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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를 부활시킨 홍보맨 

 

매치룸의 에디 헌은 자신의 체급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펀치를 날려서 권투의 인기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입담 좋고 자신만만한 홍보를 통해 링 위에 등장한 영웅과 악당 역할 모두를 망설임 없이 해낸 덕이다.

▎ 사진:PHOTOGRAPH BY LEVON BISS FOR FORBES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구름 끼고 흐린 7월의 어느 날, 런던 힐튼 시온 호텔에서 헤비급 챔피언 경기를 2회 우승했던 앤서니 조슈아와 영국의 권투 챔피언이었던 딜리언 화이트의 8월 재경기 홍보를 위한 미디어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를 조직한 에디 헌(Eddie Hearn)이 ‘영국 권투의 빅매치’라 부르는 경기였다. 그러나 헌은 언제나처럼 이미 다음 행보를 계획하고 있었다. 헤비급 선수 데릭 치소라가 옆에 있는 걸 본 헌은 다른 권투선수 파비오 워들리가 진행 중인 유튜브 인터뷰에 갑자기 끼어들어 “둘이 한번 경기해보는 건 어때요?”라고 농담을 날렸다. 두 선수 모두 예상치 못하게 관심을 표명했고, 바로 다음 경기 조직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블록버스터급 매치는 아니었지만, 헌에게는 세간의 관심이 많든 적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권투 경기든 띄울 수 있는 진정한 홍보맨이기 때문이다.

44세인 헌은 쇼를 만들어내는 걸 즐긴다. 가족회사였던 이벤트 홍보사 매치룸스포츠(Matchroom Sports)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키워낸 이가 바로 헌이다. 포브스가 추산한 2023년 회계연도(결산일 6월 30일) 회사 매출은 3억6500만 달러고, 순수익은 6000만 달러다. 권투사업부 부활이 매출 성장에 기여한 바가 가장 큰데, 2012년부터 권투사업부를 이끌어온 사람이 바로 에디 헌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회사를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권투는 현재 매치룸스포츠 연 매출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2억3500만 달러)을 차지하며, 2000만 달러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매치룸스포츠는 영국 권투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이고, 미국에서는 신생업체지만 높은 수익을 내고 있으며, 중동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는 새롭게 부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의 아버지 배리 헌이 1982년 회사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절대 상상하지 못했던 성공이다. 단돈 100파운드로 사업을 시작한 배리는 처음에는 당구의 일종인 스누커에 집중하다가 이후 다트 등 소규모 스포츠로 범위를 확대해갔다. 배리는 2000년 아들 에디가 매치룸에 입사할 때까지 회사 매출을 1000만 달러, 수익을 약 100만 달러로 늘리며 꽤 번듯한 홍보사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12년 뒤 에디가 회사의 권투사업부를 크게 키우자는 과격한 계획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회사 전체 수입 (매출 4600만 달러, 순수익 700만 달러)은 지금 권투사업부 수입보다 적었다. 배리(75)는 “저에게도 꿈이 있었죠”라며 “그런데 에디가 차원이 다른 꿈을 보여주더군요”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성장이 끝났고 심지어 죽었다는 의견이 대세였던 권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회사가 매치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권투는 이종격투기 UFC 경기 전에 보는 ‘예열용’으로 위상이 떨어졌을 정도였다. 무하마드 알리가 조지 포먼을 녹아웃시킨 경기가 전 세계에서 무려 10억 명(전설처럼 전해지지만 출처가 불분명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에 달하는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총 6억 달러(인플레 반영 조정) 수입을 올렸던 1974년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초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UFC의 살벌한 옥타곤 경기와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타이틀 벨트, 카리스마 넘치는 파이터들이 신세대 팬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으면서 2016년에는 거대 미디어 기업 인데버(Endeavor)가 UFC 인수에만 4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쓰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WWE와 합병되면 UFC는 210억 달러 규모의 상장 사업체가 된다.

