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강호의 생각 여행(49) 시애틀에서 찾은 기업의 비전 

 

시애틀은 전 세계 커피 산업의 최강자 스타벅스가 출발한 곳이다. 해마다 수많은 이가 이곳의 ‘1호점’을 찾는다. 작은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을 탐색하고자 함이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 시애틀·뉴욕·밀라노·상하이·도쿄·시카고 등 전 세계에 여섯 곳뿐이다.
5년 만에 시애틀을 다시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기 전 여름철에 방문한 시애틀은 낙원처럼 좋은 날씨에 도시 분위기마저 너무 훌륭했다. 그래서인지 도시가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최근 늦가을에 방문한 시애틀은 비수기여서 그런지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마지막 단풍이 빛을 잃어가고 있었고 간간이 비도 뿌렸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후 태평양을 넘어 미국 본토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도시가 시애틀이다. 따라서 미국 여행에서 가장 짧은 비행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도 시애틀이다.

시애틀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하러 가는 길에 스타벅스의 도시답게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브랜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터라 호텔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마침 일요일이고 날씨도 화창해 시차도 극복할 겸 호텔에 짐을 맡기고 산책을 나갔다. 먼저 시애틀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을 찾았다. 이곳은 시애틀의 오리지널 농산물 직거래 장터이자 현지에서 생산된 특산품이 거래되는 중심지다. 생선가게, 꽃가게, 각종 식당, 특산품 가게, 서점 등 무척 다양한 상점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된 각종 원두를 파는 매장.
생선가게 주인이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생선을 던지는 장면이 특히 재미있다. 큰 소리를 내면서 작지 않은 크기의 생선을 던지는데 떨어뜨리지 않고 잘도 받아낸다. 주변에 많은 구경꾼이 몰려들어 박수를 치며 장난스러우면서도 멋진 장면을 사진에 담는다. 이 마켓에는 유명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에서 톰 행크스와 로브 라이너가 카운터에 앉아서 식사를 한 아테니안 시푸드 레스토랑(Athenian Seafood Restaurant & Bar)이 있다.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톰 행크스가 앉았던 카운터에서 이 식당의 추천 메뉴인 해물탕을 시켰다. 조개·연어·오징어·새우·홍합을 넣어 맑게 끓인 해물탕 맛은 괜찮았지만 너무 짰다. 그래도 여름철이 아니라 사람이 많지 않아 영화에서 톰 행크스와 로브 라이너가 앉았던 자리에서 식사하고 짠맛의 값까지 치렀다고 생각해 기념 촬영도 했다.

작은 동네 커피숍이었던 스타벅스 ‘1호점’


▎1907년에 설립된 시애틀의 명소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또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이라고도 불린다.
식사 후 시장 통로에 있는 꽃가게들을 지나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바로 길 건너편에 그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다. 여름에 찾았을 때는 줄이 너무 길어 최소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해 입장을 포기했는데, 이번에는 비수기에 찾은 덕에 사람이 적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여유 있게 조그마한 규모의 스타벅스 1호점에 들어섰다. 가게 안을 차근차근 둘러보았다. 세계 커피 산업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스타벅스가 시장 앞 조그만 점포에서 시작한 것을 보며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 어떤 위대한 기업도 시작과 출발은 미미했다. 어떤 기업은 작은 가게에서, 어떤 기업은 집에 있는 차고에서, 어떤 기업은 조그만 대장간에서, 또 어떤 기업은 찬바람이 들이치는 작은 창고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들로 거듭났다. 그러니 지금 막 창업해 작은 기업으로 출발하는 비즈니스맨들도 용기를 갖고 미래에 도전해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관건이 있다. 왜 어떤 곳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어떤 곳은 끝까지 중소기업에 머무르며, 또 수많은 기업이 세상에서 사라졌을까? 창업자나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이나 때에 맞는 행운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출발점은 언제나 창업자와 최고경영자의 ‘꿈’에서 시작된다. 스타벅스 1호점 벽에는 특이하게도 최고경영자의 ‘꿈’이 문장으로 걸려 있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존중과 품격을 키우는 회사, 모두가 함께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사랑이라는 말로, 하워드 슐츠(서명), 4 June 18.” 입구에는 동으로 만든 기둥을 반으로 잘라낸 듯한 동판이 눈에 띄는데 ‘FIRST STARBUCKS STORE, ESTABLISHED 1971’이라고 각인돼 있다.

