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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창립 70주년 맞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온리원 정신’ 

세상의 중심에서 ‘한류(韓流)’를 외치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이재현 회장 체제에서 식품·바이오·유통·미디어 등 아우르는 재계 13위 대기업으로 성장
CJ제일제당·CJ ENM, 음식과 문화 영역에서 K컬처 전파…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 지향


▎이재현 CJ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문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판단 덕분에 2023년 대한민국은 경제 강국이자 문화 강국이 됐다. / 사진:CJ그룹
대기업을 일군 창업자와 달리 후계자는 수성(守成)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 여기서 CJ그룹은 극소수의 예외에 해당한다. 2세 경영인 체제에서 그룹의 세(勢)를 훨씬 더 확장해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제일제당이 분리된 시점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3살이었던 이재현 회장이 그룹 수장직을 맡았을 때, CJ의 자산총액은 1조9070억원 수준이었다. 계열사는 9개였고, 재계 순위로 따지면 41위의 중견기업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2023년 현재, CJ는 재계 서열 13위의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조사에 따르면, 자산 40조6970억원, 매출액 30조1760억원에 달한다.

제일제당 등 식품 계열 회사에서 시작했지만, 바이오·화학·미디어·유통 분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식품 분야도 처음 이 회장이 기업을 물려받았을 당시만 해도 내수용이었지만, 지금은 해외 매출 비중이 47.1%에 달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컬처 산업을 이야기할 때, 첫손가락에 꼽히는 기업으로 각인된다. 어느덧 CJ는 “식(食)문화, 대중문화 영역에서 K컬처를 주도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재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3세대 경영인’을 다룰 때마다 이재현 회장이 곧잘 거론되는 배경이다.

1953년의 설탕공장이 2023년 글로벌 문화 기업으로


▎국산 설탕 공급을 위해 탄생한 제일제당은 CJ그룹의 모태가 됐다. / 사진:CJ그룹
CJ그룹은 2023년 11월 5일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CJ의 모태는 이재현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53년 설립한 제일제당 부산공장이다. CJ는 그룹의 70년 역사를 축약한 자료에서 “195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던 설탕은 전부 수입산이었다. 전후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설탕 가격이 계속 올라 1953년 10월에는 소고기 1근(600g)이 150환일 때 설탕 1근은 300환까지 달했다. 이때 제일제당은 최초 생산 직후 설탕 가격을 600g당 48환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국산으로 충족해야 한다”며 가격 인상을 억제한 이병철 창업회장의 결단이 작용했다.

제일제당이 수입 설탕과 똑같은 품질의 국산 설탕을 저렴하게 공급하자 단맛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파급 효과로 과자, 간식 등 제과산업의 발전이 촉진됐다. 설탕이 보편화되며 음식에도 설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산 설탕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한 덕분에 1953년 97.5%에 달했던 설탕의 수입 의존도가 점점 감소했다. 1954년 66.7%, 1955년 34.3%, 1956년 7.5%로 계속 비중을 줄일 수 있었고, 1958년 비로소 100% 국산화를 이뤄냈다.

이후 밀가루(1958년), 조미료(1963년), 식용유(1979)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제일제당은 1987년 ‘백설표 참기름’을 출시했다. 당시 몇 차례에 걸친 ‘가짜 참기름’ 파동으로 불신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고 합리적 가격에 맛도 좋은 백설표 참기름과 ‘깨끗함 고소함’을 부각한 백설표 식용유는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생선살과 밀가루로 만든 ‘분홍 소시지’ 대신 고품질 고기로 육류의 풍미를 낸 ‘진짜 햄’을 대중화한 것도 제일제당이었다. 1980년 첫 제품 ‘백설햄’을 출시하고 육가공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1986년 미국의 호멜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한 ‘스팸’은 지금까지도 육가공품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오랜 노동력이 필요한 한국인의 식탁에 ‘간편식’을 대중화한 것도 제일제당의 사업 성과로 꼽힌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상품이 ‘햇반’이다. ‘밥은 엄마가 차려주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들며 전기밥솥보다 ‘햇반’이 더 많이 팔리는 시대를 이끌었다. ‘햇반’은 1996년 12월 첫 출시 후 30여 년간 수많은 후발주자의 도전을 받았지만 여전히 ‘즉석밥=햇반’처럼 통용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여성의 사회 진출로 맞벌이가 늘고 핵가족화가 보편화되는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정확히 짚은 덕분이다. 제일제당은 1989년부터 즉석밥 개발에 나섰고, 100억원 넘는 투자로 당시 냉동밥 위주였던 즉석밥 시장에 무균 즉석밥을 최초로 도입했다. 그 결과 ‘햇반’은 출시 15일 만에 2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즉석밥 시장을 평정했다.

