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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9) 슈오 왕 딜(Deel) 공동창업자 겸 CRO 

국경 없는 고용 

노유선 기자
글로벌 원격 고용을 돕는 인사관리(HR) 스타트업 ‘딜(Deel)’이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 설립 2년 만에 유니콘으로 성장한 딜의 성장세는 무섭다. 이미 160여 개국에 1만 개 이상 고객사를 확보했다. 최근 방한한 슈오 왕 딜 CRO는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도 원격 고용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창업 초반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신생 스타트업의 대담한 도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비단 IT(정보기술)업계만이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나 게임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격 고용이 이뤄지고 있어요.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원격 고용도 늘어나는 추세예요. 딜(Deel)은 원격 고용에 따른 기업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입니다.”

슈오 왕 딜 공동창업자 겸 CRO(Chief Revenue Officer·최고수익책임자)는 딜의 설립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재택·원격근무 문화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팬데믹 이전부터 원격근무 확산을 예상했던 왕 CRO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동문인 알렉스 부아지즈(Alex Bouaziz)와 뜻을 모아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인사관리(HR) 서비스 스타트업 딜을 설립했다. 딜은 2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랐으며 현재 기업가치는 약 6조원에 이른다.

딜은 해외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HR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국경 없는 고용’의 활성화가 목표다. 전자 고용계약부터 급여 정산 및 지급까지 HR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마련해 비대면으로도 기업의 효율적인 인사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주재원을 보내지 않아도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현재까지 나이키, 드롭박스, 레볼루트, 쇼피파이, 노션 등 1만 개가 넘는 글로벌기업이 딜의 고객사다. 딜이 진출한 국가는 총 160여 개국. 한국 시장에는 지난 4월 첫선을 보였다.

중국계 미국인인 왕 CRO는 올해에만 서울을 수차례 방문했다. 그는 “한국은 스포츠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게임산업 등이 발달해 있다”며 “딜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프로듀서, 디자이너, 코치,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을 원격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10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왕 CRO에게 단기간에 급성장한 딜의 원동력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한 기업가만 450여 명


▎지난 11월 10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왕 CRO는 코로나 엔데믹 시대의 업무 방식과 인재 고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이 첫 번째 창업은 아니라고 들었다. 과거의 실패가 딜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줬나.

MIT 졸업 후 ‘에어리스 클린텍(Aeries Cleantec AG)’이라는 공기청정기 업체(아이로봇에 인수)를 공동 창업했다. 상품 설계부터 제조, 유통, 판매, 영업·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전반에 고루 참여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려움이 상당히 많았다. 제조업체와 판매채널, 유통채널 등 다방면으로 소통해야 했다. 성과는 좋았다. 첫 번째 상품은 아마존(Amazon)에 입점돼 미국과 한국, 홍콩, 싱가포르, 중국,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판매됐다. (그런데 왜 엑시트했나?) 고속성장에 한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계기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에 도전했고, 그 결과가 딜이다.

어떤 근거로 딜의 성공 가능성을 예견했나.

팬데믹 이전부터 링크드인(LinkedIn), 페이스북(현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다수가 이미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5일 중 3일 정도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일종의 트렌드였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비즈니스모델이 시장에서 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에 이어 원격근무도 가능하겠다고 보고 원격 고용 관련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

딜은 설립 2년 만에 유니콘기업이 됐다. 급성장의 원동력을 꼽는다면.

딜이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비스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의 페인포인트(고충)를 정확하게 포착해 서비스에 반영했다. 원격 고용을 원하는 기업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첫 번째가 해외 송금 문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일하는 직원들의 급여처리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현지 노무 규정을 일일이 파악해 준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원격 고용에 따른 기업의 고충은 어떻게 알게 됐나?) 창업 초반 두 달에 걸쳐 450명이 넘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찾아가 페인포인트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들의 답변을 종합해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했다. 현재도 딜은 고객의 피드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개선해나간다.

딜의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딜은 기업의 각종 원격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노무 규정을 반영해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가 직원의 복리후생 등 HR 분야에서 현지 노무 규정 또는 노무 관련 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더 나아가 딜은 현지 세법(稅法)에 맞는 기업 컨설팅도 하고 있다. 현지에 있는 딜의 HR 전문가가 기업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고객사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겠다.) 그렇다. HR 서비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다. 딜은 고객사가 100곳일 정도로 영세할 때도 연중무휴 24시간 고객지원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고객사가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창업에 실패도 해봤고 크나큰 성공도 거뒀다. 창업에 대한 깨달음이 있다면.

크게 네 가지다. 비즈니스모델을 잘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다음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실제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딜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창업 초반부터 내수시장만 겨냥하지 않았다.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등 해외로 시장 저변을 넓히는 전략과 함께 판매 전략을 세우고 영업부서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딜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나.

딜의 비전은 전 세계 모든 직장인의 업무 방식을 변혁하는 것이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원격근무 등이 모두 가능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기업이 국경을 초월해 인재를 채용하고 인력 풀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딜의 서비스는 피고용자에게도 도움을 준다. 내수시장에 갇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딜 플랫폼은 해외로 나가는 창구다.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 중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 고용의 변화

주로 어떤 업계에서 딜을 찾는지 궁금하다.

고객사 규모는 공룡기업,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등 다양하다. 특히 많은 대기업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딜 플랫폼을 이용하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아도 현지의 핵심 인력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비롯한 IT기업은 내수시장에서 인재를 찾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딜 플랫폼을 이용하면 해외 국가에서도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비단 IT기업만이 아니다. 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산업군은 매우 광범위하다. IT부터 스포츠,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다양하다. 호텔업, 숙박업 등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도 고객군이다.

많은 HR 서비스 업체가 존재한다. 경쟁업체와 구분되는 딜의 강점은 무엇인가.

딜보다 7~8년 앞서 유사한 비즈니스를 시작한 업체도 있다. 그들과의 차별성은 ‘원클릭 결제 시스템’이다. 급여 정산, 송장 자동 생성, 환율 자동 계산 등 기업이 급여 지급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수동 기입 방식이지만 딜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현지 금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최적의 환율을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기업의 급여 정산 과정을 간소화해준다. 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은 인사팀이나 재무팀의 업무 비중을 줄이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당연히 송금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었다.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도 인력을 감원하는 추세다. 향후 업무 방식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딜은 지난 3년간 전 세계 기업의 평균 고용 속도를 분석해봤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장 전망을 토대로 과도하게 채용한 기업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3년 동안 나눠서 고용해야 할 규모를 한 해에 한꺼번에 고용하는 현상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코로나 엔데믹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예상만큼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인력 감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 기업은 경영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며 또 다른 매출원을 찾아야 한다. 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에서 저임금 인재를 채용해 고용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여러 번의 방한(訪韓)에서 글로벌 채용, 다시 말해 원격 고용에 개방적인 여러 기업을 봤다. 헤드헌터를 비롯한 채용 에이전시와 협력해 한국에서의 마켓플레이스를 넓혀갈 계획이다. 최고의 인재풀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딜의 향후 계획을 알고 싶다.

딜은 이미 현지의 노무 규정과 노무 관련 법을 최대한 준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해놓은 상황이다. 딜 플랫폼에서 정산된 급여가 한 달에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딜은 원격 고용 관련 R&D 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어떤 국가, 어떤 지역에 특정 직종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축적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는 중이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기업에 각종 인사이트를 제안하는 한편, 인재의 백그라운드도 체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최상의 퀄리티를 창출해 낼 방침이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212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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