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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의 무역이 바꾼 세계사(29) 

실크로드에서 배우는 기업경영(1)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인 정보화, 글로벌화, 다문화, 문화와 기술의 포용과 합종연횡 등은 유목문화와 맥을 같이한다.

▎우즈베키스탄 키질쿰사막의 유르트(유목민 텐트) 위로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586세대의 삶을 보면, 유목적 DNA를 가진 한반도의 벼농사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글로벌화를 거치면서 유목적 코드가 점점 강화된 세상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산업화 초기의 농경사회를 지나 미군 기지촌에서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1인당 GNP가 수백 달러였던 청소년기를 보내고, 1980년대 치열한 민주화 항쟁 시기를 지나 1990년대의 글로벌화, 2000년대 이후의 정보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아마 인류 역사에서 단기간에 가장 큰 격동과 사회변혁을 격은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무역을 해왔던 필자가 노마디즘과 실크로드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한국전쟁 이후 지난 70여 년간 우리가 압축적으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큰 성취도 이뤘지만, 엄청난 내적 모순과 갈등도 같이 쌓여왔다.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도 피로도가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 정치경제적으로 피로도가 높아지고 위기감이 커지는 한국 사회가 살아남을 방법은 ‘노마드 정신’이라 생각한다. 21세기 들어와 디지털 경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표현이 자주 쓰였다. 유목민들이 싱싱한 풀을 찾아 늘 거주지를 옮겨 다니는 삶의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노마드 철학은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 개념인데,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적합한 생존양식이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을 ‘노마드’라는 단어로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목사회는 살기 위해서 옆을 봐야 하는 수평 마인드의 사회, 즉 살기 위해 집단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회였다. 그 속에서는 단 하루도 현실 안주가 허용되지 않았다. 끝까지 승부 근성을 가지고 도전해야 하며 완전 개방이 최상의 가치로 통했다. 우리는 유목사회에서 개방과 관용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과거 유목민은 가축을 키우려고 물과 풀을 찾아서 옮겨 다녔지만 요즘 우리는 디지털기기를 들고 시공의 제한을 넘어서 소통하고 살아간다. 유목민의 삶은 푸르른 초원에서 여유롭게 말들이 풀을 뜯는 풍경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유목민들은 가뭄과 혹한을 이겨내며, 끊임없이 목초지를 찾아 가족과 가축을 데리고 이동하며 치열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생존 과정에서 광범위한 정보 수집과 생사를 건 단호한 의사결정, 유연한 사고방식과 열린 의사소통, 기마기술과 같은 개인기를 쌓아야만 했다. 필자는 결핍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극한 투쟁을 해왔던 유목민들과 고대 상인들에게 21세기의 기업가정신을 다시 배운다. 수천 년간 유라시아 초원을 지배했던 유목민의 삶에서, 거친 바다에서 생명을 걸고 돈벌이를 했던 상인들에게서 우리는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몸소 느낀 기업경영의 중요성


▎우즈베키스탄 히바의 천문대에서 본 히바 성내의 전경.
필자는 30대 중반이었던 2000년에 서플러스글로벌이라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했다. 2000년 당시에는 큰돈인 23억원을 투자받아 시작했으나 수익 모델이 없어 2년 만에 빈털털이가 돼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었다. 당시 떠오르던 전자산업에서 기회를 찾아 네트워크 장비부터 시작해 SMT 장비 등에서 생존 기반을 마련했다. 2006~2007년에는 SMT 중고 장비 분야에서 전 세계 1위를 하고 있었으나 시장의 중심이 미국, 일본에서 중국, 대만, 한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산업이던 반도체 중고 장비 분야로 주력 사업을 바꾸었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에 진입했으나 금융위기로 또다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다행스럽게도 시장이 반등하는 시점에 경쟁사가 주춤하는 틈을 이용해 2011년부터 세계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에서 선두 업체가 되었다. 적절한 시기에 사업 모델을 바꾸지 못했다면, 시장의 흐름을 놓치고 제자리에 안주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실패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시장은 훨씬 컸지만 전혀 생소했던 반도체 장비 분야에 두려워 떨면서도 과감히 뛰어들지 않았다면, 조립 산업의 중국 이전이 가속화될 때 기존 사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승산 없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 사업 모델을 포기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필자의 회사는 망했거나 아직도 존재감 없는 작은 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다.

2000년에 회사를 창업했을 때는 기업경영에 대해 잘 몰라 회사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했다. 기업을 경영하려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영업, 마케팅, 생산, 인사와 조직관리, 자금, 회계, 신사업 개발, IT 인프라, 비전 설정, 사업전략 수립, 기업문화 구축 등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민감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좋은 의사결정이 지속적으로 쌓여야만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 회사 경영에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고 하면 ‘기업문화’일 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능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을 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익을 내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업인이 해야만 되는 다양한 과제에 대해 필자는 너무나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지만 오로지 젊은 패기 하나로 밤을 새워가며 도전했다. 바닥난 통장 잔고를 바라보며 신용불량자가 될지도 모른다했고, 냉혹한 기업 현장에서 점점 커지는 적자로 무수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세계적인 경영자들과 관련된 글이나 국내외 노련한 선배 경영자들을 보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감했다.

