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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미·중 ‘5G 패권’ 전쟁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하라는 트럼프 정부의 절박한 위기의식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미국, 냉전시절 구 소련 제압하듯 5G 기술의 핵심 화웨이 불구 만들기
2020년 8월 이후 화웨이와 거래하는 기업은 미국 정부와 거래 못해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에서 두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 사진:AP/연합뉴스
4월 5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5G’ 통신 서비스가 시작됐다. 한국 속담처럼 “시작이 반이다”. 인류는 마침내 ‘5G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5G는 이제 완전히 정착된 말이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5th generation’(제 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의 약자이다. 과거 통신 규격 시스템의 ‘세대’는 거의 10년마다 갱신돼 왔다.

1G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작된 초기의 휴대전화인 아날로그 무선 기술을 가리킨다. 이때 송신 가능한 것은 음성뿐이었다. 2G는 디지털화한 무선 통신 기술로 문자의 송신이 가능해 졌다. 1999년 일본 NTT 도코모가 세계 최초로 ‘i모드’를 비롯한 2G시대를 선도했다.

3G에서는 국제화와 고속화를 실현했다. 유엔의 하부 조직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이 ‘IMT-2000’(2000MHz 주파수 대역의 인터내셔널·모바일·텔레커뮤니케이션)을 국제 기준으로 정하면서, 하나의 단말기가 세계에서 사용 가능해졌다. 또한 데이터 전송 속도를 고속화해 사진 송신까지 가능하게 됐다. 4G는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이다. ITU는 ‘IMT-2000’에 이어, 국제 표준 ‘IMTAdvanced’(선진적인 IMT)를 정했다. 2007년 미국 애플이 4G를 채용한 ‘iPhone’을 발매하면서 세계는 본격적인 ‘4G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원년’을 맞이한 것이 5G이다. 4G는 2010년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꿨으나 5G는 아마 2020년대 ‘사회’ 자체를 바꿀 것 같다.

5G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고속·대용량·저지연·다접속 등이다. 일본 총무성이 발행한 [2018년판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5G의 초고속·대용량의 예로는 4G에서는 30분 가까이 걸리던 2시간짜리 영화의 다운로드가 5G를 사용하면 불과 3초 만에 끝난다. 게다가 대량의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된다.

또 저지연 사례로는 로봇 등의 정밀한 조작을 실시간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도시 지역 의사가 스크린 영상을 보면서 농촌지역 환자들을 원격수술할 수 있게 된다.

다접속의 예로서는, 자기 방에서 100개의 단말기와 센서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즉, 텔레비전·냉장고·에어컨 등 모든 가전을 하나의 단말기로 조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IoT 시대’(사물 인터넷 시대)의 도래이다.

이런 5G에 의한 기술 혁신은 AI(인공 지능)를 주축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을 주축으로 하며 이 기술이 공장이나 철도, 선박 등에 응용됐다. 제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발명된 엔진을 주축으로 한 자동차나 항공기 등에 응용됐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보급이 시작된 컴퓨터를 주축으로 한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었다.

5G의 견인차는 중국 화웨이


▎지난해 2월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화웨이가 5G(5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이제부터 시작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의 연장이지만 AI가 주축이 된 양자 컴퓨터, 나노 테크놀로지, IoT, 자율 운행차, 3D프린터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첨단기술에 필수적인 것이 5G인 것이다.

하지만 5G가 1G에서 4G까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 혹은 제4차 산업혁명이 제1차부터 제3차 산업혁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5G 및 제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되는 것은 중국이며, 특히 화웨이라는 중국의 민간기업이라는 것이다.

즉, 세계 첨단기술의 발신지가 미국이나 유럽·일본·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일시에 리프록(Leapfrog)해 버린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첨단기술을 공급해 온 것은 ‘세계의 삼성’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세계의 화웨이’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5G의 관건은 5G의 전파를 송신하는 기지국으로서의 수신 단말기(스마트폰 등)이다.

우선 기지국에 대해서 살펴보면, 영국의 조사 회사 IHS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의 기지국의 세계 매출액 점유율은 1위가 에릭슨(스웨덴)으로 29.0%, 2위가 화웨이(중국) 26.0%, 3위 노키아(핀란드) 23.4%, 4위가 중흥통신(ZTE,중국) 11.7%, 5위 삼성전자(한국) 11.7%, 기타 4.9%이다.

다음으로 단말기인 스마트폰을 살펴보자. 미국 조사 회사 IDC가 발표한 2018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는 삼성전자로 20.8%, 2위 애플 14.9%, 3위 화웨이 14.7%, 4위 샤오미 8.7%, 5위 OPPO(중국) 8.1%, 기타 32.9%이다.

