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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초대석] ‘생활치안 컨트롤타워’ 김교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치안은 경찰만의 힘으론 안 돼… 민간도 ‘우리 일’이란 마음가짐 필요” 

지역공동체 적극 참여 위해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 절실
자치경찰제에선 지역별 맞춤형 정책 시행되도록 제도적 변화 모색해야


▎김교태 신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셉테드가 지역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범죄예방 활동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교태 치안감이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부임한 건 7월 13일. 7월 1일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른 경찰청 인사를 통해 광주경찰청장에서 본청 생활안전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생활안전국장은 ‘생활치안 컨트롤타워’의 중책이다.

경찰대 3기인 김 국장은 경찰 조직 내에서 기획통으로 불린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획단장(2016년 12월), 경찰청 기획조정관(2019년 7월) 등을 거치며 특유의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김 국장은 취임 일성으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치안은 경찰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며 “여러 국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 나아가 민간도 ‘우리 일’이라 생각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국이 앞장서서 더 노력하자”고 힘줘 말했다. 월간중앙이 8월 5일 김 국장을 만나 생활치안의 중요성과 민관 시너지효과 극대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생활안전국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올해 경찰은 경·검 수사권 개혁에 따른 책임 수사 실현과 자치경찰제 전국 시행 등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중차대한 시기에 국민의 체감안전과 직결되고, 주요 자치경찰 사무를 총괄하는 부서의 국장으로 부임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간 경찰청이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책의 시행·관리·감독에 중점을 뒀다면, 현재의 자치경찰제에서는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시행되도록 지원하고 미흡한 점은 보완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경찰청에서는 법령과 예산·제도를 정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 등 현장에서는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민 안전 위해 ‘범죄 기회’ 차단에 집중”


올해로 경찰 입직(入職) 34년이다. 기획 부서 경험이 눈에 띈다.

“1987년 경찰에 입직한 이래 생활안전·경비·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했고, 경정 승진 이후로는 주로 기획조정 부문에서 근무하며 각 기능을 조정·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기획·법무·재정 등 기획 부서에서의 근무 경험이, 자치경찰제 아래에서 경찰청 생활안전국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범죄에 대한 대응 추세가 사후검거에서 사전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왜 사전예방이 중요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하는 ‘보다 나은 삶의 지수(BLI: Better Life Index)’의 11개 지표 가운데 하나가 안전일 정도로, ‘치안’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범죄로부터 안전’에 국민 요구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사후 검거’ 보다 ‘사전 예방’이 강조되고 있는데, 단 1건의 범죄일지라도 피해 회복이 어렵고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두려움을 조성하는 만큼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이에 경찰은 지역 안전순찰, 범죄예방진단팀,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사업 등 ‘사전 예방’ 위주로 치안의 패러다임을 바꿔, 범죄 취약요인을 사전에 예측하고 관리함으로써 범죄의 기회를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치안 수준은 어떠한가?

“나라마다 범죄에 대한 정의, 암수범죄율(暗數犯罪率) 등이 다르다 보니, 치안 수준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를 안전하게 관리하며 한국의 치안 수준이 호평받았다. 또 2019년 외래 관광객 만족도를 보면 ‘치안 만족도’는 91.8%로 2012년부터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가장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범죄 사전예방의 일환으로 셉테드가 강조된다. 셉테드란 무엇이며 그 효과는 어떻게 입증되고 있는가?

“셉테드(CPTED)란 주변의 환경을 범죄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차단하고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범죄예방 전략이다. 미국·일본·싱가포르 등에서도 지역사회의 범죄예방 활동에 셉테드 원리를 적용한 다양한 사례가 있으며, 이를 통해 범죄를 감소시키고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셉테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경찰청이 부천시에서 시행한 최초의 셉테드 사업에서 절도 사건이 38%, 강도 사건이 60%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19년 경찰청과 건축공간연구원이 협업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셉테드 사업이 실시된 서울시 5개 지역의 5대 범죄 발생이 최대 54%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셉테드 사업 효과가 구체적으로 검증됐다.”

범죄예방 환경개선은 다양한 공동체 참여할 때 성과 커져


▎일선 경찰서 소속 범죄예방진단팀 경찰관들이 주택가에 설치된 CCTV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경찰청
셉테드의 기본원리를 설명해달라.

