글스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 가치평가에서도 9위를 지켰다. 2019년만 유독 다사다난한 줄 알았지만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너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만 믿고 돈을 안 써서 그런 것 아니냐는 핀잔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서 1000억원 가까운 돈이 오가는 동안 한화는 54억원을 주고 팀 내 주전 포수 최재훈 한 명만 잡았다. 실제 10개 구단의 평균 연봉가치 100억600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69억원을 기록했다. 꼴등이다. 그나마 각종 방송사와 플랫폼이 한화 경기를 중계하면서 구단 가치평가 ‘꼴찌’는 면할 수 있었다.

연고지가 아쉬운 구단 가치 10위 KT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이란 쾌거를 거뒀다. KT는 삼성과 치른 1위 결정 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며 창단 처음으로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는 두산에 4연승을 거두며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구단 가치평가에서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수원(118만 명)이란 지역적 한계가 발목을 잡다. 물론 수원보다 인구가 적은 창원(103만 명)에서도 NC가 70만 명 넘는 관중을 동원한 적이 있다. KT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방역 정상화로 경기장 문이 열리면 그 어느 때보다 관중이 몰릴 듯싶다.

물론 3월 시범경기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심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KBO는 4월 2일 개막하는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장에서는 100% 입장을 추진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KBO리그가 올해 그나마 숨통이 트일까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관중이 없으면(혹은 외면하면) 프로스포츠는 없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기회였다.

※ 어떻게 평가했나

미국 포브스는 시장·경기장·스포츠·브랜드 네 가지 기준으로 매년 프로야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2005년부터 가치평가를 시작한 포브스코리아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을 도입했다. 시장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환산한 금액이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가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지급한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토대로 각 구단의 연고지 인구에 비례해 산출했다. 연고지가 같은 서울의 3개 팀은 인구를 삼등분했다. 경기장 가치는 올해 입장료 수입으로 향후 10년 동안 수입을 예상해 현재 가치로 환산했다. 스포츠 가치는 구단이 경기를 하면서 창출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연봉 총액과 방송 노출효과, 경기 성적이 포함된다. 경기 성적에 따른 가치는 전년도 승률, 올해 승률, 역대 정규시즌 우승 횟수로 평가했다. 국내의 경우 브랜드 가치는 구단 가치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적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들여 5년 전부터 평가에서 제외했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방역 조치로 정상적인 경기장 운영이 어려웠기에 가치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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