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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 

NO DATA NO GROWTH 

장진원 기자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새롭게 선정한 유니콘 대열에 아이지에이웍스가 합류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생존 조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마국성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능력을 무기로 글로벌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백화점 VVIP인 A씨. 평소 가장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의 F/W 한정판 신상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 △△백화점에서만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급한 맘에 △△백화점으로 차를 돌렸지만 몰려든 차량으로 주차하는 데만 몇십 분을 소비해야 했다. 결국 그토록 원한 한정판 신상은 남의 물건이 돼버렸다. 평소 ○○백화점의 최고급 접대와 호사로움을 즐겨왔지만, △△백화점에선 아무 의미 없음을 절감했다.

가상의 에피소드다. 그러니 ○○백화점이든 △△백화점이든 마케팅 담당자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아도 된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A씨가 ○○백화점 VVIP라는 사실을 △△백화점 마케터가 미리 알았더라면? 그가 주차장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걸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당장 새로운 VVIP를 위한 발레파킹 서비스와 퍼스널쇼퍼를 대동했을 게 틀림없다.

이런 사정은 온라인쇼핑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다. 쿠팡 열혈 이용자가 어느 날 갑자기 11번가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해도, 11번가 입장에선 그저 평범한 신규고객이 한 명 추가됐을 뿐이다. 만약 11번가 신규고객 1000명 중 평소 쿠팡을 애용하는 열혈 고객이 200명쯤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에게는 다른 신규고객과 차별화되는 색다른 마케팅 메시지를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위 사례들은 정보의 비대칭이 옥석을 가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 플랫폼 안에서 열심히 데이터를 쌓고 분석한다 해서 고객의 성향과 니즈, 나아가 마케팅과 사업을 온전히 이상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뭐니 하는 통에 죽을 맛인데, 지금껏 열심히 쌓아온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니, 당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속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전환이라는 화두 앞에 선 모든 이의 고민을 해결해줄 구원자라도 나와야 할 판이다.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 이하 아이지에이) 대표의 말을 따라가보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라는 게 결국 뭘까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아닐까요. 마케팅이든 신사업이든 인사관리든, 데이터를 잘 쌓고 저장하는 게 첫 단계입니다. 요즘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런 인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DT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유가 뭘까요. 데이터를 쌓아놓기만 할 뿐, 통합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본질


마 대표는 “한 기업에서조차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통합해 관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가령 한 기업 안에서도 비슷한 정보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회원관리 데이터베이스에, 혹은 포스(POS) 시스템, 그도 아니면 광고 플랫폼에 제각각 흩어져 있다는 뜻이다. 마 대표는 “이걸 한데 모으고 통합하는 일 자체가 큰 난제”라며 “DT의 핵심은 결국 흩어진 데이터를 한데 모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지에이는 국내 최대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 2006년 설립 이후, 창업 16년 만인 올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유니콘 기업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데이터 없는 성장은 없다(No Data No Growth)’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데이터 테크에 특화된 기업이다. 데이터 부문, 나아가 B2B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 유니콘에 등재된 건 국내에서 아이지에이가 처음이다.

아이지에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데이터다. 모바일상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데 모으고 분석해 고객 니즈에 맞게 명확한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일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통합과 분석이 가능해야 진짜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라는 마 대표의 설명이 그제야 조금씩 이해된다.

빅데이터 비즈니스는 결국 경쟁사에 비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성패와 역량이 갈린다. 아이지에이 역시 남들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일 수밖에 없다. 현재 아이지에이는 4300만 명 규모의 모바일 이용 행태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간 거래 규모 40조원에 달하는 모바일커머스 관련 데이터도 확보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8000개 제품 카테고리, 32만 개 브랜드, 3658만 개 제품이 이들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1300만 가구 규모의 TV 방송·광고 시청 데이터까지 더했다. 데이터 테크를 표방하는 국내 기업 중 아이지에이가 단연 앞서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때마침 국내 기업들도 DT 태풍을 거세게 맞고 있다. 디지털전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을 가리지 않고 미래 생존을 가름할 필수조건으로 떠올랐다. 마 대표는 “2~3년 전부터 많은 회사가 내부에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거의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기업들이 유행처럼 자체 데이터 플랫폼을 갖추기 시작했어요. 대기업이 보안을 이유로 SI 기업을 자회사로 두는 것과 비슷했죠. 그런데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아예 포기했습니다. 내부에서조차 활용하는 플랫폼이 제각각인 데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이를 속도감 있게 담아내는 게 어렵기 때문이에요. 오프라인 백화점의 고객·판매 데이터가 자사 온라인몰 데이터와 따로 노는 경우도 많죠.”

