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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33)] 伊 친퀘테레, 다름을 존중하는 여유 

 


▎리오마조레 마을. 지중해 푸른 바닷물로부터 우뚝 솟은 주상절리 절벽에 자리한 형형색색 건물들이 마치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 같다.
여행지는 우연하고 재미있는 기회에 결정될 때가 많다.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에서 출발을 앞두고 시간이 조금 남아 공항 내 숍들을 돌아본 적이 있다. 평소 쇼핑을 별로 즐기지 않는 성격이지만 재미있는 상품을 진열해놓은 작은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그중 예쁜 양말을 파는 조그만 가게에 들러 양말 몇 켤레를 사려는데, 가게 점원인 이탈리아인 두 여성이 재미있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유난히 좋아하는 난 그들에게 여행에 관한 질문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외국인이 이탈리아에서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둘이서 한참 의논한 끝에 “친퀘테레(Cinque Terre)!”라고 답해주었다. 호기심이 발동됐다. 언젠가 미국인 친구와 호기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가 들려준 멋진 이야기가 떠올랐다. “호기심은 끝이 없고 자유롭다(Curiosity is endless and freeing).”

몇 달 후 이탈리아 전시회 출장과 업무 후 여행은 자연스레 ‘친퀘테레’를 목적지로 삼게 되었고, 밀라노에 도착해 여행을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도시 밀라노


▎바쁜 일상을 떠나 친퀘테레 마을에서 한두 달 살이를 해보고 싶다. 휴대폰에서도 해방될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숙박시설을 만나게 되고, 그 후로는 그 호텔을 주로 이용하게 마련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할 때면 유난히 좋아하게 된 ‘그랜드 호텔 에 드 밀라노(Grand Hotel et de Milan)’에 여장을 푼다. 이 호텔은 ‘Leading Hotels of the World’의 회원사다. 입지도 거의 완벽하다. 밀라노에서 가장 중심지인 두오모 대성당,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오페라 명소 스칼라(La Scala) 극장, 세계적인 명품 패션 쇼핑 거리 몬테 나폴레오네(Via Monte Napoleone) 등 밀라노 시내에서 중요한 역사적 장소와 패션 거리, 맛집 식당들이 걸어서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호텔에 들어서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무척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로비가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종종 혼자 출장 다닐 때 이 로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로비 옆 이탈리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돈 카를로(Don Carlos)’에서 분위기 있게 혼밥을 즐기기도 한다.

아침에는 이탈리아식 아침 뷔페를 카루소(Caruso) 식당에서 먹는데 음식과 과일이 아주 맛있다. 객실은 18세기 가구로 꾸며져 있고 침대의 리넨은 정말 포근하다. 종업원들도 너무나 친절하다. ‘그랜드 호텔 에 드 밀라노’는 1863년 문을 연 역사적인 호텔이다.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8~1901)가 가까이에 있는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일하기 위해 이 호텔의 스위트룸 중 한 곳에 머물기 시작한 1872년부터 유명해졌다고 한다.

베르디는 1872년부터 1901년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호텔 지배인에게 부탁해 베르디가 살았던 스위트룸을 돌아보며 오페라 거장의 삶의 자취를 느껴보았다. 이 방은 지금도 그가 머물던 시절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베르디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사상 최고의 작곡가다. 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에 초점을 맞추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합창과 관현악 등 연극적인 요소까지 어우러지는 웅장한 오페라를 만들었다. [리골레토](1850), [일트로바토레](1853), [라 트라비아타](1853), [돈 카를로스](1867), [아이다](1871), [오텔로](1887), [팔스타프](1893) 등 그의 위대한 작품들은 한 세기 반이 넘는 동안 세계 각지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여전히 상연된다. 베르디가 마지막 생을 보냈던 ‘그랜드 호텔 에 드 밀라노’에는 그 외에도 유명한 사람이 많이 머물렀다. 엔리코 카루소, 마리아 칼라스, 리처드 버튼,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익숙한 이름들이 명단에 있다.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있는 몬테로소알마레 기차역. 한가하고 고즈넉한 풍경에 빠져본다.
일류 지휘자와 명가수가 공연을 하는 오페라 극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칼라 극장은 [노루마], [오텔로], [팔스타프],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여러 명작을 초연한 역사 깊은 곳이다. 이곳에는 오페라 박물관도 있어 극장 내부 투어를 하며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오페라 [카르멘]을 스칼라 극장에서 감상한 것도 소중한 추억이다.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 숍이 즐비한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Via Monte Napoleone)를 걸으며 쇼윈도를 보면 자신이 멋쟁이가 된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는 거의 모두 이 거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좁은 뒷골목에 들어서면 예쁘고 작은 맛집들이 줄지어 있어 이탈리아 음식과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다.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곳, 친퀘테레


▎야외 식탁에서 자연과 더불어 식사하는 친퀘테레의 여유로움은 아날로그적 삶의 향수를 일깨워준다.
일행과 함께 기대감과 호기심을 안고 친퀘테레행 버스에 올랐다. 친퀘테레(Cinque Terre)는 이탈리아반도 북서쪽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리비에라에 있는 절벽과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을 말한다. 친퀘테레는 ‘다섯 개의 땅(five land)’이라는 뜻으로 5개 마을, 즉 몬테로소 알마레(Monterosso al Mare),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조레(Riomaggiore)로 이루어져 있다.

다섯 마을과 주변 언덕, 해변은 전부 친퀘테레 국립공원의 일부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밀라노에서 남서쪽 지중해에 자리한 항구인 라스페치아(La Spezia) 중앙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우리나라에서 오래전에 볼 수 있었던 아주 시골스럽고 조그만 기차로 바꾸어 타고 이동했다. 라스페치아에서 제노아(Genoa) 지역까지 운행하는 완행열차는 그 중간에 있는 친퀘테레의 다섯 마을에 모두 정차한다.

