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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빅테크가 제시하는 메타버스 세계관 

드디어 고대하던 애플 헤드셋이 대중에게 소개됐고, 메타는 그에 질세라 애플 헤드셋이 출시되기 전에 기능과 디자인이 상당 부분 향상된 퀘스트3 헤드셋을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거의 모든 매체와 테크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이 두 회사에 대해 기사를 쓰고 방송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자연스레 잠시 주춤했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어 반갑다.

▎애플 비전프로
애플 비전프로와 메타 퀘스트3의 기술적 스펙에 대해서는 많은 기사와 SNS 포스팅에서 이미 자세히 분석을 해놓은 상태라 여기서 다시 다룰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신, 이 기기들의 디자인과 기능을 살펴보면 빅테크 기업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다.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논란 중 가장 큰 걸림돌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는 헤드셋의 일상적 활용도와 불편함이다. 킬러콘텐트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오큘러스와 스팀VR 스토어가 활성화돼 최근 몇 년 사이 메타버스 관련 앱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만약 스마트폰 앱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헤드셋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유저들이 과연 무겁고 불편한 헤드셋을 뒤집어쓰고 장시간 버틸 의향이 있는지다. 이 고질적인 하드웨어 문제에 대해 각 회사들이 제시하는 비전에는 겹치는 부분도,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어서 흥미롭다.

단독 컴퓨터로서의 헤드셋

일단, 가상공간에 진입하는 방식은 헤드셋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닌데, 빅테크 기업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수십 년간 이루어진 메타버스 관련 기기들의 진화 속에서 가장 승산이 있는 하드웨어는 헤드셋이라는 데는 의견이 모아진 듯하다. 특히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비전프로는기술의 한계 때문에 임의로 나누어진 VR, AR, MR 등의 카테고리를 고수했던 기존 헤드셋들과 달리, 헤드셋 하나로 가상환경 내의 몰입도를 유저가 다이얼을 돌려 지정하는 통합형 헤드셋을 현실화했다. 따라서 현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여러 카테고리를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보는 대신, 가상성(virtuality)의 연결 선상에 두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오가는 형태로 생각하는 것이 옳겠다. 이 칼럼에서 수차례 언급했듯이 가상의 경험과 현실의 경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빅테크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을 헤드셋들이 직면할 주요 과제는 어떻게 하면 일반 유저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헤드셋을 활용하게 될 것인가이다. 문제에서 메타 퀘스트 시리즈가 획기적이었던 이유는 단연 이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헤드셋들은 컴퓨터의 프로세싱 파워 때문에 PC에 선으로 묶여 있으면서 3차원 공간을 표현하는 렌즈 정도의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에 유저의 움직임을 읽어낼 트래킹 카메라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 일단 위치를 선정한 트래킹 카메라들의 위치가 조금이라도 이동하게 되면 다시 복잡한 설정 과정을 거쳐 조준해줘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유저들이 헤드셋을 가지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메타버스 콘텐트를 즐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빅테크 기업에서 제시한 헤드셋의 비전은 내장된 컴퓨터와 트래킹 카메라 등 무선으로 유저들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가상환경에 진입하는 것이다. 기술적 제약 때문에 아직까지는 헤드셋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는 상황이지만(예: 애플 비전프로는 외장 배터리팩을 들고 다녀야 하고, 메타 퀘스트2는 PCVR보다 프로세싱 파워가 떨어진다), 이런 것들은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문제들이다. 이제껏 헤드셋은 주변기기로만 인식해왔지만, 애플 비전프로의 등장과 메타 퀘스트의 발전으로 헤드셋은 차세대 컴퓨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소프트웨어 및 유저 베이스 확장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에 하드웨어의 기술적인 발전만큼이나 유저의 경험과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최첨단 기능이 제공되더라도 많은 유저가 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기능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테크놀로지의 유용성과 이용 가치를 결정하는 데 유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셈이다. 따라서 유저들이 다양한 기능을 인지하고 백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을 이끌어내도록 테크놀로지를 디자인하는 것이 user experience(UX) 연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It just works’ 같은 유저 중심 철학으로 직관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기기들을 통해 유저 베이스를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애플의 큰 장점 중 하나인데, 이는 애플 비전프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컨트롤러와 완전한 무선 형태의 시스템을 적용해 활동성을 극대화한 메타의 접근과 달리, 애플은 시스템이 다소 무거워지더라도 다른 디바이스들과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기존의 애플 생태계를 3차원 공간으로 끌어오는 데 집중했다. 이는 메타버스가 아직 생소하게 느껴져서 진입하지 못하고 있던 애플 유저들을 메타버스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특히 메타를 포함한 현재의 헤드셋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예전보다는 좋아졌으나 여전히 컴퓨터를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용이한 수준이라 갈 길이 먼 것에 비해, 튜토리얼이나 별개의 컨트롤러, 복잡한 메뉴얼 없이 가벼운 손짓만으로 바로 사용 가능한 UI가 과연 얼마나 성공적인지가 관건이다. 많은 유저에게는 한 기기가 얼마나 많은 신기술을 활용하는지(유용성)보다 얼마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용이성)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메타 사이 또 다른 점은 유저에게 메타버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기업 차원의 해석에서 엿볼 수 있다. SNS가 전신인 기업 메타는 그에 걸맞게 멀티 유저 공간인 호라이즌(Horizon World)에 주력하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제시한 반면, 애플이 제시한 비전프로의 사용 사례들을 보면 비디오콜에 참여하는 직장 동료 외에는 모델이 거의 혼자 사진이나 동영상 등 대형 화면을 3차원 공간에서 보는 용도로 헤드셋을 활용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온전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봤을 때, 애플이 제시하는 일상 속의 메타버스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워치 등으로 이루어진 애플 생태계의 일부인 셈이며 유저가 순수하게 헤드셋 속 가상공간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메타가 제시하는 메타버스 세계관은 여러 사람과의 사회적 교류, 직장 생활 같은 경제활동까지 가상공간 내에서 이루어져 헤드셋 착용 시간이 길 수 있기 때문에 메타가 제안하는 퀘스트3 디자인은 무엇보다 경량화에 집중한 듯한 모습이다.

점점 고성능 컴퓨터가 되어가는 헤드셋을 끼고 유저들이 명상이나 생동감 넘치는 영화 감상을 즐기며 혼자만의 평화를 즐기고 싶을지 아니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많은 사람과 어울려 놀고 일하며 교류하고 싶을지는 각 회사의 제품이 출시된 후 유저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알 것 같다. 곧 구글과 삼성이 합작으로 발표할 헤드셋도 공개될 예정이니 각 회사들의 메타버스 세계관이 충돌한 후 살아남을 기술과 기능들에 귀추가 주목된다. 메타버스 하기 좋은 계절이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 (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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