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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공학적 측면 넘어선 글쓰기 연마법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저널리스트 고종석의 글쓰기 강연을 녹취·정리…훈련하면 누구나 글쟁이가 될 수 있다!



고종석은 우리시대 재주 있는 글쟁이 중 한 명이다. 스타일과 콘텐트 양면에서 돋보이는 글을 썼던 문사라 할 것이다. 그가 이번에 펴낸 ‘글쓰기 가이드’가 문득 눈에 띤 까닭이며, 같은 이유로 좋은 글 쓰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고종석의 책은 공부의 좋은 재료가 된다. 책 제목은 <고종석의 문장>,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란 부제가 달려 있다.

무릇 글쓰기란 그렇다. 아름답기 위해서는 정확해야 하며, 정확한 글은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대체로 아름답다. 내용과 형식이 내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받쳐주는 글일 터이다. 그 다음은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사상과 지향이다. 스타일과 기법, 내용과 형식, 사상과 지향의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 녹여 개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가이드북의 강점이다. 기법을 설명할 때도 사상·역사·철학의 문제를 동원한다. 그 같은 상식과 교양을 섭렵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의 테크닉과 방법을 익히게 된다.

고종석은 학부 시절, 법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과정에서는 언어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4세에 한 영자신문의 기자가 된 이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왔다.

독서에 대한 고백은 이렇게 이어진다.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열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영어 어휘 학습서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Wordpower Made Easy>다.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 대중 소설가의 작품을 즐겨 읽을 만큼 수수한 측면도 있다. 문체에서는 에릭 시걸과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생각에서는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언젠가 페르시아어로 쓰인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4행시집)를 읽어보는 게 꿈이라고 한다.

글쓰기 직강 <고종석의 문장>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모두 열두 차례에 걸쳐 숭실대에서 진행한 고종석의 글쓰기 의를 녹취·정리한 책이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이 자잘한 작문 테크닉과 실천적 조언에 몰두하는 것에 반해, 고종석은 그것이 글쓰기 기술의 일부에 불과함을 분명히 한다. 그리하여 공학적 측면을 넘어선 글쓰기 기술의 연마를 독자에게 권유한다. 글쓰기는 분명 ‘공학’ 이상의 무엇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더 중요한 통찰이 있다. 글쓰기는 훈련과 연마를 통해 아주 높은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범재 심지어 둔재마저 월한 글쟁이가 될 수 있다는 유혹이다. 정말이지 큰 위로가 되는 유혹이다.

201407호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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