전 세계 공략하는 비비고 만두 & 뚜레쥬르


▎1996년 삼성에서 분리된 뒤 제일제당은 확장의 역사를 밟았다. / 사진:CJ그룹
이병철 창업회장의 장남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을 거쳐 아들인 이재현 회장에게로 승계된 뒤 CJ제일제당이 만들어낸 최고의 글로벌 히트상품은 ‘음식 한류’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비비고 만두’다. 비비고 만두 라인업 중에서 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비비고 왕교자’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만족시킨 비결은 범접할 수 없는 퀄리티에 있다.

일단 테스트베드 격인 한국에서 2013년 12월 첫 출시 이래로 국내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비비고 만두는 얇으면서도 속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진공 상태에서 1만 번 이상 반죽된 쫄깃한 피(皮)를 사용한다. 향과 색깔, 단맛을 내기 위한 합성 물질과 방부제는 일절 넣지 않는다. 또 돼지고기 특유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가로 7㎜, 세로 7㎜, 높이 10㎜의 육면체 모양으로 자르고 배합한다. 이런 디테일에 공을 들인 결과, 전 세계인이 원하는 맛과 간편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비비고 만두’ 단일 품목으로만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내수 식품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치중했던 CJ제일제당은 1990년대 들어 외식 사업 등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우리나라 외식 산업이 연평균 10%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던 시기와 겹친다. 1994년 외식사업부를 신설한 CJ제일제당은 1997년 ‘빕스(VIPS)’ 1호점을 개장하며 패밀리레스토랑 트렌드를 주도했다. 빕스는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토종 브랜드로서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메뉴를 개발해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대중화한 것도 CJ제일제당이었다. 1997년 1호점을 연 ‘뚜레쥬르’는 빵의 신선도에 집중했다. 최고급 원료를 활용했고, 매일 매장에서 빵을 세 차례 직접 구워 판매했다. 체내 당 흡수율을 줄이는 프리미엄 설탕 자일로스, 호밀·사과 등을 자연 발효해 얻은 천연 발효 재료 등을 활용해 ‘빵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빵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개념으로 바꿨다.

이재현 회장 체제에서 CJ그룹은 식품을 넘어 문화·예술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그 모멘텀은 1995년 ‘드림웍스’ 설립이다. 당시 35살의 제일제당 상무 신분이었던 이 회장은 누나 이미경 CJ ENM 부회장과 함께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청바지 차림으로 피자와 콜라를 먹으며 영화감독 겸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장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업계의 거장 데이비드 게펜 등 할리우드 거물급과 협상했다. 그 결과 자본금 10억 달러의 드림웍스SKG가 탄생했고, 3억 달러를 투자한 CJ는 2대 주주가 됐다. 3억 달러는 당시 제일제당 연 매출의 20%를 넘는 액수였다. 이때의 베팅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관왕과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밀알이 됐다.

이 회장이 소프트파워에 주목한 1990년대만 해도, 한국 영화는 ‘방화’라고 불리며 국내에서조차 변방 취급을 받았다. 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는 5억원으로 할리우드 평균 제작비의 3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이 회장은 CJ를 ‘내수 기반 종합식품회사’에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전환하겠다며 최전선에 선 것이다. CJ에서는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 문화는 그것이 창조되고 수용됨으로써 모든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설파했던 이병철 창업회장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해석한다. 이재현 회장 역시 “역사적으로 경제 강국의 전제 조건은 문화 강국”이라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끼와 열정을 믿고 선택했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95년 8월 1일 제일제당 안에 ‘멀티미디어사업부’가 신설됐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CJ ENM의 전신이다. 영화의 제작·수입·배급 등 영상 사업뿐 아니라 극장 사업, 음반 제작, 케이블TV, 게임 등 멀티미디어 사업 전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이었다. 1996년 9월 1일 멀티미디어사업부는 ‘CJ 엔터테인먼트사업부’로 확대 개편됐다. 바로 이 시점부터 제일제당은 식품회사로 특화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축약어 ‘CJ’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ONLY ONE’ 철학을 발표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콘텐트와 플랫폼을 모두 잡다


▎봉준호(오른쪽) 감독과 송강호 주연의 영화 [기생충]처럼 CJ ENM이 제작한 영화들은 프랑스 칸과 미국 아카데미에서 찬사를 얻고 있다. / 사진:CJ그룹
CJ 엔터사업의 특징은 ‘콘텐트’와 ‘플랫폼’을 동시에 공략했다는 데 있다. 영화 제작에 그치지 않고, 영화관까지 보유하며 ‘수직계열화’했다. CJ가 도입한 멀티플렉스 CGV는 한국 영화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패러다임 시프트였다. 1998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CGV강변 11’이 문을 열었다. CGV라는 인프라 혁신 이후 영화관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좌우하는 젊은 여성층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실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휴일 여가활동 가운데 극장 영화관람 비율(34.4%)은 TV 시청(42.0%) 다음으로 높았다.

