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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성장주의 시대, 가치주에 느긋하게 투자하기 

 

베테랑 시장 투자자 조지프 라코니쇼크가 지키는 규칙은 단순하다.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환상적인 수익 성장세를 자랑할 때 너무 들뜨지 말자.”

▎상아탑을 나와서 교수에서 펀드매니저로 전향한 조지프 라코니쇼크와 시카고 마천루에서 만났다. LSV를 함께 창업했던 동료들은 학계에 남았지만, 그는 자신이 아쉽게 놓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 사진:PHOTOGRAPH BY NATE RYAN FOR FORBES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논문을 세 교수가 발표했다. 그때까지 시장 규칙에는 어긋났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세 교수는 30년 전 LSV 애셋 매니지먼트를 발족했고, 현재 회사의 운용자금은 960억 달러에 달한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회사는 북미, 유럽, 아시아 신흥시장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25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마다 적용하는 법칙은 동일하다. 화려하지 않고 천천히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다.

삼인조의 우두머리이자 LSV에서 ‘L’을 담당하는 조지프 라코니쇼크(Josef Lakonishod)는 투자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줬다. AI 메가트렌드를 타고 연승을 이어가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싫지만, 그가 ‘아치 벙커(Archie Bunker)’ 주식이라 칭하는 레이지보이(LaZBoy)는 깊이 애정한다는 것이다. LSV는 라운지체어를 제작하는 레이지보이 지분의 4.4%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라코니쇼크가 “저는 언제나 역발상 투자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어요.”

가치투자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역발상 투자’라는 말도 데이비드 드레만이 1977년 출간한 책에서 언급해서 대중화된 이후 상투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성장주가 파죽지세로 달려가는 시기에 인기가 떨어진 가치주를 부여잡고 있을 정도로 끈기가 대단한 투자자는 거의 없다. 결국 가치투자라는 것도 실제 성과를 낳는 건 60% 정도라고 라코니쇼크는 말한다.

요즘은 가치주가 어려운 때다. 지난 10년간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며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성장주 선도 종목은 10배 이상 치솟았지만, 엑손모빌과 컴캐스트처럼 LSV가 보유한 종목들은 잠에 빠진 듯 움직임이 없어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LSV 자산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클라이언트들은 개별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연기금이다. 이들은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임하는 경우가 많다. LSV는 이들의 수익률이 주요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연평균 2%P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모닝스타 추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LSV 7개 뮤추얼펀드(총자산가치 20억 달러)에서 인출된 금액은 새로 유입된 금액보다 많았다.

가치투자자들이 희망을 포기하면, 안 그래도 저렴한 주식은 더욱 저렴해진다. 이런 현상은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더욱 극적으로 일어난다. 중소기업 중 가장 가치가 낮은 3분위군은 지난 20년간 합산 가치가 수익의 12배였고, 가장 가치가 높은 3분위 평균 가치 배수는 61이었다. (마이너스 수익이 분모로 들어갔기 때문에 뒤의 숫자가 더 높다.) 현재 이 비율은 저렴한 주식 9배, 비싼 주식 113배로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태다.

다시 말해 ‘제2의 테슬라’나 AI를 논하는 스타트업 주식을 가지려면 아주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수익의 9배 정도로 주가가 형성된 전기관로 생산업체 앳코어(Atkore)나 10배 정도인 대용량 화물 컨테이너 업체 그리프(Greif)처럼 LSV가 보유한 보석 같은 업체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라코니쇼크는 다양한 논문을 발간하는 동시에 북미와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47세에 LSV를 공동 설립했다. 파트너였던 하버드대학의 유명 경제학자 안드레이 슐레이퍼는 초반에 수익을 현금화해서 회사를 떠났고, 시카고대학 재무학 교수 로버트 비시니는 LSV에서 투자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분을 계속 보유한 상태다.

