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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홍진기 창조인상’ 영광의 얼굴] 사회부문 이수인 에누마 대표 

학습여건 열악한 아이들에 앱 교사 붙여준 ‘엄마 혁신가’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게임기획자 출신, 자녀 교육에 어려움 겪다 교육 앱 개발
선생님·부모·학교 없는 상황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 제공


▎홍진기 창조인상 사회부문 수상자인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9월 2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에게 도움이 더 필요하다. 좋은 환경에 있는 아이보다 사회적 상황이나 개인적 여건 때문에 공부하기 어려운 아이에 대한 지원이 더 중요하다. 읽고 쓰기를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는 부모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데, 도울 여건이 안 되는 부모도 상당하다.

이수인(45) 에누마 대표는 이런 아이를 위한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보급에 힘쓰고 있다. 자신의 장애 아이를 위해 개발했던 교육용 앱을 글로벌 사업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엄마표 혁신가’다. 회사명 에누마는 하나하나 열거한다는 영어(enumerate)에서 따왔는데, 아이를 한 명 한 명 돌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익이 중요한 기업이지만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비롯한 국내외 단체의 지원과 협력 아래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교육용 소프트웨어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후원한 경진대회에서 6억 상금 받기도

에누마는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 대표와 남편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한 교육 앱 기업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다 결혼 후 남편의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갔는데, 거기서 태어난 아이가 여러 가지 의료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학습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게임기획자 출신인 이 대표는 아이를 위해 게임을 응용한 교육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고 그게 지금의 사업 기초가 됐다. 에누마의 ‘킷킷스쿨’은 기존 학습의 패러다임을 뒤집었다. 킷킷스쿨 앱은 철저하게 ‘공부 못하는 아이’가 기준이다. 정답을 맞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닌 틀렸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무게를 둔다. 아울러 학습 능력이 부족하거나 학습 장애에 봉착했을 때 학습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거부했다. 킷킷스쿨은 속도를 줄이면 흥미를 잃고 문제 해결에 저항감만 가중한다고 판단했다. 에누마는 아이가 더 많이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적이다.

이는 선생님과 부모가 없거나 혹은 학교가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자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의 취지에도 부합했다. 에누마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후원 아래 5년 일정으로 진행된 교육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2019년 공동 우승해 상금 60억원을 받기도 했다. 토도 수학·영어, 킷킷스쿨 같은 에누마의 교육 앱은 교사가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태블릿PC 등을 통해 읽기·쓰기·셈하기 같은 기초 교육과정을 완수하도록 돕는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들을 돕는 방법을 찾고 지원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 이수인(1976년생)=▶서울대 조소과 졸업 ▶게임업체 미르소프트·엔씨소프트 근무 ▶저서 [게임회사 이야기] (2005) ▶아쇼카 펠로우(2017)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공동 우승(2019) ▶슈왑재단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2020)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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