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화제인물] 국내 유일 ‘의사 타투이스트’ 조명신 원장 

“백반증 걸린 제빵사 손에 타투 시술해준 건 큰 보람이었죠”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현행법상 타투는 의사만 시술할 수 있으나 현실은 시술자 99%가 일반인
연간 200만 명 불법 환경 내몰려…‘K타투’ 세계적 인기 고려해 합법화해야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타투이스트와 의사를 겸업한다. 30년 넘게 타투 합법화가 이뤄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그의 존재는 더욱 특별하다. 조 원장이 자신이 작업한 타투 도안들을 배경으로 서 있다. / 사진:정준희 기자
한국은 타투 시술이 불법인 나라다. 정확히 말하면 ‘의사’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 1992년 대법원이 타투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이래 3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사가 아닌 일반 타투 시술자는 꾸준히 늘어 20만 명을 넘어섰고, 타투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대선주자였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눈썹 문신을 했다고 고백하며 지난 6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에 서명하기도 했다.

조명신(56) 빈센트의원 원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으로 타투를 시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다. 그는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정책연구원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의사이자 타투이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월간중앙이 빈센트의원에서 조 원장을 만나 타투 합법화에 대한 그의 소신에 대해 들어봤다.

원래는 타투 제거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성형수술 전문의다 보니 처음엔 타투 제거를 숱하게 해왔습니다. 아마 자른 피부를 모으면 한 깡통은 될 겁니다(웃음).20년 전에는 저도 타투는 어디까지나 제거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죠. 몸에 쓰인 낙서 정도랄까요.”

그런데 어떻게 타투를 직접 시술하게 되셨나요?

“1999년에 찾아온 한 남성의 장미 타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제거해왔던 조잡한 타투들과 전혀 수준이 달랐습니다. 이 정도라면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느끼면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래서 장미 타투를 해준 사람이 누군지 물어봤어요. 경기도 오산의 미군 부대 근처에 있는 ‘키미’ 선생이 해줬다고 해서 그분을 직접 찾아가 배우게 됐습니다. 정확히는 배웠다기보다 타투이스트 세계에 첫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타투 기계도 그분을 통해 구비하게 됐으니 말이죠. 그 뒤에 제2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비기(Beegie)’를 만났습니다. 비기는 남녀 두 사람이 뭉친 타투 팀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우연히 그들의 작품을 접했고 감명을 받아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에는 문신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아 배울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 직접 공부하고 온 몇 안 되는 선구자를 만난 것이죠. 이분들은 나중에 타투 합법화 관련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중 여자분은 미대 출신이었는데, 당시 병원까지 직접 찾아와서 그림의 기초를 비롯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의사와 타투이스트 겸업, ‘사탄의 괴수’라는 말 들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16일 등이 드러나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타투 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 사진:류호정 의원실
외국에 유학까지 하며 배우신 것으로 압니다.

“2000년 5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타투 학교에 가게 됐죠. 그곳에서 정식으로 타투의 역사를 배우고, 타투 기계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또 혈액매개병원체(Blood Borne Pathogen)라는 병리학 관련 인증서를 취득했습니다. 타투 학교를 수료한 후엔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타투이스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의사와 타투이스트라는 겸업을 시작한 뒤로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동료 의사들의 반대가 많았습니다. 의사들 입장에서 타투는 의사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는 더 심했고요. 주로 조폭들이나 직업여성이 타투를 받았으니까요. 심지어 제가 월급 주고 있던 직원도 찾아와서 ‘원장님, 이런 거 안 하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더군요. 조폭들이 병원 대기실에 떡하니 앉아 있으니 다른 성형수술 고객이나 직원들이 꺼릴 수밖에 없죠. 개신교 전도사인 아내는 저에게 ‘사탄의 괴수’라고까지 하더군요(웃음). 몸에 문신하는 사람들은 사탄인데, 당신은 문신을 해주는 사람이니 괴수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저는 주변의 반응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키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남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입니다.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가 오늘날 22년 경력의 타투이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성격 때문이신지 특이한 이력이 굉장히 많습니다. 남극은 어떻게 가게 되신 겁니까?