멀티플렉스는 ‘인프라가 수요를 창출한’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1999년 3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한국 영화시장 규모는 2022년 1조7064억 원으로 비약적 상승을 그렸다. 세계 극장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사이즈는 7위까지 커졌다. 특히 한국 영화 점유율은 55.7%에 달하며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CJ ENM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예능, 음악, 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도 tvN, Mnet 등 기존 리니어 TV(방송 스케줄이 정해진 채널)는 물론 티빙(tving)을 만들어 OTT 시장에서도 경쟁 중이다. ‘글로벌 IP(지적재산권) 파워하우스’가 CJ ENM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다.

한류의 핵심인 K팝에서 CJ ENM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K컬처 페스티벌인 ‘KCON’이다. 가장 최근인 ‘KCON 2023’은 오프라인 관객만 31만 명을 달성했다.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KCON은 아시아, 중동, 유럽, 중남미 등 대륙을 넘나들며 오프라인 누적 관객 162만6000명을 모았다.

CJ 빼고 K컬처를 논할 수 없다


▎이재현 CJ 회장은 어머니 고(故)손복남 여사의 유지인 ‘겸허’를 가슴에 새기고 그룹의 퀀텀 점프를 모색 중이다. / 사진:CJ그룹
K팝 콘서트에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한 KCON은 한류의 최첨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KCON이라는 소통 플랫폼을 매개로 K팝, K푸드, K뷰티 등으로 파급력을 키워왔다. KCON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멕시코, 호주,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9개 국가에서 31회에 걸쳐 개최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18년 3월 ‘미국에서 K팝이 장수하는 비결’에 관한 특집 기사를 내놓으며, “CJ ENM의 KCON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촌평했다. 미국의 권위지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현재 세계에서 한류만큼 성공한 대중문화를 찾기 힘들고, 그 중심에 KCON이 있다”고 보도했다.

KCON보다 앞서 CJ ENM은 글로벌 No.1 K팝 시상식이라는 수식어를 단 ‘MAMA AWARDS’를 세상에 내놨다.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이 효시인 MAMA는 2009년 아시아를 포괄하는 음악 시상식으로 영역을 넓히며 ‘Mnet ASIAN MUSIC AWARDS’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어 2022년 ‘MAMA AWARDS’로 리(Re)브랜딩하며 전 세계 대상으로 더 영향력을 키웠다. 그 결과 2022년의 ‘MAMA AWARDS’ 기간에는 7만여 명의 오프라인 관객들이 집결했다.

CJ ENM은 음악 사업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설정했다. 자체 제작한 5세대 K팝 보이그룹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을 필두로, IP 확보에 집중해 팬덤 플랫폼에 기반한 글로벌 기획사로의 성장을 기획 중이다.

CJ ENM의 행보는 ‘세계 콘텐트 4대 강국 도약’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성과 맥이 닿는다.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콘텐츠 시장의 특수성 속에서도 CJ ENM의 IP 파워하우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는 속속 세계 1위 OTT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콘텐트 1위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2023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스튜디오스에서 제작한 [더글로리] [셀러브리티] [마스크 걸] 등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다. 또한 드라마 [구미호뎐1938]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기획 단계부터 협력하며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그 결과 2023년 상반기 CJ ENM의 콘텐트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30% 확대됐다. [서진이네]는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OTT 아마존 프라임에서 상영됐다.

CJ ENM의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이 2022년 제작한 TV 시리즈[세브란스: 단절(Severance)]은 에미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메기 질렌할 주연의 영화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는 아카데미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CJ ENM과 피프스시즌의 합병 시너지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OTT 티빙은 오리지널 및 독점 콘텐트 등을 활용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며 2023년 상반기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 120만 명에 도달했다. 국내 OTT 중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와 대적하는 국내 대표 OTT로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씩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맘껏 즐기게 하는 것이 CJ의 목표”라는 이재현 회장의 꿈은 점차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2022년 4월 미국 유력 경제통신사 [블룸버그]는 K콘텐트 열풍 속 CJ ENM의 역할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등의 성공을 축적하며 서울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수도로 거듭났다는 평가와 함께 “K드라마의 성공 뒤에는 국내 최대 콘텐트 기업 CJ ENM의 역할이 있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 CJ ENM이 2022년 제작한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각각 칸 영화제 감독상(박찬욱)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했다. 역대 칸 영화제 진출작 중 최다인 13편이 CJ ENM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

2023년 11월 3일 이 회장은 CJ인재원에서 ‘온리원 재건 전략회의’를 가졌다. 11월 5일 그룹 창립 70주년과 이 회장의 어머니 고(故) 손복남 고문의 1주기 추모식을 겸했다. 70주년과 관련된 대외 행사를 일절 열지 않을 정도로 이 회장은 결연했다. 그룹 수뇌부가 집결한 CJ인재원은 이 회장이 어머니와 유년 시절을 보낸 집터(서울 중구 필동)에 자리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동생인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CJ 김홍기 대표이사 등 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딸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도 동반했다. CJ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같은 공간에 집결한 셈이다. 식품(CJ제일제당 등), 바이오(CJ바이오사이언스), 물류(CJ대한통운), 헬스&뷰티(CJ올리브영) 그리고 문화사업(CJ ENM, CJ CGV)까지 CJ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으로 진격하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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