아이지에이를 비롯한 데이터 테크 업계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한 건 올 들어서다. 자체 데이터 확보와 분석만으론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의 SaaS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이슈도 SaaS에 기반한 DT 수요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 이미 미국 등에 선 데이터 플랫폼을 표방한 SaaS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지 오래다.

고객정보 바깥에 숨은 진짜 데이터


“대체 DT라는 게 뭐냐?”는 돌발 질문을 던지자 마 대표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학계나 업체에 따라 DT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라던 마 대표는 “우리 입장에선 기업이 자사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을 DT의 출발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 용어로 업계에선 이를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이라 부른다. 유통, 금융, 제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체 고객 데이터를 쌓는다는 기본이 데이터 기반 경영과 마케팅의 출발임은 당연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디지털전환이 이 정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더 큰 숙제는 그렇게 확보해 작성한 고객 명단으로는 실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자사 서비스 밖에선 뭘 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기업마다 고객 데이터를 열심히 쌓고 분석합니다. 근데 그 사람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라이프스타일이 어떤지, 자산 규모는 어떤지 등에 대해선 깜깜해요. 이커머스 기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11번가를 매일 쓰다가 쿠팡에 처음 들어간 고객은 쿠팡 서비스 안에선 충성도가 낮은 고객으로 인식됩니다. 경쟁사에선 VIP인데도 말이죠. 내부 정보, 즉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제아무리 열심히 쌓아도 외부 정보를 모른다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만 보는 셈입니다.”

아이지에이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이러한 외부 정보에서 나온다. 즉, 서드파티 데이터분석이다. 방대하게 확보한 CDP를 기초로, 경쟁사나 시장 전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업계에선 이를 CDP와 구분해 ‘데이터 관리 플랫폼(DMP)’이라 부른다. 마 대표는 “DMP 역량이야말로 데이터분석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백화점에 온 고객 중 타사 VIP 고객은 몇 명인지, 이커머스 신규고객 중 타사 열혈 이용자는 누구인지를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지에이가 내세우는 4300만 명 규모의 모바일 기반 프로파일 데이터도 바로 이러한 DMP 분석에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DMP에 모인 데이터는 철저하게 익명입니다. 개인정보보호 차원이죠. 우리가 확보하고 분석하는 건 사실 사람이 아니라 모바일 디바이스예요. 엄밀히 말해 디바이스 4300만 대를 분석하는 거죠. 이미 확보한 CDP를 기초로 연령, 성별, 직업, 직장, 거주지, 주요 활동지 등으로 최대한 세분화합니다. 예를 들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 자산지수를 유추할 수 있죠. 결혼 여부, 자녀 나이, 자동차 종류, 심지어 애완동물을 키우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디바이스 보유자의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가 없어도 기기의 식별값만 취해 인공지능(AI)이 프로파일링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분석 대상이 되는 디바이스 개수는 9800만 대까지 세다가 그만뒀어요. 43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중 유의미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 수만 나타낸 겁니다. 사실상 전 국민이라 봐도 무방하죠.”

가령 AI 알고리즘이 ‘해당 디바이스의 사용자가 남자일 확률이 90%’라고 추정하는 식인데, 놀랄 만큼 정확도가 높다. 아이지에이가 게임 데이터를 매일 분석해 산출한 예상 일 매출액을 게임사가 분기별로 공식 발표한 실적과 비교하면 99% 이상 일치할 정도다. 일부 사소한 오차가 있더라도, 대부분의 정보가 마케팅에 활용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마 대표는 CDP와 DMP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이터 플랫폼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나스닥에 상장한 유니콘과 데카콘들도 서비스별로 세분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입기여도분석(attribution), 메시징(messaging), 데이터분석(analytics) 등을 내세운 CDP 기업들, 또는 이를 기반으로 DMP에 특화된 기업들을 말한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 덕에 개별(vertical)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한 사업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지에이의 특화된 데이터 확보와 분석 능력은 이들의 서비스를 구입해 사용하는 클라이언트 명단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구글,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같은 ICT 공룡들을 비롯해 신세계, CJ, 쿠팡, KT, 넷마블, 텐센트, 스타벅스, SSG.COM, 현대몰, 홈플러스, 유플러스, SK텔레콤, 티웨이항공 등 데이터분석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주요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 암호화폐 거래소 등 보안과 규제가 강한 금융기관들도 아이지에이의 고객사 명단에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이지에이의 세부적인 사업 모델은 CDP 분석에 특화된 디파이너리(DFINERY)와 DMP에 기반해 마켓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MOBILEINDEX), 두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광고·마케팅 솔루션인 트레이딩웍스(TRADING WORKS) 등으로 나뉜다. 마 대표는 “아이지에이처럼 CDP와 DMP, 나아가 마케팅·광고 플랫폼까지 한곳에 아우른 풀스택(Full-Stack) 기업은 거의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4300만 명+40조원+1300만 가구