“제가 원래 남들이 안 하는 특별한 것을 좋아하고, 인생을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성격입니다(웃음). 제가 군 복무를 공중보건의로 40개월 했습니다. 경북 문경에 있었는데, 탄광 부속병원에서 근무했어요. 그러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지요. 남극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원한 8명 중 1명에 들고 싶어서 장관에게 제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편지까지 썼죠. 그런 제 기질 덕분인지 의사 지망생으로는 드물게 탄광에서도 일해보고, 남극에서도 일해보게 됐습니다.”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최고 산업과정도 수료하셨다고요.

“공학 관련된 곳은 아니고 경영자들의 소사이어티입니다. 의원을 개원하는 것도 결국 경영이니까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6개월 과정인데, 사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웃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경원 의원도 이 과정 출신이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여기 출신이고. 그리고 타투도 사실 관련된 산업이 많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맘모스 연구 박사과정도 타투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하게 되신 겁니까?

“사람들은 의사 출신 타투이스트라는 제 위치를 흥미롭게 봐주지만, 사실 저에겐 이것이 마치 원죄처럼 중압감으로 다가옵니다. 합법적으로 타투를 시술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니 그만큼 주목을 많이 받고, 제 행동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을 더 체계화하고 학문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딱 50살이 됐을 때 문화인류학과에 들어갔습니다. 문화인류학은 우리 사회 모든 문화현상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논하는 툴(Tool)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3년 동안 그 툴을 배워 타투에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타투, 찬반 떠나서 결국 합법화 방향으로 갈 것”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은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다”면서도 “뭐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습득력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 전에 타투이스트가 됐다. / 사진:박종근 기자
50세에 새로운 분야의 학문을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도전의 근원이 궁금하군요.

“흠~ 핏줄입니다. 아버지가 63세에 운전면허를 따셨고, 어머니는 65세에 한글을 깨치셨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도전하시는 그 핏줄을 물려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분 모두 이북 출신인데, 6·25 때 월남하셨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미군 부대에서 군무원으로 계셨고, 어머니도 미군 부대에 계셨고요.”

타투도 미군 부대 근처에서 처음 배우셨었는데 이것도 부모님 영향이 꽤 있어 보입니다.

“부모님을 통해서 이미 미국 문화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죠. 제가 영어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미국 사람이 낯설진 않았습니다. 미국 가서 타투를 배워온다는 것이 사실 영어를 못하면 쉬운 결정이 아닌데, 미국 사람이나 새로운 도전이 두렵진 않았어요. 이렇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전적인 성향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타투 합법화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는 찬반을 떠나서 결국 타투가 합법화되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타투는 의사만 시술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규정돼 있죠. 하지만 의사들은 타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의사들을 상대로 강의도 많이 해온 입장에서 보자면, 타투업계에 종사하는 의사 수는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두피 같은 부위에 일부 문신을 하는 의사들은 어느 정도 있는데, 그들은 이것을 타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두피와 관련된, ‘보조적인 수단’을 쓴다고 말하죠. 타투이스트라는 의식이 없는 것이죠. 결국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99.9% 타투를 시술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투를 의료 행위로 규정한 이 법을 30년째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책 담당자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30년 동안 도대체 뭐했냐는 겁니다. 통계에 따르면 타투 시술자가 5만 명이고, 반영구문신 시술자가 25만 명, 합하면 총 30만 명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연간 약 200만 명에게 시술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200만 명이 지금 불법적인 환경에 처해 있는데, 그들이 호소하는 부작용을 담당해줄 곳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외에는 타투이스트 자격증이 따로 존재하는 곳도 있는데, 타투 이스트를 현행 의료체계에 편입하자고 주장하셨는데요?

“30년 동안 합법화가 되지 않으니 제가 제시한 절충안입니다. 우리나라에 간호조무사 75만 명, 간호사 35만 명, 총 1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중에서도 반영구문신을 비롯해 타투를 시술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이것이 다 불법입니다. 시술 가능한 의료인 범위만 넓혀도 되는데, 왜 안 하고 있느냐는 것이죠. 타투 자체가 의사만 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한 의료 행위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유권해석만 달리하면 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간호조무사 자격증은 일반 타투이스트들도 1년 동안 학원 다니고 실습하면 충분히 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는 말씀이죠.

