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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파 속에서의 거래 

 

유럽에서의 전쟁. 중국-러시아 동맹. 탈달러화 등 최악의 상황에서 월스트리트 억만장자 켄그리핀이 최선을 다하는 방법.
맨해튼 미드타운 오피스 건물 10층, 켄 그리핀(Ken Griffin)이 깊은 생각에 빠져 사무실 전면 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곳은 운용자산이 470억 달러에 달하는 시카고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이 뉴욕시에 둔 3개 지점 중 하나다. 때는 3월 초였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계적 공격을 잠시 멈추고 핵 공격을 은근하게 위협할 때였다. 핵미사일로 인한 버섯구름이 피어날 일은 없다는 것이 그리핀의 생각이지만, 핵 공격이 거론된다는 자체가 자본가인 그에게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저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두려움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자랐습니다.” 올해 53세인 그리핀이 말했다. “‘핵 공격이 일어나면 책상 밑으로 숨어서 피하라’는 말을 들으면 자란 세대죠. 다시 그때의 정치논리로 돌아가는 건 엄청난 역행입니다.”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12% 하락했다. 유럽 증시와 나스닥은 하락 폭이 18%에 가깝다. 유가는 급등 중이다. 시타델이 뛰어난 실적을 자랑한 2021년이 끝나자마자 안 좋은 소식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시타델의 수익률은 26%에 달했고, 그 결과 그리핀의 개인 재산은 25억 달러가 늘어났다. 현재 그의 재산 가치는 272억 달러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의 재산보다 더 중요한 사안들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재난은 인류가 자초한 심각한 오판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1990년대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충고를 받아들여 러시아에 핵무기를 넘겨준 것은 그리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가 제기하는 존재적 위협을 새삼스레 깨닫고 재무장에 나서면서 방산주와 에너지주가 벌써부터 고가에 거래되며 수혜를 보고 있다고 그리핀은 지적했다.

그러나 여기에만 집중하는 건 근시안적 시각이다. 그리핀은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블랙스완’이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 그는 서구의 러시아 제재가 가진 강도와 성격을 봤을 때, 장기적으로 달러에 기반한 글로벌 금융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구 국가들이 러시아의 자본시장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유례없는 조치로 ‘달러의 무기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파급효과는 심각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달러화 지배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중국-러시아-이란-브라질의 탈(脫)달러화 블록이 빠르게 형성돼 성장하면 미국 기업과 투자자는 결국 이 블록에서 배제될 것이다. 그리핀은 “미국이 누려온 기술 우위를 스스로 종결짓는 씨앗을 뿌린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의 말은 제대로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그리핀은 월가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자 기록을 보여줬고, 그만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지난 31년간 그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 해는 두 해밖에 없고, 지금까지 투자자에 안겨준 연평균 수익률은 19%에 달한다. 그는 거시경제 추세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글로벌 금융을 이끄는 대지주로서 입지를 다지며 높은 수익을 창출해왔다.

그리핀이 운영하는 또 다른 금융기관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은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주식거래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개인투자자 거래에서 40%, 스톡옵션 거래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증권사 중 하나다. 그리핀은 예측 분석, 기계학습,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똑똑한 수학자와 과학자들을 고용하여 실시간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한다. 덕분에 시타델 증권은 신규 시장으로 확장하며 시타델 헤지펀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1주 거래당 수수료가 아주 소액인데도 2021년 시타델 증권의 매출은 7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핀은 난생 처음으로 제국의 지분을 외부인들과 나눠 갖는 데 동의하며 세쿼이아와 패러다임 등 두 곳의 창투사에 지분 5%를 매각했다. 이때 책정된 시타델 증권의 기업가치는 220억 달러로, 덕분에 그리핀의 순재산은 50억 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암호화폐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패러다임이 시타델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에서 현재 파편화되어 빠르게 성장 중인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그리핀의 의지가 느껴진다. 시타델 증권은 베이징 출생의 데이터 천재 펭자오(39)가 운영을 맡고 있다. 버클리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펭자오는 디지털 자산 거래로 돌진하는 시타델의 선봉장을 맡을 만큼 역량이 탁월하다.

