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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의 혁신가(06)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 

디지털 키로 여는 무한한 ‘연결 세상’ 

조득진 선임기자
케이스마텍은 핀테크, IoT, 스마트 키 등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연결에 필요한 보안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2019년 4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차량용 디지털 키’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며 현존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정점을 찍었다. 그들은 디지털 키 하나로 세상의 모든 플랫폼을 연결하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정순호 케이스마텍 대표는 “우리가 선보인 차량용 디지털 키는 대리운전, 차량 탁송, 방문 세차, 보험 분야 등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19일, 미국 제이컵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에 탑재된 ‘현대 디지털 키’ 서비스를 선보였다. 도어 잠금·해제, 시동 온·오프, 경보음 온·오프, 트렁크 열림 등의 기능을 스마트 키 대신 스마트폰에 저장된 디지털 키가 제어한다. 차량 한 대당 최대 4명이 키를 공유할 수도 있다. 특히 차량통신, 휴대폰통신 서버 기반의 기존 솔루션과 달리 차량과 직접 연결된 디지털 키는 통신망 사각지대에서도 완벽하게 역할을 해낼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현대차는 물론이고 기아자동차, 제네시스 등 총 35종의 차량에 확대 적용됐다.

이 서비스는 보안인증 솔루션 기업 케이스마텍이 개발했다. 2010년 설립 이후 근거리 무선통신(NFC)과 무선 보안인증 분야 연구에 집중한 케이스마텍은 금융권에 모바일 보안인증 솔루션을 선보이며 성장을 시작했다. 최근엔 사람인증과 사물인증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며 차량용 디지털 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7월 13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케이스마텍 사무실에서 만난 정순호 대표는 “자동차 키 서비스에 도입한 IoT 기술을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을 잇는 수많은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디지털 키 공유 기능을 이용한 다양한 비대면 부가 서비스 연동을 개발하고, 실제 서비스 운용 후 유용함과 편의성을 확인했다”며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키 하나로 세상의 모든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엔 시련, 기술력으로 극복하다


케이스마텍의 지난해 매출은 133억원. 13년 연속 성장,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26.4%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 회사의 이력에서 설립 이후 세 번의 점핑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하나금융그룹의 모바일 서비스 기획·개발 프로젝트 진행이고, 두 번째가 2016년 보안 솔루션을 2차 금융개인인증 수단으로 개발·적용한 때다. 세 번째는 2019년 현대차와 협업으로 디지털 키 지원 차량을 출시해 IoT 보안인증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다.

그렇다고 창업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각종 태그 및 서비스를 쉽게 연결하는 NFC 허브 인프라 구축이 목표였지만 시장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은 배터리 용량 문제로 NFC 기능이 오프 모드로 기본 설정되어 있어서 사용자에게 NFC 기능을 다시 켜게 하는 것이 서비스에 큰 걸림돌이 됐다. 정 대표는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아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 모드로의 전환이었다”며 “기술이나 사업 내용이 뛰어나도 너무 앞서 나가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딱 반 발자국만 앞서 나가는 것, 즉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바일 기반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그룹 등 금융권의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회사는 안정적 매출을 확보했고, 다른 영역의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바로 스마트폰의 취약한 보안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정 대표는 “약 3년 동안 연구개발 끝에 2016년 금융보안원에서 국내 최초로 ‘핀테크 신기술 보안 수준 평가’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T-Sign 솔루션’을 간편인증 서비스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카드가 사용 중인 신뢰실행환경(TEE) 기반의 T-Sign 안심보관 서비스 앱이 대표적으로, 전자서명과 공인·사설 인증서 등을 안전하게 저장해뒀다가 사용자가 쉽게 로그인해 이체할 수 있다. 이 앱은 현재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는 현대모비스와 선행연구를 시작했다. 약 3년간의 노력 끝에 2019년 스마트폰과 자동차 간의 NFC 및 저전력 블루투스(BLE) 통신 기반에 자체 솔루션을 적용한 현대 디지털 키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케이스마텍이 선보인 디지털 키 서비스의 차별점은 이동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 차량과 스마트폰이 직접 통신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망이 잘 지원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선 국립공원이나 지하주차장, 도시 외곽 등에서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는 개발 초기부터 이 방식을 고집했다. 또 하드웨어 보안 영역에 키를 보관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스마트폰 해킹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2018년엔 신용보증기금에서, 2020년엔 투자사 두 곳에서 투자를 받았고 현대차그룹의 IT 사업영역 파트너사가 될 수 있었다.

