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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설립자 & 강자인 본부장 

‘부자유친’으로 쌓은 자산운용 명가 

장진원 기자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계 자산운용사다. 1등 기업을 선별하고, 장기투자를 통해 기업과 함께 성장한다는 투자 원칙을 2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설립자인 강방천 전 회장에서 2세 강자인 본부장으로 이어질 경영승계 역시 이 원칙을 영속적으로 지켜나가기 위함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설립자와 강자인 본부장이 포즈를 취했다. 한국 자산운용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지배구조 확립을 통해 투자 철학을 지켜가겠다는 다짐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만 하더라도 ‘펀드(Fund)’라는 말은 소수의 자산가에게나 익숙한 용어였다. 한국에서 펀드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외환위기 직후부터다. 무너진 국가경제를 다시 세우자는 애국심이 금 모으기 운동을 일으키더니, 1999년 들어선 ‘바이코리아(Buy Korea)’ 펀드 상품이 출시됐다. ‘나라 경제를 살리고, 부자도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자산가와 직장인은 물론 학생, 주부들까지 대거 몰리며, 출시 두 달도 안 돼 5조원이 넘는 수신고를 기록하는 등 대박을 쳤다. 한국 자본시장에 이른바 공모펀드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모멘텀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을 훌쩍 넘긴 현재 한국 공모펀드 시장은 어떨까.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 펴낸 보고서 ‘공모펀드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에 따르면, 2011~2023년 중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약 1.9배 성장한 반면, 사모펀드 시장은 5.4배, 투자 일임 시장은 2.4배 성장했다. 자산운용 시장 환경이 소액 개인투자자에서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재편돼왔고, 정부의 사모펀드 육성 정책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금융지주 계열의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된 것도 ETF를 제외한 공모주식형펀드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왔다. 국내 전체 자산운용 시장에서 공모펀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말 31.4%에서 2023년 5월 말 기준 21.6%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IMF 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하 에셋플러스)은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장악한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에서 독립계 운용사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1세대 자산운용사다. 2008년 들어 운용사 설립 기준이 완화되면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이래 ‘리치투게더’ 펀드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가치투자’라는 특유의 투자 철학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설립자인 강방천 전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 전문가로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과 함께 한국에선 유일하게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운용의 진정성을 담은 ‘소수 펀드’, ‘1등 기업’ 투자, 직접판매 등 ‘소통판매’의 세 가지 투자 원칙을 창립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놓지 않았다.

침체된 국내 공모펀드 시장 상황에서도 올곧게 지켜온 원칙과 고집은 투자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7월 7일 설정된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설정일 이후 수익률(2023.12.15. 기준)이 205.3%, 운용규모는 223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선보인 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는 운용규모 9740억원에 설정일 이후 수익률 391%를 기록 중이다. 현재 에셋플러스의 전체 운용자산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에셋플러스는 ‘시세차익이 아닌 동반자(주주)로서 기업의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눈다’는 투자 원칙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계 자산운용사답게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통해 영속적인 투자 원칙을 지켜가겠다는 다짐이다. 그 선봉에 선 이는 강자인 본부장이다. 강방천 설립자의 장남인 강 본부장은 지난 2020년 말부터 하우스 대표 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 책임운용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치투자’를 평생의 신념과 원칙으로 지켜온 창업자와 그에 못지않은 열정과 사명으로 투자 전선에 뛰어든 아들, 이들이 들려주는 투자 철학에 귀를 기울였다.

에셋플러스는 한국 투자시장을 대표하는 독립 운용사다. 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강방천: 1999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했다. 당시는 지금과 모든 게 달랐다. 자문사가 증권사에 계좌를 열고 고객의 돈을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게 비즈니스 구조였다. 매수 1%, 매도 1% 식으로 많은 돈을 받았는데, 말하자면 고객 몰래 증권사에서 떨어지는 돈을 받았던 셈이다. 자금 회전이 잘될수록 고객에겐 오히려 불리하고, 운용 성과에 관계없이 자문사만 돈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국내 자문업계 최초로 성과보수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최선을 다해 고객 돈을 불리고,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금융 종사자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우리 뜻과 철학을 이해하는 분들부터 고객으로 모셨다.

자산운용사 라이선스는 2008년 들어서야 받았다.

