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물가 6% 상승 24년만에 ‘최고’… 숨 넘어가는 자영업자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수입산 닭고기·식용유 가격 1.5~1.8배까지 올라…자영업자 “글로벌 파동 체감해”
■ 직장인, 런치플레이션에 점심 굶거나 도시락 싸가…집에서 회사까지 걸어가기도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6% 상승했다.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앞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6% 상승을 기록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물가 상승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아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4월 4.8%, 5월 5.4%에 이어 6%대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7.4% 올라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3.9% 올라 2009년 3월(4.5%)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3.9% 올랐다.

외식 물가는 재료비·인건비 등 원가 상승으로 8%를 기록했다. 1992년 10월 외식 물가 상승률 8.8%를 기록한 후 29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0.3%)·채소류(6.0%)를 중심으로 1년 전보다 4.8% 뛰었다. 돼지고기(18.6%)·수입 소고기(27.2%)·배추(35.5%)·수박(22.2%) 등이 특히 많이 올랐다.

이러한 물가상승에 맞물려 이중고를 겪는 이들이 있다. 자영업자들은 농·축·수산물 등 원재료와 전기·가스·수도 등 안 오르는 것이 없는 상황 속에서 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울상이다. 자영업자는 소비자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 저항이 돌아와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에서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김순옥(63)씨는 요즘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심이 깊다. 육류나 생선류를 포함한 6찬에 국까지 직접 메뉴를 준비하는데 판매 가격은 6000원. 지난 3월 고심 끝에 가격을 1000원 올렸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물가상승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매장 마진율 20% 줄어 “가져가는 게 없다” 하소연


▎경기도 안양에서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김순옥씨는 지속되는 물가 상승 속에서 가게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진 이승훈 기자
김씨의 가게에서 사용하는 원·부자재 가격은 작년 대비 평균 30~40%가량 올랐다. 원·부자재를 수원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떼오는데, 최근 2만3000원 하던 적상추(4kg)가 7만원(200%)으로, 배추 3포기가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25%)으로 올랐다고 한다. 생선류(조기) 1만4000원에서 1만7000원(21%)으로, 닭다리살(브라질산)·볶음용 돼지고기(캐나다·미국산)은 각각 kg당 2500원에서 6400원(156%), 3400원에서 5740원(68%)으로 올랐다. 김씨는 “브라질산 닭고깃값이 오르는 걸 보며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가격에 이렇게 파동이 크게 오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식용유의 경우 18L 한 캔을 6만5000원씩 주고 구매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2만2500원이던 것을 고려하면 188%가량 오른 가격이다. 그마저도 발주처에서도 1인당 1통으로 물량 조절한다고 해 필요한 만큼 구입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해당 매장은 올해 들어 고정지출을 제외하고 마진율이 20%가량 줄어 “가져가는 게 없다”고 김씨는 하소연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올해 작황도 좋지 않고 곧 장마철이다. 발주처 직원이 ‘사장님 채솟값 큰일 났다’고 말하더라”며 “이번 주는 비축분이 있어서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다음 주에 오를 채솟값이 진짜 고비”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영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오강석(32)씨는 최근 일터까지 걸어 다닌다. 런치플레이션 때문에 외식비가 부담돼 점심은 거르거나 집에서 싸가는 식으로 해결한다. 배달음식도 과감하게 줄였다. 식대로 매달 60만~70만 정도 사용한다고 밝힌 오씨는 “아무리 자체적으로 줄이려고 해도 그렇게 비용이 크게 절감되진 않는다”며 “최근 마트를 애용하게 됐는데 식재료 몇 가지만 집어도 10만원이 훌쩍 넘기니 장 보러 가기 겁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친구들과의 모임도 ‘그냥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자연스레 줄었다. 한 번 만나면 5만원은 가볍게 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금의 고물가가 지속하며 향후 물가 상승률이 6%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지금 추세라면 물가가 계속 6%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4.7%인데 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전월 대비 0.6~0.7%p 오르는 건 정말 빠른 상승 속도”라며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향후 7~8% 물가 상승률의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