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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처럼 일하라, 핀테크 스타트업 ‘볼트’의 기업 철학 

 

라이언 브레슬로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핀테크 스타트업 볼트를 통해 수백만 개에 이르는 독립 온라인 소매업체에 아마존에 필적하는 간편 온라인결제를 약속하면서 기업가치를 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억만장자로 등극한 그는 기술기업들의 문화 및 윤리의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슈를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업계 엘리트들을 적으로 만드는 중이다. 볼트가 평가받은 기업가치 110억 달러에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브레슬로는 볼트가 용두사미에 불과하고 자신은 회사의 거품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여기저기 시비를 거는 중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있다.
볼트(Bolt)의 공동 창업자 라이언 브레슬로(Ryan Breslow)의 집은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의 떠들썩한 풀 파티와 비스케인 베이에 늘어선 억만장자 거주지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27살에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타이틀을 거머쥔 브레슬로는 침실 3개가 있는 소박한 방갈로에서 산다. 리틀 하이티 동네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집을 찾아갔을 때 그는 파란색 빈백(beanbag)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브레슬로는 대부분의 날을 집에서 혼자 보낸다. 뒷마당에 깔린 인조잔디 위에서 하우스 디스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하늘 높이 치솟은 야자수와 백색 부처상, 에어컨 사이에서 명상을 즐긴다. 일광욕실에는 러닝머신과 연결된 책상을 넣고 그 옆에는 의식처럼 연주하는 드럼을 놓았다. 그는 이곳에서 볼트를 운영하는 업무를 처리한다. 아마존처럼 클릭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결제 서비스를 수백만 개 온라인 매장에 제공하겠다는 핀테크 스타트업 볼트는 기업가치를 110억 달러로 인정받았고 직원 700명을 두고 있다.

브레슬로는 “수도승처럼 살고 있습니다. 방해 요소를 모두 제거하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요”라고 말했다. 슈퍼히어로 볼트가 그려진 보라색 티셔츠와 무지개색 운동용 반바지를 입고 반짝거리는 밑창에 알록달록한 네온색이 칠해진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그는 폭죽에서 쏟아져 나온 색종이 조각처럼 알록달록했다.

줌 회의와 온라인 요가 수업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브레슬로가 가진 볼트 지분은 그 가치가 20억 달러에 달한다. 음식은 반드시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로 만들고, 식사는 혼자 조용히 먹는다. 다른 사람 앞에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육류와 글루텐, 카페인, 알코올은 섭취하지 않는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불법 약물도 섭취하지 않는다. 엄격하게 지키는 일상은 ‘사자처럼 일하라’는 그의 근무 철학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사냥을 할 때처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집중력과 강도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이 너무 많다. 바빠 보이는 모양새만 연출하는 것”이라고 브레슬로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주 4일제 근무도 정착했다. “직원들이 쉬는 시간에 자신의 건강과 웰빙, 가족에 집중하고 회사에서 일할 때는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해가 진 후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조명이나 화면은 멀리한다. 수면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촛불을 켜고 (지역 부족민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든) 버팔로 가죽 드럼을 치며 잠들기 전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푼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로 이루어진 엘리트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저는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억만장자는 제가 유일할 겁니다.” 브레슬로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들의 클럽이나 모임, 파티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에 거부감을 가지고 집에서 고립된 삶을 사는 브레슬로는 어쩐 일인지 최근 기술산업에서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창투사로부터 투자금 10억 달러를 모집했고, 이 중 8억7300만 달러는 블루칩 전문 투자사 제너럴 아틀란틱, 블랙록, 웨스트캡, H.I.G. 그로스에서 받았다. 볼트의 기업가치는 110억 달러로 빠르게 성장했다. 볼트의 2021년 매출이 4000만 달러에 불과했기에 투자업계에서는 아직도 많은 이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를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볼트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구매자 수는 2020년 초 80만 명에서 현재 1200만 명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브레슬로는 어도비, 포에버21, 파나틱스 등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부 관계자들은 회사가 조만간 대표적 SNS 기업 및 미국 최대 백화점 중 한 곳과 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 경영 외에도 브레슬로는 『펀드레이징』과 『리크루팅』이라는 책을 자체 출간했으며, 비영리단체 두 개를 설립했다. ‘사자처럼 일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한 ‘컨셔스닷오그(Conscious.org)’, 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뉴욕에서 무료로 댄스 수업을 제공하는 ‘무브먼트’다.

