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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신 펫프렌즈 대표 

100만 ‘개집사·냥집사’를 위한 플랫폼 

장진원 기자
펫프렌즈는 국내 반려동물 전용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끊임없는 마케팅 실험에 천착해 거둔 성과다.

▎윤현신 대표는 데이터와 끊임없는 가설-실험에 의한 의사결정을 펫프렌즈의 핵심 기업문화로 정착시켰다.
애완동물이란 말이 낯설게 들릴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관련 산업과 시장 규모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집사’를 자처한 반려견·반려묘 주인들은 자식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위해 프미리엄 제품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단순히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 가족과 친구처럼 인격체로 대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과 ‘펫펨족(Pet+Family)’ 같은 가족 중심 문화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는 반려동물 관련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견인 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2015년 1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3년 4조5786억원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추산한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세도 매년 연평균 14.5%씩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도 저가 중심에서 고가·프리미엄 트렌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진다.

윤현신 대표가 이끄는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전용 이커머스 쇼핑몰이다. 지난 2016년 창업 후 2021년 IMM PE와 GS리테일이 함께 인수했다. 고객이 주문하면 당일 받아볼 수 있는 ‘심쿵배송’ 서비스와 새벽배송 등을 내세워 반려동물 생애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2년에는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연간 거래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40% 넘게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도 864억원을 기록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2023년 7월 반려동물 앱 월간사용자수(MAU) 분석에 따르면, 성장세가 주춤한 경쟁 펫커머스와 달리 펫프렌즈의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면서 2위 업체와 5배 넘게 격차를 벌릴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표를 만나 펫프렌즈의 경쟁력과 펫커머스의 미래를 물었다.

반려동물 이커머스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 뭔가.

최근 들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눈여겨볼 트렌드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건 먹거리, 즉 펫푸드다. 펫프렌즈도 이 같은 변화를 적극 반영해 높아진 고객 눈높이를 충족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들의 개별 특성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들이 더욱 세분화·다양화되는 추세다. 특히 펫프렌즈는 카테고리 킬러(특정 상품 분야를 리드하는 전문 매장) 플랫폼이다보니 고관여 고객이 많은 편이다.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분들로, 연령대와 건강 상태 등에 맞춰 제품을 까다롭게 구매한다.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펫프렌즈에서도 저가 제품이 무조건 잘 팔리진 않는다. 현재 우리는 3만3000여 개가 넘는 상품 중 반려동물의 나이, 체중, 알레르기 정보 등 고객 니즈와 상황에 맞춰 구매 데이터를 조합한다. 이를 통해 개별 반려동물에 딱 맞는 차별화된 상품을 추천한다.

카테고리 킬러 플랫폼과 오픈마켓은 어떻게 다른가.

카테고리 킬러 숍을 찾는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에 진심인 경우가 많다. 가령 먹거리라면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오픈마켓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찾기 편한 곳을 선호한다. 취향에 맞는 제품을 큐레이션해주는 플랫폼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펫프렌즈에서 파는 제품도 웬만하면 쿠팡에 다 있다. 다만 우리는 고관여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상위에 노출하거나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반대로 오픈마켓은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훨씬 많다. 강아지 간식 하나 사면서 100개 제품을 모두 살펴보고 살 수는 없다. 보통 상위에 노출된 10개가 선택 기준인데, 고관여 고객은 이런 쇼핑몰이 오히려 불편하다.

7년째 국내 반려동물 쇼핑몰 1위를 고수하고, 거래액 1000억원도 돌파했다. 펫프렌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일단 상품 구성과 서비스 면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상품 구성에서 업계 1위다보니 경쟁사 대비 상품 수가 많다. 특히 트렌디한 상품을 계속해서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펫프렌즈에서 신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20%인데, 생활용품 성격이 강한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선 매우 높은 수치다.