두 번째, 성공을 위한 실행력의 바탕에는 창업자·최고경영자의 ‘가치관과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 가치관을 가장 함축해 나타낸 것이 기업의 사명이나 목적(Mission or Purpose)이다. 스타벅스의 미션은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를 위해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 우리의 이웃에게 정성을 다한다(STARBUCKS MISSION, To inspire and nurture the human spirit - one person, one cup and one neighborhood at a time.)”이다.

지난 2020년 9월호 칼럼에서는 여름철에 방문한 시애틀 이야기를 소개했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시애틀의 또 다른 대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어가기로 하자”던 약속이 떠오른다. 이번 칼럼에선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 속에 발밑에 떨어진 낙엽을 밟아보고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하겠다 마음먹었다.


▎1971년 설립된 스타벅스 1호점 입구에 조성돼 있는 동판.
1호점에서 나와 한참을 걸어 1124 Pike Street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테이스팅 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 TASTING ROOM)으로 이동했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매장에서 커다란 기계로 커피를 직접 볶는다. 여러 곳의 커피 바, 베이커리, 굿즈 코너 등이 있는 스타벅스 로스터리 매장은 시애틀·뉴욕·밀라노·상하이·도쿄·시카고 등 전 세계에 여섯 개뿐이다.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도 한참을 걸어서 로스터리를 방문했는데, 시애틀에서도 먼 거리를 걸어서 도착했다. 이곳에선 다양한 나라의 원두커피를 선보이는데, 인도네시아 커피를 주문해 즐긴 후 여기저기 재미있는 코너들을 둘러봤다.

거대한 로스팅 기계로 원두를 볶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시애틀’이라고 프린트된 텀블러와 머그도 구매했다. 커피를 분위기 있게 마시며 존중과 품격을 키우겠다는 아주 작은 꿈에서 출발해, 정성을 다한 커피 한 잔을 이웃에게 제공해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로운 삶을 이뤄간다는 사명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한 스타벅스의 스토리는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비상과 겸손을 함께 알려주는 용(龍)의 생애


▎시애틀에 소재한 스타벅스 세계본부 건물.
이번 시애틀 출장의 목적은 ‘리더십 워크숍’ 참석이었다. 시애틀 고층 건물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가까이 내려다보이는 항만과 멀리 보이는 레이니어산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긴 것도 멋진 시간이었다. 업무 외적으로는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나 시애틀을 찾을 주위 사람들을 위해 식당 몇 곳을 개발해보았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다니다가 식사를 즐길 만한 맛집으로는 마켓 지역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 ‘비스트로(Bistro)’와 프랑스 식당 ‘피갈(Place Pigalle)’을 추천한다. 아주 캐주얼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준비된 식당들이다. 여러 날 이어지는 양식이 물리거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는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 쇼핑몰에 있는 ‘딘타이펑(Din Tai Fung)’ 식당에서 딤섬을 비롯한 중국 음식으로 입맛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시애틀은 태평양에 접한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시푸드(Seafood)가 유명하다. 정말 멋진 분위기에서 시푸드를 즐기려면 ‘쏠티스(Salty’s on Alki beach)’ 식당을 강추한다. 이곳에선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시애틀의 마천루 풍광과 야경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전형적인 미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바 겸 식당으로는 ‘본즈(Von’s 1000 Spirits, 1225 1st Ave)’를 경험할 만하다.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우리 한국인 교포가 운영하는 슈퍼 체인인 ‘H MART(2nd & Pine, Downtown Seattle)’에서 여행 중 필요한 식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특별히 희망차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국제 환경이나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만만해 보이지 않고, 국가의 명운에 영향을 크게 미칠 국회의원 선거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은 용(龍)의 해, 그중에서도 청룡(靑龍)의 해다. 용의 생애를 의미 있게 이야기한 [주역:周易]의 64괘 중 첫 번째 괘인 건괘(乾卦)가 떠오른다.