삼성은 지난해 톱의 자리를 사수했지만, 침체가 심상치 않다. 반대로 성장세가 현저한 게 화웨이, 샤오메, OPPO등의 중국 업체들이다. 지난해 시점에서 3개사를 더하면 31.5%로 국가별로는 중국이 정상이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의 지난해 점유율은 불과 0.8%밖에 안 된다. 세계 제 2위 시장인 인도에서도 지난해 점유율은 24%까지 떨어졌다. 선두자리를 점유율 28%의 샤오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삼성과 화웨이는 올 2월 하순 ‘5G 스마트폰’ 발표회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2월 21일 삼성이 샌프란시스코에서 5G용 접는 스마트폰인 ‘Galaxy Fold’를 발표한 데 이어, 화웨이는 2월 24일 다음 날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축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맞추어 똑같이 5G용 접는 스마트 폰 ‘Mate X’를 발표한 것이다.

기지국과 단말기에 이어 5G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게 특허 건수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국제 특허 출원 규모를 보면, 화웨이는 5405건으로 압도적 선두에 나섰다. 다음은 2위 미쓰비시 2812건, 3위 인텔 2499건, 4위 퀄컴 2404건, 5위는 중흥 2080건이다. 삼성은 6위 1997건으로, 화웨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화웨이가 출원한 특허의 대부분이 5G 관련 기술로 알려졌다. 국가별로도 중국은 5만3345건으로 미국의 5만6142건에 육박했다. 일본, 독일, 한국 순으로 그 뒤를 따른다.

중국과 화웨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화웨이라는 회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책임자)는 중국이 1978년부터 시작한 개혁·개방 정책 40년에서 가장 성공한 경영자로 불리는 런정페이(任正非)이다. 런정페이는 1944년 저장성 진화(浙江省金華) 출신으로 수학 교사인 아버지를 둔 7형제의 장남이다. 구이저우성 안순(貴州省安順)에서 태어나 1963년 충칭건축공정학원에 입학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국민당 공장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핍박 받는 혼란 속에서도 1967년 졸업하고, 이듬해 인민해방군(중국군)에 입대했다.

회사는 조국을 사랑하고 인민을 사랑하고…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 회장은 충실한 마오 이념의 신봉자다.
1960년대의 인민해방군은 600만 명의 군인을 거느린 중국 최대 조직의 하나였다. 당시의 인민해방군은 단순한 병력 증강보다는 1964년 첫 핵실험을 성공시킨 것처럼 군수 산업 육성의 거점으로 기능했다. 이런 가운데 런정페이는 기술자로 입대해 기초공정병 부대에 소속됐다.

쓰촨성(四川省)의 부성장인 멍둥보(孟東波)의 딸 멍쥔(孟軍)을 아내로 맞이한다. 완전한 남자 신데렐라였다. 두 사람 사이에서 1972년 딸 완저우(晩舟), 그 뒤 아들 펑(平)이 태어났다. 멍완저우는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이 밴쿠버 공항에서 전격 체포한 화웨이의 부회장 겸 CFO(최고재무책임자)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언급하겠다.

1976년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주석이 사망하고 1978년에 실권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경제 발전을 우선시키는 개혁·개방 정책에 나섰다. 비대한 인민해방군은 150만 명이나 구조조정됐고, 군수산업은 군 산하에서 분리돼 국유기업으로 돌아섰다.

그런 가운데 런정페이는 1982년에 인민해방군을 제대했다. 그리고 장인의 커넥션을 이용해 1980년 덩샤오핑이 만든 최초의 경제특구이자 홍콩과 인접한 선전으로 이주, 남해 석유집단산하의 전자 계열 자회사에 입사했다.

잠시 밑바닥 경험을 거친 런정페이가 43세인 1987년 동료들 5명과 창업한 것이 화웨이이다. 사명의 유래는 ‘중화유위(中華有為)’로 ‘중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런정페이는 선전에서 여전히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빈곤의 여파로 멍완저우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구이저우성의 외가로 들아갔다. 당시 그녀는 16세로, 아버지 성에서 어머니의 성인 ‘멍’으로 개명했다.

이후 런정페이·멍쥔 부부는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혼하고 말았다. 런정페이는 십여 세 연하의 새로운 연인 야오링(姚凌)과 재혼하면서 그녀를 비서로 채용했다. 야오링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나벨야오(Annabel Yao)는 현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고 지난해 파리의 사교계에 데뷔해 화제가 됐다. 참고로 현재 부인인 쑤웨이(蘇薇)는 세 번째 부인으로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런정페이는 창업 10주년인 1997년 전 6장103조로 구성된 ‘화웨이기본법’을 정하고, 자신의 ‘화웨이정신’을 전 사원에 철저히 교육시켰다. 이 화웨이 정신은 직원 수가 18만 명에 이른 현재도 변하지 않았다.