“국가의 존재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자격 없는 이들의 시술로 부작용 위험에 내몰린 국민을 방치하면 안 되죠. 이번 정부는 더군다나 ‘안전’이란 화두로 정권을 잡지 않았습니까. 코로나19 때문에 그 많은 희생을 치러도 안전이란 키워드 하나로 우리가 버티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권 말기까지도 타투 합법화 움직임이 매우 더딥니다.”

“타투이스트 재능, 더 많이 나누고 싶어”

현재 국내 타투이스트는 어쨌든 불법으로 시술을 하고 있는 상탠데, 이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인 제 입장에서, 이 사람들은 피부나 건강, 위생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사람을 예술의 대상, 소위 ‘캔버스’로 보는 거죠. 그런데 시술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 몸을 소중히 다뤄주기를 바랍니다. 만에 하나 부작용이 일어나게 되면 타투를 받는 사람만 손해이니까요. 그리고 불법적인 환경과 음지에서는 필연적으로 직업윤리가 마비됩니다. 〈도둑들〉이라는 영화에서 ‘뽀빠이’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나에게 자꾸 거짓말한다고 뭐라고 하는데, 도둑이 거짓말하는 게 대수냐?”라고. 직업윤리를 갖고 정직하게 하려는 타투이스트들도 있지만, 옥석을 가려내기 힘들죠.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환경 속에서 독버섯이 자꾸 자라는 겁니다.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알아도 ‘불법 타투’라는 한 배를 탄 동료이기 때문에 따질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젊은 타투이스트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불법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죠. 전과자가 되니까요. 저도 해외로 나가라고 권합니다. 저에게 타투를 배우러 오는 사람이 참 많은데, 의사가 아닌 일반인에게 가르쳐줄 때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부모님이 학생 자녀분을 데리고 올 때도 있는데, ‘아드님이 재능도 있으신 것 같고, 타투를 통해 꿈을 펼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스템상 처벌받는 사람도 많습니다’라고 말해줍니다. 이처럼 현실에서 제가 불합리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계속 목격합니다. 이런 환경은 우리 기성세대가, 행정조직이, 정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개선했어야죠.”

우리나라 타투 수준이 세계적이라 ‘K타투’라는 말도 나옵니다.

“진작에 타투 합법화가 이뤄져 청년들이 재능을 발휘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더 잘할 수 있게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지금 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K타투라고 해외에 열심히 이름을 아주 잘 날리고 있습니다. 외국에 안 나가더라도 국내에서 그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우리 기성세대의 할 일이겠죠.”

2021년 현재 일반인들의 타투에 대한 인식은 어떤 것 같나요?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엄청 긍정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여론조사들을 보면 반 정도는 찬성하고 반 정도는 반대해요. 젊은 사람들은 다수가 찬성인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반대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타투 관련해서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파격적으로 타투한 모습을 공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리잖아요. 국민 정서나 다른 사회 주요 현안을 감안하면 타투 합법화가 아직 요원한 것 같기도 합니다.”

조 원장은 현재 ‘히어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9·11사태 때 순직한 소방관의 이름을 타투로 새긴 미국인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 진압 과정에서 입은 화상을 타투로 덮어주는 것으로 시작해 올해는 코로나19 의료진, 구급대원 등을 대상으로 타투를 무료 시술해주고 있다. 치매 노인과 지체 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보통 이들의 신체에 가족의 이름과 휴대번호를 타투 시술해 실종될 경우를 대비한다. 조 원장은 합법적으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타투이스트이기 때문에 그가 갖는 사명감은 크다.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선입견에 불과합니다. 타투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백반증에 걸려 고민하던 한 제빵사에게 타투 시술을 해줬습니다. 이후 그 제빵사가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손을 내밀게 되더라고요. 그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아직은 좀 젊습니다. 국내에서 저의 재능을 더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글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storkism@naver.com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2112호 (2021.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