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식하는 모습 2. 니시오 야쓰하시 매장 내부 3. 매장 외관 4·5. 제품 |
교토를 찾는 관광객은 1년에 5500만 명이다. 벚꽃 시즌이나 단풍철에 교토를 찾는 관광객이 꼭 들르는 절이 있다. 바로 청수사(淸水寺)다. 연간 1700만 명이 찾는다는 이 절은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자 일본 관광객도 많이 들른다. 바로 이 청수사 입구에 가면 유명한 떡집 세 곳이 성업 중이다.
니시오(西尾) 야쓰하시, 쇼고인(聖護院) 야쓰하시, 이즈쓰 야쓰하시 등 세 가게다. 이 세 가게는 청수사 앞뿐만 아니라 교토역 상가 앞에서도 공동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교토 시내의 지점은 물론 백화점 지하식품코너, 호텔 입구 등 도처에서 눈에 띈다. 특히 웬만한 호텔의 데스크 옆 자그마한 판매대에는 유코(夕子)라는 아리따운 여성이 기모노를 입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떡이 있는데, 바로 그 떡도 니시오 야쓰하시 떡 가게의 상품 중 하나다.
이름이 비슷비슷한 세 야쓰하시 가게 중 원조는 니시오 야쓰하시로 1687년 창업했고, 두 번째가 쇼고인 야쓰하시로 1689년, 마지막인 이즈쓰 야쓰하시는 한참 뒤인 1805년 창업했다. 1687년 교토를 찾은 여행자들을 위한 흰떡 가게로 출발한 니시오 야쓰하시는 지금은 교토의 명물이 되었다. 본래 야쓰하시(1614~85)는 사람 이름이다. 그는 쇼고인 근처에 살면서 가야금을 켜고 작곡도 하던 장님 예술가였다.
녹차 가루가 든 니시오 떡
그는 밤이면 가야금을 켜면서 평생을 보냈는데 한밤중에 울리는 그의 가야금 소리가 하도 절절해 동네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그가 작곡한 가야금 곡 중 ‘육단조(六段調)’ ‘팔단조(八段調)’ ‘윤설(輪舌)’ 등은 지금도 명곡으로 이름이 높고, 그 때문에 ‘일본의 바흐’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살아생전에 쌀을 매우 소중히 관리해 왔던 그가 어느 날 우물가에서 쌀통을 씻는 광경을 이웃에 사는 식당 주인이 보게 됐다. 쌀통의 바닥에는 싸라기와 덜 여문 쌀겨 등이 남아 있었는데 그가 그것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자 식당 주인은 그 찌꺼기 쌀에 꿀과 계피가루를 버무려 떡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그렇게 해서 그가 만든 떡이 바로 야쓰하시 떡의 원조다. 그는 그렇게 가난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가야금 소리를 그리워하던 사람 중에 그가 만들어 먹었다는 야쓰하시 떡을 가야금 모양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교토에 대유행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바로 그 무렵 탄생한 떡집이 니시오 야쓰하시와 쇼고인 야쓰하시다.
이 두 가게의 떡은 참배객들의 휴대용 대용식이 되어 나날이 번창했다. 이후 1805년 이즈쓰 야쓰하시가 창업하면서 야쓰하시라는 이름을 가진 떡집이 세 곳으로 는다. 이 세 가게는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발전해 나갔다. 니시오 야쓰하시는 12대째인 1889년 니시오 다메오사무가 파리 만국박람회에 자신들이 만든 떡을 출품해 은상을 수상함으로써 해외에서까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덕분에 1905년 무렵부터 교토를 대표하는 명물 떡으로 자리 잡아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1920년께는 일본의 다이쇼 천황이 교토를 방문했을 때 니시오 떡을 시식함으로써 그 이름을 확고히 하게 됐다. 니시오 떡은 떡 안에 녹차가루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1947년 무렵 야쓰하시 떡은 꿀과 계피가 아니라 팥소를 넣은 떡으로 변모한다.
떡의 이름은 ‘유기리(夕霧)’. 그 떡을 만들어 판 가게는 후발주자인 이즈쓰 야쓰하시였다. 이즈쓰 야쓰하시는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벗기 위해 이야기가 있는 떡으로 승부를 걸었다. 유기리는 교토에서 이름을 날리던 21세의 아리따운 기생. 그녀는 부유한 기모노 가게 주인인 23세의 유부남 이즈쓰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불륜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눌 때마다 늘 먹던 야쓰하시 떡을 먹은 후 강에 함께 투신자살한다. 이 이야기는 후쿠이현 태생으로 교토에서 평생을 보낸 소설가 긴마쓰몬 사에몬(近松門左衛門)의 작품으로, 지금도 가부키로 상연될 때마다 대히트를 하고 있다.
맛과 이야기를 함께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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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좀 더 거래처가 많은 유코가 유리하지 않으냐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또 최근 야쓰하시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벗어나 새로운 캠페인으로 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니시오 야쓰하시의 소비자 공략 아이디어 중에 ‘오차의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라도 차 한 잔과 떡 한 개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벌이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담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차 한 잔과 떡 한 개를 먹을 수 있는 잠깐의 여유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떡 가게지만, 그들은 현대와의 조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하루에 3000명이나 관광객이 들어오는 니시오 야쓰하시의 청수사 지점에 들어서면 현액이 하나 걸려 있다. 이른바 니시오 야쓰하시의 가훈이다. 이 가훈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친절을 팔고 만족을 사라”
“확실하게 행동하고, 말은 둥글게 하라”
“허리는 낮추고 목표는 높게”
“마음가짐은 길게”
“도량은 넓게”
“생각은 깊게”
“일은 빠르게”
“원칙에는 지고, 승부에는 이겨라”
“70%에 만족하고 10%를 바라라”
“자손을 위하여 덕을 쌓아라”
300년 전 선조가 후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여기엔 교토 상인들이 지켜야 할 모든 덕목이 다 포함되어 있다. 비록 떡을 파는 가게에 불과하지만 위의 10가지 덕목 속에는 21세기 기업이 가져야 할 서비스정신이 들어있다. ‘말을 둥글게 하라’ ‘허리는 낮추고’ ‘마음가짐은 길게’라는 표현 속에 바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어떠해야 하는가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70%에 만족하고 10%를 바라라’라는 말은 매출과 이익의 극대화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현대의 기업들에 반성의 마인드를 일깨운다. 지난 320년간 니시오 야쓰하시는 바로 위의 당부를 마음에 새기면서 열심히 떡을 만들어 팔아왔다.
장수의 비밀 □ 경쟁자의 강력한 견제 □ 이야기를 활용한 스토리 마케팅 □ 다양한 판매채널 □ 고객 니즈에 적합한 신제품 개발 주소 : 교토시 사교쿠 쇼고인 니시초 7 전화 : 075-761-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