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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인터뷰 - “깐죽 캐릭터요? 제 전매특허인데 버릴 수가 있나요” 

‘프리 1년’ 전현무의 즐거운 홀로서기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rookie@joongang.co.kr
‘편안한 옆집 오빠’ 같은 방송인으로 남고 싶어…JTBC <히든싱어 시즌2> <비밀의 화원>에서 MC 진행

▎‘MC계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전현무는 치열한 노력파다. 아나운서로 데뷔하기 전부터 그는 ‘MC’라는 목표 하나를 향해 달려왔다.



모창 가수와 실제 가수의 대결이라는 독특한 컨셉트로 인기를 끈 <히든싱어>가 시즌 2로 10월에 시청자를 만난다. 프리랜서 1년 차를 맞이한 전현무가 시즌1에 이어 MC로 나선다. 동네 삼촌 같은 친근하고 유쾌한 미소 뒤에 진중함이 묻어나는 그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폭풍인기’를 끌게 된 비결과 인기 MC로서의 꿈을 말한다.

핑크색 반짝이 의상에 나비넥타이,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채 퍼부어대는 특유의 ‘깐죽거림’까지. 넘쳐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몸을 들썩이는 한 남자가 있다. KBS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지난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로 ‘날개를 단 듯’ 종횡무진 방송가를 누비고 있는 전현무(37)다.

6월 8일에 조용필의 ‘바운스’를 모창한 전현무의 뮤직비디오가 나오면서 또 한 번 그의 숨겨진 진가가 폭발했다. “그대가 돌아서묘온~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라고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방송인 전현무에 생소했던 사람들에게까지 존재감을 각인시킨 듯하다.

그런 전현무가 JTBC <비밀의 화원>과 <히든싱어>를 진행하면서 ‘JTBC 간판예능 MC’로 자리를 잡았다. <비밀의 화원>은 역대 미스코리아 출신 미녀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색 토크쇼다. 10월 12일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가는 <히든싱어 시즌2>는 모창 도전자들과 실제 가수가 노래 대결을 펼치는 이색 가요경연 프로그램이다.

‘깐죽 진행’ 욕먹더라도 포기 안 해

전현무는 ‘프리 아나운서’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아나운서계의 ‘사고뭉치’에서 팔색조의 매력을 펼치는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JTBC가 <히든싱어 시즌2> 모창 도전자들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자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히든싱어2 개봉박두’라는 글과 함께 익살스런 표정을 지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프로그램 알리기에 나섰다.

단독 MC를 맡고 있는 <히든싱어 시즌2>에 대한 그의 애정이 가득 담긴 제스처였다. 5월 30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M빌딩에서 열린 <히든싱어 시즌2>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가수 아이유 섭외에 적극 나서겠다. 아이유가 나와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출연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라고 말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연예계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전현무와 인터뷰를 위해 9월 10일 <비밀의 화원> 녹화가 이뤄지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 프로의 공동 MC를 맡고 있는 오상진 아나운서, 배우 오현경 씨 사이에서 그는 특유의 깐죽 멘트를 날리며 방청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스튜디오가 울리도록 ‘으하하하하하’ 하고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출연진이 말할 때마다 ‘아’, ‘오’, ‘으흠’ 같은 추임새를 넣으면서 흥을 불러 넣었다. 출연진을 향해 몸을 돌리고 앉아 온몸으로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에서는 그만의 몰입과 집중력이 느껴졌다. 5시간 넘는 녹화를 끝내고 마주앉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전현무의 열정이 눈빛을 통해 전해져 왔다.

<히든싱어 시즌2>가 시작되는데 시즌1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출연자들의 모창 수준이 더 높아졌어요. 시즌1 인기에 힘입어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들이 대거 신청해 왔거든요. 방송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들어요. 시즌을 더해갈수록 프로그램과 참가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 기뻐요.

<히든싱어>가 저한테도 각별한 방송이거든요. 프리랜서 선언 이후 맡은 첫 단독 MC인만큼, 저하고 같이 태어난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자식을 잘 키워가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열 일을 제쳐놓고 <히든싱어>와 관련된 일에 발벗고 나서는 거죠.”

