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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특별기획]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Fact Check(3)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2010년 당시 안철수 안랩 이사회 의장의 가족사진. 왼쪽부터 안 교수, 안 교수의 부친 안영모 씨, 딸 설희 씨, 어머니 박귀남 씨, 부인 김미경 씨. / 사진·중앙포토
문재인 후보 측 “안철수 딸 재산공개 거부 이유는 엉터리 해명”

文 측 “공직자윤리법상 별도세대 충족 못해 문제” 비판… 국회사무처 “해외 실제거주 증명하면 별도세대로 인정”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공직자 재산공개 때 자신의 딸 재산등록 고지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4월 9일 이와 관련해 “안 후보가 딸 재산공개 거부 이유로 미국 스탠퍼드대 조교로 근무하면서 공직자 재산등록법상 독립생계 기준이 넘는 소득을 올렸다고 해명한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부르는 엉터리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의 교육특보인 전재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자윤리법과 동법 시행령, 안전행정부 운영지침에 따르면 직계비속의 재산 신고사항 고지 거부는 첫째 소득 기준을 충족시키고, 둘째 자녀가 별도 세대를 구성하고 있어야 한다”며 “(안 후보의 딸은) 유학생 신분으로 별도세대를 구성하는 것이 주민등록법상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4월 7일 안 후보 측이 딸의 재산공개 거부 이유로 내놓은 해명이 단지 소득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별도세대(독립세대) 요건을 충족한 것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반쪽짜리라는 비판이다. 전 의원은 네거티브 공세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문제를 왜 복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합리적 문제제기다. 이를 덮으려고 모독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위험한 행동이다. 국민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강하게 안 후보 측을 질타하기도 했다. 과연 문 후보 측의 이러한 지적은 타당한 것일까? 안 후보가 딸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것은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일까? 특히 유학 중인 안 후보의 딸을 별도 세대를 이유로 재산공개를 거부한 것은 문제가 없을까?

전재수 의원 “투명 공개하면 될 문제 왜 복잡하게 만드나”

우선 안 의원이 제출한 2016년 재산변동 신고내역을 보면 유학 중인 장녀의 경우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안 후보는 공직재산등록법상 독립생계를 하고 있는 경우 고지거부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합법적이라는 입장이다. 안 후보의 딸은 중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어머니인 김미경 씨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의사로 재직하던 김씨가 워싱턴 주립대학 로스쿨로 유학을 가면서 함께 한국을 떠났다. 안 후보의 딸은 이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조교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안 후보는 딸이 조교로 일하면서 2013년 2만 9891달러(약 34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 사무처에 첫 재산신고를 하면서 이 같은 소득을 입증하는 미 세무당국의 증명서를 첨부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독립생계유지 고지거부를 신청해 승인받아 딸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5년에도 3만9312달러의 소득을 올려 여전히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안 후보 측 설명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는 공직자 재산등록 고지거부 허가요건을 담은 별도 조항(제27조2)이 있다. 또 정부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과가 내놓은 ‘재산등록 고지거부 심사기준 운영지침’도 이 시행령에 따르고 있다. 공직자나 국회의원이 자녀의 재산고지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독립생계 소득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등록기준일 이전 등록의무자와 1년 이상 별도세대를 구성해야 한다.

우선 안 후보의 딸의 경우 독립생계 소득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정부의 운영지침에 따르면 독립생계 월 소득기준은 1인 가구의 경우 99만1000원(도시지역)이다. 연간 소득으로 계산하면 1180여 만원이다. 안 후보 딸은 이 기준을 충족한다. 문제는 ‘별도세대’를 구성하고 있는지 여부다. 전재수 의원이 ‘엉터리 해명’이라고 지적한 바로 그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주민등록표를 기준으로 별도세대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며 “하지만 사업이나 유학 등으로 실제 거주지가 해외인 경우에는 주민등록상 주소가 국내로 돼있다 하더라도 해외에 거주한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심사해 별도세대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산공개 실무를 담당하는 국회사무처 감사관실 관계자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 재산등록 고지거부 심사기준 역시 정부의 일반 고위공직자와 마찬가지”라며 “실제 소득이 있고,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국내로 돼 있더라도)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재산공개 고지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 후보 딸의 경우에는 관련 증빙 서류가 모두 제출됐고 기준에 합당한 것으로 결론 났기 때문에 문제 없이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절인 2015년 11월 대통령·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직계 존비속은 직업·취직일·직장명·직위·등록한 직업에서 받는 수입 등과 그 변동사항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현대판 음서제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안 후보가 현행법상 딸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적 문제 여부를 떠나 대선 후보로 나선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가급적 검증 차원에서 자녀의 재산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직계존비속 재산등록 고지거부 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을 명분삼아 자칫 공직자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공직자윤리법 취지를 무력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정소득 있고, 해외 실거주 시 공개거부 기준 충족”

논란이 계속되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9시께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후보는 2013년 노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도 딸의 재산공개를 하였지요. 약 9400만원 정도. 그런데 그 후 2014년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고지 거부신청을 해 재산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립 생계를 이유로 했지요. (…) 한 번 공개한 재산 내역을 왜 갑자기 비공개하는가 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안철수 후보님, 따님의 재산공개 후 14년도부터의 고지 거부는 무언가 재산상의 감추고 싶은 변화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4월 15일 대선후보 등록 때 후보 딸 재산 내역도 공개할 예정이었다”며 “말도 안 되는 의혹이 난무해 내일이라도 당장 공개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4월 11일 안 후보는 딸 설희(28) 씨 재산을 전격 공개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제기한 수상한 재산 증여 의혹을 일축했다. 안 후보 캠프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4월 기준으로 설희 씨의 현재 재산은 예금과 보험을 포함해 약 1억1200만원”이라며 “별도로 미국에서 이용하고 있는 2013년식 2만 달러(약 2200만원) 상당의 자동차 한 대가 있다”고 밝혔다. 손 수석 대변인은 그러면서 “설희 씨 재산은 부모와 조모로부터 받은 것과 본인 소득(연 3000만~4000만원)의 일부를 저축한 것”이라며 “안 후보가 설희 씨에게 학비지원을 한 것은 대학시절과 대학원 1학기까지였다”고 덧붙였다. 설희 씨의 소득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조교로 일하며 받은 것이고,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주식과 부동산은 없다고 했다. 안 후보 캠프는 또 설희 씨의 이중국적설에 대해 “미국 국적은 보유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아울러 영주권조차 신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 거주 중 사립학교에 다녔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1996년부터 교환교수로 미국에 간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거주하면서 1년가량 공립학교를 다닌 게 전부”라고 했다.

한편 2017년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공개 대상자 2331명 가운데 754명(32.35%)이 부모·자녀의 재산을 고지거부했다. 행정부는 1800명 가운데 550명, 입법부(국회)는 335명 가운데 120명(35.82%), 사법부(대법원)는 169명 가운데 81명(47.93%)이 고지를 거부했다. 권력기관에 근무할수록 고지거부율이 높았다.

대검찰청 소속 재산공개 대상자 38명 중 50%인 19명이 고지거부했다. 감사원은 12명 중 5명, 국가정보원은 5명 중 3명이 고지를 거부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장남과 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머니,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장남의 재산을 각각 공개하지 않았다.

-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팩트체크 결과 - 25% 대부분 거짓: “안철부 딸 재산공개거부 이유는 엉터리 해명이다”는 문재인 후보 측의 지적은 대부분 거짓이다.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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