예컨대 4조 ‘정신’에서는 ‘조국을 사랑하고 인민을 사랑하고 사업을 사랑하고 생활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에 응축된 힘의 원천이다’라고 강조한다. ‘조국’이 가장 먼저 나온다. 제5조 ‘이익’에서는 ‘우리는 결코 레이펑(雷鋒)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레이펑(1940년~1962년)은 마오쩌둥 주석을 위해 멸사봉공하고 과로사한 인민해방군의 공산당 전사로, 레이펑처럼 멸사봉공정신이 있는 사원을 우대하겠다는 뜻이다. 또 제7조 ‘사회적 책임’에서는 ‘화웨이는 산업을 통해 나라와 국가에 보답한다. 위대한 조국의 번영을 위해 중화민족의 진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고 쓰여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유일한 비상장 기업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월 4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의 회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이처럼 런정페이의 경영철학은 ‘중학위체 서학위용’(中学為体 西学為用, 중국의 가르침을 몸에 익히고 서양의 가르침을 도구로 삼는다)이다. 중국이라는 조국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런정페이는 고 마오쩌뚱을 더없이 숭배해, 화웨이 사풍은 ‘군인규율’ 혹은 ‘늑대 문화’(늑대처럼 맹렬하고 공격적인 기업문화)라고 불린다.

이러한 경영스타일은 그야말로 ‘군대’식으로, ‘화웨이기본법’에서는 회사 조직은 ‘대오’라고 적혀 있다. 화웨이에게 시장은 전쟁터이며, 사원은 기업전사다. 그래서 화웨이는 분쟁국이든 독재국가든 과감하게 뛰어들며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부분은 과거의 일본 기업이나 한국 기업의 문화와 비슷하다.

화웨이는 창업 이래 런정페이의 인민해방군 시절부터의 인맥을 활용해 전화 교환기를 생산하고, 중국 국내의 각 기관과 계약을 맺는 등 실적을 올렸다. 1990년대 들어서자 중국이동·중국연합통신·중국전신·중국망통이라고 하는 통신업계 ‘국유 4천왕’이 등장했고 그에 맞춰 민영 기업인 화웨이도 발전을 거듭했다.

같은 시기 선전시가 만든 국유기업 중흥통신(ZTE)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갔다. 중흥통신은 1997년에 선전 시장에, 2004년 홍콩 시장에 주식을 상장했지만, 화웨이는 현재까지 비상장을 고수하고 있다. 참고로 화웨이는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유일한 비상장 기업이다.

화웨이는 1999년 매출액이 10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21세기에 진입한 2001년에는 255억 위안에 달했다. 이 해 중흥통신의 매출액은 140억 위안이었으며, 경쟁 대상인 국유기업들도 모두 추월했다.

그해 말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화웨이도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해외 진출에 즈음해 런정페이는 마오쩌뚱 어록에 있는 ‘농촌에서부터 도시를 포위한다’(農村包囲城市)는 전략을 취했다. 즉, 장벽이 높은 선진국보다 먼저 개도국 진출을 우선시한 것이다.

1996년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 발을 디뎠다. 1998년에는 중앙아시아에 진출했으며, 1999년에는 라틴아메리카에 상륙했다. 2000년 아프리카, 2001년 중동 등등 세계로 확장해 나갔다. 2005년에는 남아공에서 매출액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개발도상국 통신 인프라 정비를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간 것이다. 2005년 전후부터 프랑스·영국·네덜란드·독일에서 통신 분야 수주와 계약을 이어나갔다. 일본에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2005년이다.

미국 시장에 관해서는 1993년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칩 연구소를 만들고, 1999년 텍사스주 댈러스에도 연구소를 세웠다. 2002년에는 이 연구소를 발전시키는 형태로 자회사 퓨처웨이를 설립했다.

신분을 숨긴 채 입사한 회사의 후계자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자 미국에서 화웨이에 대한 역풍이 뜨거워졌다. 2012년 10월 미국 하원의 정보특별위원회가 보고서를 내고 “화웨이와 ZTE는 중국 공산당 정권과의 관계에 있어 중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스파이 기업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에 이 두 개 회사와의 거래 금지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호주도 화웨이와 ZTE를 옥죄기 시작했다.

화웨이의 주요 사업은 3가지이다. 첫 번째가 통신사업자용 통신기지국 건설이나 기기의 판매. 두 번째가 일반 기업을 위한 통신시스템 서비스. 셋 번째가 일반 소비자를 위한 휴대전화나 PC의 판매이다.

화웨이의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5% 늘어난 7212억 위안, 순이익이 전년 대비 25.1% 늘어난 593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17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총 종업원 수는 18만 명을 넘는다.

화웨이의 회장직은 4명의 부회장이 돌아가면서 맡지만, 창업자인 런정페이 CEO가 현재도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후계자로 지목되는 것이 큰딸 멍완저우 부회장이다.