<히든싱어 1>에서는 특유의 ‘깐죽거리는’ 듯한 진행을 두고 논란이 많았어요.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방송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작진이 <히든싱어> 방송 초기에 저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어요. 제가 계속 깐죽거리면서 웃음만 주려고 하니까 ‘재미도 좋지만 수위조절을 하라’는 의견을 내더라고요. 그 조언을 따르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깐죽거리는 진행을 시즌2에서 없애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고요? 저는 ‘깐죽 진행’이 <히든싱어>의 재미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고 보거든요. 시즌2부터 제가 갑자기 진지한 진행을 하게 되면 당장 시청자들은 ‘전현무, 쟤 왜 저러냐’ 하며 낯설어 하실 걸요?

원조 가수와 모창 가수가 대결하는 <히든싱어>의 구성 자체가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제 깐죽거림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무엇보다 이제는 <히든싱어>가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방송 초기처럼 부담감 없이 임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해요. 시즌2에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되 ‘깐죽 진행’은 쭉 가져가려 합니다.”(웃음)

이제 원톱 MC로서 부담감은 지우셨나요?

“사실 저는 혼자 하는 진행이 편해요. 워낙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데다 제가 생각한대로 진행하는 게 제 성격에 맞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MC들과 같이 진행하는 게 힘든 건 아닌데 이상하게 혼자가 좋네요.(웃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히든싱어>를 하면서 제 진행 실력이 쑥 늘었다는 거예요. <히든싱어>는 가만히 앉아서 말재간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돼요.

MC가 단순히 진행만 하면 방송이 지루해지거나 음악쇼로 전락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히든싱어>만의 재미를 살리려고 연예인·모창 참가자·방청객·제작진을 가리지 않고 제가 깐죽거리면서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하고 있어요.(웃음) 처음에는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버겁고 힘들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저 자신이 보기에도 진행에 탄력이 붙는 게 느껴져요.”


▎전현무는 JTBC <비밀의 화원>에서 배우 오현경, 오상진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춘다.




▎전현무는 JTBC <히든싱어 시즌1>에서 원톱 MC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진행과 예능 ‘두 마리 토끼’ 잡고 싶어

혹시 <히든싱어>에 모창 참가자로 나간다면 겨뤄보고 싶은 가수가 있으세요?

“9월 4일에 녹화한 <히든싱어 스페셜>에서 제가 가수 윤민수 씨의 ‘그리움만 쌓이네’를 불렀어요. 김건모의 ‘서울의 달’이나 바비킴 노래는 욕먹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히든싱어> 참가자로 나선다면 임창정 씨나 김범수 씨의 발라드 노래로 도전해보려고요. 제 실력에 가창력이 요구되거나 고음이 요구되는 노래까지는 무리일 거 같고요. 모창 실력을 잘만 발휘하면 1, 2라운드까지는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밀의 화원>에서는 공동진행인데 다른 두 MC와 호흡은 잘 맞으세요?

“오상진 아나운서는 제가 놓치는 부분을 많이 보완해주죠. 제가 출연진들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지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동안 오상진 씨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이끌어내요.

오현경 씨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잘 활용해서 미스코리아들만이 알 수 있는 공감대를 잘 이끌어내는 거 같아요.

제 역할은 두 분의 그런 장점을 잘 조합해서 웃음을 유도해내고 저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을 하는 데 있죠. 미스코리아에게 단순히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각각의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진행은 두 MC에게 맡기면서 말이죠.”

그의 전매특허 캐릭터인 ‘깐죽’, ‘밉상’은 상대방을 살살 약 올리는 듯하면서 ‘선’을 넘지 않게 치고 빠지는 데 있다. 이는 다른 예능인이나 MC들이 공손함과 배려 혹은 독설을 캐릭터로 삼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밉상’이면서도 정작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전현무만의 캐릭터는 그를 ‘아나테이터’(아나운서 엔터테이너의 준말)를 뛰어넘어 차세대 예능 유망주로 주목받게 했다.

