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철원은 인구 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지방도시다. 하지만 1000년 전의 철원은 한반도의 절반 이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태봉국의 수도였고, 100년 전의 철원은 서울과 원산, 서울과 금강산을 잇는 철도와 도로의 분기점이자 교통의 요지였으며, 강원도에서 최초로 수도가 보급된 최첨단 도시였다.
해방과 함께 38선이 그어지면서 철원은 북한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철도와 도로는 끊어졌다.하지만 철원은 북한에서도 가장 큰 도시 가운데 하나였고, 최대의 곡창지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북한의 노동당 철원당사는 철원은 물론 인근의 김화, 포천, 평강 일대까지를 관할했다.
자연스럽게 6·25전쟁 당시 최대의 격전지가 되었고, 다행히 철원군의 상당 부분이 남한 지역에 들어왔다. 지금도 철원은 여전히 남북으로 갈라져 있으며 북한의 철원군은 남한의 철원군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특별한 땅, 특별한 사람들
철원은 경기도 연천과 마찬가지로 추가령구조곡이 지나는 지역이어서 한쪽(북서쪽)은 평야지대가 발달하고 다른 한쪽(동남쪽)은 산악이 발달해 있다.
한탄강이 북에서 남으로 철원을 가르고 있으며, 강기슭에는 주상절리와 수직단애가 곳곳에 발달해 절경을 이룬다. 민통선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원 지역 관광지는 이 한탄강 일대에 몰려 있다.
철원(鐵原)은 또 그 이름에 걸맞게 땅에 철 성분이 많은 지역인데 이는 철원이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진 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화성암과 변성암이 많은 것이 특색이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유일의 현무암 지대이기도 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철원의 현무암은 제주도의 그것보다 단단해 뛰어난 공예품의 원료가 되고 있다.
철원 사람들은 철원에 유난히 벼락이 많이 치는데, 그 이유가 땅에 철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정확한 건 알 수 없고, 다만 철원이 낮은 지대가 끝나고 산악지대가 시작되는 지역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3대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시점에도 수해를 입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철원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산 높고 물 맑고 평야 드넓은 철원은 궁예가 18년 통치로 끝나는 태봉국을 세우고 수도로 삼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도성 터가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에 정확히 들어가 있으며, 평화전망대에서 초원으로 변한 이 옛터를 자세히 볼 수 있다.
물론 도성의 자취는 없고 푸른 풀들만 무성하다. 본래 승려였던 궁예는 도성 터를 잡으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풍수지리 전문가였던 도선국사와 상의를 했다는 전설이 있다. 도선국사가 잡아준 터는 역시 철원의 명산인 금학산을 주산으로 한 터였는데, 궁예는 굳이 이 터를 버리고 고암산을 주산으로 하는 현재의 터를 택하는 바람에 18년밖에 왕 노릇을 못했다는 것이다.
궁예가 꿈꾸던 세상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도선국사가 꿈꾸던 세상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데, 철원의 대표적인 고찰인 도피안사(到彼岸寺)의 이름 속에 비밀이 들어 있다. 유토피아(피안)를 꿈꾸었던 두 승려의 실험 흔적이 서로 다른 이름과 모습으로 지금 철원에 남아 있는 것이다.
도피안사 : 철원의 대표적인 천년 고찰이다. 유토피아에 다다르는 절이라는 말인데, 철원 땅이 유토피아가 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상엽 |
2. 철원의 대표적인 안보생태 관광지
① 노동당사
북한 정권이 1946년에 지어 6·25전쟁 발발 시점까지 사용하던 철원군 노동당 건물이다. 3층 벽돌 건물이며 한 층의 넓이가 100평이 넘는, 당시로는 크고 튼튼하게 지은 건물이다. 곳곳이 포탄으로 무너졌으나 전체적인 윤곽은 여전히 건재하며, 수많은 포탄 및 총탄 흔적이 전쟁 동안의 치열했던 전투 상황을 웅변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으며, 인근에 일제시기 철원의 융성을 증언하듯 구철원역사, 농산물검사소, 얼음창고 등이 있다. 이 일대가 본래의 철원 중심가다.
② 샘통 철새도래지
샘통은 말하자면 온천수가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샘물이자 자그마한 연못이다. 섭씨 15도 정도의 물이 상시 분출되는 샘으로, 겨울에도 얼지 않고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어 백로, 두루미, 왜가리 등 철새들이 다녀가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철새가 오는 겨울이면 장관을 이루어 왜 철원을 철새의 천국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③ 월정리역과 두루미 전시관
월정리역은 남방한계선과 직접 맞닿아 있는 역으로, 예전에 경원선이 지나던 간이역이다. 역사와 객차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으며, 두루미 전시관이 함께 있다. 두루미 전시관은 철원이 얼마나 청정한 곳이며, 얼마나 많은 철새가 찾는 땅인가를 관공서 스타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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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DMZ 155마일 가운데 약 30%에 해당하는 DMZ가 철원 땅에 있다. 그런 철원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전망대가 평화전망대며, 궁예의 도성 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가 있는 언덕까지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등 최신식 시설을 갖춘 전망대이기도 하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이용하면 북한 군인들이며 DMZ 안의 동물들도 볼 수 있다. 경치가 뛰어나 한번 다녀오면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전망대다.
⑤ 승리전망대
DMZ 155마일 가운데 정중앙에 건설된 전망대다. 대성산, 적근산, 삼천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 지역으로는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장이었던 오성산과 금성지역 등을 볼 수 있다. 잡초에 묻힌 금강산 철길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 전망대를 포함한 철원지역 주요 민통선 내 관광은 사전에 한탄강관광사업소(전화 033-450-5558)에 문의해 출입 가능한 시간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