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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총선 앞두고 ‘조국의 강’ 부활하나 

핵심 지지층 결집으로 되레 ‘조국의 늪’에 빠질 수도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뚜렷한 정치 행보 나선 조국… 총선 출마할지 초미의 관심
복잡한 심경의 민주당… 일각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하시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5월 26일 대구 북구 컨벤션센터 엑스코에서 북 콘서트를 여는 등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다. / 사진:연합뉴스
5월 26일, 조국(58) 전 법무부 장관이 대구 북구에 있는 컨벤션센터 엑스코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펴낸 [법고전 산책]을 홍보하고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북 콘서트 자리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됐던 그는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검찰의 사정(司正) 수사로 추락, 온 가족이 재판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의 말대로 ‘멸문지화’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자숙하는 대신 SNS 활동을 멈추지 않고 책을 출간하는 등 끊임없이 자신을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명예회복을 명분으로 내년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자가 대구 북 콘서트 현장을 찾은 것도 그같은 정서와 기류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조 전 장관이 이날 현장에서 보여준 영향력은 유명 정치인 못지않았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500석 규모의 좌석이 이미 다 채워졌다. 조 전 장관이 예정된 행사 시간보다 10여 분쯤 앞서 인사를 하러 들어오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년 전 기자가 서울중앙지법을 출입할 당시 조 전 장관의 공판 때마다 법원 정문에서 ‘조국의 시간’ 등 서적과 응원 피켓을 들고 서 있던 지지자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북 콘서트에서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집권 후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자유’를 강조한 것과 관련, 조 전 장관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자유를 보는 것 같다”며 “60~70년대 정부에서 유행한 단어가 ‘자유진영’ ‘공산진영’ 등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노동자의 자유가 아니라 기업 경영자, 재벌의 자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깎아내리고 부정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인터뷰 취재를 요청할 겸해서 대기실로 향하는 조 전 장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수행원들로부터 “언론과의 인터뷰는 하지 않으신다”는 답을 들었다. 잠시 인사만 나누겠다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 언론에 대한 강한 반감이 느껴졌다.

지지자들 “명예회복할 길은 총선 출마 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 사진: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 총선 출마설의 시발점은 3월 17일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조 전 장관의 첫 북 콘서트 자리였다. 독자와의 대화를 이유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여느 정치인이건 선거 전에 벌이는 관례 행사처럼 여겨지기에 입소문이 돈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논객인 신평 변호사가 4월 말 조 전 장관 출마설에 불을 지피면서 정치권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출마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정치화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던 입장은 “잘 모르겠다”는 말로 바뀌었다. 출마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6월 10일, 조 전 장관은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며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그의 출마 명분은 승승장구하던 개인적 삶이 2019년 본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과 무관치 않다.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비리 혐의와 노환중 전 부산의료 원장에게 딸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 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 등으로 조 전 장관 일가가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현재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불구속 재판 중이다. 그의 부인은 구속됐고,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됐다. 급기야 6월 13일,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됐다.

민주당 인사들에 따르면 본래 조 전 장관은 현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2019년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수락하기 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난 총선 때 법무부 장관 가지 말고 총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법무부 장관보다 부산에 출마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 권유도 많이 했는데 진심으로 정치권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장관직을 고사했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 친명은 내년 총선에서 조국을 원하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는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딸 조민씨는 입시비리 혐의의 당사자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조 전 장관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경은 복잡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직후만 하더라도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잇따른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 후속 조치’를 짚었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당시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당의 의사결정이 강성 당원 팬덤에게 좌지우지됐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위기에 몰린 이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요구되면서 전국민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조 전 장관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미래 대표 강훈식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원한다면 22대 총선 공천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공천 경쟁에서 이길 경우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조국 사태’로 돌렸던 것과 달리, 출마를 막을 수 없다고 물러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도록 한 21대 총선 공천 규정이 이번 공천룰에선 삭제된 것도 조 전 장관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친명계에서는 조 전 장관 출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내년 총선에서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조국의 강’이 아닌 ‘조국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출마가 핵심 지지층의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층을 붙잡기에는 어려울 거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당내 ‘친문’ 세력의 적통으로 여겨지는 조 전 장관을 내세운다면 현이 대표 체제의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조 전 장관과 이 대표는 대통령과의 대결 서사를 갖춘 점도 그렇고, 똑같이 사법 리스크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2인자를 허락하지 않는 이 대표 체제에서 조 전 장관을 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미 당을 장악한 ‘친명계’가 친문인 이낙연 전 대표의 정계 복귀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조 전 장관을 허락할 공산은 매우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친명계의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선거가 개인의 명예회복을 하는 과정은 아니지 않은가. 조 전 장관은 재판 중에 있기 때문에 일단 재판에 집중하고 그 재판을 통해서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중진 홍익표 의원도 “출마 자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조 장관이 출마 자체에 대해서 과거에서부터 썩 긍정적이지 않았다.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당의 간판을 걸고 출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민주당 내 조 전 장관의 최측근들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며 ‘친조국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휘하에 있던 황현선·윤재관·박성오 전 선임행정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주로 비명계 지역구인 전북 전주병, 경기 의왕과천, 서울 광진갑 등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후보지로 서울 관악갑, 부산 사상, 경남 양산갑 거론


▎친명계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출마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정치적으로 큰 이득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이 올해 연말쯤에 출마 여부를 밝힐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서울 관악갑 지역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2022년 3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D아파트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악갑 지역구는 서울대학교가 인접해 있고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아 진보세가 강한 지역으로, 21세기 첫 선거인 16대부터 21대까지 18대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진보 정당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다만 이 지역을 꽉 틀어쥐고 있는 유기홍 민주당 의원의 아성을 조 전 장관이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유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권에 입문한 친노계 인사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대선을 지원했던 중진이다. 비례대표인 김의겸 의원도 이 지역구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최근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제일 큰 전제조건은 민주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나간다는 것이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정치를 하려면 공천 신청은 물론 입당조차 하지 않고 출마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조 전 장관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상구는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로, 현실화할 경우 ‘윤석열의 최측근’ 대 ‘문재인의 최측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사상구는 또한 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재평가를 위해 상징적인 의미에서 경남 양산갑에 출마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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