원클릭 결제를 어디서나

기술업계에 혼란과 논쟁을 일으키는 행동도 이어졌다. 브레슬로는 지난 1월에 볼트 CEO직을 내려놓고 회장으로 직함을 바꿨다. 이제 막 3억5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끝낸 젊은 기업가가 내릴 결정은 아니었다. 직원을 위한 스톡옵션 매입용 대출 제도를 도입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브레슬로는 ‘급진적’ 정책이라고 표현했지만, 웹 1.0을 이끌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기업가들은 너무 무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최고 거물급 경영인들을 겨냥한 280자의 강력 펀치를 날리기도 했다.

1월의 일이다. 브레슬로는 결제 서비스에서 급부상 중인 950억 달러 규모의 스트라이프(Stripe)와 최정예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가 결탁하여 핀테크 경쟁을 압살하는 “마피아 보스”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의 개인적 감정과 사업적 결정이 함께 들어간 글이었다. 스트라이프는 볼트의 경쟁업체이고, 와이컴비네이터는 그의 입학을 거절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연이어 2월에는 영세 사업자들에게 첨단기술 툴을 제공하는 900억 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가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좋은 아이디어를 훔쳐서 스스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공격 글을 올렸다. 스트라이프와 쇼피파이, 이 기업들의 억만장자 CEO 패트릭 콜리슨과 토비아스 뤼트케 누구도 그의 도발적 공격에 어떤 대답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힘을 가진 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단면에 대해 제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브레슬로가 말했다. “업계 지식과 함께 힘든 점도 공유해야만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모두가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만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사안을 공론화하는 것은 마케팅에도 좋다. 아직 업계 대표 주자로 이름을 알리지도 못한, 불안정한 디지털 결제 스타트업 볼트는 이용자 수백만 명을 신속히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명한 경쟁자들을 거론하며 이들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트윗을 시의적절하게 올린다면 손쉽게 관심을 끌고 광고를 할 수 있다.

브레슬로는 화제를 일으킨 자신의 트윗이 트럼프가 한밤중에 충동적으로 올리는 장광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트윗을 올리기 전 그는 자신의 논지에 대해 명상을 하고, 아마존과 트위터, 핀터레스트에서 영입해온 노련한 경영 리더십팀에 먼저 의견을 묻는다. 볼트 경영진과 투자자, 고객들은 당당하게 의견을 밝히는 볼트의 화법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라이언은 그런 사람이다. Z세대 기업가인 그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를 바꾸고 싶어 한다”고 아마존에서 글로벌 물류와 프라임 서비스 풀필먼트를 총괄하다가 볼트 CEO로 영입된 마주 쿠루빌라가 말했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성공에 방해가 될 행동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라이언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것이 그들의 평가다.

6만여 개 온라인 매장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빅커머스 또한 볼트의 고객사 중 하나다. 빅커머스 CEO브렌트 벰은 오히려 브레슬로의 화법을 매우 좋아한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만 하는 것보다 언론의 자유를 이용하여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를 논하는 게 더 제 취향에 맞습니다. 훨씬 흥미롭죠.”

볼트의 약속은 단순하다. 수백만 개 가맹점과 구매자 수억 명에게 끊김 없는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클릭 한 번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존이 수년 전부터 제공해온 서비스이고 쇼피파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동네 식품점이나 중소 소매업체, 자동차 정비소 체인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을까? 볼트는 중간 지대에 있는 수많은 매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시장이 아주 크기 때문에 기회도 많습니다. 5~10년 후에는 소매판매 시장의 20%를 점유할 수도 있어요.” 볼트의 시리즈E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CE 이노베이션캐피털의 창업주 데니스 콩이 말했다. 2021년 아마존은 600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판매했고, 쇼피파이 네트워크에 속한 100만 개 넘는 판매점에서는 1750억 달러가 결제됐다. 볼트는 여기 속하지 않은 전 세계의 나머지 가맹점을 전부 노리고 있다. 스타티스타 통계에 따르면, 이들 나머지 가맹점의 2021년 온라인 매출은 4조9000억 달러에 달했다.