경쟁사를 압도하는 데이터 확보와 분석 기술은 실적으로도 증명된다. 2016년 241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8년 609억원, 2020년 1275억원에 이어 2021년 들어 181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0%대를 넘는다. 아이지에이의 데이터분석 정확도와 신뢰도를 시장이 확인해준 결과다. 마 대표는 “퍼스트파티(CDP)와 서드파티(DMP)를 종합하면 고객에 대한 360도 프로파일을 어떤 경쟁사보다 정교하게 작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커머스에 국한한다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누가, 왜, 무엇을 구매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원하는 건 명확합니다. 어떤 사람이 우리 고객이고,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명료한 인사이트를 찾는 거죠. 고성능 정찰위성과 레이더로 적진을 분석해야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잖아요. 방대한 데이터 확보, 또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의 정교한 고객 프로파일링이 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무기입니다.”

최근 아이지에이는 또 하나의 고성능 신무기를 장착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TV 방송·광고 시청’ 데이터다. 웬만한 집에 설치돼 있는 TV 셋톱박스와 IP 공유기가 데이터를 얻어낼 디바이스 역할을 맡는다. 셋톱박스와 주변 스마트폰을 아이지에이의 근거리 데이터통신 기술로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15초 단위로 광고 시청을 분석해 가족 중 누가 어떤 광고를 몇 시 몇 분 몇 초에 봤는지, 실제로 광고를 본 후 앱을 설치하거나 제품을 구매했는지 등이 실시간 트래킹된다. 데이터를 통해 시청자의 행동 변화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이지에이는 약 1300만 가구에 달하는 TV 시청 데이터에 더해 4300만 명의 모바일앱 사용 데이터, 40조원의 모바일커머스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기존에 확보한 내부 고객 데이터(CDP)와 연동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초개인화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TV 시청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시도 역시 국내 최초다.

“임직원들끼리 ‘핵무기가 완성됐다’고 할 정도로 기대가 큽니다. 방송광고만큼 낙후된 시장이 드물어요. 지금까지 불과 4000가구 샘플로 시청률 조사를 해왔는데, 1990년대 방식을 몇십 년째 고수 중이죠. 그나마도 프로그램 시청률 조사일 뿐, 광고 시청률에 대해선 어떤 정보도 없어요. 광고주가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이고도, 정작 방송광고가 얼마만큼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는지 깜깜한 셈이에요. 우리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올해 말부터 개별 광고를 누가 몇 명이나 봤는지 파악하는 환경이 새로 열립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흥미진진해요.”

고도화된 기술경쟁력, 디지털로 급격히 이동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아이지에이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끈 또 다른 배경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공룡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조차도 자체적으로 확보한 데이터에 더해 외부, 즉 아이지에이의 DMP 솔루션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일반 광고주, 즉 기업들도 디지털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 과거 이커머스 기업이나 게임사들이 주도했던 DT가 최근 들어선 제조와 금융 등 전통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리점이나 양판점에서 판매하던 가전제품마저 온라인 판매 비중이 더 커졌고, 심지어 자동차처럼 자산가치가 큰 제품들도 스마트폰으로 구입하는 시대가 됐다.

나이키의 D2C(Direct to Comsumer, 소비자직거래) 비즈니스 강화는 기업이 데이터 확보에 얼마나 열을 올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키는 자사몰 판매를 천명하며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빠져나왔다. 당시 나이키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던 아마존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나이키에는 생사를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나이키의 결단은 유통마진 몇 푼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판매 플랫폼은 제조사에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다. 나이키는 고객 접점을 직접 만들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좀 더 정밀한 마케팅에 나섰고, 결과는 2억5000만 명이 넘은 ‘나이키 플러스’ 회원수로 증명됐다.

