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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스노우피크 코리아 대표 

일상에 녹여낸 캠핑의 정수 

장진원 기자
스노우피크는 캠핑용 텐트의 대명사가 된 ‘리빙쉘’과 ‘오토캠핑’ 개념을 처음 선보인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다. ‘삶 속에서 자연을’이라는 슬로건은 캠핑에 대한 진심과 고집을 드러낸다.

▎김남형 대표는 올해 스노우피크 일본 본사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외국인 임원은 스노우피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조되면서, 어느 곳을 가든 안전과 방역이 사회적 기준으로 정착됐다. 캠핑도 팬데믹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201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했던 국내 캠핑 붐은 채 5년이 안 돼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해외여행 길이 막혔고, 사람들로 붐비는 복잡한 관광지 대신 안전한 자연환경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캠핑이 제2의 붐을 맞고 있다. 캠핑에 나선 셀러브리티들이 등장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팬데믹 이후 두드러진 트렌드다.

동네 뒷산에 오르더라도 히말라야 트래킹에 준하는 옷과 장비를 갖춰야만 직성이 풀리는 곳이 한국 시장이라지만, 정작 캠핑용품으로 시선을 돌리면 전문 브랜드라 부를 만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2008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오롯이 캠퍼들을 위한 아웃도어 제품들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있다. 스노우피크(snow peak)다.

전 세계 캠퍼들이 열광하는 오리지널리티

스노우피크는 1958년 일본 니가타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설립 초기에는 아이젠 같은 등산용품을 제조·판매했고, 현재는 텐트를 비롯한 캠핑용품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캠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는 일본 본사를 중심으로 어패럴 사업에도 뛰어들어 비즈니스 영역을 넓혔다.

스노우피크 코리아는 지난 2008년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스노우피크 코리아를 이끄는 김남형 대표는 2009년 경기도 파주에 문을 열었던 1호 직영점장으로 합류해 2013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18년에는 일본 본사의 아시아영업본부장에 선임돼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휘했다. 올해 3월에는 일본 본사의 등기임원으로도 선임됐는데, 스노우피크 역사상 외국인이 본사 임원 자리에 오른 건 김 대표가 처음이다. 흔히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일본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케이스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한국 법인 설립 초기부터 함께하면서 시장 안착을 이뤄냈고, 아시아 시장 진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면서도 “한국 스태프 모두가 똑같은 비전으로 임하고 활동했기에 가능했다”고 임직원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스노우피크는 창업 이래 지금까지 캠핑에 대한 진심을 담아온 브랜드로 꼽힌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캠퍼들을 위한 장비와 용품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있다. 팬데믹 이후 다시 불기 시작한 국내 캠핑 열풍은 한자리를 굳게 지켜온 스노우피크의 진면목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텐트 안에 침실(이너텐트)과 거실 공간을 분리한 ‘리빙쉘’ 텐트는 본래 스노우피크가 선보인 제품명이 고유명사화된 케이스다. 2009년 출시한 ‘랜드록’ 제품은 20년 넘게 텐트업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0년대 개발한 화로대 역시 스노우피크가 처음 선보인 혁신제품으로 유명하다. 캠핑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오토캠핑’ 콘셉트도 스노우피크가 처음 개발한 트렌드다.

김 대표는 “창립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스노우피크의 기업정신과 진정성이 캠퍼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스노우피크의 모든 임직원이 캠퍼이자 장비·용품의 유저라는 게 창업주의 철학입니다. ‘내가 가지고 싶은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뜻이죠. 현대화, 문명화, 파편화된 삶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가치를 캠핑을 통해 구현하려 합니다. 일본 본사의 ‘인생에서 들놀이를’라는 슬로건을 스노우피크 코리아에선 ‘삶 속에서 자연을’로 구현하고 있어요. 자연으로 나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솔루션을 캠핑으로 구현하는 거죠.”