이후 디지털 키는 기아차, 제네시스로 확대 적용된 후 2020년엔 북미, 2021년엔 중국 수출용에도 탑재됐다. 현재 국내외 35종의 차량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 대표는 “디지털 키 사용자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맞물리면서 디지털 키의 ‘공유’ 기능이 주목받았고 다양한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차량 탁송, 방문 세차, 보험 등이 그 영역이다.

연구개발의 주체와 대상은 결국 사람


▎지난해 열린 클라우드키 서비스 발표회 모습. 케이스마텍은 지난 4월 한국인터넷진흥원 (KISA)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획득했다. / 사진:케이스마텍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LG텔레콤, KTF 등 국내 주요 통신기업에서 통신개발, 서비스 업무를 진행했다. 2003년 어니언텍 근무 당시엔 ‘컬러링’으로 불리는 링백톤(RingBackTone) 서비스를 일본, 러시아 등에 성공적으로 수출했다. 2011년 케이스마텍에 합류한 이후 고인옥 대표와 공동대표에 올라 고 대표가 내부 살림을, 정 대표는 영업과 인사 등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LG정보통신 시절 사수와 신입사원으로 만났다.

정 대표는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프로젝트 매니저, 솔루션 영업, 투자 및 내부 신사업 총괄 등 다양한 역할을 한 것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며 “40대가 되면서 인생의 목표를 다시 고민하게 됐고, 내가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살아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합류 후 그는 기술력 향상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현대차 디지털 키 선행연구 및 양산 개발에는 33개월 동안 인건비 기준 22억원, 정부과제 수행 투자비용 18억5000만원 등 모두 45억원에 이르는 구축비용이 들어갔다. 클라우드 디지털 키 연구개발에는 27개월 동안 총 22억원을 투자했다. 정 대표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기술 연구개발에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며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력 덕택에 본래는 선행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통상 6년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을 2년 반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결과 케이스마텍은 ‘모바일기기를 사용한 인터넷 서비스의 클라우드 인증방법’, ‘모바일 단말을 이용한 2채널 사용자 인증 방법’, ‘호텔용 스마트 키 관리 시스템’, ‘모바일 보안환경에서의 디지털 키 서비스 시스템 및 그 방법’ 등 수많은 기술을 등록하거나 출원했다. 지난 4월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클라우드키(CloudKey)’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획득하기도 했다. CSAP는 공공기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검증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정 대표는 “연구개발의 주체와 대상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사람과 기술력에 달렸다.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이 모이면 회사의 기술 수준은 올라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케이스마텍은 업계에서 인력 유출이 적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전체 임직원 90명 중 근속연수 5년 이상이 40%, 업계 경력 10년 이상이 55% 수준이다. 전체 임직원에서 개발 인력이 80%가 넘는다. 그는 “우리 회사는 몇 번의 성공을 토대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성공 경험을 갖게 됐다”며 “그 경험들이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도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원키(One Key)’ 솔루션 상용화 목표


현재 케이스마텍의 인증·보안 비즈니스는 크게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스마트폰 또는 카드 키를 이용해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안인증 서비스 ‘디지털 키’, 개인정보 데이터와 인증 값의 필수인 암호화 키를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클라우드키’다. 정 대표는 “최근 상용화한 클라우드키의 시장 안착이 시급한 과제다. 2025년까지 공공기관의 50% 이상 점유, 10개 이상의 민간부문으로 솔루션 확장이 목표”라며 “차량용 디지털 키는 추가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버전을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성공적인 진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원키(One Key)’ 솔루션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키 하나로 다양한 서비스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활용해 통합 디지털 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디지털 키가 차량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과 향후 시장성을 보고 구상하게 됐다.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에 선정되어 현재 연구과제로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회사원의 경우 자동차 시동, 회사 출입, 거래처 방문, 발레파킹 등을 여러 앱에서 일일이 체크하지 않고 하나의 앱에서 구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행객도 기차나 항공기 탑승, 렌터카 이용, 관광지 입장, 숙박 시설 출입 등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고 앱 하나로 ‘통과’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꿈꾼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라이프사이클 속 다양한 인증 과정을 하나의 앱으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스마텍의 주력 사업인 디지털 키 분야에서 현재 고객사가 현대차그룹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일종의 리스크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고객사를 지키기 위해 높은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현재 북미법인을 통해 해외 전기차 전문 업체 2곳과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308호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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