카지노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시타델 증권은 하우스다. 따라서 가격의 향방은 시타델에 중요하지 않다. 유가증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한 시타델은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타델의 생명 줄을 움켜쥔 건 바로 거래량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전쟁이 가져올 여파가 우려되긴 하지만, 그리핀은 불확실성과 격동의 시장이 큰돈을 벌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가 쌓아 올린 비즈니스는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놀랍다”고 헤지펀드 매니저인 억만장자 폴 튜더 존스가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억만장자 투자자는 “그리핀이 기술 비용을 줄이고 처리와 구현을 간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타델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들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플로리다 남부에서 자라난 그리핀은 일찍부터 기술에 매료됐다. 보카 레이턴 커뮤니티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수학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했고 컴퓨터 신동으로 유명했다. 10대 시절부터 IBM에서 파트타임 일을 했고, 교수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교육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했다. 기업가정신을 타고난 셈이다. 그의 외조부는 일리노이주에서 연료 공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농장 3개와 종자 사업까지 보유한 사업가였다.

그리핀은 포브스 기사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생애 최초로 해본 주식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1987년의 일이다. 하버드 신입생이었던 그는 빠르게 성장 중인 신생기업 ‘홈쇼핑네트워크’에 의문을 제기한 포브스 기사를 읽고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여 풋옵션을 매입했다. 실지로 홈쇼핑네트워크 주가는 폭락했고, 그는 수천 달러를 벌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IBM PC로 실시간 주가 정보를 받기 위해 기숙사 지붕에 위성방송 수신 안테나를 설치했다.

대학생이었을 때 그리핀은 가족과 친구로부터 자본금 26만5000달러를 모집해 옵션과 전환사채를 거래했다. 1987년 10월 증시 대폭락 이후 수익률 100% 미만의 베팅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그는 2년 뒤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에 있는 글렌우드 캐피털 소유주 프랭크 메이어로부터 바로 100만 달러를 받아 운용을 시작했다. 이 돈으로 그는 첫해 70% 수익률을 올렸고, 1990년에는 22살 나이에 메이어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받아 훗날 ‘시타델 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꾼 투자사를 설립했다. 컴퓨터 한 대와 직원 두 명, 자본 460만 달러를 갖춘 초기 형태의 퀀트펀드였다.

뛰어난 인재에 대한 집착이 성공 비결

시타델은 시작부터 놀라운 수익을 거두었다. 그가 트레이딩을 시작하고 첫 2년간 올린 수익만 평균 42%다. 1998년 그리핀이 30세가 됐을 때 시타델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10억 달러로 늘어났고, 2002년에는 시타델증권이 탄생했다. 시타델 증권은 그리핀의 옵션 거래를 처리해주던 증권 중개업체가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자 화가 난 그리핀이 직접 거래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2003년 그리핀은 34세 나이에 포브스 4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최연소 자수성가 부자’라는 명예로운 타이틀도 얻었다. 당시 그의 순재산은 6억5000만 달러였다.

이후 수년간 그는 매력적인 인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섰다. 2002년에는 조각난 엔론의 에너지 거래 사업부를 인수했고, 4년 뒤 엄청난 거래 손실에 휘청대던 아마란스 어드바이저스와 소우드 캐피털을 인수했다. 그러나 항상 순항만 한 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시타델 대표 펀드는 50% 손실이라는 큰 타격을 받았고, 회사는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그는 급박하게 내린 당시의 환매 중단 결정에 대해 “매우 어려웠던 결정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듬해 펀드는 62% 수익률을 올리며 손실을 회복했다.

그리핀은 뛰어난 인재를 뽑겠다는 집착이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후보 면접에 직접 참여했는데, 이는 일평균 2번꼴이다. 지난 3년 동안 시타델이 고용한 엔지니어만 해도 400명이 넘는다. 명문대 졸업생들을 채용하기도 하고, 경쟁 상대인 월스트리트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에서 영입하기도 한다.

