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공자는 나이 40세가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갈팡질팡하거나 미혹되지 않는 마음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마음을 갈고 닦아 온 성인군자에게도 불혹은 만만치 않은 목표였다고 하니, 미욱한 우리에겐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미션이다. 심지어 요즘 시대엔 ‘중년의 사춘기’가 화두다. 40대 중년이 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개인적으로 안정을 이루고,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살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 속 40대에겐 오히려 사춘기 때보다 더 강력한 질풍노도가 찾아온다. 회사에선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뒤처질까봐 고군분투하고, 경제적으로는 자녀 교육비만으로도 허리가 휘청거린다. 부부 사이의 살가운 대화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고,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은 아침에 잠깐 얼굴 보는 아버지를 소 닭 보듯 하기 일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자문을 던지는 중년에게 사춘기가 찾아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사람 사는 모습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매 한가지인가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이슈몰이 중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디센던트’도 중년 가장의 사춘기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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