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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카드업계 자동차 복합할부 논란 - 포인트·마일리지(삼성카드 등 주요 카드사) 혜택 vs 조삼모사(자동차 업계) 

단기적으론 소비자에게 이득 … 법 위반 소지 있고 자동차 가격에 전가될 수 있어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벨로스터 익스트림 모델을 구입했다. 썬루프 등 선택사양과 탁송료를 포함한 차량 가격은 모두 2161만5000원(30만원 선할인 포함). 일시금을 납부하기엔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A 씨는 캐피털사의 48개월 할부 상품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영업사원은 A 씨에게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더 싸게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A 씨가 적용 받는 캐피털사의 신차 할부 대출금리는 7.95%지만, 특정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그걸로 대금을 결제하면 금리가 약 1%포인트 정도 낮다는 것. 더군다나 이용금액에 비례해 매달 포인트도 쌓인다고 카드 가입을 권유했다. 일단 이득인 것 같아 A 씨는 영업사원이 시키는 방식으로 차량을 구입했다. 하지만 동시에 카드사가 가져가는 금액이 차량 가격에 이미 전가된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여기서 A 씨가 차량을 구매한 방법이 바로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이다. 통상 ‘자동차 복합할부’로 불리는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차량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카드사가 계약에 관여한다. 우선 차량을 구매하는 유형부터 살펴보자.

소비자가 전액 현찰로 차량을 구매할 경우, 소비자는 자동차 제조사에 대금을 납부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A씨처럼 수천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게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인 캐피털사가 끼어든다. 캐피털사는 소비자가 고액의 차량 가격을 납부할 수 있도록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다. 덕분에 소비자는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차 값을 일정 기간 분할상환하고 차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추가로 신용카드사가 끼어드는 방식을 자동차 복합할부라고 한다. 소비자는 자동차 구매 계약을 하면서 캐피털사로부터 신용카드로 할부금을 결제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는다. 카드 결제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소비자는 캐피털사가 권유한 신용카드사로 대금을 결제한다. 계약이 성립하면, 캐피털사는 고객이 내야 할 차값을 대신 카드사에 납부하고, 신용카드사는 차량대금 채권을 캐피털사에 넘긴다. 이후 고객은 매달 정해진 할부금을 캐피털사에 분납하면 된다.


금융감독원 폐지 방침서 한 발 물러나

최근 여신금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바로 복합할부다. 복합할부 방식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복합할부금융 시장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자동차 판매사와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얽히자 금융감독원은 복합할부를 자세히 들어다 보기 시작했다. 올 3월 금융감독원은 복합할부금융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폐지 방침을 업계에 전달했다.

하지만 금융사가 집단 반발하자 일단 이를 유보한 상황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연구원은 6월 17일 간담회를 개최해 자동차 복합할부의 적정성을 논의했다.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이 이어졌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크다는 것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간담회를 토대로 금융위원회 합동보고회에 안건을 올릴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현대차와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은 자동차 복합할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삼성카드 등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와, JB우리캐피탈 등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캐피털사는 복합할부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대목을 살펴보자.

일단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에게 정말 유리한 제도일까. 자동차 복합할부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은 복합할부가 단연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정상호 삼성카드 상무는 간담회에서 “(복합할부는) 자동차 가격을 사실상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복합할부는 금리 할인, 포인트·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량가격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와 달리 복합할부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엄밀히 따져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반박한다. 카드 복합할부 상품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거래 당사자인 자동차사와 캐피탈털 사이에 카드사가 끼어들어, 카드사가 1.9%의 가맹점수수료를 떼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이 간담회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복합할부 거래로 발생한 비용은 874억원이다. 이 추가 비용이 자동차사 판매비용으로 전가되고, 결국 차량 가격으로 전가돼 소비자에게 비싸게 판매된다고 말한다.

법적인 논란도 있다. 여신전문업법에 따르면 캐피털사는 카드모집을 권유하고 대가를 수령할 수 없다. 하지만 A 씨 사례처럼 차량 영업사원은 할부금융 상품과 더불어 카드 모집을 사실상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가로 영업사원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캐피털사의 대출 금리 5.9%인 36개월 차량 할부 대출상품을 권유했을 때 차 값의 0.5%를 인센티브로 받지만, 복합할부 상품을 유도해 계약이 체결될 경우 받아가는 인센티브는 1.5%로 알려진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여신전문업법 제46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 주장이다.

카드복합할부 거래로 발생한 추가 비용 874억원

또한 캐피털사가 소비자에게 복합할부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미리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위법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복합할부금융 과정을 살펴보면, 소비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캐피털사에 선수금을 지급한다. 카드사는 캐피털사가 받은 선수금을 포함한 차량 대금을 카드로 결제해준다.

이로부터 약 3일 후 카드사는 캐피털사로부터 선수금과 대출금을 받는다. 문제는 캐피털사가 카드사에 송금하기 전 3일 동안 캐피털사가 선수금을 보유하는 과정이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캐피털사는 금액 지급을 약속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지만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볼 때 캐시백과 금리인하 효과를 누리는 소비자는 이득을 누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자동차 카드결제가 늘어나면 이로 인해 판매비용이 증가한다”며 “판매비용이 늘면 주주의 이익을 줄이거나 단가를 절감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맞추는데, 이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가격 인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243호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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