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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탐방] 코로나19 뚫고 MICE 업계 기린아로 성장한 ㈜WEPM 

“우리가 제시한 방향이 곧 길이 되는 게 목표” 

인수 3년 만 매출 4배 신장… 올해는 작년 대비 100% 성장 다짐
‘동반자’ 임직원들에 대한 자율성 보장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


▎주영상 ㈜WEPM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현실(VR) 기법을 박람회에 접목한 것이 주효했다”며 “이후 비대면 행사를 연이어 진행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사진:㈜WEPM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 1번 출구로 나와서 50~60m쯤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300미터쯤 곧장 걸어가면 왼편에 중소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아담한 빌딩이 보인다. ㈜WEPM은 그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2018년 새롭게 출발한 ㈜WEPM은 실내 건축 공사, 전시장 시설물 설치,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컨벤션·행사 대행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 가운데 하나가 전시 대행업이다. 각종 전시·공연·컨벤션 등이 줄줄이 취소된 탓에 일부 업체는 매출이 전년 대비 50%가량 급감했으며, 아예 문을 닫은 업체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WEPM은 지난해 되레 매출이 20% 가까이 신장했다. 다른 업체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은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WEPM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100% 성장으로 잡았다.

월간중앙이 인수·재창업 3년 만에 회사를 업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주영상(39)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태풍’을 뚫고 우뚝 선 비결을 들어봤다. 주 대표는 “우리 회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업체가 국내에만 200여 개쯤 되는 것으로 안다”며 “3년 전 인수·재창업했을 때만 해도 ㈜WEPM은 꼴찌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두 자릿수 순위 내에 진입했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대기업들을 제외한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는 톱 수준으로 회사를 끌어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VR 기법으로 국제종자박람회 진행한 게 ‘신의 한 수’


▎2020년 11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주관 온라인 박람회. ㈜WEPM은 ‘2020국제종자박람회’를 VR 방식을 접목해 진행했다. / 사진:㈜WEPM
㈜WEPM은 어떤 회사인가요?

“㈜WEPM은 전시·박람회, 국제회의, 이벤트 등 국내외 마이스(MICE)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2009년 회사 설립 이래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는 국제 전시·박람회와 이벤트, 콘퍼런스, 광고·홍보 등의 기획과 운영, 그리고 현장 시공까지 다양한 업무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행사 담당자를 피엠(Project Manager)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젝트 마스터(Project Masters)라고 자부하기에 회사명도 위피엠(We are Project Masters)이라고 짓게 됐습니다. 축적된 경험과 역량, 마스터들의 열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 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다.

㈜WEPM의 매출 규모나 임직원 수 등 성장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회사의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게 된 건 2018년 7월부터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2018년 대비 2020년 매출은 네 배가량 증가했고, 직원 수는 세 배로 늘었습니다. 작년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획과 도전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도 실내 건축 중심에서 기획·운영으로 확대했고, 온라인 전시회 등의 비대면 프로젝트 수행 인프라도 갖췄습니다. 올해 역시 동종업계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으나, ㈜WEPM은 마스터들의 패기와 열정으로 더 큰 도약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관리가 전혀 안 되는 듯한 느낌을 주던데요.

“일부러 그런 겁니다(웃음). 우리 회사만의 독창적인 기획물이나 아이디어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경우 유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홈페이지는 형식적으로 도메인만 유지하고, 그 대신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서 행사 진행 상황 등을 고객들에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MICE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WEPM은 작지만 강한 회사, 마스터들의 결사체를 지향합니다. 작년에 코로나19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회사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회사의 대표로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밤을 낮처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스터들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극복 방안 찾기에 부심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문득 대학 시절 컴퓨터 공학도로서 관심이 많았던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떠올렸습니다. 거기에 착안해서 ‘2020 국제종자박람회’를 VR 기법으로 수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프로젝트에도 전문성과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후 비대면 행사를 연이어 수행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환경 변화에 민첩한 대응이 위기 돌파 비결”


