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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 2024] (3) SOCIAL IMPACT 

 

이진원 기자

여성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친환경 과학자 | 김효이(26) 이너시아 대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과학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 의료 분야 인공지능(AI) 박사과정 중 ‘여성들의 삶 속 불편함을 과학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2021년 이너시아를 설립했다.

“학사-석사-박사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연구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는지, 그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24세 박사과정 중에 훌륭한 연구들이 우리의 삶에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데 공감한 세 친구와 함께 창업했습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좋은 사업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우려들을 뒤로하고 도전을 결심했죠.”

그가 세상에 내놓은 혁신제품은 수술실 지혈 소재에서 착안해 식물 유래 성분만으로 흡수력이 뛰어난 여성위생용품 ‘라보셀’이다. 기존 생리대나 기저귀 등에 사용되던 미세플라스틱 고흡수성수지(SAP)는 연간 230만 톤이나 소비되는 석유 부산물이다. 미세플라스틱이 글로벌 환경문제로 대두해 이를 대체하려는 노력이 많았지만, 너무 비싸거나 양산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제품이 없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생리대 파동 이후 시장에는 미세플라스틱을 첨가해 흡수력이 높은 생리대, 혹은 단순히 흡수체가 빠져 축축한 생리대로 이분화돼 있었다”며 “생리대 속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고 천연흡수체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축축하고 짓무르는 문제에 시달리던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정체됐던 여성위생용품 시장에 등장한 유기농 생리대는 출시 1년 반 만에 400만 장 넘게 판매될 만큼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게임체인저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해온 김 대표와 팀원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처음 라보셀를 개발할 때, 1년 넘게 학교 실험실을 몰래 전전해야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모아둔 돈을 모두 털어 기술을 개발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공동창업자들이 모여 살며 온종일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수천만원짜리 증류수 기계를 살 수 없어 온 학교 연구실을 돌며 물동냥을 하기도 했고, 정밀저울을 빌려 쓰기 위해 사람이 없는 새벽 3~4시에 실험했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개발팀이 직접 하루 종일 피부에 붙여두고 생활했으며 심지어 먹어보기도 했다. 그는 “생리대는 혈액을 효과적으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도축장에서 피를 얻어 와서 매일 밤 뿌려가면서 실험하기도 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너시아의 유기농 생리대는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의 인증기관 튀프 오스트리아(TUV AUSTRIA)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미 농무부(USDA)의 친환경 프로그램에서 챔피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 기관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인증받은 만큼 해외 수출 판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이너시아는 여성들이 반드시 겪게 되는 불편함들을 하나씩 과학기술로 해결해나가고 싶다”며 “가장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찾는 여성들이 우리 제품을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은 연구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해조류 배양육의 개척자 | 이희재(28) 씨위드 대표


▎ 사진:씨위드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식량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씨위드는 국내에서 초기에 배양육을 시작한 기업 중 하나며, 세계 최초로 해조류를 접목한 배양육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이희재 대표는 대학원 수업 중 해조류에 많이 포함된 요오드(아이오딘)의 함량을 적절히 낮춘 ‘저요오드 해조류’라는 콘셉트와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고, 대학원 연구진과 함께 지난 2019년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해조류와 미세조류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없을까 고민했고, 박사과정 전공인 생명공학·조직공학 기술을 해조류에 접목해, 세포를 길러 만드는 고기인 배양육의 여러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양육이 미래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물세포 배양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에 부딪힌 게 현실이다.

하지만 씨위드는 기존 식재료인 해조류, 미세조류를 이용해 윤리적이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창적인 기술력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는 미세조류 기반 세포 배양액에 대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스피룰리나, 클로렐라 등 미세조류는 식용으로 널리 활용되며 빛을 이용해 환경 친화적으로 키울 수 있는 소재이므로 기존 배양육 비용 대비 100분의 1 이하의 가격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기반 세포배양 지지체(scaffold) 기술을 보유해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를 진짜 고기처럼 두껍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양육 시장은 아직 도입기지만, 2020년 싱가포르가 최초로 배양육을 승인한 이후 미국, 이스라엘, 호주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몇 년 내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활동의 윤활제 | 김유리안나(27) 웰로 대표


▎ 사진:웰로
“대한민국 예산 600조원 중 국민과 기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규모는 연간 200조원 정도입니다. 국가의 세금이 개개인에게 혜택으로 반영되어 우리 손안에 오기까지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놓치기 쉬운데, 이를 데이터와 IT서비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 미션입니다.”

