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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8) |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요즘 입소문 난 악어 선생님 

노유선 기자
출생아 수는 나날이 감소하지만 아이돌봄 매칭 서비스업체 ‘째깍악어’의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째깍악어는 놀이에서 배움까지 다양한 종류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뢰가 최우선인 시장에서 째깍악어를 키운 건 팔 할이 입소문이었다. 근거 ‘있는’ 입소문을 위한 째깍악어의 준비는 철저했다. 깐깐한 교사 검증 시스템은 기본, 양질의 콘텐트와 오프라인 키즈센터까지 갖추었다. 지난 9월에는 16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100점짜리 엄마이자 100점짜리 커리어우먼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건 포기의 문제도, 선택의 대상도 아니에요.”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던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양육과 커리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일상에서 양육과 커리어의 비중을 50대50으로 할지, 80대20으로 나눌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100점짜리 엄마이자 100점짜리 직원은 현실에서 찾기 힘든, 환상 속의 존재일까. 김 대표는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역시도 어렵다”며 “내 아이를 잘 돌봐주리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김 대표는 잘 다니던 직장을 나와 신뢰 문제에 봉착한 아이돌봄 서비스에 해결사로 나섰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아이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부모와 검증된 돌봄교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 2016년 설립된 째깍악어는 돌봄 서비스에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접목해 돌봄교사를 사전사후에 검증해 부모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부모들은 째깍악어 애플리케이션에서 놀이·학습·창의미술 등 돌봄 종류를 고르고 시간과 장소가 맞는 돌봄교사를 선택할 수 있다. 돌봄 대상은 만 1세부터 초등학생까지다.

하지만 째깍악어를 단순한 부모-교사 중개 플랫폼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자체 개발한 돌봄 콘텐트와 오프라인 키즈센터 ‘째깍섬’이 중개 플랫폼과 함께 삼중대를 이루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삼중대를 째깍악어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돌봄 서비스 시장에선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신뢰성, 접근성, 만족도라는 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AI로 돌봄교사 사전검증·사후관리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채용 조건으로 ‘사회적 감수성’을 꼽았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역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며 공감했다.
회사명이 째깍악어다. 독특한 이름은 누구 작품인가.

딸에게 “엄마가 이런 회사를 할 건데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딸이 “후크 선장이 무서워하는 째깍악어가 우리한테는 되게 잘해줘”라며 ‘째깍악어’를 제안했다. 고전 동화극 『피터팬』에서 째깍악어는 시계를 삼켜 배속에서 ‘째깍째깍’ 소리가 난다. 이 째깍악어를 악당 후크 선장이 두려워하는데, 후크 선장이 극 중 아이들을 괴롭힐 때마다 째깍악어가 나타나 아이들을 보호해준다.

째깍악어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요약하면 ‘후크 선장으로부터 어린이를 안전하게 돌봐드릴게요. 부모님은 피터팬과 웬디가 되어 네버랜드로 떠나세요’라고 할 수 있다. 피터팬과 웬디가 단 2시간이라도 치맥을 즐기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실제로도 부모 회원 후기 중에 이혼 직전이었는데 째깍악어 덕분에 화해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또 결혼기념일에 모처럼 편안하게 저녁을 먹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회사명뿐 아니라 명함도 눈길을 끈다. ‘강지민 엄마’라고 적혀 있는데.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강지민 엄마’라는 이름표를 떼고 ‘김희정 팀장’으로 살아야 했다. 그런데 머릿속은 온통 아이 생각뿐이었다. 회사에서는 그걸 드러낼 수가 없지 않나. 출장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에 대한 걱정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라는 이름표를 다 떼고 사무실에 출근해야 할까. 내 머릿속은 온통 아이 생각뿐인데…, 조금만 배려해주면 오히려 성과도 더 좋아질 것 같은데….’ ‘강지민 엄마’라는 명함은 부모라는 정체성을 잃지 말자는 취지다.

그래도 20년간 해온 직장 생활을 관두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존슨앤드존슨, 리바이스, 매일유업 등 경력을 다 합치면 20년 정도 될 것이다. 그동안 직장 생활과 양육을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경력을 계속 이어가면서 양육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1인 기업을 모색하고 스텔스(stealth) 창업'을 시도했다. 퇴사 전부터 창업을 준비하다가 아이템이 구체화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지금은 덜 힘든가?) 상대적으로 그렇다. 딸이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일이지 않나. 물론 이젠 회사 규모가 커져서 전혀 힘들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창업 초창기만 해도 이렇게까지 회사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 투자 계약서를 처음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계약서에 적힌 위약벌을 보고 밤잠을 설쳤다. 노예계약서나 다름없었다.(웃음)

주 고객층은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겠다.

생각보다 전업주부도 많이 찾는다. 주부라는 직업은 평일 6시 퇴근, 주말 휴무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 회원이 25만여 명인데 그중 약 35%가 전업주부다. 나머지 65%는 맞벌이 부부로, 소득이 높은 편에 속한다. 부모 외 어른들도 째깍악어의 고객이다. 한 아이에게 이모, 삼촌, 할아버지 등 여러 어른이 연관돼 있다. 그분들이 부모 대신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저소득 계층을 위한 서비스는 없나?) 생활이 어려운 가정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후원을 받는다. 저소득층 아동, 장애 아동, 학대가정 아동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돌봄 서비스는 신뢰가 최우선일 것 같은데, 돌봄교사의 성향과 능력을 어떻게 검증하나.