▎2020년 한국인터넷진흥원 주관 ‘APISC 침해사고 대응 교육 및 한·중·일 CERT 간 연례회의’. ㈜WEPM은 기법이 더해진 온라인 트레이닝과 웨비나로 이 행사를 진행했다. / 사진:㈜WEPM
코로나19 시대에 MICE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각종 행사가 비대면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VR·AR(증강현실)·MR(혼합현실) 등의 융합기술을 활용해 가상과 현실이 생동감 있게 공존·소통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온라인으로 구현되는 실감 콘텐트를 활용한 전시·콘퍼런스 개최를 비롯해 다자간 화상회의 기술을 접목한 웨비나(웹+세미나) 개최, 일대일 비즈니스 수출 상담회와 온라인 해외 홍보 사업 등을 통한 MICE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적으면 수백 명, 많으면 수십만 명이 모여 행사를 운영하는 MICE 업계의 특성상, 전시뿐만 아니라 컨벤션·이벤트·공연·관광 산업을 포함한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아 MICE 업계에도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의 시기가 도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적인 현장 중심의 오프라인 방식에 머물려 할 게 아니라 유연하고 신속하게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비대면 온라인 전시 콘퍼런스 기술과 VR·AR·MR 같은 실감 콘텐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행사 기획과 제안을 꾸준히 시도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오프라인으로 진행됐을 해외 마켓 전시나 쇼케이스가 모두 비대면 행사로 전환됐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 전시, 온라인 비즈 매칭(맞춤형 바이어 소개) 등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WEPM은 발 빠르게 온라인 전시 시스템을 구축해서 이런 상황에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다져놓은 해외 콘텐트 관련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 비즈 매칭 사업도 수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온라인 라이선싱(licensing) 관련 전시를 운영했고, 지금도 한국 방송 콘텐트를 북미·남미·유럽·중동 권역 등에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기 돌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것도 어려웠지요. 첫 시도인 만큼 결과에 대한 평가도 걱정됐습니다. 온라인 전시·박람회의 가장 큰 장점은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 바이어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고, 모든 콘텐트를 둘러볼 수 있으며,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 과정에서 기존 마스터들과 새로 영입한 마스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한 대응과 과감한 융·복합 기술 구현, 구성원의 상시적 소통이 위기 돌파 비결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올해는 어떤 사업을 준비하시는지요? 매출 목표도 궁금합니다.

“우리 회사의 올해 사업 계획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K콘텐트 분야, 친환경·에너지 분야, 온라인 전시 분야입니다. 첫째, 한국의 우수한 콘텐트와 기업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시회라는 홍보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마켓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비즈 매칭, 콘텐트 피칭(pitching) 및 쇼케이스 행사를 운영함으로써 주요 국가에 K콘텐트를 홍보하는 사업 또한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콘텐트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콘텐트가 세계 속에 알려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콘텐트의 성장에 작은 역할을 담당하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도 업그레이드된 온라인 전시 기술과 다년간 구축된 해외 콘텐트 기업 및 바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콘텐트를 세계에 알리는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둘째,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는 정부 정책, 세계적인 트렌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선두 주자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과감한 인프라 확보와 인재 영입, 철저한 시장 조사와 마스터들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셋째는 온라인 전시 분야 활성화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이 활성화되면서 언택트와 온택트 문화가 급부상했습니다. 2020년 온라인 행사의 성공적인 수행 경험을 살려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이 도약하려 합니다. 오프라인 행사의 장점을 온라인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접목해 행사의 주최자는 물론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제고하겠습니다. 특히 해외 온라인 전시박람회 수행에 진력하고자 합니다.”

“임직원은 대표의 아랫사람 아닌 동반자”


▎2019년 12월 개최된 브라질 CCXP에 참가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한국 만화 콘텐트 기업 공동관을 설치하는 ㈜WEPM 임직원들. / 사진:㈜WEPM
임직원들 간 인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제가 대학 졸업 후 겪은 직장·조직문화는 직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을 키워주기보다는 조직의 시스템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죠. 저는 이러한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WEPM은 직급에 상관없이 자율성을 보장받는 조직입니다. 임직원 모두가 일정 기간의 적응기를 거쳐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에 적응하면서 회사는 전체적으로 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임직원은 대표의 아랫사람이 아닌 동반자입니다. 이분들이 없으면 ㈜WEPM도 없습니다. 업무 외적으로는 직원들 간의 화합을 최우선 순위에 둡니다. 우리 직원들 책상 서랍 하단에는 헤드셋이 항상 준비돼 있어요.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행사 비수기인 지난해 8월과 12월에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직원들과 맛집 투어를 다니기도 했어요. 우리 임직원 중에 먹는 걸로 스트레스 푸는 사람도 많더라고요(웃음).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 전 직원 해외 워크숍을 개최할 겁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WEPM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나 목표가 무엇인가요?

“기획 전문 회사로서 MICE 분야의 방향성과 트렌드를 제시하는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솔직히 이 분야에 대기업도 많이 있는데 업계 최고가 되겠다는 건 무리한 욕심이겠지요. 대신 ㈜WEPM이 제시한 기획 방향이 곧 트렌드이자 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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