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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5대 투자운용사의 포트폴리오 비교 분석 

투자 대가들이 선택한 특별한 종목 

이진원 기자
일반적으로 여름은 주식시장이 한숨 돌리는 시기다. 그래서 이때가 2023년 상반기의 투자 동향을 분석하고 하반기를 내다보기 좋은 기회다. 글로벌 투자운용사와 저명한 투자자들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지 들여다보면, 시장에 대한 그들의 고유한 전망을 파악할 수 있다. 13F 파일링(13F filing, 주식보유현황 공시) 자료를 통해 글로벌 5대 투자운용사의 투자 동향을 살펴봤다. 13F 파일링은 자산 1억 달러(1267억원) 이상인 자산운용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분기별 보고서다. 5개 주요 투자운용사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봤다

워런버핏은 “우리가 선호하는 (투자) 보유기간은 영원하다”라고 늘 말한다. 워런버핏과 같은 슈퍼투자자, 가치투자가는 일반적으로 장기 접근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들이 보유한 자산을 추적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은 매우 유익할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는 슈퍼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현황을 매분기 분석, 공개하는 정보제공업체도 다수다.

벨류인사이더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95개 슈퍼투자가는 1547개 종목에 8540억 달러(1079조원)을 투자·운용하고 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 2023년 1분기 기준 가장 큰 비중을 가진 종목 TOP 10을 살펴보면 1위는 애플(AAPL)로 1520억 달러(192조원)가 몰려 있다. 95개 자산운용사 투자금액 중 17.86%를 차지하며, 17개사가 애플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로(MSFT)로, 38개사가 330억원 이상을 담고 있다. ^3위 뱅크오브아메리카(BAC) 19개사 310억 달러 이상^4위 아메리칸익스프레스(AXP) 11개사 250억 달러 이상^5위 코카콜라(KO) 6개사 240억 달러 이상^6위 셰브론(CVX) 7개사 210억 달러 이상^7위 옥시덴탈석유공사(OXY) 5개사 170억 달러 ^8위 비자(V) 24개사 150억 달러 이상 ^9위 아이칸 엔터프라이지스(IEP) 1개사 150억 달러 이상 ^10위 아마존(AMZN) 26개사 140억 달러 순이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가장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S&P500의 수익률을 선회했다. S&P500은 지난 2013년 이후 195%의 수익을 올렸지만,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펀드는 같은 기간 260% 성장했다.


버핏은 자주 다각화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거의 절반은 시장가치가 높은 애플에 몰려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폭 조정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으나, 애플 주식은 지난 1분기 동안 2042만 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써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4%로 역대 최대다.

한편 수익성이 좋은 신용카드사 주식을 매입하고 지역은행 지분을 정리했다. 최근 혼란스러운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를 세밀하게 고려한 투자전략으로 판단된다. 버크셔는 신용카드사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 992만 주를 9억54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 등 대형 은행 주식 비중을 늘렸다. BoA 주식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9.09%로, 애플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꾸준히 비중을 늘려온 에너지 기업 셰브론 주식도 3057만 주 정리해 비중이 전 분기 9.78%에서 7%로 낮아졌지만 5번째로 큰 비중이다.

그 외 버크셔는 옥시덴털 석유공사(4%) 크래프트하인즈(4%), 무디스(2%), 액티비전 블리자드(1%), HP(1%)가 주요 투자처다. 기타 투자처로는 다비타, 베리사인, 크로거 등이 있다.

짐 사이먼의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퀀트 투자 관행을 개척한 복잡한 수학적 모델과 알고리듬의 적용으로 유명하다. 사이먼은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암호해독자로 일했고, 오즈월드 베블런 기하학상(Oswald Veblen Prize in Geometry)을 수상했다. 그는 끈 이론(String Theory)의 기초가 되는『천사이먼 이론(Chern-Simons Theory)』을 공동 집필했다.


그의 과학적 배경을 투자에 적용한 결과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종목을 골고루 담고 있다. 이 펀드의 최대 보유 자산은 거대 제약회사인 노보 노르디스크로, 2%가 할당돼 있다. 르네상스의 투자처는 대부분 생명공학 기업이며 아직 수익성이 높지 않은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1%), 유나이티드헬스그룹(1%),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 화이자, 애보트 연구소,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등이 있다. 그 외 주요 10대 투자처로 아마존(1%), 테슬라(1%), 에어비앤비(1%), 인터넷 인프라 기업 베리사인(1%), 허쉬(1%), 보잉(1%)이 있다.

르네상스 포트폴리오는 3900개 넘는 종목에 다양한 섹터와 포지션으로 분할돼 있어, 알고리듬 기반의 통계적 차익 거래 접근 방식으로 수익을 만드는 전략이다.

