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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 밀려드는 로봇 기술 

 

블루칼라 노동자의 인력을 자산으로 삼아 뉴잉글랜드 최대 건설사 서포크를 건립한 억만장자 존 피시는 건설 현장에서 계속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컴퓨터 회로가 장착된 안전모와 AI 현장 감독관으로 구성된 미래를 위해 투자에 나섰다.

▎건물의 토대 피시는 최근 은퇴한 전설의 앨러배마 풋볼 코치 닉 사반을 모델로 삼아 직원 2600명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기업보다는 스포츠를 통해서 경영 전력에 대해 더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12월 어느 날 아침,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져 추웠지만 존 피시(John Fish)는 현장에 나왔다. 보스턴 도심에서 공사가 절반가량 진행된 사우스 스테이션 타워 33층 난간에 가깝게 선 그는 밑에 있는 새빨간 기중기를 손으로 가리켰다. 기중기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금속 패널을 가득 실은 팰릿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이를 보며 공사 현장의 자동화 계획을 설명했다.

“기중기 자체에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어서 기둥의 움직임을 계속 관찰하고 회전 궤도를 확인하며 모든 정보를 저장해둡니다.” 피시가 분명한 보스턴 억양으로 말했다. 검은색 가죽 로퍼를 신고 푸른색 바지에 형광색 건설용 조끼를 입은 그는 안전 고글과 안전모도 쓰고 있었다. “시간당 더 많은 팰릿을 안전하게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입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죠.”

33층보다 좀 더 복잡한 14층에서는 공압식 네일건이 쿵쿵 찍어대는 소리와 강철판을 가는 시끄러운 쇳소리가 귀를 울렸지만, 피시는 로봇 혁명이 어떻게 서포크의 건설 현장 모습을 바꿔놓고 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마치 전투용 소형 탱크 같이 보이는) 2피트 높이 장비가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설계도면과 구상도를 출력해 작업자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진행 속도는 빨라지고 오류는 줄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기계를 모든 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3세인 피시는 평생을 건설업에서 일했고, 매사추세츠부터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전역에 고층 빌딩을 건축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의 재산 규모는 23억 달러다. 매출 60억 달러 규모의 회사 서포크(Suffolk) 지분 100%를 보유한 덕이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건설사 서포크는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연면적 1393만5456㎡가 넘는 상업용 빌딩을 건축했다. 보스턴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에서는 많은 호텔을 짓기도 했다.

이제 그는 자신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 2조1000억 달러 규모 산업 전체에 변혁을 가져오려 한다. 회사내 서포크 테크놀로지스 부서에서는 건설 전문 소프트웨어 상품을 개발 중이고, 이 중 일부를 선택해 별개의 벤처회사로 분사할 예정이다. 산하에 있는 벤처투자사업부에서는 혁신적 건설기술 스타트업 수십 개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건설 현장에서 3D로 벽을 출력해 세우고 배출량이 전혀 없는 휴대용 발전기를 이용하는 등 각종 혁신 기술을 개발 중인 회사들이다.

“건설업계는 지난 50년간 생산성이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한 유일한 산업”이라고 록스베리에 있는 최첨단 현대식 본사 건물로 포브스팀을 초대해 투어를 시켜주던 피시가 말했다. 록스베리는 보스턴 남부 노동자계급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생각해보세요. 1930년대에 공사를 했는데도 14개월 만에 완공됐습니다. 지금 다시 지으려면 아마 5년은 걸릴 겁니다.”

이유 중 하나는 건설업계에서 로봇공학이나 AI를 굳이 도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합 건설사나 하도급업체, 노조, 건설 현장을 운영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리회사조차도 “아날로그 방식의 작업에 매몰되어 있다”는 분석이 맥킨지 보고서에 나오기도 했다. D.A. 데이비드슨에서 건설 엔지니어링 산업을 담당하는 주식 애널리스트 브렌트 티엘만은 이렇게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기술이 아주 느린 속도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노동시장이니까요.”