강방천: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이어야만 운용사 라이선스를 내주는 규제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규정인데, 그만큼 국내 운용사의 수준을 스스로 못 미더워했다는 뜻이다. 그해 비로소 그 규제가 풀렸다. 에셋플러스를 포함해 서너개사가 새로 운용사 라이선스를 받았고, 2008년 7월 7일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차이나리치투게더펀드, 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를 출시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동일 리그 펀드에서 수익률 기준으로 15년간 상위 1%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가치투자라는 운용 원칙을 세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강방천: 2008년 독립계 운용사로 첫선을 보이기 전에 사실은 외국 운용사와 합작법인을 추진 중이었다. 해외 기관투자기관인 오르비스 인베스트먼트(Orbis Investment)와 강방천 개인이 50대50으로 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상황이었다. 오르비스는 세계 최대 직판 운용사 가운데 하나로, 이전부터 에셋플러스의 투자철학과 성과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2006년 자문사 인수 제안을 받았고, 이후 1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독립 운용사 설립을 추진했던 터였다. 그러다 외국인 지분 규제가 사라졌고, 순수한 국내 운용사로 출발할 수 있었다. 비록 투자 협의는 끝났지만 오르비스에게 크게 배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소수 펀드’ 원칙이었다. ‘운용펀드 수를 최소화한다’는 게 그들의 첫 번째 투자 원칙이었다.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는 게 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좋지 않나.

강방천: 그렇지 않다.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정성이 분산되면 안 된다. 우리는 2016년 슈퍼아시아리치투게더펀드를 내놓은 이후 ‘리치투게더’ 펀드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소수 펀드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이 수백 개 펀드를 운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운용 펀드 수를 스스로 제어하는 곳은 한국에 에셋플러스밖에 없다.

강자인: 특정 업종이나 산업이 뜨면 이에 맞춘 펀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게 한국 공모펀드 시장의 현실이다. 펀드매니저 몇몇이 이렇게 많은 펀드를 정성을 기울여 운용하는 구조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펀드는 가치를 평가하기 무척 어려운 금융상품이다. 몇 개월 수익률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적어도 3년 이상 운용한 후에야 그 펀드가 좋은 상품인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고객에게 ‘인기 있는 펀드’만 제안하는 건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판매자의 이익을 더 크게 본 결과다.

고객 소통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는 원칙 같다.


강방천: 에셋플러스는 창립 이래 지금까지 ‘직접판매’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펀드를 만든 이가 직접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뜻이다. 우리 같은 독립계 운용사는 물론이고 대형사도 직판은 무척 어려운 영역이다. 물리적인 판매망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형사가 계열 증권사를 통해 판매를 전담하는 이유다. 사실 우리 같은 독립 운용사가 직판에 나선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격이었다. 고객이 10만원, 100만원 소액을 들고 창구를 직접 찾아와야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180억원으로 출발했는데, 처음부터 연간 50억원씩 5년간 적자가 날 걸로 예상하고 시작했다. 그런데도 알음알음으로 투자자가 모이더니 직판으로만 1000억원을 모았다. 우리의 진정성이 고객에게 통한 결과였다.

강자인: 에셋플러스의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스스로 투자하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성과보수도 10%는 당해연도에, 40%는 3년 후에, 나머지 50%는 5년 후에 지급하는 구조다. 장기투자로 고객과 펀드매니저가 결과물을 함께 거둔다. 나 역시 자산의 대부분을 우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구색맞추기 수준이 아니라, 자산 대부분을 넣어뒀다. 최선을 다해서 운용할 수밖에 없다.(웃음)

첫 펀드 설정일이 2008년 7월 7일인데, 당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가 벌어진 해 아닌가.

강방천: 펀드를 설정하자마자 금융위기가 터졌다. 우리 펀드 수익률도 석 달 만에 마이너스 50%로 고꾸라졌다. 설정액 1000억원 중 400억원이 날아갔다. 나머지 600억원도 요즘 말로 하면 ‘존버’였을 거다. 그렇게 절체절명의 순간이 이어졌고, 그해 10월 30일 고객에게 직접 ‘강방천’이라는 이름 석 자로 편지를 썼다. ‘인내의 끈을 놓지 맙시다’라는 제목이었다. “우리는 위대한 기업으로 무장했다. 1등 기업은 이런 위기를 좋아한다. 이게 끝나면 축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기업이다. 공포를 즐기자”고 했다. 신문에 전면광고도 냈다. 이 역시 직판 덕분에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년이 지나자 100%가 올라 운용자산 600억원이 1200억원으로 불었다. ‘흥분할 때 냉정하고, 공포 속에 다가서라’는 성공 투자의 제1원칙이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제2원칙은 ‘가치 있는 기업과 함께하라’는 것이다. 시장가치가 급락했을 때, 즉 공포가 최고조일 때 과감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도 그때 절실히 배웠다.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2세 경영도 운용업계에선 화제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는.