돌봄교사 회원이 17만여 명인데 이들이 모두 교사로 활동하는 건 아니다. 째깍악어 자체 면접과 인적성검사, 자기소개 영상촬영, 온라인 교육 등을 거쳐야 돌봄교사로 활동할 자격이 주어진다. 약 8000명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 현재 활동 중이다. 째깍악어는 심사가 꽤 깐깐하다고 알려져 있다. ‘신입사원 면접 보는 줄 알았다’, ‘날새는 줄 알았다’ 등의 후기도 있었다. 교사 검증에는 AI를 활용한다. 면접 동영상에 나타난 표정, 음성, 행동패턴 등을 AI가 분석해 지원자의 성향을 평가한다. 또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능력치를 예측한다.

검증에 앞서 돌봄교사를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늘 고민이다. 돌봄교사 커뮤니티가 꽤 활발하기 때문에 째깍악어 면접 후기 등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창업 초반엔 까다로운 검증 시스템을 두고 팀 내에서 고민이 상당했다. 애초부터 째깍악어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을까 봐 우려했다. 그래도 실력 있는 교사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으로 까다로운 검증 시스템을 유지했다. 대신 검증 과정을 통과한 교사가 오랫동안 째깍악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교사의 업무 영역을 다양화했다. 째깍악어 업무에는 가정방문 아이돌봄뿐 아니라 기업 내 임직원 아이돌봄도 있고 째깍섬 오프라인 수업 진행, 온라인 클래스 운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업무는 교사의 경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아동과 관련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내 매출 2000억 달성, IPO 도전”

오프라인 키즈센터 ‘째깍섬’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째깍섬은 째깍악어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채널이다. 창업 초기에는 돌봄 서비스에 대한 높은 수요에 비해 막상 째깍악어 서비스를 신청하는 부모 회원이 적었다. 아이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건지, 집 안에 돌봄교사와 아이, 단둘이 있게 해도 되는지 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째깍악어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째깍섬을 기획했다.

째깍섬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들은 째깍악어 서비스를 믿고 신규 회원으로 가입한다. 현재 잠실(롯데월드몰), 일산(차병원), 판교(파미어스몰), 수원(롯데백화점), 용인(한화리조트) 등 7곳에 째깍섬이 있고, GS건설 아파트 ‘자이’의 커뮤니티 시설에도 째깍악어 키즈센터가 있다. 째깍섬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쇼핑센터에서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 호텔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향후 부산, 대구 등 광역시 위주로 째깍섬을 오픈할 예정이다.

째깍악어 최대 강점으로 통합 솔루션을 꼽았다. 플랫폼, 오프라인 센터 외에 콘텐트 측면에서 어떤 차별성이 있나.

사내 아동창의연구소가 유아동 교육과 발달을 위한 콘텐트를 직접 개발하고 콘텐트를 반영한 돌봄교사용 가이드를 제작한다. 교사 기초 교육 자료와 커리큘럼을 포함한 교사 양성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이 중에서도 째깍악어가 유독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교수법이다. 아이가 콘텐트에 흥미를 가지게끔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아이가 콘텐트를 재밌게 활용하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지,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적합한 상호작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계속 고민한다. 교육 트렌드도 아동창의연구소의 연구 대상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슈였던 5세 입학을 추진한 사람들은 조기교육 열풍으로 5세만 돼도 초등학생 수준의 학습 능력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사회성이나 공감능력 등은 그만큼 못 따라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연구한다.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2월 서비스 론칭 후 2017년 매출 1억, 2018년 6억, 2019년 14억, 2020년 23억, 2021년 35억원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성장 배경을 설명해달라.

아이돌봄 서비스 시장은 수요가 있지만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페인 포인트(고객 불만사항)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째깍악어 역시 창업 초반에는 서비스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째깍악어 서비스가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이 100억원이던데 가능할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매출 성장세가 낮았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게 풀리기 시작했다. B2B(기업 임직원 대상 아이돌봄 서비스) 계약도 원활하게 이뤄졌고 째깍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시너지효과가 가정 방문 서비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중장기적 목표와 최종 목표를 구분한다면.

중장기적 목표는 부모 회원 수 300만 명에 도달하는 것이다. 아직 30만 명이 채 안 되니 10%도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갈 길이 멀다. 그리고 3년 안에 IPO를 계획하고 있다. 그때까지 매출을 2000억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최종 목표는 ‘우린 째깍악어 없었으면 아이 못 키웠어’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째깍악어 상품권을 주고받는 게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자연스러워지길 바란다.

째깍악어의 비전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가 나아지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째깍악어는 채용 과정에서 부모의 육아 고민을 비롯해 청년실업 문제, 노인돌봄 문제, 인구절벽 현상, 출산율 감소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원자를 눈여겨본다. 다시 말해 사회적 감수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 사회가 째깍악어의 도움으로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211호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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