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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새로운 도전] ‘조용히 그만두기’를 조용히 해결하지 마라 

 

‘조용히 그만두기(Quiet Quitting)’라는 신조어가 지난 8월부터 미국에서 많은 이에게 공감을 샀다. 일을 그만둔다기보다 주어진 일을 넘어서서 더 열심히 하는 것(going above and beyond)을 그만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만 충실히 하고 더 무리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쳤다. 일만 열심히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삶을 유지하면서 일하고 싶다’라고 직장인들이 통보한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이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지난 2년 반 동안 끊임없이 변화에 부딪치고, 피벗(Pivot)하고 불확실성을 대면한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많이 지쳤다. 어떻게 보면 2020년 코로나 초창기보다 2년 반이 지난 2022년에 찾아온 번아웃이 더 힘들고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것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여러 연구 결과도 팬데믹 번아웃을 지적한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가 지난 1월 미국 직장인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9% 넘는 응답자가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고, 44% 넘는 응답자가 육체적 피로(physical fatigue) 등을 느낀다고 했다. 또 최근 갤럽설문조사(2022년 9월)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직원 참여도(Employee Engagement)가 급격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의도적으로 참여도를 낮춘 직장인이 이전에 비해 18% 증가해서 지난 10년 사이 참여도가 높은 직장인들의 숫자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특히 35세 이하 젊은 층에서는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직원 참여도가 6%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해야 하는데 지친 나머지 나름대로 대안으로 택한 ‘조용히 그만두기’는 번아웃에 대처하는 직장인들의 마지막 SOS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이미 여러 기업이 공급체인, 불황 등 현실 문제에 대처하느라 인력에 대한 고민을 좌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임직원이 더 열심히,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블라인드나 글레스도어에 올라온 불만사항들을 보면 “내가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한 도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섭섭한 마음도 든다”, “어디까지 신경 써야 충분하고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없는 일인가” 등 고민이 많다. 이런 고민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엔 섭섭함과 상처가 쌓여가고 회사에 대한 신념을 잃고 조용히 그만두려 하고 있다. 우리는 힘든 마음을 안고 힘들게 일하는 일을 일반화하는 무서운 상황을 본의 아니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지금 더더욱 우리는 진심으로 사람들에 관해 고민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그 답을 어떻게 찾아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또 ‘난 괜찮아’라고 답하는 사람들은 정말 괜찮은 건지 궁금해해야 한다. 왜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도를 낮추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에 메타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위해 기조연설을 준비하면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라이브로 코칭하는 세션을 녹화한 적이 있다. 사람들에 관한 고민을 더 현실화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의 진심 어린 고민과 질문을 듣고 라이브로 상담을 해주는 기회였다. 사업에 성공하고 좋은 팀원들도 있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것은 사람 문제였다. 왜 이 동료는 직장에서 행복해하지 않는가, 왜 저 동료는 일을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안 하는 거 같은가, 왜 저 팀은 자신감을 잃고 잘할 수 있는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 하고 힘들어하는가, 왜 저 동료는 ‘나는 괜찮아’라고 답하고 회사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일이 힘들다고 그만 두는 것일까’ 등이다.

많은 질문이 나왔지만 그들의 고민은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리더는 문제를 항상 해결해주는 사람(Problem Solver)보다 문제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Space Creator)라는 점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성은 이해된다. 우리가 리더가 된 이유는 아마도 도전의식을 갖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들의 고민을 더 신속하게 해결해주기 위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돌아보고, 도전해보고, 실패해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고 이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그래서 나는 WD-40 발명에 얽힌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여러분은 이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이름이 WD-40인지 알고 있나?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WD-40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다목적 방청유활제다. 녹 제거, 습기로 인한 부식 방지, 세정 및 금속보호 등 녹슬고 뻑뻑한 곳에 찌든 기름때를 제거하는 상품인데, 사용자는 하나같이 그 효과성에 놀랐다. 이 상품은 1953년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켓케미컬이 발명했다. 인원이 3명뿐인 작은 회사였다. 놈 라르센(Norm Larsen)이 세척 문제로 고민하다 만든 상품인데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려고 하니 무척 힘들었다. 수십 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5년 만인 1958년에 드디어 기적 같은 결과를 거뒀다. 기름때와 부식을 깔끔히 제거해주는 물건을 발명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품이 바로 지금 여러분이 쓰는 WD-40이다. 이 상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놈과 그의 팀이 5년간 39번이나 실패한 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WD-40는 39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40번째 도전해서 만든 결과(Water Displacement perfected at the 40th try)라는 것을 평생 잊지 않기 위해서 지은 이름이다. 그리고 64년 후인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이가 의지할 수 있는 중요한 상품으로 성장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놈과 로켓케미컬의 용기에 감탄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는 어떤 마음이었기에 39번이나 실패하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얼마나 더 도전하고 난 뒤에 안 되는 것을 인정하려고 했을까. 5년, 39번 실패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우리는 5번만 시도해보고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도전을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또 나도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우리 팀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다시 도전하고 싶은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이 질문들을 하고 고민하다 보면,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도전의 환경을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욱더 깨닫게 된다.

그래서 조용히 그만두는 사람들과 동료들을 위해서 리더는 다시 도전해야 한다. 번아웃이든, 조용히 그만두기든 그 현상에서 답을 찾지 말고 눈과 귀를 좀 더 열고 관찰해보자. 그사이에 그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장하고 도전하고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그림,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자. 여러분은 그러한 업무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하고.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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