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나무를 베어 지구환경을 지키자고? 

 

빌 게이츠와 같은 유명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는 코다마시스템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벌목한 나무를 땅에 매립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제 미국 정부가 세액공제 카드를 꺼내 이들을 도와줄 일만 남았다.

▎캘리포니아 스타니슬라오 국유림에서 벌채한 통나무들이 제재소로 향하지 않았다면 이 목재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다음으로 가장 좋은 대안은 바로 매립이라고 메릿 젱킨스 코다마시스템스 CEO는 말했다. / 사진:PHOTOGRAPH BY ETHAN PINES FOR FORBES
1년 전 메릿 젱킨스(Merritt Jenkins, 35)는 보스턴을 떠나 캘리포니아주 트웨인 하트로 거처를 옮겼다. 시에라네바다산맥 끝자락에 25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아침 출근길마다 그는 앨리시아의 슈가쉑에 들러 호밀빵에 스크램블드에그와 아보카도를 얹은 샌드위치를 사서 아침으로 먹고, 스타니슬라오(Stanislaus) 국유림 안에 있는 10에이커 규모 숲으로 향한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 코다마시스템스(KodamaSystems)는 이곳에서 길이 7.6m, 무게 17톤인 반자동 벌목기를 테스트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벌목업자들은 목재를 끌어 옮기는 ‘스키더(skidder)’라는 기계를 이용해 1톤이 넘을 정도로 무거운 나무와 조각들을 모아 숲 밖으로 옮겨놓는다. 코다마 장비는 위성 네트워크와 자율주행에 쓰이는 첨단 라이다 카메라를 이용해 작업자의 수를 크게 줄이면서도 야간에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동일한 분량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장비와 차별화된다. 이는 결코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무의 텍스처가 다양하기 때문에 움직임을 추적할 때는 나무를 끌고 지나간 자국이 3m마다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젱킨스는 말했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벌목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코다마시스템스의 가장 신박한 강점은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에너지(Breakthrough Energy) 등 투자사로부터 660만 달러의 시드머니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코다마는 벌채한 나무를 모아 땅에 매립할 예정이다. 그렇게 해서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 판매 가능한 탄소 상쇄 거래권을 얻는 것이 코다마의 계획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세액공제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쯤에서 의아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려면 이를 빨아들일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배출권은 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기업이나 전용기 소유주 등이 거래소에서 매수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나무를 ‘묻는 것’ 또한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 나무가 소각 또는 부패할 운명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그 과정에서 나무 안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가 2020년 겪은 대형 산불은 지나치게 울창한 숲이 대기와 사람들의 자산, 생명에 끼칠 수 있는 위험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샌프란시스코 하늘이 주황색으로 넘실대던 모습이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위험을 확실히 인지하게 됐죠.” 코다마에서 바이오매스 활용 및 정책을 총괄하는 지미 부어히스가 말했다. 올해 캐나다 산불 때문에 뉴욕과 워싱턴D.C., 시카고의 대기 상태까지 위험해지면서 경각심은 더욱 높아졌다.

문제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미 산림청에서는 대부분 캘리포니아에 속해 있는 서부 지역의 울창한 산림 7000만 에이커를 솎아내 나무 사이 거리를 넓히는 작업을 향후 10년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싹 마른 바이오매스 연료가 10억 톤이나 나오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나무를 솎아내는 벌목 작업을 진행하고 나면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통나무들은 제재소로 향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제재소 마당에 잔뜩 쌓여 있다가 통제 가능한 환경 속에서 소각될 것이다. 코다마는 남은 나무들을 소각하는 대신 땅속에 매립할 예정이다. 땅속에 저장실을 만들고 흙으로 덮어서 산소가 없는 건조한 환경을 만들면, 목재의 부패와 연소를 막을 수 있다.

