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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파격 인사 배경은 - 김승유(전 하나금융 회장) 수렴청정 벗어나 ‘홀로서기’ 승부수 

 

김 전 회장 최측근 대부분 밀어내 … 사장직 없애고 사외이사도 절반 교체



2월 28일 하나금융그룹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를 열었다. 경발위 위원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한 3명의 사외이사는 하나금융 사장직을 없애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사장직이 있었다. 이로써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최흥식 하나금융 사장은 자연스럽게 퇴임하게 됐다.

최흥식 사장과 함께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1년 연임됐지만 운용로 외환은행장은 연임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외환은행장에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내정됐다. 또 하나금융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교체됐다. 그룹 임원도 12명에서 9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을 축소했다. 이번 인사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승유 전 회장, 고문 맡아 사실상 경영개입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홀로서기’라고 평가한다. 김정태 회장은 2012년 3월 김승유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라 올해로 출범 3년차를 맡는다. 김승유 전 회장은 명목상 회사를 떠났지만 하나금융은 김 전 회장이 여전히 내부 일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라인으로 분류되는 측근들이 건재해 김정태 회장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뒷말도 무성했다.

하나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은 하나금융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중국의 해외 사업 결정과 주주관리 업무를 계속해왔다”며 “사외이사들도 자기 사람들로 채워 놔 여전히 회장 시절처럼 행세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을 이끈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김 전 회장의 짙은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김정태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러나 아직도 김 전 회장의 그늘이 짙다는 평가가 많다. 때문에 김 회장이 본격적으로 내부 단속을 하면서 ‘김정태 체제’ 구축에 나선 게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들도 정리에 나섰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최흥식 사장이다. 최 사장은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등을 거친 학자 출신으로 2012년 2월 하나금융 사장으로 발탁됐다. 최 사장은 김 전 회장과 30년 지기로 친분이 두텁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흥식 사장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했을 정도로 하나금융 내에서 만만치 않은 입지를 가진 만큼 김정태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고 말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자리를 떠나는 것도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이다. 윤 행장 역시 김 전 회장이 추대했다. 윤 행장은 영입 당시 하나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동안 하나금융 이사회는 외환은행와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실적 개선이 없다며 윤 행장을 압박해왔다. 결국 윤 행장은 이번 경발위의 행장 후보 면접에 불참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에 5년 간 독립경영을 약속해놓고 통합한 지 이제 2년 됐는데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 아니냐”며 “윤 행장이 외환은행 내부 통합과 영업 기반 확충 등 조직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측근들과 함께 김 전 회장이 키워온 관계자들도 한직으로 밀리고 있다. 하나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최종 면접 대상자로 꼽힌 김병호 부행장은 면접에 응하지 않았다. 김 부행장은 김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부당 대출 건, 최근 KT ENS(옛 KT네트웍스) 직원과 협력업체가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 내용(문책경고 등 중징계 포함 여부)에 따라 김 행장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도 8명 가운데 4명을 교체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 김인배 이화여대 교수, 윤종남 법률사무소 청평 대표변호사,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이다. 김정태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들이다.

한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고문직과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을 모두 내려놓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할 수도 없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올 3월 말 고문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가 하나금융을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올라서게 한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업적을 이어가고 남기려면 하나고등학교 경영에서도 손을 떼고 깨끗히 물러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14년 만에 외환은행장 내부 출신 선임

김정태 회장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외환은행과의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0년 퇴임한 이갑현 외환은행장 이후 14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향후 두 은행 통합 과정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합병 후 3년간 1조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투 뱅크 체제로 인해 발생하는 중복비용의 영향이 큰 탓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 1조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7.1% 줄어든 수치다. 애초 증권가 전망(1조16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도 전년 대비 0.19%포인트 감소한 1.94%를 나타냈다.

김정태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의 약 6조원을 달성해 이익 기준 국내 1등 은행, 글로벌 40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에게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라며 “친정 체제를 갖춘 만큼 실적과 함께 조직에서 자기 색깔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1228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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