<히든싱어>는 모창 참가자들을, <비밀의 화원>은 미스코리아들을 대상으로 방송한다는 점이 다른데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 더 편해요. 미스코리아나 연예인은 ‘전현무가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예상을 하고 방송에 임해요. 반면 일반인들은 무방비 상태로 무대에 올라오죠. 아무런 생각 없이 방송에 임했다가 제 깐죽거림을 당하니까 어이가 없을 수밖에요.

날것의 리액션이 나오니까 재미가 더 있죠. 연예인들은 저한테 여러 차례 당해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는 질문에도 일반인들은 화들짝 놀라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출연진이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웃음을 유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죠.”

이날 녹화된 <비밀의 화원>은 미스코리아 가족특집으로 꾸며졌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한 한 미스코리아의 어머니가 전현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이 관찰됐다. 다른 MC들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전현무씨를 참 좋아해서”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렇듯 ‘어머님’들에게 전현무의 인기는 더 폭발적인 듯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동 MC 오현경은 “제 이상형도 사실은 오상진 아나운서보다 전현무”라며 웃으며 말했다. 오현경은 그의 매력포인트로 유쾌함과 카리스마, 비호감 이미지 뒤에 숨은 똑똑함을 꼽았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데 본인은 그 비결이 뭐라고 보세요.

“제가 어머님들 사이에서는 ‘올킬’이에요. 아마도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삼촌 같기도 하면서 왠지 막 대해도 될 것 같은 이미지요. (오)상진이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잖아요. 장난치면 ‘왜 이러시죠?’ 하고 정색할 거 같은 긴장감이 있죠.(웃음) 저는 집에 있어도 방바닥에 드러누워 있을 것 같고, 왠지 발로 툭툭 쳐도 될 거 같지 않나요?

그런 편안한 이미지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제가 젊은 분들보다는 어머님들께 인기가 더 많더라고요. 어머님들이 제게 시선을 떼지 않으시는 게 느껴져요. 그 사이에 20대 여성들은 오상진 씨를 바라보고 있는 거고요. 평생을 편한 삼촌 이미지로 살아왔기 때문에 젊은 여성분들이 저를 덜 좋아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아요.”(웃음)

“프리랜서 선언 후회 한 적 없어”

프로그램 진행 능력과 예능감은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노력의 결과라고 보세요?

“저는 백 퍼센트 노력파입니다. 예능에서의 ‘감’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과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만들어진 사람이 있다고 봐요. 선천적인 사람들은 개그맨 박명수·탁재훈처럼 노력을 안 해도 그 자체가 웃기는 사람들이죠. 탁재훈 씨만 하더라도 대본도 안 보고 방송에 들어가서 말재간을 부리는데 보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참 재미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했다간 큰일 날 거에요. 저는 예능에서 뛰어난 ‘감’을 발휘하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신동엽 씨를 롤모델로 꼽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 신동엽 씨를 따라갈 사람이 없잖아요. 방송계에서 손꼽히는 원톱 MC인데다 최고의 멀티 엔터테이너라고 봐요. 꽁트·개그·MC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요. ‘어떻게 저걸 다 잘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다 잘하는 게 신기해요. 사람이라면 못하는 분야가 하나쯤 있을 것 같기도 한 데 말이죠. 저도 신동엽 씨처럼 되는 게 꿈이에요.”

프리랜서 선언 1년 차를 맞았는데, 신변에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요?

“스케줄은 큰 변화가 없어요. KBS 아나운서일 때도 워낙 바빴기 때문에 몸이 힘든 점에서는 차이가 없죠. 하지만 책임감 면에서 ‘KBS 아나운서 전현무’와 ‘프리 아나운서 전현무’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옛날에는 프로그램 하나를 못하게 돼도 ‘다른 거 하면 되니까’ 하고 설렁설렁 일했다면 지금은 정말 ‘못하면 밥줄이 끊긴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방송사 직원일 때는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몇 개인지에 관계없이 월급이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프리랜서는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망하면 돈이 안 들어오니까 책임감이 눈에 띄게 달라졌죠. 경쟁도 치열한 데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방송인 만큼, ‘정말 잘 해내야 한다’라는 생각에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게 돼요.”

방송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는 뜻인가요?