코다마는 벤처투자자들의 시드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 산불관리소 등 정부 기관에서도 지원금 110만 달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코다마가 최초로 나무 400그루를 매립하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배출 상쇄권도 함께 매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개시장에서 이 거래권은 톤당 200달러에 판매된다. 코다마는 연간 5000톤 넘는 나무를 벌채하여 매립할 계획이다.

엔지니어링과 환경과학 이중 전공으로 다트머스대학을 졸업한 젱킨스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로봇공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중고 로봇 장비를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기계학습으로 토양 상태를 분석하는 기업을 공동 창업했다. 그러나 2019년 MIT에서 MBA를 이수하던 그는 이미 경쟁업체가 많은 애그 테크(Ag-tech) 부문보다 임업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AI 스타트업을 떠나 수개월간 벌목업자들과 함께 지내며 이들이 장비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분석했고, 2021년에는 임업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벌목 산업의 인력 부족이 기계 장비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부족했어요.” 그가 말했다. 산림청의 나무 솎아내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직업 역량 교육과 신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업계에서 포착한 ‘메꿔지지 않은 큰 구멍’은 하나 더 있다. 벌목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바이오매스가 만들어지는데, 이걸로 무엇을 할지 다들 몰랐다는 점이다. 그는 예일대학교 탄소봉쇄연구소(Carbon Containment Lab)에서 바이오매스를 가둬두는 저장소를 연구했다는 정보를 기억해냈고, 때마침 친구들이 부르히스(33)를 소개시켜줬다. 산악인이자 지질학자, 지구과학 공학자인 부르히스는 폐광을 바이오매스 매립지로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둘은 곧장 의기투합했다.


▎21세기 나무꾼 최대 18m 높이의 나무들을 솎아내기 위해 선택적 벌목 작업을 진행하는 코다마는 베어낸 나무를 숲 바깥의 건조한 땅으로 옮겨 매장한다. / 사진:ETHAN PINES FOR FORBES
나무를 땅에 묻는다는 발상은 단순하고 별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다.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추출해내는 ‘탄소 포집’ 기술의 복잡함과 비교하면 매립은 더 단순해 보인다. 2022년 민주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킨 덕분에 옥시덴털 페트롤리움과 엑손모빌 같은 기업들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추출해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한 후 땅속에 주입해 영원히 가둬두는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하면 대기에서 분리한 이산화탄소 1톤당 85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IRA는 탄소 포집의 경우 선행자본 투자의 30% 이상을 세액공제로 받는 혜택을 더해 관련 프로젝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나무를 벌채하여 석탄을 대신할 펠릿으로 만들어도 그에 해당하는 세액공제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무를 땅에 바로 매립했을 때 주는 세금 혜택은 아직까지 없다.

