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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12)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 

한국 VC의 넥스트를 만드는 기업 

신윤애 기자
특정인만 쥘 수 있었던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자 업계에서 당연시됐던 정보의 비대칭성이 단숨에 해결됐다. 매섭게 반대하던 이들마저 한달음에 달려왔다. 벤처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중개 플랫폼 ‘넥스트유니콘’ 이야기다. 박진호 대표가 투자업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를 12번째 인터뷰이로 맞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다채로울 수 있을까. 혈기 왕성했던 20대 후반에 암 판정을 받았다가 결과가 번복됐고, 대기업을 마다하고 뛰어든 벤처업계에서는 대표의 횡령, 배임을 겪는 등 거듭된 실패로 쓴맛을 봤다. 하지만 실패 뒤엔 늘 기회가 있었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언제나 대성공이라는 반전의 결과를 만들었다. 최근엔 뜻밖의 호재(?)도 맞았다. 10년 전 지인의 부탁으로 ‘휴대폰 잠금화면에 대한 특허’ 하나만 손에 쥔 채 스타트업을 시작했는데, 수년을 고민해도 수익화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했던, 애플과의 특허소송이 시작됐다. 소송이 웬 호재냐고 하겠지만 현재 2심까지 승소한 상태로, 미국의 대미지 리포트에는 조 단위의 액수가 쓰여 있다. 합의를 해도, 3심까지 가더라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이 예상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5년 창업한 지금의 회사도 파란만장하다. 패션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두 차례 피벗을 거쳐 7년이 지난 지금은 벤처투자라는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벤처투자업은 모두가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정보의 비대칭을 깨부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실현하자 지금은 스타트업도 투자자도 이 서비스를 쓰겠다며 알아서 몰려오고 있다.

때론 인내심으로 때론 저돌적으로 자신만의 성공 루트를 개척하고 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가 벤처투자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는 장 대표를 12번째 인터뷰이로 초대했다. 박 대표는 장 대표를 ‘피벗의 귀재’, ‘반전의 사나이’라고 소개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피벗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장 대표님은 제가 듣기로만 5번 넘게 피벗을 진행했어요. 넥스트유니콘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에서도 두어 번 피벗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더 놀라운 건 피벗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이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페이크사이트를 만들어 곧장 시장의 반응을 체크하더라고요. 신속하고 정확하게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넥스트유니콘의 성장 과정에 남다른 스토리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넥스트유니콘은 사명에서 알 수 있듯, 다음의 유니콘(이 되고 싶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유망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투자자와 믿을 수 있는 투자자를 찾고 싶은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2019년 10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2만 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넥스트유니콘에서 활동하는 투자사는 약 1100개. 서로 IR 자료를 주고받은 횟수는 누적 3만 회에 이른다. 지금까지 넥스트유니콘을 통해 투자가 이뤄진 누적 투자액은 약 4200억원이고, 올 상반기에만 1500억원을 넘겼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전체 투자시장의 투자 건 중 11%가 이 플랫폼에서 일어났다.

투자 당사자들이 쉽게 서로를 찾고 브로커 없이 직거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넥스트 유니콘의 진짜 매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투자를 결정하고 유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운영 방침이다. 앞으로도 이 방침은 고수할 계획이다. 박진호 대표가 지난 11월 16일 서울 강남에 있는 넥스트유니콘 사무실에서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를 만났다. 서로를 반갑게 맞는 두 대표는 오랜 친구처럼 친밀해 보였지만 만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사이다. 최근 한 모임의 워크숍에서 만났으며 처음부터 말이 잘 통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만나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평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덕분에 서로를 속속들이 안다는 두 대표. 그럼에도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 ‘대단한 분’이라는 감탄을 반복했다.

피벗의 귀재다. 피벗을 결정해도 아이템 선정이라는 어려운 관문이 있다. 잘될 만한 아이템을 찾는 대표님만의 기준이 있나.