글로벌 데이터 공룡들과 한판 승부

디지털전환이라는 거센 물결이 기업과 산업구조의 틀을 바꿔왔듯이 마 대표와 아이지에이 역시 시대 흐름을 읽어낸 변화와 함께했다. “다른 유니콘 기업 창업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다”는 말에 마 대표는 “그도 그럴 게 이력서에 적을 내용이 두 줄밖에 없다”며 웃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97학번인 마 대표는 졸업 직후 게임기업 넥슨의 사업개발팀에서 일했다. 당시는 벤처 붐을 타고 많은 게임기업이 돈방석에 올랐을 때다. 마 대표는 “외국계 컨설팅사나 상경계열 출신들이 신사업 개발이라는 특명을 띠고 게임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사업개발팀의 주요 임무는 여러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신규사업, 즉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는 일이었다. 당시 넥슨은 세계 최초로 게임 안에 상업광고를 접목하며 광고시장에 충격을 던졌는데,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마 대표였다. 축구게임 속 전광판에 음료수 광고를 내보내는 식이다.

넥슨뿐 아니라 모든 게임을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은 2006년 아이지에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온라인게임 최강국인 한국이야말로 먹히는 시장이라 확신했다. ‘인 게임 애드(In Game AD)’에서 따온 사명도 이때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게임 안에서 순수한 브랜딩 광고 예산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고, 곧 매출 성장도 멈췄다.

아이폰을 필두로 새롭게 열린 모바일 생태계는 위기에서 벗어날 단비가 됐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가지각색 애플리케이션이 채우기 시작했다. 앱 시장의 가능성을 본 마 대표는 앱 하나를 설치할 때마다 리워드를 주는 광고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예상은 들어맞았다. 리워드 환경을 갖추려면 앱마다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코드를 탑재해야 했는데, 한때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1~10위에 든 앱들이 모두 아이지에이의 SDK를 깔 정도였다. 2013년 무렵엔 주식시장 상장까지 고민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안정적인 발판이 마련됐지만, 마 대표는 또 한 번의 피벗팅을 주저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마주하면서다.

“단순히 트래킹에서 끝날 게 아닌데? 무릎을 쳤죠. 폭발적으로 커지는 앱 시장을 보면서 제대로 된 매저먼트(measurement) 플랫폼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해외로 눈을 돌리니 이미 어마어마한 공룡들이 달려가고 있더군요. 상장 계획 대신 시리즈C 투자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당장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트래킹 솔루션을 만들고 무료로 배포했어요. 2015년 즈음인데, 당시 이미 우리 솔루션을 탑재한 앱만 2만 개가 넘었습니다,”

빅데이터 확보와 분석의 고도화는 이때부터 비로소 아이지에이의 사업 방향과 비전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사들의 펀딩도 이때를 기점으로 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만 생각하면 애드 플랫폼으로 충분했지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에 베팅했다.

창업 후 두 번의 피벗팅은 결과적으로 아이지에이가 한국 데이터 테크 기업 최초로 유니콘 대열에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마 대표는 최근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한 결단에 나섰다. 코스피시장 상장이다. 오는 10월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상장은 철저하게 해외 진출과 맞물려 있다.

“아이지에이는 여느 스타트업들과 달리 투자 못지않게 내실을 중시했습니다. 이미 국내 비즈니스만으로 R&D에 집중하면서도 손익분기점(BEP)을 넘겼죠. 이번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100% 해외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쓸 예정입니다. 현재 북미와 아시아 플레이어 두 곳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최근엔 해외 경쟁사들과 입찰 경쟁에 나서도 아이지에이의 승률이 월등합니다. 글로벌 니즈에 충분히 도달했다는 자신감이 큽니다.”

산업의 쌀이 철강에서 반도체로 넘어갔듯이, 이제 데이터가 모든 기업과 산업에서 필수재가 됐다. 서구에선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 석유에서 데이터로 넘어갔다”고 단언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시장은 이미 글로벌 톱 데이터 테크 기업들의 전쟁터다. 실리콘밸리의 괴물들과 당당히 한판 겨루기를 선언한 대한민국 유니콘의 행보가 그래서 더 주목된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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