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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외교] ‘북풍’이 반가운 아베 일본 총리 

최악 경제 위기론도 북핵·미사일이 구했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부편집장
‘북한’ 볼모로 중국 위협에 대비한 군비확장은 가속화… 위안부문제, 납치자문제 등 외교 현안도 ‘북핵’ 파장에 떠밀려 실종

▎1월 2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와 그의 최측근인 아마리 경제재생담당상(맨 왼쪽). 불법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아마리 장관은 ‘북풍 효과’에도 불구, 끝내 사임했다. / 사진·중앙포토
원숭이 해를 ‘파란의 해’라고 하는데, 마치 2016년의 풍운의 앞날을 예고하는 봉화와 같이, 1월 6일 오전 10시경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 일로 인해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주변 국가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인 5일, 미에현(三重県)의 이세진구(伊勢神宮)로 새해 참배를 다녀왔는데, 신년운세로 ‘대길(大吉)’을 뽑아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6일에는 ‘폭발’로부터 1시간 남짓 지난 오전 11시 44분부터 국가안전보장 회의(4대신 회합: 총리대신, 외무대신, 방위 대신, 관방대신 참석)를 열었으며, 이후에는 북한 문제로 매우 분주해졌다. 이날 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외교안보 분야에 정통한 자민당 의원에게 전화를 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실험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과거에는 먼저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고 나서, 2∼3개 월 후에 핵실험을 하는 것이 북한의 패턴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베 총리 이하 각료들의 새해 기분은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그런데 초기 분석에 의하면, 북한이 주장하는 것 같은 수소폭탄 실험이 아니고 통상의 핵실험이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일본은 막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한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경제제재를 논의할 것이다. 동시에 2014년 7월에 해제했던 독자적인 경제제재도 부활시킬 예정이다. 이번이야말로 저 ‘광기의 몬스터’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정부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관계 각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 1월 하순이 되자 이번에는 동창리 발사대에서 새로운 장거리탄도 미사일 발사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각국 매스컴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요격 명령’을 발령하고, 1월 29일 밤 도쿄·이치가야의 방위성 부지 내에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PAC-3을 배치했다. 또 요격미사일을 장비한 이지스함을 일본해(동해)에 파견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 가운데 필자는 2월의 첫날 앞서 언급한 아베 총리의 측근 의원과 만찬을 가졌다. 그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해 다시 질문했다. 그러자 그는 ‘북풍’이라고 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의외의 말을 들려줬다. “한국에서는 선거가 가까워지면 보수 후보자들이 북한이 한국을 화려하게 도발해줄 것을 은근히 기대한다고 하는데 이를 한국에서는 ‘북풍’ 이라고 부른다. 내가 아베 총리의 기분을 상상해보자면, 아베 총리의 본심은 이번 ‘북풍’에 안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북풍’에 의해 적어도 아베 정권을 둘러싸고 있던 5개의 문제가 싹 날아가버리지 않았나 싶다.”

아베는 ‘북풍’에 안도했다


▎2월 4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수송함 ‘오스미’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싣고 항해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정치지도자가 국민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사물을 생각한다고 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 거물 정치가의 해석을 듣고 있는 동안에 필자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한 5개의 문제란, ▷한국과의 종군위안부 ▷북한과의 납치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군비확장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담당 대신의 사임으로 흔들리는 국회대책 ▷일본경제의 악화다. 이하 순서대로 짚어보자.

먼저 종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해 말인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정부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그 후 한국 내에서는 ‘합의’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별로 보도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일본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요미우리 TV가 매주 일요일 오후에 방송하는 <거기까지 말하는 위원회(そこまで言って委員會)’라는 토론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일본 전국에서 1500만 명 정도가 시청하는 인기 프로인데, 1월 24일의 주제는 한일간 종군 위안부 합의에 관한 찬반을 묻는 것이었다.

필자도 게스트로 초대돼 지론을 폈다. 어쩌다가 내가 첫 번째로 지명되었는데, 나는 찬성 입장에 서서 “이번의 합의는, 양국정부에 의한 훌륭한 ‘외교예술작품’이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주된 쟁점은 ①일본정부의 책임과 사죄, ②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③해결 방법, ④소녀상 철거 등 네 가지였다.