5가지가 있다. 순서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내가 잘하는 분야일 것, 미래가치가 큰 기술력이 있을 것, B2B 서비스일 것, 존경받을 수 있는 산업일 것, 마지막으로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넥스트유니콘이 마지막 피벗을 할 때도 이 5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우선 미국에서 뜨는 비즈니스 리스트 100개를 찾은 후 위 조건들에 부합하는지를 체크하며 하나씩 지워나갔다. 그런데 웬걸. 한 개도 남지 않았다. 앞선 비즈니스가 잘되지 않아서 무조건 피벗을 해야 했고 직원들에게 한 달 내에 아이템을 찾아오겠다고 큰소리 친 상황이었다. ‘포기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몇 년 전 투자를 받기 위해 구찌의 전 이사회 멤버인 엔리코 벨트라미니(Enrico Beltramini)를 무작정 찾아갔을 때 얻은 아이디어다. 그는 우리의 경쟁사들이 너무 막강해 투자를 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지’ 물었다. 명확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런 사이트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직접 만들어볼까 잠시 생각하다 그만뒀다. 그런데 2~3년 후 다시 그 아이템이 생각나 5가지 기준에 대입해봤는데, 마지막 기준인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에만 물음표가 생겼다. (장기적으로) 돈을 잘 벌어야겠다는 결심으로 그 아이템을 낙점했다. 101번째 아이템이었다.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자금이 말라 투자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괜찮지 않았나.

직원들은 생소한 분야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보였다. 게다가 한 투자자는 ‘나라면 안 쓸 것’이라며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내더라.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한 업계 특성상 정보를 취득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역량이자 자산으로 여겨지는 만큼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서비스는 아무도 반기지 않을 거라 했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이미 자신의 방식으로 모든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당시 조사를 해보니 국내 기업만 100만여 개인 데다 해마다 14만 개씩 생겨나고 있었다. 투자기관도 마찬가지였다. 해마다 100개씩 늘어 100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모든 정보를 취득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나는 투자자의 경쟁력은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같은 정보가 있어도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력이 성패를 가름한다. 현재 유니콘이 된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서도, 판단 미스로 기회를 흘려보낸 곳이 많지 않은가.

피벗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현재의 사업이 잘 안 돼서다. 처음 넥스트유니콘이 시작한 사업은 패션 관련업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었기에 피벗을 진행했나.

한 번은 잘돼서, 한 번은 잘 안 돼서다. 첫 아이템은 날씨에 따라 패션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날씨 앱을 만들고, 그날 날씨에 맞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들을 보여줬다. 인기가 좋아 온라인 매거진으로 확장했다. 뉴욕, 밀라노 등 패션 성지에 포토그래퍼를 보내 사진을 직접 생산하고 성별, 콘셉트별로 스트리트 패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구독자가 200만 명까지 증가하더라. 좀 더 욕심을 부려 사진에 나온 복장과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의 의류들을 연동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외 스트리트 패션과 국내 의류들이 잘 매치되지 않아서인지 매출을 거의 내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이커머스’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온라인쇼핑몰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공통적으로 체류 시간이 가장 긴 카테고리가 ‘세일 품목’이더라. 여기에 착안해 첫 번째 피벗을 진행했다. 2017년 전 세계에서 세일 중인 명품을 모아 ‘직구족’에게 판매하는 앱을 출시했다. 초기 목표는 국내 직구족 10만 명을 타깃으로 서비스하는 것이었는데 예상외로 미국인 유입률이 높았다. 미국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면 우리의 타깃은 3600만 명으로 훌쩍 뛰게 된다. 설레는 마음에 뉴욕으로 회사를 옮겼다.

뉴욕에서의 상황이 궁금하다.

당시 리스트, 샵스타일, 넥스트유니콘이 비슷한 서비스를 했다. 다만 우리를 제외한 두 회사는 백화점 스타일이었고, 우리는 아울렛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비교할 것도 없이 규모에서 완패했다. 리스트는 800억원 넘게 투자를 받았고 샵스타일은 라쿠텐이 인수했다. 우리가 가진 자본금은 단 3억원. 이때 벨트라미니를 찾아갔다. 투자를 받지 못했고 3년 정도 열심히 하다가 두 번째 피벗을 결정하게 됐다.

포기할 법도 한데 계속 새로운 넥스트를 찾아 나선다.

