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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 최고경영자 과정 ‘J포럼’ LOUNGE] 권순용 LHH코리아 사장 

전직 지원의 글로벌 스탠더드 

장진원 기자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들은 입사자 못지않게 떠나는 직원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 권순용 사장이 이끄는 LHH코리아는 국내 전직 지원 서비스 기업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굳이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이 아니더라도 이직과 전직은 개인의 능력 향상과 성장을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반면 이직·전직을 희망하는 수요에 비해 이들을 위한 전문 컨설팅은 아직 국내에선 낯선 영역이다. 퇴직 못지않게 채용 유연성이 큰 서구에 비해 한국에서는 여전히 ‘전직 컨설팅’이라는 비즈니스 영역이 보편화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J포럼 26기 원우회장을 맡고 있는 권순용 LHH코리아 사장(컨트리 매니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직 관리 전문가다. LHH는 세계 최대 HR 솔루션 기업인 아데코그룹의 계열사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 400여 개 오피스를 둔 전직 지원 전문 글로벌기업이다. 권 사장은 2011년 LHH코리아에 합류하기 전에도 SK그룹 지주사의 GTM(Global Talent Management) 팀장을 맡아 GRO(Global Recruiting Officer)로서 해외 인재 영입 업무를 맡는 등 인재관리 전문가로 활동했다.

LHH코리아의 전직 지원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헤드헌팅 비즈니스와 완전히 결이 다르다. 권 사장은 “헤드헌팅 사업과는 사업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전직 지원은 단순한 구인구직 활동을 넘어 100% B2B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LHH코리아의 고객은 이직을 원하는 개인 구직자나 채용을 앞둔 기업 인사팀이 아니다.

미국 500대 기업 중 70%가 고객사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기업들은 채용 못지않게 퇴사도 중요한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500대 기업 중 70% 정도가 LHH의 고객이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위한 전직 지원이 인사 업무의 주요한 패키지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LHH코리아 역시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기업들이 제일 큰 고객들이죠.”

입사 못지않은 퇴사 관리라는 개념이 언뜻 와닿지 않는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한국 기업과 글로벌기업의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BM, 애플, HP,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P&G, 골드만삭스 등 LHH코리아의 고객사들이 직원들의 전직 지원에 힘쓰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첫째, 떠나는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죠. 몇 달 치 월급 쥐여주고 끝나는 명퇴와는 인식 자체가 다릅니다. 둘째, 평판 관리 차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퇴사자를 일종의 동창생·졸업생(Alumni)으로 대하는 인식입니다. 회사를 거쳐간 동료 수십만 명을 그 기업의 평판과 바이럴마케팅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전직 지원에 그만큼 적극적이고 비용도 아끼지 않는 거죠.”

현재 LHH코리아의 고객사 명단에는 국내 대기업과 금융사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임원급 이상의 퇴직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고객사 중 95%가 글로벌기업인 것도 해외 기업과 우리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C은행 사례는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전직 지원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 사례다. 2000~3000명에 달하는 구조조정 인원 전체의 전직 지원이 LHH코리아를 통해 이뤄졌다. C은행 한국 법인뿐 아니라, 전 세계 14개 나라에서 이뤄진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도 LHH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철저한 개인 맞춤 전직 지원 서비스

LHH코리아의 전직 지원 서비스는 어떻게 이뤄질까. 먼저 철저한 개인 맞춤 컨설팅이다. 권 사장은 이를 ‘1:1 족집게 과외’에 비유했다. 전직 지원 대상자 한 명 한 명에게 전문 컨설턴트가 배정돼 세심한 관리가 이뤄진다. 그룹교육도 강점이다. 이력서 작성부터 전문 자격증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직을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 성공적인 재취업 정보 제공을 위한 ‘잡리드팀’도 운영한다. 여기에는 잡포털이나 서치펌에 공개된 오픈 포지션 대신 LHH코리아의 서비스 대상자에게만 지원되는 히든 포지션 정보를 제공한다. 퇴직자를 위한 업무시설(facility) 지원도 이뤄진다. 평일 업무 시간대에 개인별 부스를 제공해 전화·팩스·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음료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전체 서비스 중 70%가 재취업 지원이고, 20%는 창업 지원입니다. NGO부터 귀농귀촌, 심지어 선교활동에 대한 전직 지원까지 철저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죠. LHH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재취업 기준으로 개인 구직 대비 3배 빠른 취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재취업 확률도 3배 이상 높죠.”

인터뷰를 마칠 무렵 권 사장은 LHH코리아만의 강점으로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를 꼽았다. 권 사장은 이를 “쉽게 말해 퇴직한 임원들의 목에서 힘을 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퇴직 임원들의 주된 정서가 뭔지 아세요? 미련, 섭섭함, 시원함? 다 아닙니다. 바로 분노예요. 사장으로 그만두면 ‘1년만 더하면 부회장인데 나를 내치다니’ 하며 화를 삭이지 못하죠.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분노 게이지를 낮추고, 또 눈높이를 낮추는 체인지 매니지먼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를 갖춘 곳이 몇 안 되죠.”

퇴직자를 바라보는 국내 기업의 문화와 인식 변화도 권 사장이 꼽은 숙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퇴직자에게 한없이 매정한 게 국내 기업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권 사장은 “인생의 전환기에서 전직 매니지먼트를 받은 사람과 아닌 사람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J포럼은 - 2009년 국내 언론사에서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 경제, 경영, 역사, 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봄·가을) 원우를 선발하여 진행된다. 그동안 졸업생 12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의·접수 중앙아카데미 J포럼사무국(02-2031-1018) http://ceo.joongang.co.kr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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