볼트를 이용하면 구매자들은 구매양식 작성, 신용카드 번호 기입, 암호 입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파트너 매장 사이트에서 결제를 할 때 박스에 체크만 하면 쇼핑 네트워크에 바로 가입할 수 있으며, 이후 네트워크에 속한 매장 사이트를 방문하면 사이트에서 바로 사용자를 인지하고 자동 로그인을 해준다. 결제를 할 때는 클릭을 한 번 하고 문자나 이메일로 받은 코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판매자의 경우 원클릭 결제로 번잡스러운 과정이 사라지면 구매 빈도와 매출액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온라인 카트에 담긴 물건의 70%가 최종 결제로 이어지지 않고 사라진다. 볼트는 실제 매출이 이루어질 때만 결제액의 2%를 건당 수수료로 받는다. 쇼피파이가 자체 결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사에 부과하는 수수료율과 비슷하다. 아마존의 경우 결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해주지만, 외부 판매업체의 경우 소매 가격의 8%에서 45%에 이르는 엄청난 수수료를 받아간다. 볼트 가맹점의 경우 배송 및 신용카드 수수료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기만 하면 된다.

겉에서 봤을 때 결제 처리는 특별할 것 하나 없이 단순하다. 그러나 기술 내용과 규제 환경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한 서비스가 아니다. 소매업체는 판매 사이트에서 결제와 판매세, 재고, 배송비, 배송 주소, 쿠폰 코드 등을 처리하면서 사기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봐야 한다. “결제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30 건에 이르는 통합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전자상거래 생태계는 하나가 해킹되면 나머지도 함께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서 스릴 넘치죠.” 브레슬로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결제 부분으로 넘어가면 갑자기 기능들이 10년은 후퇴한 걸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죠. 저희는 어디에서나 설치 가능한 범용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어려운 작업을 진행해야만 했죠.”

무디스의 핀테크 선임 애널리스트 피터 크루코프스키는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결제 시장에서 업체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빠른 속도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규모와 안정성, 무료 배송을 내세우고, 페이팔은 미국 상위 500개 사이트에서 이용하는 결제 서비스로 온라인결제를 누구보다 먼저 정착시킨 원조로 인정받으며 결제 위조 방지, P2P 결제, 직불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페이는 미국에서만 1억1000만 대 넘는 아이폰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앱스토어와 동네 커피숍에서 똑같이 간편한 결제를 지원한다. 어펌, 애프터페이, 클라르나 등 핀테크기업은 즉각적인 대출 서비스를 지원해준다. 이제는 아주 평범한 웹브라우저에서도 배송지 주소, 신용카드 번호 자동완성 등의 간편결제를 지원할 정도다.

골프 연습장에서 억만장자 행로의 시작

그러나 여러 대기업의 시도는 실패로 끝난 경우가 많다. 비자, 체이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구글, 삼성, 월마트 모두 ‘바로 구매’ 기능을 도입했지만, 얼마 안 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원클릭 쇼핑의 원조 아마존조차도 외부 사이트에 아마존의 노란 ‘체크아웃 진행’ 버튼을 넣는 캠페인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수많은 기업의 무덤이 됐다”고 시장조사기관 모펫-네이던슨의 리사 엘리스 전무이사가 말했다. “수십 개 기업이 진출해서 가맹점 점유율 10%까지 도달했다가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브레슬로는 볼트가 ‘바로 구매’ 버튼에 연연하지 않고 그 이상을 제공함으로써 죽음을 피하고 110억 달러라는 거품 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웹사이트의 가장 좋은 자리에 구매 버튼을 집어넣기 위한 싸움은 다른 업체로 넘기고 볼트는 막후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리테일 업계의 ‘인텔 인사이드’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만고만한 핀테크 업계에서 이는 진정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볼트는 핀테크 산업의 스위스가 되길 원한다. 볼트의 미들웨어는 모든 결제 처리 프로그램과 코딩 언어를 비롯하여 신용카드, 직불카드, 애플페이, 구글페이, 페이팔, 선 구매 후 결제 사이트 등 어떤 구매 방식과도 연동되며, 조만간 암호화폐 결제 처리도 지원할 예정이다. 어떤 신용카드나 은행, 이통사, SNS, 상거래 브랜드와도 연계되지 않은 볼트는 말 그대로 모든 웹사이트에서 지원이 가능하다.