책꽂이에서 예전에 공부했던 [주역]을 찾아 들고 건괘를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다.[주역]은 64괘(卦)를 가지고 세상의 변화와 이치를 풀이한다. 이 가운데서 첫째인 건괘는 대표적인 괘로, 하늘을 상징한다. 하나의 괘는 효(爻) 여섯 개로 구성되는데, 끊김이 없는 막대는 양(陽)을 나타내고 가운데가 끊어진 막대는 음(陰)을 나타낸다. 건괘는 모두 양으로만 되어 있다. 효는 아래에서 위로 기운이 작동한다. 건괘는 용의 생애를 비유해 세상의 원리와 사회에서의 처세 방법을 이야기한다.


▎스타벅스 1호점에 입장하기 위한 긴 줄의 대기 인파.
[주역]은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각기 다른데, 여섯 개 효 중에서 용을 언급한 네 가지 효사만 사람의 생애와 비유해 기업 경영자의 입장에서 풀이해봤다. 처음 잠룡(潛龍)의 시기에는 용이 못에 잠겨 있는 것과 같아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이니 아직 쓰임이 되지 못한다. 마땅히 때를 기다려야 한다(潛龍勿用: 잠룡물용). 공부에 매진하고 전문성을 갖추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다음은 현룡(見龍)이다. 용이 나타나 밭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見龍在田 利見大人: 현룡재전 이견대인). 용이 밭에 있다는 것은 이제 많은 인재가 준비 기간을 지나서 본격적으로 밭, 즉 사회에서 일하는 시기다. 이때 매니저들은 훌륭한 경영자를 만나고, 경영자 또한 우수한 임직원을 만나야 이롭다. 성공은 좋은 만남에서 시작되고 이로운 만남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다음 단계는 비룡(飛龍)이다.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飛龍在天 利見大人: 비룡재천 이견대인). 하늘을 나는 용이니 이제 높은 자리, 즉 최고 경영자·장군·장관·높은 자리의 정치인이나 관료 등에 오른다. 이때 성공한 사람도 기업의 경우는 좋은 고객을 만나야 이롭고, 정치인이나 관료는 훌륭한 주변 사람들을 만나야 이롭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대인, 즉 훌륭한 참모나 임직원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

마지막은 항룡(亢龍)으로, 끝까지 올라간 용이니 뉘우침이 있게 된다(亢龍有悔: 항룡유회). 항(亢)은 높음이 지나쳐서 내려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용이 너무 높이 올라가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즉 지나침이 있으면 뉘우침이 있다는 뜻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기업을 경영하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종종 위에 언급한 용의 생애를 떠올리곤 한다. 초년인 잠룡 시절에는 공부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어려서부터 노력한다. 일터에 나온 현룡이 돼서는 불철주야 일하고, 드디어 성공한 비룡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렇게 성공한 비룡들은 존경과 박수를 받는다. 그런데 그곳, 즉 높은 곳에서 지나치게 날아가면 항룡이 되어 뉘우침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요약하자면 용이 준비하고 전력투구하는 과정에는 용기와 겸손의 교훈이 있다. 올해 용띠 해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특히 [주역] 건괘의 용기와 겸손의 의미를 음미해보는 것이 좋겠다. 2024년은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하지만 용의 해이니 만큼, 용기 있게 어려움을 돌파하고 겸손으로 행복한 한 해의 아름다운 결실을 맺자.

“새해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이강호 -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세계 최대 펌프 제조기업인 덴마크 그런포스그룹의 한국 법인 창립 CEO 등 33년간 글로벌 기업 및 한국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고, 2014년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 및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와 2세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을 컨설팅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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