성격이다. 보통 긍정적인 사람에게 낙천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근거가 없어도 무조건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자다. 원래도 그랬지만 암 판정이 번복됐을 때 완벽한 낙관주의자가 됐다.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하루하루가 감사했고,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험난했던 벤처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


변곡점을 지난 후엔 이전의 삶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사건이 있기 전까지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었다. 그 경험을 살려 큰 기업에 취직하려 했지만 자꾸 벤처기업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몇몇 대기업에서 면접까지 진행했는데, 다른 지원자들의 절박함을 보고 나니 되레 그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곧바로 괜찮은 벤처기업을 찾아 나섰다. 서울대 교수가 강연하는 MBA 과정을 온라인화해 B2B로 판매하는 곳에 들어갔다. 임원 예정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제휴를 맺었고 매출도 잘 나왔다. 그러자 회사의 실소유주가 횡령, 배임하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던 대표와 그 회사를 나왔다. 두 명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차렸는데 기대와 달리 도통 성과가 나지 않았고 외주 물량을 소화하며 근근이 버텼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외주를 받아 음악 페스티벌 앱을 만들었는데, 그 앱을 SNS에 접목하니 ‘자신이 원하는 가수를 초청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데이터를 모아 공연 업계에 판매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돈이 안 되는 소소한’ 요청들이었고 그렇게 또 망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던 중 또 운이 찾아왔다. K팝이 크게 성공하며 엑소의 유럽 투어를 담당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게다가 루나 플라이라는 인디밴드와도 남미 투어를 함께했는데 10개 도시 투어를 완판했다. 이후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가 이어졌고, 최근엔 게임빌에 인수됐다.

대표님은 ‘운’이라고 표현했지만 운과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몫 아니겠나. 그럼 넥스트유니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다.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고 들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 아닌가.

사실 유료 서비스가 한 가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원하는 투자자를 선택해 회사의 IR 자료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기능이다. 우리 사이트에서 검색 기능을 많이 이용하는데, 노출만 잘되면 한 달에 100개 넘는 투자자에게서 연락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만나보고 싶은 특정 투자자가 있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만든 기능이다. 나머지는 100% 무료다. 회사의 수익모델은 따로 있다. 수익모델을 설명하기 전에, 넥스트유니콘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한 가지만 더 자랑하겠다. 만남의 주도권을 스타트업에 쥐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투자기관이 IR 자료를 열람하고 싶다는 요청을 스타트업에 보내면, 공개 여부를 스타트업이 결정할 수 있다. 서비스를 론칭하기 전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들에게 자문했다. 잘 알고 지내는 투자자 20~30명을 등록해놓으면 알아서 스타트업이 몰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투자자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리뷰가 감소하며 상호작용이 없어지고 결국 사이트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페인포인트라고 했다. 여기서 반대방향으로 가야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스타트업이 모여 있고, 정확한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투자자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알아서 들어왔는가. 유저 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마케팅 비용을 쓰진 않았나.

그렇다. 우린 마케팅 비용을 쓰는 대신 다른 전략을 활용했다. 컨설팅 능력을 살려 IR 자료를 검토하고 컨설팅해주는 아르바이트(?)로 스타트업을 끌어들였다. 자연스럽게 숫자가 늘었고 그다음부터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기로 했나. 비즈니스모델을 알려달라.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판매한다. 벤치마킹하는 회사 중 하나가 ‘크런치 베이스’라는 곳인데, 투자 이력을 보여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 기업을 100만 개까지 모았다. 처음엔 투자자들에게 기업들의 디테일한 정보를 판매하려고 했지만 전 세계 메이저 투자자가 4500개 정도뿐이라 수익이 별로 나지 않을 것 같아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B2B 디지털 마케팅이 필요한 회사로 눈을 돌렸고 올해 매출이 500억원 정도 났다고 들었다. 우리도 AWS, 구글 클라우드, 메가존 등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큰 기업들을 상대로는 직접 영업을 뛴다더라. 스타트업의 경우 미국에서는 크레디트를 5000달러씩 지급해 고객사를 확보한다.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그 시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주는 업체를 찾는다고 들었다. 한국 스타트업은 우리에게 맡기라고 했다. 데이터와 네트워크 비용 혹은 스타트업이 쓰는 서버 비용의 25%를 커미션으로 받는다.

그 시장이 대세인 건 안다. 하지만 데이터의 질도 중요하고 또 아직 초기라 단가도 정해지지 않았을 텐데.