게다가 지금은 대형 리테일 업체들과 무더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중이다. 이들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실제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매출에 반영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4000만 달러라는 초라한 연 매출은 투자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볼트의 매출과 이용자 수가 2022년 하반기에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뛰어난 창업자와 경영팀, 확실한 목적, 상품 장악력, 강력한 고객 확보 능력이란 조합을 찾고 있는데, 볼트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라이언 트리의 투자자 하워드 한이 말했다. “기업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매출이 창출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파이프라인입니다. 상품을 사용 중인 고객, 고객이 되어줄 기업의 유형 등이죠.”

‘데카콘’ 가격에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도 바로 이 규모의 잠재력 덕분이다. “지난 12개월간 기업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진 건 맞다”고 언타이틀드 인베스트먼트 창업자이자 타이거 글로벌 파트너였던 니라즈 찬드라가 말했다. “그러나 볼트는 연간 거래액이 1억 달러에 달하는 가맹점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걸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겁니다.”

브레슬로가 억만장자의 길을 걷게 된 시작점은 컴퓨터 연구실이 아니라 골프 연습장이었다. 노스 마이애미비치에서 태어난 그는 열정적인 개인사업가 집안에서 성장했다. 외할아버지와 친할아버지는 청바지 가게와 소규모 회계사무소, 해산물 시장을 운영했으며, 부모님은 스포츠광들이 골프공을 호수로 쳐서 보내는 골프 연습장을 운영했는데 인기가 아주 좋았다. (이 골프 연습장은 1990년대 말 패럴리 형제가 연출한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 등장해 짧은 기간 동안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다.) 브레슬로는 골프채를 닦거나 현금 계산대를 지키거나 어망으로 호수에 빠진 골프공을 꺼내는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13살이 됐을 때는 전체 매장 운영을 맡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돈의 가치를 가르쳐주셨습니다.”

브레슬로는 학생 수 2500명인 공립학교 닥터 마이클 크롭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생 절반 이상은 빈곤 가정 출신이었다. 그는 최대한 많은 AP 수업을 듣고 온라인강의로 추가 학점을 따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온라인 튜토리얼과 유튜브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기도 했다. 이후 온라인 매트리스 업체 ‘메모리폼 닥터’를 세우고 럭셔리 쇼핑센터 발 하머와 르브론 제임스가 광고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언노운(UNKNWN)의 웹사이트를 구축해주며 돈을 받았다. “프로젝트당 1000달러 정도를 받았으니까 돈을 그렇게 많이 번 건 아니죠. 그러나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수입이 가장 많았습니다.”

높은 학점과 사업 경험 덕에 그는 2012년 스탠퍼드대학에 합격했다. 팰로앨토는 그에게 문화충격과도 같았다. 골프 연습장에서 계산대를 지키던 소년은 이제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가진 엘리트 집안 자제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됐다. “그 정도의 부를 가진 아이들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다들 회사 창업주나 CEO 집안의 자제들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부모님의 지원으로 12살 때부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이죠.”

압도감을 느꼈지만 절대 티는 내지 않았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그는 브레이크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기업가정신을 키우기 위한 유대계 사교클럽) 알파 입실론 파이의 스탠퍼드 지부를 주도적으로 부활시키고 스탠퍼드 비트코인 클럽을 공동 창설했다. 2학년 때는 학교 친구와 함께 비트코인을 소량으로 매입해서 전자상거래 결제에 이용하는 디지털 지갑 설계를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기술 투자자가 시드머니 투자를 약속했고, 둘은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공동 창업자가 흥미를 잃고 일에 소홀해지기 시작했고, 지원을 약속한 투자자는 떠나버렸다. 동시에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나 다름없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는 비극도 겪었다. “우주에 나름대로 계획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 집어치우자’란 마음으로 스탠퍼드를 중퇴하고 혼자서 창업을 했습니다.”

더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지만 기숙사 열쇠를 복제해서 계속 기숙사에서 지냈다. 중퇴한 학기에 스탠퍼드 친구였던 에릭 펠드만이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이후 2014년 2월에는 역시 동창이었던 아르만 알리(현재 창투사 ‘휴먼 캐피털’의 경영자)가 소액의 시드머니를 지원해줬다. 스탠퍼드에서 강의를 하던 기술 기업가 제이보렌스타인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해주면서 브레슬로는 아파트를 얻어 기숙사에서 나왔다.