르네상스의 주력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62%의 수익률(수수료 전)과 37%의 연간 수익률(수수료 제외)을 창출했다. 이를 다시 말하자면, 1988년부터 2021년까지 메달리온 펀드에 투자한 1달러는 거의 4만2000달러(수수료 제외)로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S&P500에 투자한 1달러는 40달러가 됐다. 워런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1달러 투자가 같은 기간 152달러로 커지는 데 그쳤다.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한 몇 안되는 헤지펀드 중 하나로 유명하다.


자산 배분에 대한 다각화 및 리스크 패리티 접근(RiskParity Approach, 자산 상호 간 리스크 균형 전략)을 통해 어떠한 경제 환경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거두는 전천후 포트폴리오 전략(All Weather Strategy)을 구사한다.

실제로 브리지워터가 보유한 여러 자산은 서로 평행적으로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MSCI Emerging Markets ETF(5%)의 최대 보유량은 Core S&P500 ETF(5%)로 균형을 이룬다.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Core S&P500 ETF의 수익률은 -11.42%이지만, MSCI Emerging Markets ETF의 수익률 22.74%로 상쇄했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까지 중국 주식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JD.com, 빌리빌리, 넷이즈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신흥시장 ETF로 그동안 강조했던 중국 투자에 대해 좀 더 다각화한 접근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헤지펀드전략은 아무리 주식시장이 안 좋을 때라도 브리지워터가 연간 20%의 수익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ETF 외에 P&G(5%)와 존슨앤드존슨(3%), 펩시코(3%)와 코카콜라(3%), 코스트코홀세일(3%)과 월마트(2%) 등 동종 경쟁업체의 투자를 균형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편, 브리지워터는 금 ETF를 보유한 몇 안 되는 펀드 중 하나다. 다른 펀드들은 안정적 재정과 투자를 지원하는 비즈니스를 보유한 금 로열티 회사나 채굴자에게 투자하는 반면, 달리오의 펀드는 귀금속에 직접 투자한다.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핵심 전략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듀케인에서 연평균 30%의 일관된 수익률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에 대한 거시경제적 접근으로 잘 알려진 드러켄밀러는 강한 확신이 있을 때 독특하고 집중적인 베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한국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쿠팡이다. 지난해 2분기에 보유 중인 아마존 주식을 전량 매각(1억9900만 달러)하고 쿠팡에 힘을 실어 현재 1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그가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으로, 지난 1분기에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포트폴리오에서 IT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8.6%에서 올해 1분기 25.2%로 확대됐다. 드러켄밀러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AI 예찬론자로 꼽힌다.

듀케인은 1분기에 마이크로소프트(9%) 지분 2억1018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AI 챗봇 ‘바드’를 출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4%) 주식도 9104만 달러가량 매입했다. AI 챗봇 경쟁을 펼치는 두 기업에 모두 투자한 것이다.

듀케인은 지난달 기업용 챗봇 서비스인 ‘베드록’을 선보인 아마존 지분도 8300만 달러가량 매수했다. 반면 뒤늦게 AI 경쟁에 뛰어든 메타 지분은 1억4000만 달러가량 매도하며 비중을 종전 5%에서 2%로 줄였다.

AI와 연관성이 큰 반도체 기업에도 투자했다. 듀케인은 엔비디아(10%) 지분을 2억2000만 달러어치 추가 매수했다. 또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 지분 57만여 주를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펀드인 사이언 자산운용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조기에 예측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는 공격적인 쇼트 베팅과 특히 부실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투자 접근 방식으로 유명하다.


사이언 자산운용의 보유 주식 상당 부분은 올해 초 크게 하락한 미국 은행주가 차지하고 있어 2023년 1분기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이언의 전체 투자액 중 중국 빅테크 징둥닷컴(JD.com)과 알리바바의 주식 비중이 각각 10%, 9%를 차지해 포트폴리오 1, 2위다.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러들자 헤지펀드들이 대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마이클 버리 혼자서 중국 빅테크 주를 쓸어 담는 역주행을 벌이고 있다. 시장 역행 투자자로 널리 알려진 그는 앞서 지난 2008년에도 미국 주택시장의 폭락을 예견한 후 부실 모기지 채권을 대거 공매도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낸 바 있다.

그 외 시그넷주얼리스(9%), 뉴욕커뮤니티뱅크콥(7%),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스(7%), 캐피털원(7%), 시반예 스틸워터 리미티드(6%), 리버티 라틴 아메리카 LtF(6%), 코히런트(4%)가 상위 10개 투자 종목이다.

버리의 투자 핵심 요소는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이다. 실제로 그는 “나의 모든 종목 선택은 100% 안전 마진 개념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전 마진은 기업 주가와 내재가치 간의 차이다. 핵심 개념은 기업의 가치가 현재 주가보다 낮다고 평가되면, 주가는 결국 그 가치에 맞게 상승하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라는 것이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

202308호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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