노동시장은 오래전부터 노동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건설협회(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 ABC)가 자료를 추적하기 시작한 지 23년 만인 2022년에는 건설 현장의 노동력 수요가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이에 더해 비용은 더 높아졌다. 정부 통계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건설 임금이 34% 상승했고 철근, 시멘트, 목재 등 투입 비용은 2020년 초 대비 40% 가까이 급등했다. 피시는 로봇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전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확신했다. 물론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규제 감독을 통과해야 하고, 고객사들의 의심을 극복해야 하며, 재정적으로 부담이 큰 데다 기존 인부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피시는 장애물이 많아도 결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데이터다. 피시는 서포크가 10년간 애널리틱스에 투자한 끝에 “특별한 방법”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100여 개 작업 현장에서 공사 진척도를 추적하고 비용을 관리 중이다. 이 특별한 방법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 서포크는 피시가 2019년 설립한 서포크 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 중인 신기술과 상품에 수익을 재투자하고 있다. 피시는 비용 추산 소프트웨어 에디피(Ediphi)를 하나의 회사로 분사했고, 올해에는 작업 현장 계획을 위한 에지(Edge)를 두 번째로 분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피시는 다수의 건설 관련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며 이들을 육성하고 있다. 서포크 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설립 초기부터 러기드 로보틱스(Rugged Robotics, 초소형 군전차), 캔버스(Canvas, 석고판 신속 설치가 가능한 R2-D2 스타일의 로봇), 오그멘타(Augmenta, 건설도면 초안을 그려주는 생성형 AI 툴), 그리고 가장 유명한 오픈스페이스(OpenSpace)를 비롯해 50여 개 기업에 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오픈스페이스는 공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면 이를 원격 탐구가 가능한 가상의 작업 현장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 최근 기업 가치를 9억 달러까지 인정받은 회사다.

서포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 중 절반가량은 서포크가 매년 개최하는 6주간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피시는 “[샤크 탱크]의 아주 친절한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여름 서포크는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8500만 달러 자금을 받고 피시가 자체적으로 2500만 달러를 투입해서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한편, 가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에 재투자를 이어갔다.

서포크와 스타트업은 공생 관계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서포크의 작업 현장에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동시에 하도급업체들과 교류하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서포크는 이들 스타트업의 지분을 얻으면서 최첨단 건설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피시는 “건설산업을 뒤흔드는 혁신에 대한 대화를 우리가 이끌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영리한 행보다. 건설산업은 먼저 뒤집지 않으면 뒤집혀버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기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붕괴했고, 도심 오피스 건물에 대한 수요는 그야말로 전멸했다. 도심 오피스 건물은 팬데믹 이전만 해도 서포크를 먹여 살리던 근간 사업이었다. (사우스 스테이션 타워도 2020년 초에 착공한 프로젝트다.) 피시는 “상업용 부동산 분야는 벌써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무용 건물 프로젝트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서포크는 데이터센터, 공항, 병원, 의료 연구시설, 카지노, 정부 공공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입찰에 참가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피시는 자사 기술을 활용해 예산 초과 가능성을 크게 줄이면서 공사 기한을 앞당기는 비용 효과적인 제안서를 입찰에서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피시는 공사 현장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고한 그의 부친 에드워드 피시는 보스턴에 본사를 둔 피보디 건설(Peabody Construction)을 운영했다. 그의 조부가 1891년에 설립한 보스턴 지역의 건설 사업체다. 피시와 그의 형 테드는 10대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가서 가업으로 내려오던 사업 기술을 배웠다. “아버지는 저희가 바닥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업을 먼저 해보길 원하셨습니다.” 피시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항상 돈의 가치를 강조하셨어요. 그게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난독증이었던 피시는 학업이 힘들었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나 체육을 잘해 풋볼 선수로 보든칼리지에 들어갔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1982년 가족회사로 다시 돌아왔다. 시기는 적절했다. 노조 가입 근로자만 고용했던 피보디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서 시급이 낮은 근로자만 골라 고용하는 경쟁업체들에 밀려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에드워드 피시는 별개의 건설회사 서포크를 설립한 후 비노조 인부들을 고용했다. 그는 이 회사를 작은아들에게 맡기고 피보디는 큰아들에게 맡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포크는 피보디와 경쟁할 정도의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 시기 아버지는 저희 둘이 계속 경쟁하게 하셨습니다.” 형 테드 피시가 말했다. 지금 두 형제는 서로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테드는 같은 프로젝트를 두고 경쟁하던 시기를 떠올리며 존이 “집요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죠.” 피보디 건설은 2007년 문을 닫았고, 테드는 지금 보스턴에 본사를 둔 사무 공간 건설사 라운드힐(Roundhill)을 운영하고 있다.