한편, 매치룸은 지난해 12개 스포츠 종목에서 3000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총 30일의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도 포함되어 있다. 헌은 최고 권투 스타들의 홍보를 맡기도 했다. 조슈아와 격투기 스포츠에서 체급을 무시하고 실력을 평가했을 때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수성한 카넬로 알바레스가 모두 그의 담당이었다. 2018년에 헌은 경기 중계와 유료 시청 서비스를 조합하는 전통적 방식의 수익 모델을 따르는 대신, 당시 시장에 막 들어온 스포츠 특화 스트리밍 서비스 다즌(DAZN)과 8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추산한 계약의 가치는 총 10억 달러로, 매치룸이 이전에 스카이스포츠와 체결했던 계약보다 4배나 많다. 헌은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처럼 현장에 직접 나가 뛰면서 매치룸이 홍보하는 모든 경기에서 ‘인간 메가폰’이 되어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엄청난 성장을 거두었지만, 헌은 언제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매치룸을 가족지분 100%인 비상장기업으로 두는 대신 IPO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기업가치를 9억 달러로 추산해서 CVC캐피털에 소수지분을 매각하려 했던 최근 협상이 결렬된 후 다수의 사모투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헌은 말했다.


▎물려받은 대저택, 더 크게 키우다 런던 외곽에서 에디 헌이 자란 집은 이제 매치룸스포츠의 본사가 됐다. 이곳에서 그는 아버지가 성취한 업적과 자신의 업적을 비교하며 체급을 올리고 있다. / 사진:LEVON BISS FOR FORBES
“아버지가 성공한 사업가이면서 성격과 개성까지 강하다면 아버지 수준에 맞추거나 아버지를 넘어서는 일이 정말 힘들 수 있습니다.” 헌이 말했다. “그랬기 때문에 제가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자기 만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가 키우지 못한 수준까지 회사를 키워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헌이 어렸을 때부터 그런 꿈을 꿨던 건 아니다. 런던 북동부 외곽 지역인 에섹스에서 자라난 그는 주말이면 권투 경기를 관람하거나 수업이 끝나고 매치룸의 거대한 흰색 리무진 차량으로 귀가하며 아버지가 힘들게 일해 거둔 과실을 누리는 데 정신이 없었다. 취미는 크리켓과 럭비였고, 공부는 늘상 뒷전이었다. 1550년대 설립된 명문 사립학교 브렌트우드에서 낙제를 해서 아버지가 뇌물을 제안해야만 공부를 할 정도였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바로 사회에 나가겠다고 결심하고 스포츠 매니지먼트 기업 수십 개에 이력서를 보낸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자신을 부풀려 급여를 2배 인상하며 이직했다. 그가 매치룸으로 소속을 옮겨 골프선수들을 홍보하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이후에는 포커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2000년대 중반 텍사스 홀덤 열풍이 일어나면서 포커가 회사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핵심 사업부로 부상했다.

헌의 커리어 궤적이 방향을 튼 계기는 바로 2009년 포커 월드 시리즈다. 그때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헤비급 권투선수인 오들리 해리슨을 만났다. 다시 한번 링 위에 서고자 하는 해리슨의 간절한 마음을 알게 된 그는 충동적으로 해리슨의 홍보를 맡는 데 동의했고, 헤비급 챔피언 경기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해리슨은 그 경기에서 패했지만, 큰 경기로 관심을 받고자 했던 다른 권투선수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 헌은 스카이스포츠와 독점 방송 계약을 체결하는 데도 성공했다. “에디의 아버지가 스카이와 이미 관계를 쌓아놓은 덕에 계약을 쉽게 따낼 수 있었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세계 챔피언 오스카 델 라 호야가 설립한 회사 골든보이프로모션(Golden Boy Promotions)의 최고운영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이츠코위치가 말했다. “그래도 영국 권투에서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인정할 건 해줘야죠. 게다가 아주 잘해냈으니까요.”

입에 물고 태어난 은수저를 금수저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적을 만들기 쉽다. 특히 상대 선수의 의기양양한 얼굴에서 미소를 싹 가시게 만들어야 하는 권투에서는 더욱 그렇다. 헌은 다즌과의 계약을 발표하기 전에 매치룸이 미국 권투를 접수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3개월이면 끝내버릴 수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사람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전략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지도를 높이고, 악플과 노이즈를 만들어서 관심을 받는 거죠.” 헌이 말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희생해서 권투를 구해내는 영웅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악당 역할을 맡는 것도 개의치 않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든, 권투 산업이 타게 될 다음 흐름에서도 헌은 자리를 잘 잡고 있다. 헌은 미국뿐만 아니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동과 아시아 등지에서 챔피언십을 주최해 경기장 등에서 경기 개최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 JUSTIN BIRNBAUM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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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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