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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광고학에서 보는 메타버스의 매력 

올여름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광고 및 마케팅 학회에 연달아 참석했는데, 광고학계도 메타버스와 AI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그렇다면 전 세계 광고 및 마케팅 학자들이 근래에 주목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매력은 무엇이고 발표된 내용 중에서 비즈니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
여러 학회에서 수없이 많은 발표가 가상인간을 활용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VI)를 다룬 것으로 미루어보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VI에 대한 관심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솜털 하나까지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력을 자랑하는 VI 생성 플랫폼들도 개발되고 있다.

솜털 하나까지 살아 있는 가상인간

외모는 물론, 행동까지 인간과 거의 흡사한 VI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은 시간문제일 뿐, 종국에는 닥쳐올 미래라고 가정해봤을 때, 광고학자들이 흥미를 갖는 연구 주제들은 주로 인간과 VI 사이의 교류와 관계 맺음이다. 가령, 소비자들은 VI를 어떻게 인식하며, VI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신뢰하는지, 혹은 VI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간 인플루언서(Human Influencer; HI)들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탐색을 벌이고 있다. 이제껏 이루어진 VI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VI는 HI에 비해 생성해낼 수 있는 콘텐트의 범주가 넓어 방대한 양의 광고를 빠른 시간 안에 대중에게 내보낼 수 있다. 그에 따라 VI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참여율(engagement)이 HI 광고보다 몇 배나 더 높은 편이다. 또 HI와 달리 VI는 (아직까지는) 주체성(agency)이 없기 때문에 VI 콘텐트를 개발하는 회사나 에이전시의 통제권이 높아 이미지를 생성하고 관리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HI가 스캔들이나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모델을 교체해 홍보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지만 VI는 인플루언서를 교체하더라도 대응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여러 VI를 각기 다른 개체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VI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르게 생긴 VI로 교체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인플루언서를 통한 광고는 진실성(authenticity)과 이에 따른 친밀감(intimacy) 형성이 주요 요소로 작용하는데, VI는 대중이 본능적으로 디지털 휴먼들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친밀감 형성보다는 다루는 콘텐트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결과도 있다.

인공지능,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인플루언서와 더불어 광고학계에서 요즘 주목받는 인공지능 관련 연구 주제는 알고리즘 이해도(algorithmic literacy)라는 개념이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이 광고 및 홍보와 관련된 온라인 콘텐트를 소비하면서 그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 알고리즘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온라인상에서 노출되는 콘텐트를 수동적으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왜 그 콘텐트가 피드에 포함되었는지를 알고 적극적으로 본인의 취향과 니즈에 맞춰 알고리즘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논리다. 가령, 소셜미디어 플랫폼마다 알고리즘에 포함되거나 계산되는 변수들이 각기 다름을 인지하고, 그 복잡한 계산 과정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디지털 콘텐트가 바뀐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지를 알고 있는지 등이 포함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계를 맹목적으로 믿고 따를 것이 아니라 더욱 능동적인 자세로 미디어 콘텐트를 소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또 기존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접근성(accessibility)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전체적으로 높아진 오늘날의 디지털 격차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기능에 대한 이해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인공지능 이해도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는 많다. 제품이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소비자의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그 기능의 활용도가 낮아지면서 전체적인 소비 경험과 제품·브랜드에 대한 태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테크놀로지가 성공적으로 적용되는지를 결정짓는 것은 기기의 기술력(기능의 유무)뿐 아니라, 소비자의 이해도(개인적 특성), 상황의 특수성(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개인정보 활용 등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역설적으로 더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현재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근래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소비자는 딱히 광고 자체를 싫어해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이해하는 광고의 효용가치가 높다면 대다수의 소비자는 기꺼이 개인정보를 내어줄 요량이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충분히 근거가 있는 가설인 셈이다.

바뀌는 미디어 환경, 진화하는 소비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소비자들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이 진화 과정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광고학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메타버스가 있고, 이는 곧 평면이 주축을 이루었던 2차원 미디어 환경에서 깊이감이 더해진 3차원 미디어 환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3차원 공간, 그 안에 인공지능이 덧붙여진 메타버스에서 소비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VI와 소통하고 교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광고 전략은 3차원 공간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을 백분 활용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더욱 자연스러워진 VI와의 관계 맺음을 투명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장기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309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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