존 피시가 핵심 고객사를 확보한 때는 1990년대 초반이다. 양로원 산업의 거부 에이브 고스만(2013년 사망)을 알게 된 것이다. 고스만은 1996년 당시 5억 달러(현재 기준 10억 달러)에 달하는 순재산을 축적하여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 오르기도 했던 억만장자다. 피시는 “그분이 저를 거두어주신 거죠”라고 말했다. 그는 고스만과 함께 일하며 양로원과 노인 생활지원센터 100여 개를 지었다. 대다수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있었기 때문에 서포크는 전국으로 사업을 넓혀 성장할 수 있었고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다.

“(사업의) 50% 정도가 4시간 만에 날아갔습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 일은 진행이 안 되겠어요. 일꾼들을 빼주세요’라는 전화가 계속해서 들어오더군요.” 경제 붕괴는 “큰 경종을 울렸습니다. 경쟁업체보다 훨씬 명확한 가치 제안을 해야만 했죠.”

그래서 그는 효율성과 안전 우려, 비용 초과 등을 더욱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MIT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맥킨지에서 근무했던 지트 키 친이 2017년 서포크에 합류하면서 수집해온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고 활용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지트 키 친은 “제가 아는 한 건설업계 최초의 최고데이터책임자는 바로 저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데이터가 수집되면 피시가 ‘미션 컨트롤’이라고 부르는 팀의 대시보드로 합쳐져 들어간다. 대시보드는 서포크의 건설 프로젝트 현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다. 사우스 스테이션 타워와 같은 현장에서 감독관이 정보를 태블릿에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예산과 일정, 안전, 운영 관련 메트릭스를 산출해낸다. “이슈가 생기기 전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록스베리에 있는 CIA 스타일의 작전 본부에서 미션 컨트롤팀 17명을 총괄하는 켈시 게이저가 말했다. “자원을 배치해서 프로젝트에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습니다.”

향후 행보는 더 많은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다. 피시는 록스베리에 서포크 로보틱스 센터를 세우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올봄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로보틱스 센터는 서포크가 투자하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실험하는 공간인 동시에 인하우스로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장소로 활용될 것이다. 피시는 “누가 해결책을 내면 바로 센터에서 실험을 해보고 작업 현장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우스 스테이션 타워 현장에서는 기술자가 주의를 기울여 기중기를 조작해 기둥을 수백 피트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피시는 기계가 작업자들 일부를 대체하게 되는 미래 시나리오를 이미 받아들인 상태다. “잃는 것이 있겠죠.” 그가 말했다. “효율성을 높여야만 하니까요.”

※ 로봇의 시대 -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400만 대 로봇이 현장에 나와 일을 한다. 대부분 전자제품과 가전·자동차 조립용 로봇이지만,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도 있다.

※ How To Play It - 로봇공학과 AI 소프트웨어 확장으로 물리적 세계가 뒤집히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이 거대한 트렌드에 올라타는 영리한 방법 중 하나는 기업의 상품 설계와 제작,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 툴 개발사 PTC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PTC의 산업용 IoT 부서에서는 공장로봇의 효율성을 높이고 제조 공정을 중앙화 네트워크에 연결해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내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4분기 구독 고객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매출 증가세에 힘입어 주가는 18개월 내 지금보다 40% 상승해 260달러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D. 마크맨은 마크맨 캐피털 인사이트 사장이자 패스트 포워드 인베스팅 편집자다.

- John Hyatt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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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호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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