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에 만난 일본의 경제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일본 경제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일본인은 사망 시점에서 가장 부자가 된다. 퇴직할 때 일본인의 평균자산은 25만 달러인데 사망 시점에서는 35만 달러로 늘어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저축하기 때문이다.”
‘사망 시점이 늦어져도 연금은 계속 지급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연금을 저축하는 일본 노년층의 모습에서 일본 경제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의 노년층은 퇴직과 동시에 자가용을 처분하고 BMW(Bus Metro Walk=버스·지하철·걷기) 체제로 전환하면서 연금을 저축하고 소비를 줄인다. 그 결과 내수가 줄고 경제는 침체된다. 일본의 65세 이상 노년인구 비율은 23% 정도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연금이라도 받는 노년층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면서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프리타족(프리 아르바이터)·둥지족(나이가 들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들)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노년층은 돈이 있어도 쓰지 않고 청년은 돈이 없다 보니 돈을 못 쓰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일본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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