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환희기(幻戱記)’라는 글이 있다. 연암은 열하에서 온갖 기이한 사건을 목격한다. 그중 압권이 환희(요술)였다. ‘환희기’에는 무려 스물한 가지에 달하는 요술이 펼쳐지는데, 연암은 그 절정의 대단원에서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그렇구나. 세계의 몽환이 본디 이와 같아서 아침에 무성했다가 저녁에 시들고, 어제의 부자가 오늘은 가난해지고, 잠깐 젊었다가 홀연 늙는 법이니 대체 생과 사, 있음과 없음 중에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이리오. 그러니 환영에 불과한 세상에 몽환 같은 몸으로 거품 같은 금과 번개 같은 비단으로 인연이 얽혀서 잠시 머무를 따름이니, 원컨대 이 거울을 표준 삼아 덥다고 나아가지 말고, 차다고 물러서지 말며, 몸에 지닌 재산을 지금 당장 흩어서 가난한 자를 구제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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