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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지사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남북관계 변곡점 될 것”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강원도, 2024년 1월 열리는 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개최 북측에 제안
■ “정부가 독점한 정치적 방식으로는 관계 개선 요원, 민간 자율 넓혀야”


▎최문순 강원지사는 1월 27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J빌딩에서 진행된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면 원산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 사진:정준희 기자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면 원산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싶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웃음기 띠며 말했다. 1월 27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다. 최 지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024년 1월에 열리는 제4회 동계청소년올림픽을 남북관계 국면 전환의 계기로 꼽았다.

하필 왜 원산일까. 북한 원산에는 갈마 국제공항과 마식령 스키장이 있다. 동계청소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성사되면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북한의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올림픽 공동개최에 대한 의지를 ‘원산 경기장 자원봉사자’로 표현한 것이다.

강원도는 지난 1월 1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2024년 1월에 열리는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IOC 위원들의 투표 결과 총 유효표 81표 중 찬성 79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장소는 일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시설들이 있는 평창·강릉·정선 일대로 잠정 결정됐다. 강원도는 북한 지역에서도 올림픽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IOC에 요청해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이후 북측에 공동개최를 공식 요청했다.

최 지사는 올림픽 공동개최 제안을 “스포츠라는 비정치적 행위를 통한 가장 정치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소구전동대구(小球轉動大球, 작은 공으로 큰 공을 움직이다)’라는 한자를 소개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물꼬를 튼 ‘핑퐁외교’를 빗댄 말이다. 스포츠와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냉전을 종식할 수 있다고 최 지사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과거 MBC 사장을 지낼 때 미국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성사한 경험이 있다. 최 지사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기가 평양에 게양됐고, 미국의 국가를 연주하는 게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고 했다. 그는 “이 또한 일종의 ‘음악정치’”라며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음악이나 스포츠 등 비정치적 방법으로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지사는 “동쪽(강원도)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한민족의 큰 경사를 우리가 같이 치른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언한다면 이보다 더 큰 대의명분이 어디 있겠느냐는 게 최 지사의 생각이다. 남북 간 공동개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전된다면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거라고 최 지사는 내다봤다. 근거는 이렇다.

“전쟁 상태로 올림픽 공동개최 가능하겠나”

“민족의 경사를 같이 치르는데 전쟁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큰 모순이 어디 있겠어요? 공동개최를 하자는 말에는 ‘전쟁상태에서 올림픽 공동개최는 불가능하다’는 함의가 있습니다. 대놓고 ‘종전합시다’가 아니라 세계적 행사를 치르기 위해 민족이 단합해야 하고, 그걸 위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현재의 정부가 주도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기업과 시민사회가 남북관계에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지사는 “남북관계는 모세혈관처럼 여러 단위가 연결돼야 서로 스며들고 이해를 넓혀갈 수 있다”며 “지금은 국가가 관계를 독점해 오히려 과거보다 풀뿌리 교류가 적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최 지사는 “정상끼리의 만남은 휘발성이 강하다”며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은 국면을 전환할 절체절명의 기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당분간 남북 간 교류의 물꼬를 틀 명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정 안 되면 교류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남·북·미 세 주체의 정치 상황이 모두 맞아야 하는 엄청난 운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최 지사의 전망대로라면 남은 2년이 남북관계의 변곡점인 셈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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