시타델은 물에 던져놓고 ‘헤엄쳐 나오거나 가라앉거나’ 지켜보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골드만에서 일할 때는 너무 일을 많이 한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직원한테 너무 간섭이 심한 관리 스타일이라면서요.” 골드만삭스 부회장으로 있다가 2019년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로 시타델에 합류한 파블로 살라메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큰 그림을 많이 봅니다. 켄 덕분에 지금은 다른 의미로 일을 아주 많이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지금까지 미디어의 관심을 피해온 그리핀이지만, 지난해 시타델 증권이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와 맺은 밀접한 관계가 언론에 오르면서 원치 않았던 미디어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받게 됐다.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 판매’ 관행에 따라 시타델이 로빈후드와 돈을 주고받은, 매일 수백만 건의 주문 정보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이와 매칭되는 초단타 거래를 해서 리스크 없는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관행 자체는 합법이고, 로빈후드가 수수료 없는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식 주문 정보 판매를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2021년 2월에 그리핀은 의회 청문회에 소환되어 당시 밈 주식의 대표 격이었던 게임스톱 거래 중단과 관련된 증언을 했다. 로빈후드를 이용하는 개미투자자 군단이 대형 헤지펀드 공매도에 대항해 전성기가 지난 비디오게임 판매업체 게임스톱의 주가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려서 공매도를 건 헤지펀드들에 엄청난 손실을 안긴 사건이다. 뉴욕시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은 이 때문에 ‘쇼트 스퀴즈’에 몰려 강제 청산 위기에 처했다. 이에 그리핀의 헤지펀드와 스티븐 A. 코헨의 스타트업 ‘포인트72’는 멜빈 캐피털을 구하기 위해 27억5000만 달러를 긴급 투입했다.

며칠 뒤 로빈후드는 개인투자자의 밈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는 게임스톱뿐 아니라 재정난에 허덕이던 영화관 체인 AMC, 대형 할인점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 여타 밈 주식에도 함께 적용됐다. 그러자 게임스톱 주가가 급락했고, 멜빈 캐피털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분개한 개인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됐다. 그리핀은 의회에 나가 선서를 하고 로빈후드와 내통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시타델과 로빈후드는 공모 혐의를 벗었다. 그러나 그리핀은 레딧과 트위터에서 밈으로 만들어져 거침없는 조롱을 받았다.

“주식 주문 정보 판매를 무조건 비난하면 정치적으로는 점수를 딸 수 있겠죠. 그러나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불신하게 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자본 배분의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리핀이 말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거래 수수료는 19~20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료죠. 저희가 개인투자자에게 돌려준 가치는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수수료 없는 투자에 크게 공헌한 셈이죠.”

팬데믹 시기에 그리핀은 백신 개발과 기타 코로나 관련 프로그램에 5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다른 월가 금융인과 마찬가지로, 그도 팜비치 포시즌스에서 핵심 직원 50명과 그들의 가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고 플로리다에 거래 사업부를 열었다. 근방 해변에 있는 땅 8만㎡도 매입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불과 800m 떨어진 곳이다.

2021년 6월에 그리핀은 직원 4000명 대다수에게 일터 복귀를 명령했다. 그는 “사무실 복귀 결정은 회사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근무야말로 펀드 투자 고객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이 대면으로 협업한 덕분에 경쟁업체들과 다른 방식으로 정보에 반응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팬데믹과 밈 주식 사건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위대한 트레이더라면 모두 그렇듯이, 그리핀 또한 전쟁이 가져올 도미노효과에 주목했다. 하나의 재난에 대한 대응이 다음번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운신의 폭을 얼마나 제한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는 팬데믹 시기에 5조 달러를 쏟아부은 연방정부의 부양책에 대해 탄식을 했다. “재정적자에 큰 부담을 주고 다음 세대에 엄청난 부채를 안겨줬습니다. 재정지출의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내재적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까요?” 그가 물었다.

부양책 때문에 인플레율은 8%까지 올라갔다. 그리핀은 “우리 대다수는 성인이 되고 난 후 진짜 인플레이션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금 상승률을 고정해서 수년간 임금 계약을 체결할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죠.”