리오마조레 마을의 해안 절벽에 도착하니 앞으로 탁 트인 지중해 푸른 바다가 시야를 황홀하게 한다. 가파른 해안 길을 걸으며 보니 바위 절벽 위에 지어져 외벽을 알록달록한 색깔로 칠한 건물들이 마치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 같다. 건너편 푸른 바닷물로부터 우뚝 솟은 주상절리 절벽에 붙여 지은 주황색, 노란색, 회색, 핑크색 건물들에는 까맣게 보이는 네모난 창문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 그 자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조화다. 어떻게 절벽 위에 집을 짓고 그리도 예쁜 색을 외벽에 칠할 생각을 했을까?

마나롤라 마을은 바다에서 우뚝 솟은 높은 바위 절벽 위에, 바다 쪽으로부터 핑크빛으로 시작해 연두색 계통의 파스텔 컬러, 살구색, 노란색 등 화려하고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절벽 밑에 펼쳐진 지중해에는 물고기를 잡는 듯 보이는 조그만 어선들이 평화로이 떠 있다.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있는 몬테로소알마레에 도착해 해안을 걷는다. 여러 여인이 모래사장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옷을 벗어 던지고 비키니 차림으로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이탈리아스럽다고 할 만하다. 그야말로 편안하고 자유롭다.

마을마다 내부를 산책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아름다운 날씨에 식탁을 바깥에 내놓고 음식을 파는 식당이 여기저기 있는데, 아름다운 날씨와 더불어 한가롭고 여유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조그만 광장이 있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며 뛰어놀고, 뒤쪽 건물 벽에는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어 마치 아트 갤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선을 메인 요리로 파는 식당에서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 한잔을 마시며 친퀘테레의 낭만에 흠뻑 젖어본다. 여유롭고 한적한 친퀘테레의 예술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 사는 이곳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도시인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가끔은 이곳에 와서 도시의 번잡함을 다 잊고 아날로그적인 삶을 한 달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소중하다


▎마나롤라 마을. 바다 위 우뚝 솟은 바위 절벽에 화려하고 다양한 색의 조합을 이룬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친퀘테레는 해안가 절벽 위에 몇 세기 동안 조성된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고 건물이 파손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환경부는 자연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지역 경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98년 친퀘테레를 해양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아름다운 친퀘테레에서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후 밀라노로 돌아오는 도중에 ‘빌라 스파리나 와이너리(THE VILLA SPARINA WINERY)’에 들러 포도주 저장고를 돌아보고 저녁 식사를 즐겼다. 식사와 와인 모두 뛰어난 맛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암탉’을 심벌로 하는 조그만 식당인 ‘라 갈리나(THE LA GALLINA RESTAURANT)’는 주인과 직원들의 서비스도 완벽했다. 식당 벽에 걸려 있는 대형 암탉 그림과 식탁 위에 놓인 통통한 암탉 도자기도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으로도 이 근처에 여행 온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야 할 와이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이 와이너리와 식당은 ‘빌라 스파리나 리조트(VILLA SPARINA RESORT)’에 호텔과 함께 있기 때문에 휴가 여행지로도 권하고 싶다. 낭만적인 분위기와 여유로운 아날로그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친퀘테레 여행과 와이너리 방문을 추천한다.

친퀘테레를 여행할수록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삶을 사는 배경은 첫째, 태어난 곳의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친퀘테레에서 태어나면 절벽 위 아름다운 집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자라날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같은 신문명보다는 아날로그적 전원의 삶이 더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인성을 갖는다. 태어나면서부터 각자 다른 특성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김형석의 100세 일기』 중 ‘100세가 되어도 고민한다. 나는 언제쯤 철이 들까’라는 칼럼에는 “성격은 제2의 운명이다. 하지만 주어진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더 좋은 사과를 많이 맺을 수 있으나 사과나무에서 포도가 열릴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자로서 10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노교수의 인생 체험과 이론적 배경을 가진 진솔한 표현으로 이해된다.

내 주변에 있는 어릴 적 친구들이나 가족과 친지, 지인들을 살펴보면 몇십 년이 흘러도 그들의 행동방식이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사과나무에서 더 좋은 사과를 많이 맺을 수 있으나 사과나무에서 포도가 열릴 수는 없다는 100세 철학자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사람의 행동에 대해 100년 넘도록 연구해온 행동과학에서는, 사람은 타고난 인성(DRIVES)을 갖고 있고, 인성은 욕구(NEEDS)를 창출하며, 그 욕구에 반응해 행동(BEHAVIORS)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을 이해할 때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타고난 인성적 다름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매일 부딪치며 일하는 직장 등 사회에서 우리는 상하 관계나 동료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 부부나 고부, 부모 자식 등 가족 관계에서도 흔히 갈등을 겪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경우가 타고난 인성적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삶의 방식이나 선호하는 취향에 상대방이 맞추어주길 바라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사과나무에서 포도를 수확하려고 하는 경우가 아닐까? 이렇듯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고 과정이다. 그래서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나 보다.

기업을 창업한 ‘창업자 기업인’ 몇 분과 대화할 때 종종 “기업을 경영하며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거의 모든 분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사람이지요!”라는 답을 주었다. ‘사무엘 아담스’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보스턴 비어(Boston Beer Company)’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수제맥주 회사다. 이곳의 창업자 겸 CEO인 짐 코치(Jim Koch)는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입니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과 품격은 그 기업 자체의 능력과 품격을 결정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정, 기업,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사람’의 다름과 소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면 더욱 행복한 가정, 더욱 생산적인 기업, 화합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여 개인 관계에서부터 국가까지 국민적 화합과 행복을 이루어내자! 결국은 사람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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