“셉테드의 기본원리는 ‘자연적 감시’, ‘접근통제’, ‘영역성’으로 정리되며, 부가원리로 ‘활용성 증대’와 ‘유지·관리’ 개념이 있다. 자연적 감시는 감시가 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람의 시선에 의해 낯선 사람들의 활동을 잘 볼 수 있도록 공간과 시설물을 계획하는 것이다. 접근통제는 울타리 설치, 경비원 순찰 등을 통해 일정 지역에 대해 외부인의 접근 및 출입을 차단하는 개념이고, 영역성은 주민들의 사적 공간을 구분해 책임의식을 고취하는 원리다. 활용성 증대는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민들이 안전을 느끼게 하는 것이고, 유지·관리는 시설물이나 공공장소를 설계된 대로 지속해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원리는 그 내용이 독립적 영역으로 구분되지 않고, 서로 중첩적이며 상호 영향 관계하에 있다.”

셉테드 사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투시가 가능한 담장. 셉테드의 기본 원리가 반영된 설계다.
“셉테드가 지역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범죄예방 활동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근거로 범죄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참여는 아직 부족하고 국가의 지원 역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경찰청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은 경찰·지자체·주민의 범죄예방 책무를 규정하는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이다. 법 제정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범죄예방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경찰청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셉테드 사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민간 참여, 민간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범죄예방 환경개선에서 환경은 물리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식,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 등 다양한 요인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따라서 범죄예방 환경개선이 내실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경찰과 지자체가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지역 주민 등 공동체의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경찰청은 이러한 공동체의 참여를 촉구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매년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 시상식을 통해 지역사회 범죄예방에 공헌한 공공기관·기업·사회단체에 포상하고 있다. 범죄예방 환경개선은 다양한 공동체가 하나가 돼 추진할 때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참여를 당부드린다.”

셉테드 이외에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의 노력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순찰 중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문제를 확인하는 ‘지역 안전 순찰’ 제도를 작년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전국에 확대했고, 지역공동체 치안 협의체를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공동체 중심의 선제적 예방활동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지역 맞춤형 예방활동이 활성화되도록 매월 ‘범죄예방·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협의체’을 운영해 경찰청-자치경찰위원회 간 소통을 강화하고, 범죄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의 활용도 제고와 범죄예방 기반 조성법 제정 추진 등 범죄예방 인프라 확충도 지속 노력하고 있다.”

“국민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 들도록 최선”


▎김교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생활안전국 소속 경찰관들에게 “근무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맡은 바 업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찰의 보호 대책은 무엇인가?

“여성 대상 범죄예방을 위한 신학기 성폭력 예방활동 및 장애인 시설점검 등 수요자 맞춤형 정책을 추진 중이며, 특히 오는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에 맞춰 ▷기능 합동 TF 운영 ▷매뉴얼 제작 ▷집중 수사기간 운영 등 스토킹 대응 강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동학대 예방과 조기발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전담인력의 유기적인 현장대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 등과 협업해 ▷공동 매뉴얼 제작 ▷전담인력 합동 교육 ▷반복신고·장기결석 아동 합동점검 등을 실시하고, 여성·청소년 기능의 전문성·연속성 제고를 위해 ▷인력확충 ▷면책규정 마련 ▷예산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아동·발달장애인·치매환자실종 시 신속한 발견을 위한 ‘실종경보 문자 제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언택트 교육 및 청소년 참여 정책자문단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경찰에 대한 민간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순찰·셉테드 등 예방활동 전반에 걸쳐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치안 활동’으로 지역사회와 교류가 확대되고, 정신질환자·자살·코로나19 등 주요 사회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을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치안고객만족도·체감안전도 등의 지표가 상승했고, 실제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신뢰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매년 실시하는 고객만족도와 체감안전도 조사 등으로 알고 있으며, 국민의 신뢰가 계속 향상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형사사법기관 신뢰도는 2016년 23.1%에서 2020년 49.2%로 26.1%p 상승했다. 또 치안고객 만족도는 2016년 77.3점에서 2020년 83.9점으로 6.6점이 올라갔다. 체감안전도 2016년 69.8점에서 2020년 77.7점으로 7.9점 향상됐다.

‘생활치안 컨트롤타워’라는 중책을 맡으셨다. 각오를 밝혀달라.

“‘생활안전 기능’은 경찰 내 그 어떤 기능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런 가운데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이라는 변화의 시기를 맞아, 현장에서 혼란이나 국민 안전의 공백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알고 있다. 지속적인 소통으로 정책과 현장이 어우러져, 국민 실생활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 국장에게 공직자로서 신조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임지(任地)마다 직원들에게 억강부약(抑强扶弱)이란 말을 강조한다고 했다. [삼국지] ‘위지(魏志)’에 나오는 말로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김 국장은 “특히 약한 자를 돕는 건 경찰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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