강방천: 원칙을 지켜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투자 환경이 급변하는 자본시장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에셋플러스만의 투자 원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선 영속적인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은 5대 금융지주 산하에 금융업의 모든 파이프라인이 다 들어가 있다. 여기 끼지 않으면 죽기 십상이다. 우리가 설정한 펀드는 아예 판매 루트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이런 사정에 휘둘리다 보면 원칙이 훼손되고 생존에만 급급하기 쉽다. 대형사들을 보라. 2~3년 만에 CEO가 바뀐다. 인기 있는 펀드만 찾다가 다음 사장이 오면 또 다른 펀드를 만든다. 그렇게 누적된 펀드가 회사마다 수백 개에 달한다. 정성이 깃든 운용이 가능하겠나. 해외 기관들도 한국의 이런 현실을 의아해한다. 에셋플러스는 창립 때나 앞으로도 계속 독립 운용사의 정체성을 지켜갈 거다. 투자 원칙과 철학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의 영속성이 꼭 필요하다.

강 본부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컨설팅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펀드매니저로 전향한 계기는 부친의 영향인가.

강자인: 자라온 환경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웃음) 어릴 때부터 주식에 대한 이해가 남들보다 빨랐던 게 사실이다. 장난감보다 삼성전자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컨설팅사인 헤이그룹과 딜로이트컨설팅휴먼캐피탈에서 사회 경험을 쌓았다. 컨설팅은 고객이 처한 숙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해당 비즈니스를 직접 배운다는 장점이 크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우리가 제안한 솔루션을 고객이 이행해야만 좋고 나쁨이 증명되는 구조인데, 결국 고객의 실행이 없으면 죽은 결괏값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에 비해 운용은 결괏값을 트래킹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수치로 증명된다. 이런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부친의 명성으로 이룬 성과에 합류한다는 데 따르는 부담은 없었나.

강자인: 사실 큰 부담은 없었다. 장이 안 좋을 때 ‘일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와 비슷하다. 좋은 기업을 바스켓에 담았기에 언젠가는 내재가치에 수렴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펀드매니저는 오히려 축복받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수십 년 연구개발(R&D) 끝에 1등 기업으로 올라선 기업의 성과에 올라탈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 있나. 부친이 수십 년간 이뤄오신 성과를 조금 더 많은 고객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웬만한 고객설명회에는 직접 나선다. 주니어 마케터나 매니저를 앞세우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80번 가깝게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고객의 소중한 돈을 운용할 권리를 위임받았다면, 고객과의 소통에도 활발히 나서야 한다는 게 나와 부친이 가진 공통된 철학이다.

강 본부장은 2020년 말부터 하우스 대표 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의 책임운용역을 맡았다. 올해 수익률은 어떤가.

강자인: 벤치마크인 코스피가 지난해 전년 대비 11% 올랐는데, 우리 펀드가 23% 올랐다. 벤치마크 대비 두 배 성과다. 현재 운용 중인 사모펀드도 지난해 8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하우스 운용자금 2조7000억원 중 연기금 같은 일임 펀드가 없다. 우리의 평균 운용 보수가 0.89%인데 비해 다른 곳의 일임 펀드는 0.1% 수준이다. 소수 펀드로 정성을 다해 운용하되, 성과를 당당히 고객에게 인정받는 구조다.

아웃퍼폼에 성공한 구체적인 투자전략을 소개한다면.