“시청자들이 ‘전현무’라는 이름 세 글자에 거는 기대치가 있으니까 이에 부응해야겠다는 책임감이 확 커지더라고요. 9월부터 맡은 MBC 라디오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만 하더라도 정말 오랜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한 방송이에요. 프리 선언 이후 ‘라디오 DJ 전현무’를 그리워하시던 팬들이 있거든요.

제 트위터에 ‘전현무 라디오 정말 기다리고 있어요’ ‘DJ로는 언제 복귀하시나요’라고 궁금해 하는 분이 정말 많았어요. 그 분들이 정말 애타게 기다렸을 방송인데 실망감을 드려서는 안 되잖아요. 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희열감을 동시에 느껴요.

<히든싱어>도 시즌1이 끝나자마자 시청자들이 ‘시즌2는 언제 해요’, ‘시즌1 최고예요’라고 해주시니 ‘시즌2는 훨씬 더 잘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절로 생기는 거죠. 전에는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아나운서 전현무 재미있네’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예능인 전현무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

혹시 프리 선언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전에 두꺼운 얼음판에 서 있었다면, 이제는 살얼음판에 서 있는 것과 같아요. 과거에는 안전했을지언정 허허벌판을 아무렇게나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KBS 시절에 비하면 불안정하지만 오히려 목표는 뚜렷하죠. 예능 MC로서 잘 해보고 싶거든요. 저는 지금 확실한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중이에요.”

방송인이 되기 전 ‘언론고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걸로 유명하던데요.

“‘후천적 노력파’라고 앞서 말씀 드렸듯이 방송인이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대학 마지막 한 학기를 수업도 전혀 안 들어가고 언론사 입시 공부만 죽어라 했어요. 아침에 눈 뜨면 신문 읽고 잡지 보고, 글두 편씩 꼬박꼬박 쓰고요. 그렇게 매일 하는데 어떻게 안 붙을 수가 있겠어요?(웃음)

‘그랜드슬램’은 조선일보·YTN·KBS 등 3개 언론사에 다 합격해서 생긴 수식어에요. 신문기자·방송기자·아나운서 직에 모두 합격했다는 뜻도 있고요. 하지만 제 본래 꿈은 MC였어요. MC가 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길이 아나운서였기때문에 KBS에 지원한 거고요. 프리랜서 선언 이후 제 이름을 걸고 MC로 활동하고 있으니 제 꿈을 이룬 셈이죠.”


▎‘깐죽’, ‘밉상’ 캐릭터로 입지를 굳힌 전현무는 “신동엽처럼 못하는 게 없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며 예능 욕심을 내비쳤다.



시청자 반응 일일이 확인하는 ‘검색중독자’

‘밉상’ 캐릭터로 욕 먹는 게 싫지는 않으세요? 악성 댓글 때문인지 ‘검색중독증’도 있다고 들었어요.

“인터넷에서 제 이름이 들어간 모든 기사와 글은 하나도 빼먹지 않고 확인해요. 3대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전현무’ 세 글자로 꼭 검색해봐요. 일반인의 ‘네 남친(남자친구) 전현무 닮았더라’라고 남긴 SNS글까지 모두 다 읽어요. ‘무플(글에 댓글이 전혀 없는 것)보다 악플(악성댓글)이 낫다’는 게 제 신조거든요. 비난보다 사람들의 무반응이 제일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검색을 통해 대중이 저의 어떤 점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를 살피는 측면도 있고요. 제가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욕을 하시니까요.(웃음) 예전에는 악플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이제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도 꽤 늘어서 오히려 검색을 즐기고 있어요. 사람들이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도 하고요.”

예능계의 블루칩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프로그램 진행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열려 있는 것에 만족해요. 채널도 다양해지고 대중의 취향도 세분화됐잖아요. 제 진행이 ‘엑설런트’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된다고 봐요. ‘어휴, 전현무 방송에 왜 쓴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으니까요. 앞으로 제 목표는 ‘엑설런트’ 말을 듣는 방송을 하는 거예요.

