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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쌀 소비 국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쌀의 수확 과정은 모를 기르고, 논에 옮기고, 벼를 거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을 빌려 품앗이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동아시아권 협업 문화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공동체 문화를 통해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고 외환위기마저 극복했다.

하지만 책에선 이러한 협업·공동체적 유산이 불평등 해소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적이라 비판하며 체제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개인의 불평등을 국가가 신경 쓰지 않음을 지적한다. 즉, 국가는 성공적 수확을 기원하며 홍수·가뭄과 같은 재난이 난 지역에만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의 힘을 보여줄 뿐, 지역 안의 개인의 아픔은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의 또 다른 역할인 ‘복지’가 결국 ‘개인의 몫’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의 주장을 이해할 때쯤 현대 사회에 발생한 부동산 문제도 벼농사 문화가 남긴 부정적 유산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된다. 남보다 더 수확하려면 그만큼의 땅이 더 필요하고, 부동산이라는 사적 자산을 확보하는 행태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투기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벼농사 문화는 사회문제를 낳은 부정적 제도일까? 저자는 긍정적 유산도 있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 ‘전통 동아시아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 안에서 불평등의 기원을 찾고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쌀을 소비하는 국가’를 비틀어 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속돼야 할 긍정적 유산과 철폐해야 할 부정적 유산이 보일 것이다. 이전까지는 소개되지 않았던 색다른 접근의 불평등 해소법, 이 책에서 보인다.

- 박남화 인턴기자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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