“탄소를 대규모로 저감하고 싶다면 자연에서, 또는 자연을 이용해 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마이크로소프트 최고환경책임자로 있다가 하벨리인베스트먼트(Haveli Investments)로 옮긴 루카스 조파가 말했다. “대기 속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진화 속도만큼 효율적으로 발전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얼마나 효율적이어야 할까? 메릴랜드대학의 닝 젱대기과학 교수는 ‘바이오매스 매립 기술의 대부’로 평가받는다. 그는 숲에서 막 벌채한 나무는 무게 1톤당 약 50%의 탄소를 머금고 있는데 이 나무를 그대로 부식하거나 소각할 경우 이산화탄소 1톤가량이 대기로 방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하게 말해서 “땅에서 바이오매스 1톤이 발생하면 하늘에서 이산화탄소 1톤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젱 교수도 카본락다운(Carbon Lockdown)이란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했다. 회사는 볼티모어 시정부를 대상으로 바이오매스 5000톤을 채집하여 부유하고 나무가 많은 근방 메릴랜드주 포토맥에 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바이오매스 매립으로 받게 된 탄소 거래권을 퓨로닷어스(Puro.earth) 사이트에서 1톤당 181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구축된 퓨로닷어스는 2021년 나스닥이 과반 지분을 인수했고, 지금은 탄소 거래권 플랫폼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웨덴 투자사 킨네비크(Kinnevik)가 카본락다운의 거래권 1000톤을 매수하기도 했다. “자연을 이용한 기술은 이미 적용되고 있고 확장 가능하다”고 킨네비크의 해외 탄소거래권 매입 총괄인 미카엘라 크레이머가 말했다. “1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민간기업이나 정부에서 바이오매스 대규모 매립 관련 투자를 받아내기는 여전히 힘들다.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 활동을 대체하거나 시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 매립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은 거래권밖에 없다. 게다가 매립하려면 땅을 헤집어 놔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텍사스에서는 변호사 크리스 크놉(43)이 창업한 회사 카본시쿼스트레이션(Carbon Sequestration)이 자체 보유지 45에이커에 4000톤이 넘는 바이오매스를 매립했다. 루이지애나주 경계선과 아주 가까운 땅이다. 이곳의 땅은 두꺼운 점토층이 깔려 있어 산소가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바이오매스의 부식을 막기에 아주 적합하다. 최근 그는 보몬트 북쪽에 있는 토지 소유주들이 부동산 개발을 위해 벌채한 소나무 조각 1만5000톤을 확보했다. 원래는 소각될 바이오매스였지만, 크놉은 이 목재를 인수하여 퓨로에서 톤당 145달러에 판매 가능한 배출권을 확보했다.

이 거래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이루고 연방 세액공제를 활용해 흑자전환을 노리는 것이 크놉의 계획이다. 그러나 의회에서 세액공제 대상에 바이오매스 매립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놉과 관련 로비스트들은 재무부에서 탄소 격리에 지급하는 배출권 규정을 최종 확립할 때 바이오매스도 범주에 넣도록 작업 중이다. 그는 “바이오매스도 공제 대상에 들어간다는 일종의 확인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크놉은 숲을 형성한 수종 중에서 소나무를 잘라내 매장하고 그 자리에 탄소 흡수율이 좀 더 높은 대나무와 포플러 나무, 양마 등을 심어 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는 스폰지처럼 숲을 바꿔놓겠다는 당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코다마시스템스의 젱킨스는 숲의 건강을 위해 솎아낸 나무들을 땅에 매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부르히스는 새로운 땅을 파내기보다 사용되지 않는 폐광과 채석장을 바이오매스 저장 공간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매진 중이다. 부르히스는 “가스와 용출액의 양을 측정하여 탄소 흐름을 완전히 차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ow To Play It


▎사진:PATRICK WELSH FOR FORBES
기껏 키운 나무를 땅속에 묻어버리다니 엄청난 낭비 아닌가.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탄소를 머금은 나무를 보관할 장소는 땅속보다 땅 위가 더 적합해 보인다. 널빤지로 만들어 주택 건축 시 각종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상업 건물에 쓰이는 기둥용 합판으로 만들 수도 있다. 철강재나 콘크리트 대신 목재를 사용하면 건축 과정에서 CO2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런 친환경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면 임업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된다. 캐나다의 웨스트프레이저팀버(West Fraser Timber)나 핀란드의 스토라엔소(Stora Enso)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주택 건설이 주춤하면서 수익은 하락했으나 나무들은 계속 자라는 중이고, 배당금 지급(각자 1.4%와 5%)도 계속되고 있다. 해당 기업의 본국에 납부하는 원천징수세는 국내 납부 세금에 대한 공제를 통해 일부 또는 전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 투자전략의 칼럼니스트다.

Little Big Pictures


▎사진:GETTY IMAGES (5)
WOOD WORK

미국에는 나무가 꽤 많다. 미 산림청이 실시한 나무 수량 조사에 따르면 미 전역에 나무 약 3000억 그루가 있다. 목재가 담배 필터나 파르메산 치즈 등 정말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무가 많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높이 9m, 폭 45cm 나무 한 그루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제품의 수는 다음과 같다.

- Chris Hel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309호 (2023.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