개인화 마케팅은 데이터 역량이 핵심일 것 같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많아도 개인화 추천이 없으면 고객이 쉽게 이탈하는 게 최근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특징이다. 펫프렌즈는 고객의 구매·행동 데이터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나이·품종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 정보 100만 건, 고객 행동 데이터 8억 건, 상품 속성 데이터 37만 건, 구매 데이터 1700만 건 등은 오픈마켓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IMM PE에 인수된 이후 이러한 ‘데이터 마트’ 시스템 구축과 상품 추천 기술, CRM 기술 고도화 등 데이터와 테크쪽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화 추천 로직 고도화가 높은 구매 전환율로 이어진다. ‘심쿵배송’ 같은 물류 서비스도 도입해 쿠팡보다 배송 속도가 빠르다. 전체 주문 중 84%가 주문한 지 12시간 이내에 배송된다.

빠른 배송은 물류 시스템이 갖춰져야 가능하지 않나.

기본적으론 물류 전문사와 협업하는 3PL(Third Party Logistics)을 쓰고 있다. 빠르게 배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내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펫프렌즈는 비용 절감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끊임없이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매출 대비 물류비 비중을 크게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오퍼레이션과 비용 컨트롤 면에서도 뛰어난 역량으로 공헌이익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구체적인 물류비 절감 사례가 궁금하다.


물류비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가 10가지라고 하면, 이 모두를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어떻게 해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물류비는 대부분 인건비다. 따라서 인력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생산성을 올려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입고할 때는 반드시 사람의 노동력이 투입돼야 한다. 물건이 잘 들어왔는지, 해당 상품이 맞는지, 물건을 정위치에 놓았는지 등 일련의 과정이 있는데, 여기서 오류가 나기 시작하면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게 고스란히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파트너사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소통 오류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입고 시스템도 정비해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류도 줄였다. 입고 정확도가 예전에 대략 70%였다면 지금은 90%까지 올려 생산성은 향상하고 인건비는 줄였다.

쟁쟁한 이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이를 실현할 기업문화도 중요할 것 같다.

‘데이터에 기반한 빠른 가설 검증’이 우리의 핵심 기업문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만 내놓는 결과론적인 방법보다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주력한다. 평소 ‘빠른 실패를 통해 빠른 성공을 쟁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마인드세팅을 강조하는 이유다. 직원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도록 노력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이 궁금하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빨리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대기업을 생각해보자. 뭔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려면 기획서를 열심히 써서 정답을 찾아내고 이를 실행한다. 기획서 작성에 한두 달, 리뷰에 또 한두 달이 지난다. 이런 방식을 스타트업에 적용하면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다. 대기업과 같은 전장에서 싸워야 하는데, 스타트업은 사람이 부족하고 시간도 없다. 일은 더 빨리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빨리 가설을 세우고 행동에 옮기는 게 유리하다.

가설을 세운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우리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 이러이러한 게 필요하다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한다. 이를 AB테스트라 부른다. 마케팅에선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실험을 적용하기 위해 그룹을 A와 B로 나누고, A는 현재 방식, B는 새로운 가설이 적용된 안으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둘을 동시에 실험한 결과 B가 더 효과적이라면 바로 실행한다. 만약 B 실험이 실패했다면 과감히 포기한다. 이런 방식으로 10개 정도 시도했을 때 3~4개가량 성공한다.

재빠른 실험과 결정이 핵심인 것 같다.

그렇다.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라고 한다. 즉,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 관건은 만약 실패하더라도 이에 대한 페널티를 주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공과를 묻는 순간, 조직 전체적으로는 디모티베이션이라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면 아무도 새로운 시도에 나서지 않는다. 실패는 너무나 당연하고, 대신 다른 아이디어를 빨리 만들어서 이를 테스트해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왜 그런지 분석해서 다음 스텝으로 이동하거나, 왜 실패했는지 분석해서 한 번 더 시도할지 말지 결정하는 방식이 펫프렌즈의 강력한 기업문화다. 이를 마케팅, 물류, MD, 서비스 기획, 신규 사업 등 모든 업무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AB테스트를 활용한 실제 사례를 소개해달라.