강자인: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익력이다.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나 순이익보다 잉여현금흐름(FCF)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ABC형으로 나눈다. A형은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 예를 들면 플랫폼 기업이 주로 해당한다. B형은 이익변동성이 큰 산업군이다. 석유화학, 조선, 철강, 전자 등이다. C형은 사양산업이다. 나스닥 PER이 높은 건 A형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는 B·C형이 많다. 특히 B형은 수익 대부분이 대규모 CAPEX(설비투자)로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가 1년 수익의 60%를, SK하이닉스가 50%를 재투자한다. 이들의 시총 비중이 코스피에서 28%를 차지하는데, 에셋플러스의 바스켓에는 제로다. 반도체 수요와 시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CAPEX 투자를 제외한 실제 FCF를 중시하는 우리의 투자 원칙 때문이다.

강방천: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산업들이 대개 그렇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끊임없이 이어져야만 한다. 즉, 자본적 지출 없이는 경쟁에서 어려워진다. 나스닥은 다르다. 넷플릭스 한 번 깔면, 애플 한 번 구입하면 그 생태계로 계속 돈을 버는 구조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의 이익이 FCF로 잡힌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가 같은 산업군에 묶이면서도 사업 구조가 완전히 다른 이유다. 한국은 아직까지 비즈니스 모델에서 높은 PER을 구현하지 못하는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트폴리오에 없다는 게 인상적이다. 산업의 성장성 자체는 의미 있지 않나.

강자인: 그렇다. 대신 우리는 대규모 CAPEX가 필요한 기업보다 반도체 선단 공정에 있는 소부장 기업들을 더 매력적으로 본다. 현재 에셋플러스 공모펀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 주성엔지니어링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증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광 부문에선 동진쎄미켐, 식각에 솔브레인, 증착에 주성과 한솔케미칼 같은 기업들이다.

올해 주식시장을 전망해보면.

강자인: 전반적인 경기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금리도 높다. 다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 본다. 지난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170조원 수준이다. 올해는 250조원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도체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시총 톱 30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모두 증가할 거라 본다. 다만 실적이 좋고 비즈니스 모델도 좋은데 PER이 낮은 구역에 멈춰 있는 기업들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의 기업분석 기준 중 하나가 확장성이다. 제품과 서비스 자체의 확장, 또 지역의 확장이다. 예를 들어 한국 방산은 지역적 확장에 한계가 있었는데, 최근 가격 우월성과 품질을 무기로 이를 뛰어넘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업의 전환이 방산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내수에 갇혔던 산업이 급속도로 세계로 확장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해 강 전 회장은 금융당국의 징계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강방천: 대주주로 있는 공유오피스 업체에 자기 자금을 대여한 것을 금융당국이 차명투자로 판단했다. 현재 직무정지 건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로, 징계조치 무효소송에 대한 선고가 올 초 나올 예정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위법이 아니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어떤 기업도 제3자로부터 자금을 대여할 수 있고, 차입이든 증자든 조달한 돈을 운용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공유오피스 업체에 정상적인 채권자의 지위로 자금을 대여했고 이자를 받았다. 자산운용도 합법적인 범위에서 이뤄졌다. 어떤 법인이든, 금융투자업자가 그 회사의 주주가 되는 순간, 모든 투자와 자산운용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중이다.

지배구조 승계가 이뤄지는 시점이다. 에셋플러스가 지켜갈 미래 경영 비전은.

강방천: ‘위대한 기업의 주주가 돼서 함께 부자 되자’는 리치투게더 정신은 설립 때나 경영승계가 이뤄진 후에나 영원할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가치투자라는 우리의 원칙에 더욱 집중하겠다. 1등 기업은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펀드매니저의 기본적 이해 위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야만 가능하다. 후배 펀드매니저들에게 항상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 즉 정량적 회계 가치만 알고 미래의 통찰을 파악하지 못하면 남들만큼 밖에 못한다. 그렇다고 기본적 이해는 모른 채 상상력만 더하는 건 더 위험하다. 두 가지 기본을 함께 지켜가야 한다.

강자인: 정량적 기본은 서서히 인공지능(AI)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에셋플러스도 6년 전부터 기계학습을 활용한 공모펀드 운용을 실험해왔다. 이미 기본적 이해에선 로봇이 충분하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가 운용 중인 에셋플러스 알파로보코리아인컴형펀드도 안정적으로 운용 중이다. 다만 로봇은 정해진 질서에 충실하다.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은 아직까지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100년 펀드의 꿈을 이어가면서도, AI라는 새로운 기술적 영역의 역량도 높여갈 계획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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