맞다. 그래서 AWS에서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샘플을 보여달라고 하더라. 일단 800개 기업 데이터를 보냈는데, 데이터에 만족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우리가 모은 정보는 단순히 크롤링한 게 아니라 기업들이 직접 입력한 알짜 정보들이니 당연했다. 일단 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800개 사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라고 했다. 무려 300개 기업이 고객사로 가입했다며 정기적으로 일을 진행하자는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섣불리 단가를 정할 수가 없어 아직은 기업별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곳은 수익을 셰어하기도, 어떤 곳은 한 번에 비용을 내기도 한다. 다음 달쯤엔 가격 체계를 픽스할 것 같다.

최근 에인절투자자 자격증을 땄다고 들었다.

에인절투자와 관련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이유가 맞물려 투자업계가 얼어붙지 않았나. 덩달아 스타트업도 어려워졌다. 이들이 에인절투자자를 만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싶어서 최근에 정식 서비스로 전환했다.

미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 않나.

그렇다. 에인절리스트라는 서비스다. 한국 상황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크라우드펀딩이 쉽지 않다. 그 이유가 일반인이 기업 분석을 하기에 진입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앞서 말한 에인절리스트라는 회사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에인절리스트도 초기엔 스타트업과 에인절투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다가 지난해 유니콘기업 190개의 투자 딜에 관여하면서 ‘초대박’을 만들어냈다. 미국 전체 톱티어 투자의 57%, 1만1000개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다. 우리는 에인절리스트의 아시아 버전을 만들려고 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크라우드펀딩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리드에 서는 거다. 이를 ‘리드에인절’이라고 부르는데 전문 에인절투자자 혹은 포트폴리오가 좋은 재력가는 리드에인절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리드에인절으로 중심으로 커뮤니티도 구성된다. 지금 1300명 정도의 자산가가 리드에인절들이 올리는 딜에 관여하고 있다.

넥스트유니콘이 얻는 건 뭔가.

예를 들어 5억원 규모의 딜이 완료되면 관리보수 개념으로 10% 정도가 우리에게 들어온다. 이 금액을 리드에인절과 우리가 다시 나눈다. 끌어온 출자자 수를 따져 비율을 정한 다음 분배한다. 리드에인절이 딜만 가져왔다면 20%를, 투자자까지 다 끌어왔다고 하면 80%를 얻는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이 엑시트를 하면 성과 보수도 주어진다. 보통 엑시트하는 기업은 내부 수익률이 5% 이상일 때 성과보수로 20% 정도를 책정한다. 이 성과보수를 리드에인절과 우리가 또 비율에 맞게 분배한다. 지금 가장 잘되는 딜이 10억원 정도 모였다.

리드에인절을 해볼까 욕심이 생긴다. 자격이 있나. 다만 투자자들에게 압력을 받을 수도 있을 듯한데 어떻게 해결했나.

처음엔 자신이 가져올 딜의 최소 5%를 투자해야 자격을 줬는데 최근엔 그 하한선을 없앴다. 또 스타트업 대표는 리드에인절(GP, General Partner)과만 소통하고, LP(Limited Partner)도 GP와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소통창구를 폐쇄적으로 만들어 대표님이 말씀하신 불상사를 방지하고 있다.

그 외 구상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귀띔해달라.

비상장주식 거래다. 신원이 확실하고,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진 입찰자와 기업을 연결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고 양쪽에서 커미션을 받는 방식이다. 국내 성향에 맞는 거래소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업계에 디지털전환을 확대해서 글로벌 펀드들과 연결하는 게 목표다.

벤처투자의 미래 트렌드는 무엇이겠나.

미국에서 쥐고 있는 투자금이 400조원에 이른다고 알고 있다. 이 많은 금액을 기업 하나하나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며 투자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펀드 투자를 해보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SaaS 기업의 경우 ‘한 달 결제 후 다음 달에 비싼 금액을 결제할 확률’, ‘다음 해의 결제비용’, ‘이탈률’ 등 3가지 데이터를 보고 기업의 성패 여부를 결정한다. 극초기 기업이어도 좋은 점수를 받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 2년 내에 데이터가 있는 전 세계 스타트업에 해당 알고리즘을 적용한 다음 투자처를 고르는 흐름으로 갈 것 같다. 우리도 빨리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를 리서치하는 유명 기관들의 자료에 한국은 없더라.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데이터를 빨리 공개하고 글로벌 자본을 연결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으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볕 들 날이 올 거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212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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