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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중국 발판으로 동남아 넘본다 

아모레퍼시픽 해외로 해외로 

아시아 시장에서 승승장구 … 2020년 세계 7대 화장품 회사 목표

▎지난해 열린 아모페퍼시픽 에뛰드하우스 홍콩 1호점 개점 행사에 인파가 몰렸다.



아모레퍼시픽이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9월 5일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가까운 미래에 회사 전체 매출의 51% 이상이 해외에서 나올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래서 2020년까지 세계 7대 화장품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147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3.4%에서 17.1%로 커졌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신제품 출시와 유통 채널 확대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본사와 해외법인 간의 업무를 재정립하고 브랜드 중심의 조직체계를 재정비한 점도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10대 화장품 회사 중 최고 성장률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 초부터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추진했다. 현재 중국·미주·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삼고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해마다 3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는 1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커졌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10위권 회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시장은 미국이다. 그러나 2015년에는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중국의 화장품 매출 규모는 연 평균 15.8% 증가했다. 또 중국은 아직 1인당 화장품 지출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인 중 약 1억명이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전체 인구가 13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크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마몽드는 특히 중국 내 성장세가 가파르다. 마몽드는 2011년을 기점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현재 이 브랜드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배경이다. 마몽드는 1993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 내 900개의 백화점 매장과 2500개의 전문점을 갖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진출 초기부터 현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중국 전용 상품을 만들고, 백화점과 전문점 외에도 생활용품매장과 홈쇼핑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전략이 먹힌 것”이라고 말했다. 마몽드는 8월 태국에도 진출했다. 태국을 시작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진출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라네즈 매장. 아모레퍼시픽은 시장 맞춤형 전략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세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다음으로 노리는 곳이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가처분 소득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비여건이 좋아지면서 이 지역 내수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아시아태평양(중국 포함) 지역의 화장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이다. 약 20%씩 차지하는 북미와 서유럽보다 큰 시장이다.

아세안 시장에선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의 매출 비중이 크다. 라네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51.5%다. 중국 본토와 홍콩을 비롯해 진출한 모든 해외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라네즈는 2002년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차례로 진출했다. ‘라네즈 스노우 BB 수딩 쿠션’은 올 9월 기준 누적 판매 105만개(364억원)를 돌파해 아시아 지역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라네즈는 아세안에서 국가별 선호 제품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싱가포르에서는 기초 화장품 중심의 전략, 필리핀·말레이시아 등지에서는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펴는 식이다. 올 3월에 진출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인도네시아는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성장세도 가파르다.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관계자는 “이 지역 진출은 이슬람 문화권 진출의 교두보 역할 확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해 9월 홍콩·미국·중국에 이은 네 번째로 싱가포르에 진출하며 아세안 지역 공략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대표 상권인 오차드 로드의 탕스 백화점에 1호 매장을 열었다. 특히 이 매장은 한방 화장품 콘셉트 존을 마련한 고급형 서비스로 호응을 얻었다. 태국에서는 방콕의 쇼핑메카 칫롬의 ‘센트럴 칫롬’ 백화점에 1호 매장을 연 후 주요 상권과 백화점에 3개 매장을 열었다. 올해에는 말레이시아·베트남에 진출했다. 2015년까지는 필리핀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숍(특정 화장품 회사의 제품만 판매하는 화장품 매장) 계열사인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도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39개 매장을 개점했다. 이 중 5개 매장에서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이니스프리는 특히 중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상하이 1호점 전체 고객의 90% 이상이 20대다. 올해 4월 입점한 홍콩에서의 반응도 좋다. 같은 날 문을 연 홍콩 코즈웨이베이점과 몽콕점에는 개점 당일 많은 인파가 몰려 이 날에만 6000만원어치의 화장품을 팔았다. 현재 두 매장의 월 매출은 1억~2억원 수준이다.

에뛰드하우스는 소녀적 감성을 자극하는 콘셉트와 K팝 가수를 통한 홍보로 해외 여성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7년 태국 진출을 시작으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국을 포함해 11개국에 200여개 매장이 있다. 일본 진출도 순조롭다. 2011년 진출한 후 올 9월까지 일본 내 17개 매장에서 130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문을 연 홍콩 1호점도 개점 후 1주일 동안 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현지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고급품 라네즈는 아세안 시장 베스트셀러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매출 기준 미샤와 페이스샵에 이어 국내 브랜드숍 순위 3~4위다. 다른 브랜드숍이 할인 경쟁으로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고성장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도 친환경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에뛰드하우스는 화장을 놀이로 표현하며 공주풍 이미지를 강조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두 회사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사내이사로 9월에 이름을 올리며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민정씨는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 지분을 각각 19.52%, 18.18% 보유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는 2011년 21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28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상반기 매출은 1739억원이다. 이니스프리는 2011년 매출 1404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매출이 229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는 16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인수합병(M&A)에 대한 태도도 바뀌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8월 해외 사업의 지주회사 격인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오퍼레이션 리미티드를 통해 프랑스의 향수업체 ‘아닉구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첫 아웃바운드 인수합병이다. 이 인수에 들어간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약 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수 첫 해 아닉구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수 이후 한국을 비롯한 중국 및 아시아 시장 공략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향후 아시아에서도 화장품 시장이 더욱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향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과 중동을 중심으로 아닉구딸의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다른 M&A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1212호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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