이 중 한국 정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①이며, 일본 정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③이었다. 그래서 ①은 일본정부가 양보하고, ③은 한국 정부가 양보했다. 즉, 일본정부는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며 동시에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인정하고, 앞으로 국제사회(특히 중국)와 이 문제로 공동 투쟁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다음 ②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한다”는 것으로 쌍방이 타협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④에 관해서는 서로 애매하게 주장하며 해석이 갈라지는 여지를 남겼다. 나는 이런 점을 설명한 후, “양국정부에 의한 훌륭한 ‘외교예술작품’이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토론에 참가한 우익 논객들이 총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견은 “한국의 진보진영과 결론만 동일한 합의를 즉시 파기하라”는 것이었다. 너무 지나치다 싶은 통렬한 비판에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유일한 한국인 참가자인 김경주 도카이 대학 교수는 그만 눈물까지 흘렸다. 이러한 우익 인사들은 원래 아베 정권의 가장 핵심적인 지지층이다. 그들은 아베 정권이 종군 위안부 문제를 본심과 다르게 합의했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에서 지지층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는 아베 총리로서는 난감한 사태인 것이다.

이런 때에 마침 ‘북풍’이 분 것이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1월 7일 전화 회담을 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3개국 국방장관이 화상 회담을 가졌다. 이후 아베 총리는 “일미한이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이 문제에 대처해 간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위안부 문제가 지난해 말에 합의되었기 때문에, 일한이 이만큼 긴밀하게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공동보조를 펼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북한의 위협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국과 일본은 같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70년이나 지난 과거의 위안부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흐릿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납치문제 정치적으로 이용한 아베 총리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 북핵과 미사일 사태는 아베의 우경화 행보에 힘을 보태는 결과를 낳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북풍’의 제2의 효과는,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 문제에 대한 관심이 흐릿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납치 문제는 일본정부가 인정한 납치 피해자 17명 가운데, 2002년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을 통해 5명이 귀국한 것 외에, 현재까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아베 정권은 문제해결에 전력을 쏟아부었고, 2014년 5월에 북일 국장급협의를 열고, 양국은 ‘스톡홀름 합의’에 이르렀다. 이는 일본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부를 해제하는 대신, 북한은 납치 문제를 포함시킨 ‘일본인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납치 피해자 생존자에 대해 재조사한다는 것이었다. 스톡홀름 합의에 의거해 같은 해 7월에 ‘일본인 특별조사위원회’가 설립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반 이상이 지났지만 북한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다.

지난해 말에는 2002년 귀국한 납치 피해자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 씨의 형인 하스이케 도오루(蓮池透) 씨가 <납치 피해자들을 못 본 체하는 아베 신조와 냉혈한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아베 총리를 통렬하게 비판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필자는 1월 하순에 2시간에 걸쳐 하스이케 씨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아베 총리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동생 가오루 등 5명의 납치 피해자가 돌아오고 나서, 벌써 14년이 지났지만 납치 문제는 그 이후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는 아베 총리의 태만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은 올해 5월 36년 만의 조선노동당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거기에서 일본과의 교섭을 중단하게 되면 납치 문제는 완전히 끝난다. 그래서 나는 납치 피해자 가족으로서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현재의 아베 총리는 ‘납치의 아베’라는 명성처럼, 역대 어느 정권보다 납치 문제에 대해 열심히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납치피해자 가족으로서 이 문제에 관여해왔던 내 입장에서 보자면 아베 총리는 단지 납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것이다. 지금 아베 정권은 또다시 납치 피해자들을 못 본 체하려고 한다. 1월 6일 북한 핵실험을 핑계삼으려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하스이케 씨는 정확히 앞서 언급한 거물 정치가와 같은 우려를 지적했다. 즉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도발하는 김정은 정권과의 교섭은 어렵다”고 하는 점을 납치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1월 12일에 열린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이러한 하스이케 씨의 주장을 거론하며 아베 총리를 추궁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국회의원 배지를 내 놓겠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참고로 말하자면 과거의 행적을 살펴보았을 때 아베 총리가 야당의 비판에 분노하는 경우는 그것이 정곡을 찔렀을 때가 많았다.

