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보다 저렴해 미술품 입찰 경쟁 치열 … 검찰 “은닉재산 계속 추적 중”
▎이대원 화백의 작품 ‘농원’(맨 왼쪽 사진의 오른쪽)이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본사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에서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김환기의 ‘24-Ⅷ-65 South East’(가운데)은 12월 11일 K옥션 경매에서 5억5000만원에,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는 12월 18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2억3000만원에 팔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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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또 ‘완판(완전판매)남’에 등극하게 될까?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한 미술품 경매가 3월 12일 마지막으로 열린다. 앞서 서울옥션과 K옥션이 진행한 경매에 나온 전씨의 컬렉션 중 몇 작품은 응찰자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붙어 추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5번의 경매 중 3번은 작품이 모두 낙찰돼 ‘완판’을 기록했다. 남은 마지막 경매에도 국내 대표 중견작가 김홍주의 꽃 그림 연작,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만든 김영원 작가의 조소 작품이 등장해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쏠린다.600여점이 넘는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의 미술픔은 K옥션·서울옥션이 절반씩 가져가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수 차례 경매에 부쳤다. K옥션이 12월 11일 진행한 첫 경매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추상화가 김환기의 ‘24-Ⅷ-65 South East’로 5억5000만원에 낙찰돼 이날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품의 경매 추정가는 4억5000~8억원이었다. 이 작가의 ‘무제’ 작품도 예상가 4500만~1억원보다 더 높은 1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5번 경매 중 3번은 작품 모두 팔려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작품은 오치균의 ‘가을정류장’이다. 감나무가 있는 고향 풍경을 그려낸 작품으로 2억2000만원에 낙찰됐다.시작가는 낮았지만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은 전재국씨의 결혼 선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산대사시(西山大師時)’를 서예로 써 준 작품이다.시작가가 160만원, 추정 최대가가 400만원이었는데 2300만원에 팔렸다. 300여명의 응찰자가 몰린 이날 경매는 애초 예상 총액인 20억보다 훨씬 많은 25억7000만원의 낙찰 수입을 기록했다.전두환 컬렉션 중에서 가장 고가의 작품으로 꼽힌 것은 이대원 화백의 ‘농원’이다.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산과 들, 연못을 화사한 색감으로 그린 유화로 가로 길이 2m에 달한다.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 거실에 걸어놓고 지내던 사진이 공개돼 입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서울옥션이 12월 18일 진행한 경매에서 ‘농원’은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이날 경매에서는 조선시대 화가 9명이 그린 16폭의 화첩도 큰 주목을 받았다. 겸재 정선의 그림 5폭, 현재 심사정의 그림 3폭, 관아재 조영석, 표항 강세황, 호생관 최북, 북산 김수철의 그림이 포함된 작품이다. 화첩은 낱장으로 경매에 붙여졌는데 겸재의 ‘계상아회도(溪上雅會圖)’가 추정 최고가(2억원)을 뛰어넘는 2억3000만원에 팔렸다. 산 속 계곡을 굽이치며 흐르는 물을 보며 풍류를 즐기는 이들을 그려낸 작품으로 겸재 특유의 화법이 드러난다.이 외에 현재의 ‘야색정심’, 겸재의 ‘강변한정’이 각각 6000만원, 6800만원에 낙찰돼 화첩 작품은 낙찰총액 7억5210만원을 기록했다. 경매를 진행한 회사 관계자들은 “기대보다 입찰 열기가 뜨거워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소유의 작품인 만큼 큰 주목을 받는 것에 구매자들이 부담을 느낄 우려가 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K옥션 관계자는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경매에 부친 것이라 프리미엄 없이 일반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아 구매자들이 몰린 측면이 있다”며 “경합이 치열하다 보니 추정가보다 많이 오른 가격으로 팔렸다”고 밝혔다.전 전 대통령의 소유였다가 추징금 마련을 위해 시장에 나왔다는 ‘특별한 사연’ 역시 미술품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소유자의 신원이 확실해 작품에 대한 신뢰가 높은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관을 세우려고 했을 정도로 예술적 심미안이 상당한 전재국씨가 다양한 장르의 좋은 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번 경매는 호재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전두환 컬렉션’ 3월 12일 마지막 경매검찰 특별환수팀이 확보한 책임재산 중 미술품은 총 605점으로 그중 544점이 총 59억2000만원에 경매로 팔렸다. 검찰 특별환수팀은 채권과 계좌 등 전씨 일가의 은닉재산을 계속 추적하던 중 미술품 44점도 추가로 찾아냈다. 전재국씨가 몇 년 전 매각을 시도한 미술품이 있는데 아직 거래되지 않을 정황을 확인하고 자진납부 형식으로 받아낸 것이다. 세밀하게 꽃을 묘사한 김홍주 작가의 ‘꽃 시리즈’를 포함, 이 작가의 작품 25점과 허브빌리지에 있던 미술품 19점은 3월 12일 마지막 경매에 등장한다.검찰 관계자는 “확보한 책임재산의 규모가 미납 추징금에 미달하기 때문에 은닉재산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며 “자산을 적정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협의하고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전 대통령의 추징금 2205억원 중 총 955억원(추징금 대비 43%)을 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