그와 펠드만은 이후 1년간 금융규제와 컴플라이언스, 자금세탁 및 사기 방지 법규를 공부했다. 그런데 난제가 생겼다. 비트코인이 일상적 거래 처리에 적절한 화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거래 속도는 너무 느린데 수수료는 높았고, 하루 사이에 가치가 절반이나 하락할 수 있는 불안정한 통화를 받아들일 소매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빠른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느 날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아마존은 1999년부터 원클릭 결제를 제공해왔는데 아직도 원클릭 결제를 지원하는 건 아마존뿐이라는 사실이었죠.” 그가 말했다. “시장을 파보니 성장잠재력이 얼마나 엄청난지 알겠더라고요.”

논란 속에서도 빠른 인정과 소신

기업들을 설득하려면 아직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브레슬로의 트위터 피드를 보면 연륜 있는 기술기업 경영진이나 브레슬로가 올린 실리콘밸리 비판 트윗에 반감을 가진 벤처투자자들이 볼트의 급여 지급 방식이나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를 비난하는 분노의 트윗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브레슬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스트라이프와 쇼피파이를 건드리는 글이나 볼트가 새로 도입한 스톡옵션 대출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 구매 자금을 대출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볼트가 채택한 직원 보상제도의 일환이다.

브레슬로는 이것이 “파격적 돌파구”이며 “가장 직원 친화적인 옵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이 아이디어를 그가 처음 시도한 게 아니며,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직원 보상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직원의 스톡옵션 구매 금액을 대출해주는 관행은 1990년대에 제법 흔했지만, 결국 재앙으로 끝났다. 첫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 직원들이 구매한 옵션은 휴지 조각이 됐고 일자리는 사라졌는데도 대출 상환일은 어김없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브레슬로는 과장이나 진실 때문에 훌륭한 스토리가 망가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2월에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자본을 상징하는 ‘샌드힐 로드’에서 투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지칭했다. 그러나 볼트 투자사 명단을 보면 트라이브 캐피털, 소마 캐피털, 릿지 벤처스, 샌드힐 앤젤스 등 베이 에어리어에 자리한 창투사들이 즐비하다. 볼트의 전직 직원 중 한 명은 초기 영업팀이 자기들이 받아갈 커미션을 늘리기 위해 매출과 거래액을 부풀리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브레슬로는 이를 깨끗이 인정했다. “일부 영업사원과 가맹점이 금액을 부풀린 게 맞습니다. 그래서 신속히 이를 잡아내고 자체보고 방식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감사위원회를 만들어 데이터와 숫자를 모두 점검하도록 했고요. 주주를 대상으로, 또 자금 모집을 진행하면서 숫자를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솔직해지자. 기술업계에는 과장된 주장과 비현실적 철학, 별난 생활방식, 특정 개인에 대한 숭배가 넘쳐난다. 브레슬로는 그 한가운데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척하라’는 진부한 각본을 따라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기술 산업은 바이오해킹, 마이크로도싱, 다자연애, 버닝맨 등 기괴한 문화현상이 생겨난 진앙지가 아닌가. 동료 기업가들에 비하면 브레슬리는 금욕을 앞세운, 꽤나 긍정적인 ‘별남’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볼트의 일상적 경영을 새로운 CEO에게 넘긴 브레슬로는 이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가 기업가치를 140억 달러로 산정하고 더 많은 투자금을 모집 중이라는 정보도 나온다. 현재 그는 스타급 코딩 개발자를 모집하면서 (당연히) 더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중이다. 조용히 입을 다물 생각은 전혀 없다. “제가 생각하는 진실을 공론화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면 그냥 저한테 투자하지 마세요. 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던 대로 행동할 거니까요.”

※ 야자수 앞에서 포즈를 “이곳에서의 고독은 정말 강력합니다. 혼자서 생각에 집중할 수 있어요. 덕분에 사업상 많은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매일 마이애미 집 마당에서 요가를 수련하는 브레슬로의 말이다.

- STEVEN BERTON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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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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