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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 | 화제 당선인] 부활한 나경원, 국민의힘 구원투수 되나 

“뼈를 깎는 성찰 속 민심과 더 가까워지겠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이재명 대표가 7차례 지원 유세한 류삼영 후보 누르고 5선 ‘저력’
“대통령에 등 돌린 민심… ‘비윤계’가 전면 나서 쇄신해야” 여론도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4월 1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앞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나경원(61)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동작구을 지역구 탈환에 성공하면서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3호’인 류삼영 후보를 9325표(8.03%p) 차로 따돌렸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단숨에 유력 차기 당권 주자로 떠오르게 됐다. 정권 심판 프레임 속에 여당이 참패한 수도권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 지역구 의석 중 19석(서울 11·경기 6·인천 2)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102석(서울 37·경기 53·인천 12)을 독점하다시피했고, 개혁신당이 1석(경기)을 가져갔다.

국민의힘 여성 최다선 의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점도 눈에 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번 승리로 5선 관록의 김영선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두 번의 비례대표를 지낸 김 의원과 달리 나 전 원내대표는 서울 중구와 동작구에서 이번까지 네 번에 걸쳐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국민의힘 여성 최다선 의원 등극


▎22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동작을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4월 11일 선거사무소에서 울먹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나 전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5년부터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지냈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를 거쳐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18대 총선 서울 중구에서 재선한 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패했다.

절치부심한 나 전 원내대표는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2016년 총선에서도 동작을에서 4선에 성공해 20대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활약했다. 그러나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이던 이수진 의원(무소속)에 패하며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작년부터 일찌감치 표밭을 갈아온 나 전 원내대표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3월 초 민주당이 동작을에 류삼영 전 총경을 전략 공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류 후보는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22년 7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총경 인사에서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이 나자 보복성 인사라고 반발하며 사직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탄압 인사로서 윤석열 정부 심판의 상징성을 지녔다는 이유로 류 후보를 영입했다. 이후 지역구 현역 이수진 의원을 컷오프하는 대신 류 후보를 동작을에 배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동작을이 서울 판세를 가르는 핵심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동작을에서만 총 일곱 번의 지원 유세를 벌이며 류 후보에게 잔뜩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을 빼고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동작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대표의 지원 사격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류 후보가 나 전 원내대표와의 격차를 좁힌 것을 넘어 급기야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데일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4월 1~2일 서울 동작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8.5%로, 나 전 원내대표(47.5%)보다 높게 나왔다.

선거일인 10일 오후 6시 투료 종료와 함께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두 사람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류 후보가 52.3%, 나 전 원내대표는 47.7%로 4.6%p 차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양측 선거사무소는 희비가 엇갈렸다. 류 후보 캠프에는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가득 찬 반면, 나 전 원내대표 쪽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나 전 원내대표의 득표율이 점점 올라가더니 선거 이튿날인 4월 11일 낮 12시 30분께 당선이 확실시됐다. 나 전 원내대표는 감정에 복받친 듯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나경원의 진심을 알아주시고 다시 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동작을을 위해 일하겠다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 잊지 않고 꼭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선거 기간 ‘교육특구 동작’, ‘사통팔달 동작’, ‘15분 행복 동작’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동작구를 강남 8학군 수준으로 바꾸고, 이수~과천 복합터널 조기 완공을 추진하는 한편, 한강수변공원 등 걸어서 15분 거리에 공원·문화·체육시설 등을 촘촘히 조성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이다.

이번 승리로 나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한층 견고해졌다. 정권 심판론을 뚫고 험지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나 전 원내대표는 ‘비윤계’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윤계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이마저도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는 포퓰리즘식이라는 어조로 강하게 비판했고, 윤 대통령은 부위원장직을 비롯해 나 전 원내대표가 겸임하던 기후환경대사직에서도 해촉했다. 겉으로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이 이유였지만,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나 전 원내대표를 친윤계와 대통령실이 매몰차게 내쳤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시각이다.

보수 대표 여성 정치인 자리매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심이 윤석열 대통령을 떠난 상황에서 친윤계가 구원투수로 등판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그동안 핍박받던 사람들이 지도부가 돼야만 국민의힘이 이제 좀 바뀌었구나 하는 이미지를 외부에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원내대표와 함께 거론되는 비윤계 당권 주자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에서 ‘원조 친노’ 이광재 전 의원에 승리한 안철수 의원과 ‘보수 험지’ 인천에서 다섯 번 연속 당선한 윤상현 의원이 꼽힌다. 다만, 안 의원은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안 의원은 4월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차기 당대표 경선에 도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첫째가 의정 갈등 해결”이라고 답했다.

반면 나 전 원내대표는 당권 도전 가능성 등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나 전 원내대표는 4월 11일 페이스북에 “집권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정치를 더 오래 지켜봤던 제가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고 적었다. 14일에는 “우리 당에 대한 민심에 깊이 고민한다. 민심과 더 가까워지겠다”며 “저부터 바꾸겠다”고 썼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서울 도봉구갑에서 승리한 김재섭 당선인과 경기 포천시가평군에서 이긴 김용태 당선인 등 청년 초선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4월 13~14일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을 누가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중 44.7%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꼽았다. 이어 나경원 전 원내대표(18.9%), 안철수 의원(9.4%), 유승민 전 의원(5.1%) 등의 순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투표 100% 반영’으로 룰을 바꿨다. 신 교수는 “새 당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22대 국회 개원 뒤 이르면 6월쯤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선 비윤계가 당을 쇄신하고 2026년 6월 열리는 제9회 지방선거에 임박해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그림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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