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시작할 때는 10년쯤 하면 많은 것이 익숙해져 꽤 여유 있게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 매일 마주하는 문제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였달까.사업을 해온 지난 12년을 돌아보건대 하루에도 수십 번 결정을 내려야 했으니, 10만 번이 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런데 그중에 완전히 같은 결정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새로운 문제가 나왔고, 얼핏 비슷하다고 생각한 문제는 항상 더 어려워진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결정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내릴 수 있지만 어떤 결정은 결론짓기까지 며칠, 몇 주가 걸리곤 한다. 그런데 오래 고민한 결정들은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더라. 첫째는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정말로 오랜 탐색과 생각이 필요했던 경우이고, 둘째는 결론은 이미 나 있지만, 그것을 올곧게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였다.결론은 이미 나 있지만 그것을 올곧게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유형을 나는 ‘힘들지만 필요한 결정들’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 더는 미룰 수 없는 날 아침이 되면, 정말이지 당일 휴가를 내서라도 그 순간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된다. 그런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서 결정을 내리는 순간,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이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힘듦과 불편한 마음을 다잡고 한 발 더 나아가는 순간’의 합인 성장은 연속적이기 쉽지 않다. 그런 순간이 매일 오지 않는 까닭이다. 그저 힘들지만 필요한 결정들을 더 자주 내리는 것이 성장의 유일한 경로인데, 이런 순간을 더 자주 마주할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첫 번째는 나 자신이 안락지대에 머물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많은 것이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곳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결론이 이미 나 있다면 인정할 때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신중하게 숙고하는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나 자신에게 물었을 때, 이미 결론이 나 있는 문제도 분명히 있지 않은가. 머뭇거리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자. 결정에는 유효기간이 있으므로, 같은 결론을 내리고도 시기가 늦어 소용없어지는 일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