2021년 설립한 웰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정책’을 IT서비스로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공공 분야에 기술을 접목하여 혁신을 이루는 ‘Gov-Tech 시장’에서 국민/기업 대상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이다.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개인 맞춤으로 정책을 추천받고 관리할 수 있는 웰로 서비스는 현재까지 국민 약 100만 명에게 25만2330개 정책을 안내해 1조6554억원 규모의 혜택을 연결했다. 기업 맞춤으로 정부 관련 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웰로비즈’ 서비스는 현재까지 1400개 기업에 4만270개 사업을 안내했고, 이들 기업은 1조8191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웰로는 올해 개인 맞춤 서비스를 1000만 명, 기업 맞춤을 10만 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대학생 시절 공공데이터 기반의 정책 제안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 전 프로젝트로 전국에 있는 공공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했고, 함께 일할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전국으로 미팅을 다녔다. 기업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매주 전국의 기업 대표, 담당자들을 찾아다녔다.

“공공데이터로 풀 수 있는 사회문제에 주목해왔어요. 그러다 이런 정책이 전국에 너무 많아서, 정책의 수혜자, 개선 추진자, 운영자가 분리되어 있을 때는 속도가 안 난다는 문제를 발견했죠. 집단지성으로 정책과 제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풀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국가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대학교 졸업 후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폐플라스틱의 연금술사 | 서동은(25) 리플라 대표


▎ 사진:리플라
“2016년 리플라를 창업할 당시, 1980년 이래로 꾸준히 제기된 플라스틱 재활용 순도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관련 논문에서 플라스틱 간 단일 재질 분리가 98% 순도로 되어도 재활용 플라스틱 판매 가격이 새 플라스틱에 비해 50~60%대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직접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과 접촉하며 이 문제가 실제로 어떤 불편을 끼치는지 조사했어요. 그 결과 이물질 분리가 더 세밀하게 이루어진다면 재활용 공장에서 더 좋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생물 박사 서동은 대표는 리플라를 설립하고 미생물을 통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특정 플라스틱 재질만 없애는 미생물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2016년 미생물을 직접 곤충에서 분리하거나 신규 발견하여 7년째 연구개발 중인 현재 분해 효율성을 현저히 높였다. 이제는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산업화하는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대표는 “ET, PVC, PP, PS, PE 재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균 287종을 발견하고, 12종을 사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우주에 나가려면 100% 자원순환이 가능해야 할 텐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고 자원에 관해 계속 생각해왔다. 그리고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서 재활용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라는 주제에 대해 생명공학을 재활용에 접목한 기술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직접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분리해보고자 도전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그는 “거의 완벽한 단일 재질 순도의 재활용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소재 시장이 될 수 있다”며 “폐플라스틱이 주는 경제적·사회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환경에 유익한 구조가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피싱 범죄에 대항하는 백기사 | 지한빈(27) 하이퍼엑스 대표


▎ 사진:하이퍼엑스
지한빈 하이퍼엑스 대표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기술을 피싱 범죄 예방에 적용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사회문제 해결을 이뤄냈다. 하이퍼엑스의 ‘지키미’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100건 이상의 신규 피싱 시도를 탐지하고 방지할 수 있었다.

“기존에도 많은 피싱 방지 기술과 서비스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싱 범죄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연락처, 계좌번호와 수법 등을 계속 바꾸기 때문에 이를 잡아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 최근에는 해외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하여 지인처럼 음성을 합성하거나, 교묘하게 작성된 피싱 시나리오를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존의 피싱 방지 체계에 더하여, 언어의 맥락과 의도, 특징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하여 기존 범죄 데이터와의 일치 여부나 유사도와는 상관없이 범죄의 맥락이나 특징이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변하는 범죄 수법에도 대응이 가능하죠.”

지 대표는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석사과정 재학 중 팀원들과 해커톤 대회 출전을 준비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중 최근에 부모님이 피싱 범죄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피싱 범죄 방지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그는 “대회에서 상도 받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사후 대응 중심이고, 빠르게 변하는 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느꼈다”며 “이후 오픈AI가 개최한 생성형 AI 해커톤 대회에서 기존에 발견한 문제를 거대언어모델과 음성-텍스트 변환 AI, 암호를 통한 실시간 인증, 코사인 유사도 판별,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등 다양한 신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는 기회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디지털 사기 탐지·예방 시장은 295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매년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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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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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호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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