임직원 모두가 열혈 캠퍼로 구성된 조직답게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소통은 스노우피크가 놓칠 수 없는 가치다. 1998년 일본 본사에서 시작된 캠핑 이벤트인 ‘스노우피크웨이’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9년 5월 춘천 중도유원지에서 60가족이 참여해 처음 열렸다. 팬데믹 이전까지 총 40여 차례 열린 스노우피크웨이에는 매회 60~100팀 정도가 참여해왔고, 누적 캠핑 인원만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우리 제품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아니라 유저 대 유저, 컨슈머 대 컨슈머로 소통하는 자리죠.”

스노우피크의 올해 중점 사업도 새로운 캠프필드 개장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80사이트 정도의 캠핑장을 직접 운용할 예정이다.

“스노우피크가 새로 개장할 캠프필드는 풍요로운 자연을 만끽하고, 사시사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에 맞춘 설계와 디자인, 콘텐트를 일본 본사의 캠프필드 못지않게 선보이려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캠프필드가 어떤 모습일지 많이 공부하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캠핑 비즈니스의 확대는 올해 김 대표와 스노우피크 코리아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이다. 단순히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캠핑오피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고 한다. 천편일률적인 기업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사무 공간을 캠핑과 자연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무실 설계부터 사무용 가구, 소품 등을 캠핑 콘셉트로 변화시킨다는 개념입니다. 새로 조성할 캠프필드에 기업 워크숍 등을 유치해서 기업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나아가 사무실 자체를 캠핑오피스로 바꿀 계획인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일본에서 시행 중이죠.”

지난해 9월 개장한 스노우피크 랜드스테이션 하남점은 스노우피크가 추구하는 캠핑오피스를 구현한 장소다. 약 3300㎡(1000여 평) 부지에 3층 규모로 들어선 랜드스테이션 1층에는 카페·베이커리 매장이, 2층에는 캠핑용품 및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전시한 스토어가 들어섰다. 3층에는 회사 스태프들이 근무하는 캠핑오피스가 자리 잡았다.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화로대, 흙과 나무로 꾸민 사무실은 오피스라기보다는 캠핑장에 가깝다. 널찍한 건물 앞마당은 실제로 텐트를 치고 캠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캠핑오피스로 비즈니스 영역 확장

“스노우피크는 삶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우리 삶과 밀접한 요소인 동(働)과 유(遊), 즉 일과 여가를 즐기는 부분까지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나갈 예정입니다.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과 기능을 접목한 ‘의(衣)’사업, 캠핑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레스토랑의 ‘식(食)’사업, 캠핑도구를 인도어에서 사용하는 어반 아웃도어 ‘주(住)’사업 부문이죠. 여기에 자연 친화적인 오피스 환경을 조성해 더욱 창의적인 소통 공간을 만드는 캠핑오피스 ‘동(働)’사업, 마지막으로 스노우피크의 본질인 캠프 활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여가 활동을 제안하는 ‘유(遊)’사업 부문까지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을 비롯한 ESG 경영도 김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2018년부터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과 협업해 산불이 난 지역에서 나무심기 활동을 벌이고 있고, 필드 이벤트 때마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수익금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 농가 등과 함께 특산물 판매 등에 나서는 등 상생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캠핑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YMCA와 협약을 맺어 소외계층 청소년들의 캠핑 체험을 지원했다. 이들이 건전한 인격을 갖추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임직원 멘토·멘티 활동까지 아우르고 있다.

“2019년에 불었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 후에도 거래량이 급격히 추락한 다른 일본 브랜드들과 달리 스노우피크의 실적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판매자와 고객 관계를 넘어, 캠핑에 대한 진정성과 지금까지 벌여온 진심 어린 ESG 활동이 고객들에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지와 응원도 많이 받았죠. 캠핑용품은 어느 브랜드이든 대체가 가능하지만, 스노우피크만의 오리지널리티와 프리미엄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205호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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