노마디즘과 실크로드 역사에서 얻은 지혜


▎카자흐스탄 고분에서 발굴된 기원전 2세기 사마르티안 유목전사와 황금망토를 재현한 모습. 사마르티안은 스키타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사진은 카자흐스탄 이식박물관.
경영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기업경영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경영학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1년에 대략 70~80권을 읽었다. 피터 드러커, 짐 콜린스, 톰 피터스, 마이클 포터가 나의 스승이 되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 『Good to Great』, 『초우량기업의 조건』, 『경쟁우위』 등 미국 경영학자의 책들이 나의 경영관에 큰 영향을 주었고, Amazon과 Google은 나에게 살아 있는 교사가 되었다.

2004년 즈음에는 왠지 이런 미국 경영학자의 서적들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꼈다.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세계관과 인간관이 한국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기업을 경영해보지 않은 학자들의 이론이 현실 세계에서는 공허한 외침이 되기도 했다. 한국의 경영환경과 미국식 경영이론들이 부합하지 않는 부분도 꽤 있었다. 최신 경영 트렌드가 유행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현상들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후에 좀 더 긴 호흡으로 쓰인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후 경영학자들의 책보다는 역사책을 탐독하면서 역사에서 기업경영의 교훈을 얻으려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역사책을 많이 읽으면서 실전에 필요한 경영의 지혜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실크로드 무역, 유목제국, 해양교류사 등을 깊이 공부했다. 경영학 서적들과 달리 역사책에서 읽은 내용들은 머리에만 머물지 않고 가슴까지 내려왔다. 게다가 재미도 있어서 주말에 12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써도 피곤하지 않았다. 회사의 생사를 건 숨막히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역사책 속의 장사꾼들과 유목민들은 내 선생님이자 멘토가 되어주었다.

때마침 세계적으로 노마디즘 열풍이 불었다. 노마디즘과 실크로드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IT 혁명 시대의 특징인 정보화, 글로벌화, 다문화, 문화와 기술의 포용과 합종연횡 등은 유목문화와 맥을 같이한다. 서구나 중국의 농경민·지배자의 역사보다는 유목민 중심의 실크로드 역사와 유목적 삶의 양식은 기업 환경이 노마딕하게 급변하는 현대에 더 흥미진진한 주제가 되었다.

농경정주민은 평생 한자리에 머물러 살고 유목민은 끊임없이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유목 경제의 산물인 고기, 가죽만으로는 연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섬유질,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농경민과 교류해야만 살아나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농경적 코드보다는 유목적 코드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필자에게는 농경민들이 쓴 기존의 세계사보다는 유목민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과 역사가 훨씬 더 재미있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유목민들은 새로운 기술과 물자를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유라시아 각지에 새로운 문명을 전파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 유목제국과 무역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바다로 이어졌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히바와 같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수백 년 된 학교 건물 마드라사를 개조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고풍스러운 문화재급 건물 마당에서 샤슬릭(양꼬치)을 구워 먹으며 실크로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부하라, 히바와 같은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에서는 멀리서 카라반이 오는 것이 보이면, 첨탑(칼란)에 있는 사람이 “카라반이 온다, 카라반이 온다”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이들을 환영했고, 카라반의 우두머리는 오아시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왕이나 성주를 찾아가 선물과 세금, 경호비용 등을 바치고 자기가 지나온 길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오아시스 사람들에게는 상인들이 전해주는 정보가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다. 어떤 상품들이 잘 팔리는지, 어떤 지역에 도적이 있는지, 주변 강국들의 정세가 어떤지가 전해졌을 것이다. 카스, 부하라와 같은 오아시스 도시들은 농경도 겸했지만 무역이 주 수입원이었다. 무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장사꾼들과의 협력이 중요했다.

2015년부터는 실크로드 무역도시들을 다니며 역사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학자 홍성화 교수와 동행했다.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에 산재한 왕들의 무덤과 궁전, 성터를 주로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 틈틈이 고려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살펴보았다. 2016년에는 전쟁사 강의로 유명한 임용한 박사와 중국의 시안을 둘러보며 진·한·당의 고대 전쟁과 문명 교류를 공부했다. 2017년에는 몽골 대통령 경제특보를 지낸 최재후 박사와 몽골 울란바토르를 다니면서 몽골제국의 흥망성쇠를 공부했고, 2018년에는 실크로드 역사에 관심이 많은 기업인들과 함께 ‘실크로드 경영연구회’라는 기업인 모임을 만들어 카자흐스탄을 알마티 중심으로 다녀왔고, 개인적으로 일본 교토와 오사카에서 고대 무역과 문명 교류를 공부했다. 2019년에는 중국 오지 여행전문가인 윤태옥 선생과 신장위구르 지역을, 실크로드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발해 유적지를 다녀왔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힌 2020년에는 홍성화 교수, 임용한 선생 등과 세 차례에 걸쳐 서남해와 경주를 여행하며 한반도의 해양교류사를 공부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가 잠시 주춤한 사이에 동서양이 만나는 터키를 다녀왔다.