‘북풍’의 제 3의 효과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군비 확장이다. 최근 3년간 아베 정권을 취재하면서 통감하는 것은 아베 정권의 모든 외교방위 정책은 이웃나라 중국에 대한 대항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국민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전보장 관련 법안을 성립시켰다. 그 당시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일본인 구조’를 안보관련 법안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은 지난해 7월 이란이 유럽과 핵 합의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위협이 아닌 상태다. 이에 더해 아베 정권은 지난해 12월 24일 전년 대비 1.5% 늘어난 5조541억 엔으로 사상 최고액의 방위예산을 편성했다.  

이처럼 20세기 전반을 보는 것 같은 일본의 군비확장 노선은 거의 100% 중국에 대한 대항책이다. 그러나 이를 말하게 되면 중국의 맹렬한 반발을 사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계 기업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국의 위협’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 그 대신 북한의 핵 실험이나 장거리탄도 미사일 실험을 문제삼아 “북한의 위협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목청을 높여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역풍 아니라 순풍이 된 ‘북풍(北風)’

실제로 1월 24일에 있었던 오키나와현 기노완(宜野灣) 시의 시장선거는 아베 정권에게 중요한 선거였다. 미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를 나고시 헤코노(名護市 辺野古)로 이전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찬성파 후보와 반대파 후보가 정면대결했다. 반대파 후보가 이기게 되면 이전 문제는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전 문제에 차질이 생기면 오키나와현에 있는 센카쿠 제도를 비롯하여 동지나해를 일미군이 공동방위한다는 계획이 힘들어지게 된다.

그때 마침 ‘북풍’이 불어준 것이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북한의 장거리탄도 미사일이 오키나와 상공을 통과한다”며 북한의 위협을 크게 부각시켰다. 그리고 보기 좋게 선거에 승리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미군도 숙지하고 있었다. 1월20일 미 공군의 F22 전투기 14기가 요코타 기지에 상륙했다. 이것도 표면상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진짜 목적은 다롄항에서 건설 중인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을 정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항공 모함 1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저 호위함 4척, 보급함 1척, 잠수함 2척은 필요하다. 그러한 점을 포함해서 중국군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군에는 아직 F22급 전투기는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늦기 전에 정찰해두려고 한 셈이다.”

‘북풍’에 의한 넷째와 다섯째 효과는 일본 정치와 경제에 관련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의 ‘맹우’인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재정담당 대신의 금전 스캔들을 덮는 효과가 있었다. 1월 21일 <주간문춘>이 아마리 대신이 알선 소개비로 1200만 엔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는 아베 정권을 강타했다. 아마리 각료는 TPP(환태평양 파트너십 협정)을 타결시킨 최대의 공로자로 2월 4일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TPP 서명식에 참석하게 되어 있었다. 국회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연일 고성이 오갔다. 결국 아마리 대신은 1월 28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을 표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아마리 대신도 사임하고 북한의 위협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문제를 추궁하고 있을 것인가”라며 야당에게 역공을 편 것이다.

마지막 효과는 경제에 관련된 것으로, 2월15일에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15년의 GDP 규모다. 결국 2015년 일본의 경제성장은 마이너스임이 밝혀졌다. 즉, 아베 총리가 진두지휘하던 아베노믹스는 붕괴 위기에 빠진 것이다. 2월 중 국회 예산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야당 측은 아베 정권의 경제실정을 호되게 비판할 것이다. 당연히 국민들 사이에서도 아베 정권의 경제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퍼질 것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주게 되어 야당과 국민의 눈은 온통 북한으로 향하게 되었다. 경제침체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고 있는 아베 정권에서 ‘북풍’은 ‘역풍’이 아니라 ‘순풍’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 미사일 실험을 둘러싼 아베 정권의 사정은 대단히 복잡다단하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대로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면, 5년쯤 후에 일본에서 ‘핵무장론’의 논의가 본격화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진짜 이유는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부편집장

201603호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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