1인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1인자가 되지 않아도 여러 채널에서 방송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유강(유재석, 강호동) 체제’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김성주 아나운서만 봐도 프리 선언 이후 잘하고 계시잖아요. 1인자는 1인자대로, 다른 MC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역할을 잘해내면 된다고 봐요. 굳이 1인자 될 필요 있나요? 피곤해질 뿐이죠.”(웃음)

맡고 있는 고정 프로그램만 다섯 개나 되는데 체력이 좋은 건가요, 일 욕심이 많은 건가요?

“잠 자는 걸로 체력 보충을 하고 있어요. 일 욕심도 많은 편이고 여기저기서 불러주실 때 열심히 일하자는 주의죠. 지금까지 몸이 빠개지도록 일하면서도 불평한 적은 없어요. 힘들었던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추석 특집으로 녹화한 MBC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 대회>예요. 하루 종일 방송하고 새벽 2시 넘어서야 끝났는데 바로 다음날 아침 7시에 라디오 생방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신기한 게 힘들긴 해도 짜증이 안 나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KBS출신 아나운서를 MBC나 JTBC에서 써주시니 절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일면식도 없는 저를 불러주시는 거잖아요. ‘아, 인정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한테 뿌듯하죠. 그러니 힘들 겨를이 없어요.”

소화할 스케줄이 너무 많은 탓일까. 전현무는 라디오 DJ를 맡은 지 4일 만에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지각을 했다. 그의 지각으로 라디오 오프닝을 포함한 일부 코너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현무는 방송 프로그램 트위터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다신 늦지 않겠습니다. 넓은 아량과 사랑으로 보듬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제작진은 “현현무 DJ 오면서 울었다네요. 죄송합니다”라며 전현무가 벌서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사실 알고 보면 그의 방송 지각이 처음은 아니다. KBS 아나운서 시절에는 숙직실에서 잠을 자다가 못 깨어나 새벽 뉴스를 펑크내기도 하고, 방송 시작과 함께 잠이 들어 7초간 ‘정적’을 만든 적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방송사고를 팬들과 방송 관계자들은 너그럽게(?) 봐준다. ‘전현무 방송사고 예견돼 있었다’라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그의 스케줄을 조목조목 짚어낸 네티즌이 있을 정도다.

“‘옆집 오빠’, ‘동네 아저씨’ 이미지로 남고파”

토크쇼 소재로 거론될 만큼 여러 방송 사고가 있었는데요. 제작진과 사이가 좋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웃어넘길 수 있는 건가요?

“프로라면 방송 사고를 절대 내지 말아야죠. 제가 방송을 몇 개를 하든, 스케줄이 얼마나 바쁘든 시청자와는 별개의 문제잖아요. 시청자들에게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해요. 제작진하고 ‘사이가 좋다’기보다 평소에 보여드린 모습 때문에 용서해주시는 것 같아요. 평소에 대충대충 하고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면 제작진들 역시 ‘너 그럴 줄 알았다. 그딴 식으로 하면 되겠니’라고 하시겠죠. 제가 사우나 들러서 잠 쪼개 자고 나름 고생하는 걸 아니까 봐주시는 것 같아요.”

MC·버라이어티·코미디·토크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남자셋 여자셋> <프렌즈> 같은 정말 재미있는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어요. 몸이 아무리 힘들고 스케줄이 바빠도 시트콤 섭외가 들어오면 반드시 출연할 거예요. 제가 연기 욕심이 좀 있나 봐요. 프리 선언하고 처음 맡은 방송이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였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가 미국 CIA 요원이자 하버드대를 나온 엘리트인데 나중에 ‘또라이’로 판명 나거든요. 저는 그런 캐릭터가 정말 좋아요.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만 허술하고, 과대망상증도 있고… 신동엽 씨가 롤모델이라 그런지 독특하고 웃긴 캐릭터로 시청자를 제대로 웃겨 보고 싶어요.”

방송인 ‘전현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전현무’라고 했을 때 누구나 ‘하하’ 하고 웃을 수 있는 방송인으로 남고 싶어요. ‘아유~저 말썽쟁이, 밉상’ 이러면서도 누구나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옆집 오빠, 동네 아저씨로 남고 싶어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친근한 이미지로요.”

201310호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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