CEO의 세계관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력

역사 선생님들과 같이 여행을 다니며 소주잔 기울이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역사 선생님들과 소주를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 ‘아수라공작단’이라는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했다. 실크로드를 돌아다니며 눈과 발로 배우고 공부하며, 정치권력자들이 써놓은 세계사가 아니라 장사꾼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려 한다. 유목제국의 흥망성쇠에서, 바닷길 상인들의 돈벌이에서, 3만 년 전부터 시작된 인류의 무역사를 공부하며 기업경영에 대한 철학과 개인적인 인생관까지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사실 돈 버느라고 바쁜 장사꾼이 방대한 인류 무역사를 공부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4년부터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역사를 공부하는 데 투자했고, 국내외 현지 답사를 다녔고, 역사 선생님들한테 계속 사사도 받아야 했다. 이렇게 해도 학자들이나 작가들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의 맛보기만 할 수 있다.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지금 쓰는 글들도 몇 년 뒤에 보면 아쉬운 내용이 꽤 많을 것이다. 내가 왜 ‘무역과 세계사’라는 방대한 주제에 겁도 없이 덤벼들었는지 후회도 여러 번 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동력이 되었던 것은 재미와 인사이트였다. 내가 모르는 세상을 책으로 읽고, 상상하고, 답사를 가보고, 글로 정리해서 기고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필자 개인의 세계관도 확장됐다. BTS가 노래만 잘 불러서 인기를 끄는 게 아니라 마블의 스토리텔링처럼 ‘성장’을 주제로 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아미를 열광하게 한다고 한다. 장사꾼의 세계관은 기업경영에서 의사결정의 기초가 된다. CEO의 세계관에 따라 사업의 방향성과 전략이 송두리째 바뀌기도 한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회사의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 회사 신입사원이 회사를 ‘칭기즈칸의 기마군단’ 같다고 평했듯이 내 역사 공부가 우리 기업문화와 세계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떤 세계관을 가졌는지에 따라 회사나 개인의 미래가 바뀐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성을 쌓고 안주한다면 회사도 개인도 쇠락하고 도태할 것이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21세기에는 농경정주민의 역사보다 유목민과 실크로드 상인의 역사가 더 큰 교훈을 준다.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살아갈 수 있었던 유목민처럼, 세상을 넓게 보고 목숨을 걸고 이익을 추구했던 실크로드 장사꾼들처럼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장사꾼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면서 세상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인식하고, 고대 상인들의 삶의 양식과 철학에서 급변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으려 했다. 회사 시스템에 의도적으로 유라시아 장사꾼들이나 유목제국들을 벤치마킹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노마드적 문화가 회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끊임없는 학습만이 실패 없는 성공법

필자는 경영을 ‘한정된 자원으로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이라 본다.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가 실패했던 사업 대부분은 고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고객과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니 성공할 수 있었다. 30여 년 동안 고객을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직도 고객은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면 되지만, 이 단순한 개념을 실천하기가 어렵다. 30분간 짧게 고객과 상담을 하면서도 고객의 표정, 사용하는 단어, 목소리의 톤, 메시지의 뉘앙스, 개인적 취향, 고객이 속한 집단의 거래 이력과 문화, 세계적 시장 환경, 예산 규모, 대체 가능한 대안 등 방대한 정보를 취합해서 그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도출해내야 한다. 지금도 섣불리 고객을 이해했다고 말하는 후배를 보면 아쉽다. 고객 입장에서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정답이 나오는데 부족한 식견과 공부로 엉뚱한 답안지를 쓸 때가 많다. 물론 고객을 이해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시장과 기술, 산업의 메커니즘, 공감능력, 조직에 대한 이해,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 등에 대한 다양한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고객을 이해할 수 있다. 한시라도 방심하면 고객들은 우리 품을 떠나버린다.

얼마 전 30년 경력의 한 공중파 방송국의 국장에게 물어봤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냅니까?” 물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모르겠다. 해봐야 안다”고 대답했다. 끊임없이 현장과 호흡하며 공부해나가야 고객들이 좋아하는 히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 김정웅 대표는…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약 30년간 40여 개국 수백만 마일을 날아다니며 지구촌 구석구석에 수십억 달러를 사고팔아 온 무역 일꾼. 2000년 기업 간 전자상거래회사인 서플러스글로벌을 설립해 반도체 중고장비 분야 세계 1위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2년 발달장애인의 가족을 치유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함께웃는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아 사회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자폐전문 박람회 Austism Expo 조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5년 6월 ‘이달의 무역인상’ 수상, 10월 무역의 날 대통령상 수상, 2018년 9월 Forbes Asia 200대 유망 기업에 서플러스글로벌이 선정됐다. 2015년부터 매년 실크로드 현지답사와 연구를 통해 지난 5000여 년간 실크로드 유목민과 장사꾼들의 흥망성쇠와 인류 무역사를 공부하며, 인류 역사의 추동력을 위대한 영웅과 황제, 선지자들보다는 장사꾼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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