우리는 단순히 신규 고객 수를 카운팅하기보다 고객의 LTV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쓴다. LTV는 Life Time Value로,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에 들어와서 나가는 시간까지 여러 활동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그중 고관여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고객이 우리 앱을 처음 내려받았을 때, 어떤 화면을 보는가에 따라서 LTV가 달라진다. 즉, LTV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첫 화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화면이 있다. 직접 실험해보기 전까지는 우리도 결과를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LTV가 낮은 고객에겐 가격 할인을 강조하는 반면, LTV가 높은 고객에게는 펫프렌즈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한 번 더 강조하면서 가격 할인을 제시하는 식이다. 고객마다 접근법이 모두 다르다. 신규 고객 가입 시 이런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신규 고객의 LTV를 확인해 충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의 비중을 끊임없이 늘려나가는 것이다.

데이터 확보 못지않게, 공유와 적용도 중요할 것 같다.

회사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업무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한 사람, 한 팀을 위한 소스가 아니라 모든 직원이 볼 수 있고, 각자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위해 전 직원이 데이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데 집중해 데이터분석팀과 데이터분석 솔루션 등 인프라를 확충했다. 날것의 데이터를 1차적으로 가공한 ‘펫프렌즈 데이터 대시보드’가 그 결과물이다. 내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주요 데이터와 성과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펫프렌즈 데이터 대시보드에는 주요 KPI를 포함해 대략 285개에 이르는 다양한 데이터를 담았다. 직원들의 대시보드 평균 활용률도 70% 이상으로 매우 높다. 특히 우리처럼 한 달에 20~30개가 넘는 다양한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회사에는 무척 중요한 툴이다. LTV를 고려하지 않은 신규 고객 마케팅은 재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을 방해한다. 펫프렌즈 고객의 1년 내 재구매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동종 업계 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다.

IMM PE와 GS리테일의 투자 이후 경영 성과가 있다면.

실험을 설계하는 기획자, 이를 설계한 대로 구현해주는 개발자도 있어야 한다. 또 숫자를 보는 데이터팀도 필요하고,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고 설계하는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도 선행돼야 한다. PE의 투자를 받고 나서 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변화가 일어난 건 확실하다. 우리뿐만 아니라 커머스 사업의 고도화를 위해선 꼭 필요한 작업들이다. 앞으로는 퍼포먼스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고 신규 사업에도 진출해야 한다.

신규 사업은 어떤 게 있나.

현재 커뮤니티와 보험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시도 역시 처음에는 작은 스케일로 테스트를 거쳤다. 특히 보험은 메리츠화재와 협업해 법인보험대리점(GA)를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출시한 건강 멤버십 보험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용 실손보험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보험의 가입률이 굉장히 낮다. 메리츠화재와 함께 굉장히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론칭했다. 기대가 크다. 처음에는 시범 사업으로 3만원대 보험으로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를 바탕으로 볼륨은 키우고 가격은 낮춰 내놓았다.

2021년 펫프렌즈에 본격 합류했다. 입사 전에는 어떤 경력을 쌓았는지 궁금하다.

펫프렌즈에 오기 전에 쿠팡과 히어닷컴(Hear.com)에서 일했다. 히어닷컴은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청기 스타트업이다. 두 곳 모두 끊임없는 AB테스트를 성장의 중요한 지렛대로 삼은 기업이다. 동료들과 함께 데이터 기반 실험 문화를 만들고 성장을 이끌었던 경험들이 가설 검증 기반의 펫프렌즈에서 경영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도 ‘냥집사’다. 고양이를 키운 지 16년이 돼간다.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이커머스 1등 업체였기에 평소에도 눈여겨보던 회사였는데, 마침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집사의 한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위한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다룬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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