멍완저우는 후베이성 우한(湖北省武漢) 소재 화중이공대학(華中理工大学, 현 화중과학기술대학)을 1992년에 졸업하고, 중국 5대 국유 상업은행의 하나인 중국건설은행에 취직했다. 그 이듬해 아버지의 회사인 화웨이에 입사했다. 그 무렵 부모는 이미 이혼했고 멍완저우는 런정페이의 딸임을 숨기고 입사했다.

입사 후 3년은 총무부에서 복사, 제품의 장부정리 등 말단 직원으로 일했다. 1996년 화웨이가 최초로 참여한 모스크바 국제통신시스템 전시회에 참여했다. 1998년 재무 파트로 이동하면서 그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화웨이는 재무 조직의 중심에 멍완저우가 있다.

2011년 4월,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상무이사 겸 최고재무 책임자(CFO)에 취임했다. 이때 처음으로 런정페이의 딸임을 공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7년 후의 2018년 3월 23일 멍완저우는 화웨이 4명의 부회장 중 한 사람이 됐다. 사생활에서는 일반인 남성과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아들은 2019년 현재 미국 동부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런 그녀는 2018년 11월 하순 아버지와 다른 CEO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출장을 나섰다. G20(주요국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서 각국 지도자들에게 자사의 5G시스템을 어필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화웨이는 스파이 기업’이라는 딱지를 떼려고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는 그런 화웨이에 대해 ‘스파이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어 세계시장에서 추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3일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로써 2019년 8월 이후 화웨이와 ZTE는 미국 정부에 부품을 조달하는 게 금지됐다. 2020년 8월부터는 화웨이와 거래하는 기업 역시 미국 정부와 거래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 정권이 소위 미국을 택할 것인가, 중국을 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을 전 세계에 물은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 설명해 온 것 같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기세에 미국은 절박한 위기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4일 펜스 부통령이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은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대변한다. 미국은 20세기 후반 소련과 냉전을 벌였듯 앞으로는 ‘악의 중국’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부터 미·중 간의 신 냉전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7월, 8월, 9월에 걸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 총 2500억 달러어치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중(對中)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중국 경제가 한껏 약해진 지난해 12월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년 1개월 만에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연 것이다.

이때 미국은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현행 10%의 추가 관세를 25%로 끌어올리는 시점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그 사이에 미·중 협상에서 중국이 무역 불균형 등 시정에 노력한다는 조건이었다.

‘AI무기’ 국제회의에서 미·중 격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 (오른쪽)가 지난해 12월 경호원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의 한 보호관찰소에 도착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간신히 미·중의 정상들이 악수했다고 생각했지만, 양 정상이 헤어진 지 몇 시간 만에 밴쿠버에서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됐다. 미국이 동맹국인 캐나다에 체포를 요청한 것이었다. 캐나다 경찰이 맹 부회장 스마트폰과 PC를 압수하고 비밀번호를 밝히도록 강요, 화웨이의 최고 기밀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보는 당연히 미국으로 건너갔음에 틀림없다.

어떻게 해서든 화웨이를 치고 싶어하는 미국의 본심이 엿보인다. 미국 법무부는 올 1월 화웨이와 멍완저우 부회장을 은행 사기, 통신 사기, 사법 방해, 기술 절도 등 23개의 혐의로 기소하며, 캐나다 정부에게 신병 인도를 촉구했다. 캐나다 법원에서는 현재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화웨이도 미국 정부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태는 ‘흙탕물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움직임이 3월 하순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행사에서 포착됐다. ‘AI무기’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가를 주제로한 국제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노벨상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은 모든 과학기술은 군사 면에 응용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강대국의 군비 경쟁에서도 ‘AI무기’가 주류가 될 게 자명하다.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대략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군사력의 3분의 1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화웨이의 첨단기술을 최대한 투사하면 자칫 미국을 추월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은 안고 있다. 그래서 ‘5G 원년’인 올해 안에 어떻게든 화웨이를 주저앉히고 싶은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든 화웨이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게 5G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단숨에 미국을 능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의 각축은, 21세기 글로벌 스탠더드가 20세기의 연장인 ‘아메리칸 스탠더드’인지, 21세기형 새로운 사회주의 시스템인 ‘중국 스탠더드’인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기도 하다. 20세기 후반 소련형의 사회주의는 아메리칸 스탠더드에 패퇴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중국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을 통해 정치의 민주화 없는 경제 발전도 가능함을 증명하고자 한다.

중국이 국가적으로 화웨이를 엄호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시진핑 정부는 4월 하순 베이징에서 제 2차 ‘일대일로 협력회의 포럼’을 개최한다. 시진핑 정부의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 정책에서 화웨이만큼 큰 기여를 하는 기업은 없다. 즉 화웨이 역시 중국 정부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의 각축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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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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