그리핀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생각한다. 유럽에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이미 전기와 천연가스 가격이 (미국의 10배 수준으로) 급등해서 화학물질과 가스에서 추출하는 비료 등은 생산 차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달러의 무기화다. 서구 국가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및 유가증권이 예치된 은행 계좌에 러시아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 헌법 초판 인쇄본 낙찰

그리핀은 “푸틴은 이를 전쟁 행위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미국은 금융에 크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매수자들이 재무부 채권을 비롯한 달러 자산을 보유하려 하지 않으면 미국은 결국 국가채무를 갚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면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연구개발과 교육, 인프라에 투자할 돈이 사라져버리죠.”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3월 말에 러시아는 자국 연료를 수입하는 일본 기업들에 루블화로 대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중국도 달러 대신 위안화 지불을 요구하게 될까? 그리핀은 “미국의 호의에 의존하는 걸 원치 않는 국가가 늘어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1차 영향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핀은 이후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혁신을 주도하고자 하는 의지만큼 강력한 건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같은 말썽꾼들은 미국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방향을 바꿀 것이다. “자국의 존재를 담보하기 위해 미국의 첨단기술에서 독립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겁니다. 더는 미국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그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미국이 석유에서 자급자족을 이루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정책 입안자들이 스스로 초래한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은 풍부한 에너지 보유고를 가진 축복받은 땅입니다. 화석연료와 석유,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고, 태양에너지와 풍력발전에 적합한 넓은 대지도 있죠. 이만큼 뛰어난 기술·지질학적 우위를 가지고도 대외 에너지 수입에 의존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죠.”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그리핀은 투자자들이 상품 가격 급등에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는 가격 급등이 종국에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천연가스가 대표적 사례다. 15년 전만 해도 천연가스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비쌌다. 그런데 프랙킹 혁명이 시작되더니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생산량이 늘어 지금은 미국이 유럽에 매일 70억ft³에 달하는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러시아를 밀어내고 유럽의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핀은 “역사적 선례를 보면 기존 솔루션의 비용을 낮추거나 그보다 낮은 비용의 새로운 솔루션을 찾았을 때 상품 가격이 극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방안은 성장이 빠르고 혁신적인 미국 기술기업들이 “사업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선봉에 서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투자자 입장인 그리핀은 아직 회의적이다. 그는 “경제나 환경적 관점에서 볼 때 비트코인은 효율성이 전혀 없어요. 결제 솔루션으로 보기도 힘듭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보유하는 이점도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유한 다른 자산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겠죠. 저는 미국 추상화를 수집하고 있으니까요.”

회의적이긴 해도 영민한 사업 전략가인 그리핀은 2조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알고리즘으로 시타델 증권의 퀀트 분석 천재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로빈후드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손쉽게 수익을 낸 그라면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을 200억 달러로 만들어준 철부지들 돈을 가져오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사실 그리핀은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이긴 적이 있다. 경매에서 이들을 제치고 미 헌법 초판 인쇄본을 4300만 달러에 낙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진행된 소더비 헌법 초판본 경매에서 그와 끝까지 경쟁한 상대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화폐 공동체인 헌법 다오(DAO: 탈중앙화 자율조직)였다. 이 단체는 초판 인쇄본 인수를 위해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수천만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결국 낙찰한 이는 그리핀이다. 그리핀은 낙찰에 성공한 후 다오 회원들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그는 “특정 기간 동안 공동 지배구조를 유지하거나 자본을 기여해준 다오 회원들에게 (헌법) NFT 발행을 허락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정을 내리질 못하더군요.” 그래서 그는 헌법 초판본을 억만장자 앨리스 월튼이 운영하는 아칸소주 벤턴빌에 있는 크리스털 브리지 미국예술박물관에 전시 대여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리핀은 “결국 위계질서와 리더십 구조, 분명한 의사결정과 권한이 필요하다”며 “참가상을 나눠주는 문화로는 정계와 재계를 이끌어나갈 리더를 배출할 수 없죠”라고 말했다.

엄청난 거래 비중

※ 경쟁사보다 월등한 기술과 인재를 갖춘 그리핀의 증권사 시타델 증권은 진출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시타델 증권은 향후 암호화폐 거래와 IPO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애국자의 마음으로 2021년 11월 그리핀은 1만7000명이 참여한 헌법 다오를 제치고 단 13부밖에 남지 않은 헌법 초판 인쇄본 중 하나를 43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가 경매에 참여한 이유는 “아버지, 헌법을 꼭 인수하셔야 해요”라는 아들의 부탁 때문이었다.

- MANEET AHUJA, CHRIS HEL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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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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