이제 77세가 된 라코니쇼크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시장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다 기억하고 있다. 1998~2000년 IT 거품이 붕괴했을 때 업력이 길지 않았던 LSV는 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오라클과 퀄컴, 야후가 수익의 100배까지 주가가 치솟으면서 가치주를 보유한 사람은 다 바보로 보일 때도 있었다. 그는 “그런 시기가 1~2년 더 지속됐다면, 저희는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아슬아슬했죠.”

라코니쇼크가 인생에서 아슬아슬함을 느꼈던 경험은 한 번 더 있다. 그가 13살이었을 때 리투아니아에 살던 가족은 어머니가 폴란드 계통이라는 사실 때문에 탄압을 받을 수 있어 철의 장막을 탈출한 적이 있다. 가족은 이스라엘에 정착했지만, 영어는 그에게 제5외국어였다. 그는 홀수와 짝수란 단어의 뜻을 몰라 입학 시험에서 크게 고생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신중한 라코니쇼크는 2004년까지도 일리노이대학에서 종신교수직을 놓지 않았다. 지금은 교수 연봉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의 가족이 보유한 LSV 지분은 33% 미만이라고 하지만, 회사의 평균 수수료율이 0.4%에 육박하고 직원 43명에 대한 간접비를 고려했을 때 그의 가족이 매년 순수익에서 받아가는 돈은 손쉽게 8자리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LSV가 종목을 선택하는 방식은 결국 수학적 분석이 핵심이다. LSV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을 방문하지 않는다. 컨테이너 제조업체 그리프의 경우 목재 배럴통을 만들던 시절에 확보해둔 삼림지 17만5000에이커가 있지만, LSV는 이렇게 흥미로운 자산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숫자만 가져와 분석에 반영할 뿐이다.

일례로 잉여현금흐름은 바람직하지만, 매출 성장률을 위해 타깃을 조정해야만 한다. 공식이 있지만, 라코니쇼크가 그걸 공개할 이유는 없다. 반드시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학계에는 더는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학계와 증권가 모두에서 데이터 마이너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이들은 증시 통계를 샅샅이 훑고 다니며 가능한 100개 패턴을 알아낸 후, 이 중 나머지 99개와 무작위성이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패턴을 찾아내 이걸 바탕으로 금융저널에 논문을 쓰거나 포트폴리오 비율 조정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라코니쇼크도 이런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 1992년 그는 12월 31일 이후 과세상각 매도로 인해 하락했던 주가가 다시 반등한다는 소위 ‘1월 효과’에 대해 책 한 권을 공동 집필한 적도 있다. 그런데 1월 효과로 수익을 내는 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 LSV의 방법은 데이터마이닝과 어떻게 다를까? 라코니쇼크는 “상식을 무시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스타에게 매료되는 건 상식이다. 1930년대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현자들도 이런 행동에 대해 경고했을 정도다. 투자자들이 나날이 부풀어 오르는 성장률에 발맞추기 위해 2000년 퀄컴과 같은 기업을 과대평가했듯이 현재 엔비디아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상식에 부합한다.

종목을 평균 4년간 보유하는 라코니쇼크가 두 번째로 알려주는 충고는 다음과 같다. “게으른 투자자들은 더 게을러져야 합니다. 거래를 이전보다 줄여야 해요.” 가치투자자가 되려면, 30년은 깔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How To Play It - 지난 10년간 저가 소형주는 S&P 500 지수보다 크게 뒤떨어졌다. 그렇기에 투자 매력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뻔한 선택은 바로 소형 가치주 856개 종목에 투자한 인덱스 펀드 뱅가드 스몰캡 밸류다. 최소 투자금은 3000달러이고 운용수수료는 알뜰한 0.07%다. 흥미로운 대안으로는 LSV 스몰캡 밸류가 있다. 228개 종목을 보유한 액티브 펀드이고 최소 투자금은 10만 달러, 운용수수료는 0.83%다. 후자의 경우 뱅가드보다 저렴하고 규모가 작은 소형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특색이 있다. 2014년 이후 뱅가드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만약 반등이 온다면 훨씬 크게 올 것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볼드윈은 포브스의 투자 전략 칼럼니스트다.

- William Baldw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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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호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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